아기 고양이 유희 후편


예를 들어 심한 짓을 하는 것도 아픈 짓을 하는 것도 저에게만 한다면, 특별한 상대이기 때문에 억제할 수 없었을 거에요. 그런 감정이라면 제 성격이 비슷하니 이해할 수 있어요, 공감도 할 수 있죠.


왠지 모르게 어딘가 방심하고 있던 거겠죠. 이런 짓을 했으니까, 당연히 거기에 뜻이, 제가 아니면 안 될 이유가 있었을 거에요.


분명히 제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겠죠. 그런데 저, 의도를 잘못 파악했어요. 그분은 저라는 개인에게 집착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저라는 요소에 집착하고 계셨어요. 그걸 굳이 자신이 의사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던 거에요.



꿈에서도、환상에서도、착각으로도、거짓말이라도 괜찮았어. 평생 속여줬으면 좋았을 텐데、왜 눈치채게 만든 거야? 왜 내게 들켜버린 거야?



격한 감정이 노출되어 부딪쳐 온 순간.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그분의 풋풋하고 미숙하며, 조금 더 성숙했을 무렵에 만났더라면 또 우리들의 관계도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그분의 복잡하고 비굴한 심정을 사전에 이해하기에는 저 또한――저도 아직 어렸지요.



지금까지의 주인들에게 그런 경험은 없었냐고요? 애정을 받은 적도、폭력을 받은 적도요?



이전까지의 주인님들은 애초에 어른들이었다고 할까요. 처음 그 로리콘조차도 확실히 제가 너무 작기 때문에 좀 더 성장을 기다리겠다, 라고 핑계를 댔던 것 같기도 해요.


엘리어스는 저를 엘리어스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취급하면서도 결코 고통을 자신에게 주지 않는 타인으로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자신과 타인에게 선을 잘 긋지 못하고,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했죠. 정말로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은 너무나도 전형적인, 사랑받지 못했던 아이였어요.



사랑받지 못했으니까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어요. 돌봐줄 어른이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목소리도 높일 수 없었어요.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으니 감정을 표현할 방법도 몰랐죠.


저희들은 말이죠. 좋으면 웃고, 슬프면 울고, 분노를 느끼면 화를 내고, 주위 사람들을 보고 흉내는 가능하지만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뭔가 뱃속에 거무칙칙한 덩어리가 남아서 흔들리는 건 분명히 있었지만요? 하지만 그걸 말로 잘 표현할 수 없었고, 겉으로 드러내면 아무래도 폭력적이며 과도한 표현으로 변해버리고 말아요.



작은 아이가 넘어지면 어머니가 날아와서 아팠네, 라고 열심히 돌봐주잖아요……일반적으로는 그렇잖아요? 저희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아프다는 걸 진정한 의미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거에요. 그러면 어디까지나 타인에게 잔혹해질 수 있으니까요.


후후. 조금 분석적인 성격은 말이죠. 버려질 때부터의 여운이 남은 게 아닐까 싶네요. 주군에게 이제 너는 내 것이 아니다, 라고 통보 받고, 무슨 농담일까, 무슨 새로운 심술일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목걸이도 빼앗겨 우리에 갇혀서 팔려서 충격이었던 저는 여러가지 생각해봤어요.



어째서? 왜? 도대체 뭐가 잘못됐지? 왜 그러는 거야?



자나깨나 낮이나 밤이나 쭉 생각했어요. 식사도 물도 넘어가지 않아서 사흘 밤낮 반항하고 나서야 비로소 걷잡을 수 없는 제 마음도 깨달았습니다.



……네에. 여러가지 일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명확하게 자신의 본심을 깨달은 것은 그때였습니다. 그때까지 자신이 무엇인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진 않았어요. 언어화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마음대로 행동했었죠.


그 분과 너무나도 가까워서 일심동체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던 저는 억지로 떼어진 끝에 다시 그 분과의 관계를 제 안에서 정리해야만 했어요.



엘리어스에게는 말이죠. 약한지, 약하지 않은지 그것만이 중요했던 거에요. 약하지만 절대로 자신을 해치지 않는, 자신을 넘지 않는, 밟힐 수 있는 바닥의 깔개 같은 존재가 필요했던 거죠. 그러면서도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해주는 존재를 최고로 여겼어요.



저는……깔개도 되지 못했던 걸지도 몰라요.



그것은 정말로 자각할 수 없는 깊은 부분의 바램이었으나.


하지만 확실하게 저는 그 때,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러 버렸던 거겠죠.



그렇게 스스로 요구해버리고 말았어요. 왜냐하면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하지만 엘리어스 입장에서 보면 그런 건 저에게는 필요없는 부분이었으며 오히려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행동이었던 셈이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저에게 원하는 만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제가 무엇인가 느끼고 무엇인가 해낼 수 있는 생명이라 자각해 버린다면……?



그 분은 정말 약한 사람이에요. 저는 그러니까 버려진 겁니다. 그 분이 자신의 나약함조차 용서하지 못하는 어리석고 불쌍한, 어쩔 수 없는 남자였기 때문에.



……원망은 이 정도로 하고 회상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죠? 후후. 역시 제 인생 최초로 크게 충격받은 시절이었기 때문에 말이 길어졌네요. 밤새서 이야기해도 모자랄 지경이에요.



제 말의 소용돌이를 멈추려면 그 분이 한 마디만 「사랑해」라고 마음 속  깊이 진정성있게 말씀해주시면 돼요.



하지만 못 할 거에요. 왜냐하면 엘리어스는 저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실컷 마운트하면서 목덜미를 눌러 너덜너덜하게 만들고, 얕은 호흡을 내뱉으며 전혀 저항할 수 없다고 여겨지면 간신히 안심하면서 서투르게 쓰다듬는 것이 가능한 그런 남자니까요? 이런 자기 주장과 힘의 덩어리인 저는 그런 대상으로 보여질 수 없었어요――.



아아, 괴로워. 어째서 평범하게 만나고 사랑으로 맺어지는 것이 용납받지 못하는 걸까요.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상한 것을요. 분명히 지나치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멈출 수 없습니다. 마음이, 전신이, 그때부터 쭉 그를 찾으며 외치고 있어요.



엘리어스, 곁에 있어 주세요. 당신이 옆에 있으면 당신을 보고 눈을 깜빡일 때까지의 아주 짧은 순간, 진실로 편안해질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주군에게 버림받고 나서의 일은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확실히 남자였습니다. 주군의 부하라고 할까 신하라고 할까, 뭐 조금 격이 떨어지는 분이었고――그렇지만 거의 교류도 없었기 때문에 딱히 말할 건 없네요.



어쨌든 실의에 찬 나머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저는 한때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되어 버려서 시체로 착각받을 정도였어요. 감옥 안에서 눈을 감고 가만히 자고 있으니, 누군가가 운반하러 와서 어딘가로 데려갔었어요. 죽었으니까 파묻을 거라 생각했어요.



마대 자루에 들어간 채로 구멍에 빠져 흙이 덮어집니다. 팍팍, 하고 지면을 파는 소리, 지금도 귀에 익는군요. 점점 숨쉬기 힘들어지고 움직이기 힘들어지는 몸.



……어머、설마요! 실의에 빠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죽은 것처럼 뻗어 있었다니까요? 자력으로 탈출할 정도의 힘도 기개도 없었어요.



저, 틀림없이 이대로 죽는구나, 하고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인생의 의의, 주군과 함께 있는 삶을 부정당하고 자포자기가 되어 모든 것이 아무래도 좋아졌습니다. 저, 무저항이었어요. 왜냐하면 이제 제가 주군을 만날 수 없다면, 살아도 죽어도 마찬가지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을까요? 갑자기 어둠 속에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개가 짖는 소리와 닮아있지 않나 싶네요? 들개  아니면 뭔가가 시체라도 찾는건가, 라고 어렴풋이 추측했던 것 같아요.



그러자 저의 시체 처리를 맡은 사람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겁을 먹었나봐요. 작업 도중에 거의 몸이 보이는 상태에서 도저히 묻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태 그대로 방치하고 도망쳐 버렸어요.



찾아온 건 예상치도 못한 상대였습니다. 짐승이지만 짐승이 아닌 자들. 쉽게 말하자면 동족이네요.



눈을 떠보니 어딘가 낯선 오두막 안에 어른 수인이 몇 명이 붙어서 부지런하게 저를 보살펴주고 있었어요. 저, 한때 정말로 죽을 뻔했으니까요, 한순간 여러가지 생각을 잊고 혼란스러워서――뭐어, 말해버리자면 공복에 져버렸어요. 뭣도 아닌 빵이었지만 데워진 것을 음료와 함께 먹으니 몸이 기를 쓰며 그걸 요구했고, 저의 시들어진 마음에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죽고 싶지 않아. 아직 살고 싶어.



타산적인 생각으로, 모든 것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해도 공복 같은 생리 현상을 자각하면 순간 자살 소망이 사라지는 것 같네요. 생물이란 것들은.




정신을 차린 제가 둘러보니 몇 명의 수인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더욱 몸집이 작은,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길을 끄는 여우 수인이 선두에 서서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해왔어요.



――부디 공주님、다시 한 번 고향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공주님의 부군은 이미 돌아가셨고、왕비의 칼춤을 눈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바로 얼마 전、마침내 자신의 아들인 전왕마저 살해한、그녀의 만행은 나라와 백성을 쇠퇴의 길로 이끌고 있습니다.


공주님、우리는 공주님을 찾아헤멨고、이번에야말로 겨우 인간들의 손아귀에서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부디 저희들에게 힘을. 한 마디、용서하겠다고 말씀해주십시오. 해주신다면 우리들은、공주님을 수호하며, 공주님을 위해 죽겠습니다.



저, 일단 이래뵈도 수인의 나라의 불쌍한 공주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게속 행방을 쫒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자들이 있었나봐요. 게다가 그 할멈, 아니나 다를까 일을 저질러 버렸군요.



딱히 고향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습니다만, 저 그 순간 떠올린 거에요.


금은보화에 뒤덮여 당당히 모든 것을 빼앗고, 내던지고, 유린하던 계모 왕비. 어릴 적 헤어졌지만 그 모습이 문득 떠오른 순간, 깨달았어요.



아아, 그렇구나. 저 위치까지 가면 힘을 얻을 수 있어. 게다가 저에게는 권리가, 찬스가 있어요. 지금의 저는 주군에게 버려진 야생의 몸이죠. 어딜 가나 매한가지. 그렇다면 여기서 그들과 뜻을 같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오, 이제 자백할게요. 간편하게, 심플하게 왕이 되면 주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답니다.



죽어도 상관 없는 버려진 생명. 하지만 이렇게 가버리면 아무래도 아깝죠. 게다가 죽어 버리면 이제 두 번 다시 주군을 만날 수 없잖아요? 제 마음에는 단 하나. 엘리어스, 한 번 더 당신을 만나고 싶어. 그것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머리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을 빙 둘러보고 웃어 주었어요.



「그 태도、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머리가 너무 높지 않나요? 마치 저에게 앉아서 싱글벙글 웃고만 있으면 그걸로 좋다는 것 같지 않습니까. 허수아비 왕. 아버님과 무엇이 다른가요?」



그 자들의 우스꽝스러운 얼굴, 지금 생각해도 웃기네요. 그러고 보니 저, 지금까지 쭉 백치 계집애의 컨셉을 고수해왔으니까요. 그야 갑자기 멀쩡하게 말하면 필시 혼비백산했겠지요.



「알겠습니까? 당신들이 저를 이끄는 게 아닙니다. 제가 당신들을 이끄는 거에요. 아시겠나요? 제가 위、당신들은 아래. 분별해주세요. 아, 안심하세요. 제가 돌아온 이상、그 암퇘지는 반드시 왕좌에서 끌어내려 드리겠습니다. 그녀의 시대는 끝입니다. 너무 분수를 모르는 여자니까요.」



가진 것도 없는 몸이 그렇게 불손한 말을 해도 괜찮냐고요? 왕비에게 반란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자들이잖아요. 주범이 내켜하는데 싫을 리가 없겠죠.



그리고 말이죠, 겸허한 위인 같은 건 성직자가 아니면 필요 없어요. 지위가 높은 사람은 으스대는 정도가 딱 좋은 거에요. 특히 수인들은 강한 자들을 선호해요. 다들 조금 어안이 벙벙해지곤 했습니다만, 제가 그렇게 뜻을 밝히자 재차 충성의 뜻을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그때가 되서야 겨우 제 이름을 떠올렸어요.



바스티트. 그래요、내 이름은 은혜와 전쟁의 신、바스티트.



아기 고양이로 있을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유린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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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란은 없으니 그냥 여기다 올림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