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것좀 처리해주고..."

내 이름은 김얀붕.

오늘부로 제1 방어거점을 방어하는 방어중대의 중대장이 되었다.

"네, 단장님."

그녀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단장님이라 부른다.

솔직히 이 호칭이 더 좋지만 딱딱한 상부에선 뭐라 할지도 모른다.


"흐..꺄앗!"

"괜찮아?!"


땅이 울렸다.

일단 얀순이는 내가 바로 부축해줘서 괜찮다.

고대의 공룡이 살아나는듯한-어쩌면 운석일지도 모르지만-진동이 사무실을 흔들었다.


"IED인가?"


창밖을 보니 엄청난 규모의 괴물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하다, 우리는 괴물을 상대-사실은 익숙하지만-한다.


"얀순! 너는 기밀문서 캐리어 들고 수송정 비행준비시켜! 모두 대피한다!"


사무실 문을 박차고, 생활관을 향해 달려갔다.

"야! 너희들! 어서 수송정으로 이동해라!"


다행히 애들은 어디 안가고 잘 있었다.

이제 한명만 챙기면 된다ㅡ..

얀진이.


"야! 김얀진!!"

방어기지 전체를 둘러보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혹 몰라 밖을 나가보니, 김얀진의 미사일지프가 보였다.

"얀진 뭐해! 도망치자고!"


티끌만한 미사일지프 하나는-조금의 타격은 몰라도-그들에게 찰과상도 내지 못한다.

"무모한짓 그만둬!! 엄마가 생각 안나?!"


괴물들을 향해 돌진하던 지프가 내게로 유턴했다.

내 옆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더니,

"사령관님 타세요!"

하며 창문을 다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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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방어전선..철수.]

[뭐라? 젠장할 무능한 중대장이 또..!!]

[죄송합니다. 최대한 진압 시도를..]

[됐어. 보잘것 없는 전투력이구나.]


약 100명으로 편성된 우리 중대는 사실 엘리트 등급의 중대다.

최전방에 배치된, 상부에서 믿는 빽인 셈이다.


"얀순, 고마워. 오늘 철수는 너덕에 가능했다."

"헤, 단장님.."


그녀가 항상 칭찬받으면 하는 행동이 있다.

많이 특이한 행동이다.


"쓰읍..."

나에게 앵겨 품속에서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내뱉는다.

항상 이럴때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넘겨주고는 한다.

"그러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후유증온다."

"단장님....헛소리."


얀순이를 업어서 침대에 눕히고, 얀진이를 보러갔다.



그녀의 사무실 앞에서는 항상 긴장하게된다.

얀진이의 무뚝뚝함이 부담스러워서 그럴까?


"얀진, 들어갈게."


마른침을 삼키고 들어간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다.

그녀의 달콤한 향수 냄새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어라?"


갑자기 다급해진 마음이 뇌심의 급발친을 촉발시켰다.

분명 무언가 일이 있을것이다.


"얀진! 얀진아!"


솔직히, 여러 경우의 수가 있다.

화장실에 있을수도, 개인 방에 있을지도, 죽었을지 모르지만ㅡ

어째, 최악의 경우만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녀는 내가 없으면 안되는 타입이다.

무뚝뚝하지만 항상 하는 무모한 행동을 보면-제멋대로 하는 착각일지도 모르지만-모두 나를 중심으로, 나를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아까 내린 철수명령 때문에 상부에서 지적을 받았다.

어쩌면ㅡ 상관을 죽이러 갔을수도,

괴물녀석들을 조지러 갔을수도 있다.


"얀진!"


마지막으로 가본 차고에 그녀가 있었다.

피가 흐르는 머리, 풀린 눈동자, 창백해진 얼굴이 나를 향했다.


"사령관님.."

"너 제정신이야? 싸우러간거야?"


얀진이의 팔을 들고 다리를 들어 나의 등에 업혔다.

오직 그녀만을 생각하며ㅡ

의무실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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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 입원하면 나아요. 심각한 부상은 아니라, 생명에 지장은 없을겁니다."

"고맙습니다."

의사의 손에 지폐를 몇장 쥐어주며 따뜻한 악수를 했다.


"얀진, 들어갈게."


병실에 있는 그녀는 표정이 어두웠지만, 순간적으로 미소를 머금은 것이 보였다.

병상으로 걸어가, 간병인 좌석에 앉아 볼을 만졌다.


볼은 따뜻했다.

손은 차가웠지만, 볼은 따뜻했다.


"사령관님..죄송해요. 항상 이렇게 멋대로.."

"그래. 다음부턴 그러지마..맨날 혼자 나가서는 다쳐온다니까. 안그래도 괜찮으니까, 제발 날 위해서라도 그러지마.."

한번더 얀진의 볼을 만졌다. 따뜻한 느낌에 무심코 쓰다듬어 버렸다.


싫어하진 않으니 됐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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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1차방어선을 넘어 3차방어선에 인접했다. 3차선에 엘리트 병력을 모두 동원해 진격이라도 늦추라는 명령을 받았다. 부대들이 시간을 끄는사이, 도시의 시민들이 대피하는 전략이다. 어서 출동하자!"



최고의 조수 얀진이를 병원에 두고간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지만, 나는 군인이다.

군인..


"플라즈마분대는 최전선에서 쟤네를 녹여라! 우리는 후방 화력지원을 맡겠다. 얀진을 대신해 얀순이 전방 지휘를 맡는다. 실시!"

얀순이가 가기 싫은지 나의 팔을 붙잡고 앵겨붙었지만, 해임 경고를 하며 전방으로 억지로 보내버렸다.

저너셕 성격으로는 분명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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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결과 보고서

사살 1, 중상 29, 미사살 개체수 추정 불가.

중대원, 김얀순, 김얀붕 제외 전원 전사.

사령관 판단..: 탄환 총동원, 화약 이용한 IED사용, 효과없음..자폭돌격.

타임라인...곧 발송 예정.

비고: 1차전선 방어중대, 이렇게 전멸하게 되어 슬픕니다.


-다음날


사령관 기밀 문서

30개의 개체밖에 피해를 입히지 못한 자질이 부족한 사령관.

전투감각이 0에 가까움.

부대원에게 자폭돌격 지시..도시에서는 현재 생명권 보장 시위가 일고있다.

총사령관 작성란: 형편없는 지휘관은 먼지밖에 더 만들것이 없다.

김얀붕 중대장

김얀순 비서 해임.

비고: 차기 중대장은 김얀진이 맡게 된다.





그렇게 김얀순과 나는 저 멀리 쫓겨나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나 짓게 되었다.

즉, 좌천당했다.


좌천당하자 마자 김얀순은 매일 나에게 섹스를 요구해 왔다.

그것의 의도는 무엇일지 모른다.

단순히 자신의 성욕을 위한 것일지, 좌천당한 자신의 자아를 달래기 위한 것인지.


어서 돈을 모아 사업이나 해야겠다고 다짐한 그날, 나의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얀순!"

떠날 생각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얀순이의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얀순이는 나를 쉬이 가게 두지 않았다.


"이게..뭐야..?!!"

온 방에 피칠갑이 되어있었고, 벽지는 손톱으로 긁혀 모두 찢겨 있었으며, 얀순의 손엔 식칼이 들려있었고, 방바닥엔 수많은 콘돔들이 있었다.


"왔어..드디어..날 봐줬어.."

"으아, 오지마!"

"이 콘돔 다 쓸때까지 넌 못나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