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능력자들이 생겨났고 동시에 괴물들 또한 생겨났다.

뜬금없는 괴현상에 땅은 도시 단위로 쪼개졌고, 이능력자들 중 일부가 기사단이라 불리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 도시에도 스카이나이츠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기사단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괴물을 사냥하여 빈민을 돕는 태양의 창과 이 도시와 근처 다른 도시들을 지배하는 임시정부 직속 군대인 달의 검, 일명 암월의 검으로 갈라졌다.

암월의 검이라는 이름을 붙인 놈은 게임중독자인 듯 하다.

태양의 창이라는 이름을 지은 인간은 실제로 게임중독이고.

3개월 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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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단장님. 일하기 전에는 폰 넣으라 했지?"

"에, 싫어. 보스 거의 다 잡았단 말야."

다행히(?) 서버가 없이도 이용 가능한 개임은 멀쩡했다.

괴물들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많은 서버가 멀쩡했던 탓도 있고.

괴물들은 빠르게 쓰러져나가고, 지하철역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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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지하철 역을 확보하였지만 여전히 모두가 도시 바깥으로 나갈 힘은 없었다.

뭣보다, 지하철은 거의 암월 놈들의 이동수단에 불과했다.

가끔은 처형장이었고.

오늘 내가 이 지하철에 타는 이유는 조금 다르지만.

[얀붕아, 오랜만이야. 기사단이 둘로 갈라진 후 처음이던가? 어쨌든 바쁘니까 본론부터.
내일 오후 세시까지, 지하철에 타.]

이 녀석은 우리 집 근처의 지하철 역에는 정시에만 지하철이 온다는 걸 어떻게 안 걸까.

"하..."

이 도시의 기사단이 스카이나이츠, 하늘기사단일 시절.

나는 얀순이라는 대원과 꽤 친했다.

그러나 기사단이 갈라진 이후 우리는 완전히 돌아섰다.

내가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고.

애초에, 기사단이 갈라지지 않아도 돌아설 운명이었다.

집착이 심했고, 이어져서는 안되는 관계이기도 했다.

지금 내가 만나려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다.

[문이 열립니다.]

지하철의 문이 열리고, 나는 들어가서 앉았다.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것보다, 이걸 지하철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될까? 거의 모든 코스가 지상을 달리고 있는데.

잠시 눈을 붙여야 하나 싶던 순간 백발에 금안의 여성이 내게 손을 흔들었다.

"여, 반장."

"왔냐, 왜 불렀어?"

"하... 오랜만에 불렀는데 너무하네요."

"너도 나같이 살아보면 이렇게 될 거다. 왜 불렀어?"

그녀가 백발을 흩날리며 내게 다가왔다.

창도, 단검도 놓고 왔는데.

"사랑해요, 아직도."

"거 참 신기하네, 그 힘이 각성하자마자 날 버린 너잖아?"

"그건, 전장에서 당신을 떼어놓기 위해서였어요. 이젠 그런 일을 신경쓰는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저와 같이 가요."

아, 정말 싫다.

옛 기억이 떠오르게 한다고.

"싫어, 그리고 갈 수 없어."

"왜요? 애초에 반장을 따르던 팀원들은 모두 저와 같이 있어요, 당신의 친구들도. 사랑하는 사람도 다 여기 있다고요."

"친구들은 보고 싶은데, 널 따라기고 싶지는 않네. 나 이만 가봐도 되는거지?"

"뭐, 일단 보고싶었다는 말부터 해둘게요."

마침 정지한 지하철.

나는 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

"잠깐."

등에서 따끔한 느낌이 든다.

검인가?

슈욱-

무어라 말하기 힘든 효과음과 함께 나와 그녀의 위치가 바뀌고, 그녀는 내게 칼을 겨누고 있었다.

내 명치에.

"알잖아요, 이러고 싶지 않은 거. 같이 가요."

"하... 그래, 알았어."

"그럼... 이거 차 주세요."

수갑?

수갑 따위로 각성자를 막을 수 있다 생각하는 건 아닐테고.

무슨 짓을 해놓은 거지?

"어서."

검이 피부를 찔러 피가 난다.

한번에 팍 들어오면 이대로 죽겠지.

하는 수 없이 수갑을 차고, 한쪽을 그녀에게 넘겼다.

"헤헤..."

아까와 같은 소리.

수갑의 형태는 어디가고, 내 왼손 약지에는 반지가 걸려 있었다.

"너..."

"이제 가요. 할 얘기가 많으니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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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드디어 찾았네요.

원거리 공격 능력인 주제에 직접 몬스터에게 맞아가며 사람을 지키던 반장님이, 이런 곳에서 살고 있을 줄이야...

정말, 보답받는다던가 하는 당연한 생각조차 않는 건가요.

그걸 지켜보는 것도 지쳤는데, 마침 얀진이란 년이 다가가기에 실행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저 스스로도 소름끼치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

저를 증명할 수 있게 비춰준 빛.

태양의 창이라는 이름도, 어울리긴 하네요.

그런데...

제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으니, 이젠 달로서 비춰줄 차례에요.





이거 2편부터 쓰고 고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