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얼라이브.

약 1년 전에 개발한,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수집형 모바일 rpg 게임의 이름이다.
그리고 이전부터 내가 푹 빠진 게임이기도 하고.

일단 스토리 설정도 이것저것 있긴 한데, 뭐... 나는 그다지 스토리 쪽엔 신경을 안 쓰고 플레이하고 있었다. 애초에 예쁜 일러스트 때문에 입문한 거니까.

좋아, 그럼 오늘치 숙제도 끝났군.

-사령관, 이제 벌써 가는 거야?

종료 버튼을 누르자 로비에서 내 메인 캐릭터인 유라가 슬픈 표정으로 말하는 게 보였다.

거 참, 일러도 일러지만 성우도 참 잘 뽑았단 말이지. 끄기가 아쉬울 정도로.

뭐, 그래봤자 게임 캐릭터에 불과하지만.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이 있...

슬픈 표정의 캐릭터를 뒤로 한 채 나는 매정하게 폰 전원을 껐다.

한참 전에 만렙 찍었는데 아쉽긴 뭐가 아쉬워. 너 이제 키울 것도 없다고.

"다른 애들 구경이나 해 볼까~."

폰을 끈 나는 이어서 평소 즐겨보는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그렇게 득시글거리는 비틱글을 보며 스크롤울 내리고 있자니 문득 눈에 띄는 글이 하나 보였다.


[님들 시련의 탑 숨겨진 업적 있는거 아심?]


"숨겨진 업적?"

의외의 제목에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시련의 탑에 숨겨진 업적이 따로 있었나? 그거 그냥 무과금용 노가다 뺑뺑이 컨텐츠였을 텐데. 나름 과금도 하고 랭커 순위에도 든 나지만 숨겨진 업적이 있다는 얘긴 처음 듣는 얘기였다.

아니지. 오히려 과금러라 내가 몰랐던 건가.

호기심에 제목을 클릭하니 짤막하게 올라오는 글의 내용과 인증샷.

-서약한 캐릭터 10명으로 시련의 탑 컨텐츠 100층 99번 이상 깨면 새로운 컨텐츠 열림. 내가 방금 했는데 ㄹㅇ 신세계 경험했음. 님들도 빨리 ㄱㄱ

"와..."

그것을 본 순간 나는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거 80층 이후론 시간 더럽게 오래 걸릴 텐데. 하물며 진행도 힘든 컨텐츠라 무과금 컨텐츠이지만 무과금 유저도 20층 이후론 잘 하지도 않는, 사실상 사장된 컨텐츠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걸 100층까지, 하물며 99번을 했다고?
그것도 서약을 한 만렙 캐릭터들로?

ㄴ님 시간 빌게이츠임?
ㄴ미친새낀가;;
ㄴ아니 뭔지는 말해줘야 하든 말든 할 거 아냐
ㄴ보상이 뭐든간에 난 절대 안함ㅋㅋ 아니 못함ㅋㅋ
ㄴㄹㅇㅋㅋ 사람이 그걸 어떻게 99번을 넘게 하냐고ㅋㅋ
ㄴ애초에 그거 깨라고 만든 컨텐츠 아닌데... 걍 무한히 강해지는 거 뿐이잖음
ㄴ내가 볼 때 지 ㅇㅅㄲ 무과금인 거 꼬와서 사람들 골탕먹이려는 듯

다른 이들도 내 심정과 마찬가지였는지 부정적인 덧글들이 한가득이었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극한의 노가다였으니까.

"흠..."

하지만 반대로 나는 왠지 모를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이 게임 오래 한 입장에서 빠뜨린 업적이 있다는 건 쉽사리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업적 인증도 있는 이상 더욱이.

"한 번 해볼까...?"

그래, 아마 그게 시작이었을 거다.

약 일주일의 노가다.
그리고 업적 달성과 함께 밝아지는 액정과 함께 흐려지는 정신.

그날의 미친짓과 함께, 나는 이 판타지 세상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아마 그 날의 기억은 평생 가도 잊을 수 없겠지.

"어서 오세요, 사령관님!"

이제는 지긋지긋한 그녀, 유라의 얼굴도 말이다.






폰으로 갑자기 삘받아서 썼는데 막상 내가 생각했던 집착하는 여캐는 쓰지도 못했네
다음화는 꼴릴때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