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이에요! 밤에는 잘 잤나요? 


아... 잠을 설쳤...다구요? 왜요? 고민이라도 있나요?


아... 그랬구나... 그런 사람 정말 싫죠. 갑자기 밤에 전화해서 이런저런거 시키는 상사 말이에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정말 피곤하니까요. 게다가 어제, 여자분과 술까지 드셨었으니...


네? 그걸 어떻게 아냐구요? 퇴근하는 길에 봤어요. 취한 여성분을 집까지 데려다 주시고... 상냥하신 분이네요. 요즘은 그냥 내버려두는 사람도 많다던데, 세상 참 각박하죠? 그런데, 그분과는 꽤나 친분이 있으신가요? 집 주소까지 다 알고계시던데...


아... 대학 동문이었군요. 그것도 같은 과라... 응. 충분히 이해가 되네요. 그래서 같이 일하는 때가 많았구나...


어머~ 싫어라~ 저, 옆 부서라구요? 오고가다 얼굴 한번 정도는 마주쳤을텐데. 보세요, 같은 회사 사원증이잖아요. 후훗- 주변에 둔감하시군요? 그러니까 상사에게 자주 꾸지람을 듣는 거에요. 아, 말 나온김에 생각나서 말하는건데, 저도 ㅇㅇ대 나왔어요. 당신과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그립네요. 그때가 참 좋았었는데.


또 만나네요. 뭐, 이상한건 아니죠? 같은 회사에서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얼굴이 왜 그래요?


아... ㅁㅁ팀장이요? 오늘 권고사직 당했다나봐요. 동료 성추행 및 성희롱, 폭언, 그리고 회사 내부문건 유출까지 저지른 사람이었어요. 무섭네요... 그런 사람이 바로 옆 부서였다니... 하지만 이제라도 내보내서 참 다행이지 않아요? 이제 당신을 괴롭힐 일은 없을 테니까요.


어째서 이렇게 잘 아냐고요? 제가 그의 퇴사 수속을 처리했어요. 저, 인사과에서 일하니까요. 그것보다 좋은 소식이 있어요! 당신의 업무 능력이 좋게 평가되어서, 조건부로 특진 제의가 들어올거에요. 조건이 뭐냐구요? 부서 이동이에요. 당신은 능력은 참 좋은데, 기획과에 있는 인물은 아니에요. 제가 있는 인사과로 오시면 바로 과장으로 일하실 수 있게...


인사과는... 싫으신가요? 일이 어려워서...? 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의 안목이라면 분명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어렵지 않은 업무에 배정될 거니까요. 지금보다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특진하면 주변에서 부러워하기도 하고, 연봉도 오르잖아요. 그러니까... 인사과로 와 주셨으면... 아니, 절대로 와 주셔야 해요. 당신같은 사람을 놓치는건 너무 아까운걸요! 이제는 놓칠 수 없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제안 거절하지 말아줘요.


오늘은 금요일이기도 하고... 저랑 같이 한잔 하시겠어요? 좋은 장소를 알거든요. 궁금하신거 전부 알려드릴테니까 저랑 하룻밤 어울려 주세요. 개인적인 것도, 궁금하시다면 알려드릴 수도 있답니다.


이제 눈치 채셨죠? 이미 길은 하나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