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우야..."



"상우야 내말 들려?"



"나 지금 너무 아파"



"정말 너무 아파서 금방이라도 죽어버리고 싶어"



"..."



"너만 잡아주던 이 손을 망치로 으깨고"



"너만 뽀뽀해주던 입술을 자르고"



"너만 만져주던 가슴을 도려내고"



"너만 ....*@#%&"

.

.

.

.

.

.

.

.

"우웨에에엑!!!"





아주 생생한 악몽에 시달린 나머지

일어나자마자 변기에 구역질을 해댔다.

...정말 그지같은 악몽이였다.



내 꿈에 이지혜가 나오다니..

그녀에겐 일말의 감정하나 없는 내가?

아마 몸정탓이겠지



알몸으로 자해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점심시간이 될때까지도 기억속에 선명했다.

도저히 밥이 넘어가지 않아서 오늘도 굶기로 했다.

계속 배가 고프긴 했지만



"여보세요."



생각해둔 말도 없이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단호하게 말하면 그녀도 수긍하겠지.



"응 무슨일로 먼저 전화를 했대?? 히히"



"잠시 할말있어서 전화했어"



"뭔데? 뭔데?"



내가 이별을 말하려는지도 모르고 해맑은 모습이다.

어찌보면 멍청하고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어차피 언젠간 할 말이였어. 긴장하지말자



"우리 만난지 얼마나 됐어?"



"394일!!! 이런 것도 기억못하는거야? 실망이야ㅡㅡ"



"곧 400일이네"



"맞아 우리 400일에 뭐하기로 했더라?? 기대된당!"



그녀는 무척이나 들뜬 상태였다.

하긴 내가 400일을 챙겨줄거라 착각하고 있겠지

그녀를 위해서라도 더이상 이관계를 더 끌어선 안된다.



"있잖아"



"웅!!"



"우리 이제 그만만날래??



"어?"



그녀는 똑똑히 들었을거다.

평소보다 더욱 똑똑히 발음했다.

아마 지금 이상황을 못받아들여

애써 못들은척 하는거겠지.



"아니다. 이제 그만만날래"



"으..응??"



"그만하자고"



2분정도 침묵이 흐르고

이내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흐..ㄱ 흑.."



"진짜..흐흑ㄱ...진짜로?"



이지혜와 사귀면서 한두번 헤어져본것도 아니기에

이젠 그녀의 울음은 나를 흔들지 못한다.

매번 같은 레퍼토리

지겹다.



"할말없지? 끊을게"



"미안...ㅇ내가 다 흐흑ㄱ... 잘.. 흑ㄱ..."



"----"



귀찮아질걸 알고 금방 전화를 끊었다.

이젠 정말 아무리 매달려도 안받아줄거기 때문에

아예 모든 연락수단을 차단했다.

그녀는 아주 힘들겠지만 나한텐 이보다 편한방법이 또 없다.





*




간만에 후련해진 마음때문인지

배가 너무 고파서 냉장고를 열었다.

한박스씩 쌓여 있는 라면, 저번주에 먹다 남은 소주들

내가 생각해도 폐인스럽지만 이번일을 기념으로

라면에 소주한잔을 하기로 했다.



한잔씩 한잔씩 먹다 보니 내앞에 라면은 

전부 없어져버리고 다른 안주를 찾기로 시작했다.

예전에 이지혜가 준 간식거리들을 찾아보려 서랍을 열었다.

이지혜는 싫지만 그녀가 준 간식거리들은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 밖에 없었다.



"이럴때만 도움이 된다니까"



조금 쓰레기같은 혼잣말이였지만

술김에 내가 무슨말을 했는지 금방 까먹었다.

안주들이 너무 맛있어서 몇시간도 안되서

소주를 5병이나 마셔버렸다.



"ㅈ낼ㄹ학ㄱㅛ가얗는데에에엫ㄱ"



"아몰ㄹ랑 잘ㄹ레에...."





*





그동안 만들어 놓았던 상처는 신경도 안쓴채

그엇던곳을 마구 긋고있다.

터져나오는 피는 내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고

아무리 그어도 느껴지지않는 고통은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려주고 있었다.



나에게 유일한 빛이자 구원자였던 상우는 이제

정말로 나를 떠났다.

날 미워하긴 했어도 이렇게 

금방 떠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함께 찍었던 사진위로 피가 떨어진다.

사진 속 우리는 세상 모든걸 가진듯이 행복해 보였고

그런 사진이 내앞에 셀 수 없이 많이 찍혀있다.



...정말 거짓말같았다.

우리가 이렇게 행복했었다는게



그때가 떠오른다.





*




"또 꿈인가??"



나는 제발 이번엔 그때와 같은 악몽이 아니길 빌었다.

온통 검은색으로 채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방안

그때 눈앞에 어떤 빛이 나오며 사람의 형태가 보였다.



"어 저건..?"



나와 이지혜가 처음 만난날.

8월의 어느 여름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