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공주, 또 그렇게 울면 저 동쪽 변방의 바보로 유명한 얀붕에게 시집보낼 수도 있다!"

"히익!"

왕이 공주를 위협하는 최고의 수단은 항상 얀붕이었다.

동쪽 끝자락에서 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그는 바보로 유명해졌고, 그런 취급을 받아도 모르고 있었다.

'대체, 그 얀붕이란 사람이 뭐하는 사람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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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정보를 캐오라 지시한 지도 삼일.

모인 정보는 꽤 많았다.

"첫째, 이쪽의 소식에 둔할 뿐 꽤 총명하다.

둘째, 동쪽에서는 좋은 영주로 유명하다.

셋째, 잘생겼다...?"

세번째는 무슨 상관일까.

그 외의 쓸데없는 정보들을 태우고, 기록한 정보들도 태워버렸다.

괜히 누가 보면 귀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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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슬슬 결혼을..."

"저번 주에도 울면 얀붕에게 시집보낸다 놀려놓고, 벌써 혼인은 이르지 않겠습니까?"

"알겠다."

귀찮아.

싫어.

차라리 저 동쪽으로 가버리고 싶을 만큼이나.

방에 있는 서랍을 열어 액자를 꺼낸다.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또 그의 사진을 보고.

가끔씩 그를 몰래 훔쳐보기 시작한 지도 5개월.

나는, 그를 사랑하는 걸까?

그래, 사랑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어질 일은 없다.

마음을 접어야겠지.

나도 이제 열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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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된다.

왜 부른걸까?

나같은 변방의 귀족을 초대하다니.

나와 같은 열일곱살 귀족들 투성이.

특히 키가 작은 탓에 오히려 내가 눈에 띄는 것 같다.

정말 싫다.

"외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도의 대귀족분들부터... 동쪽에서 교역을 담당하시는 천한것 담당자들도요."

하하하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대놓고 무시한다니, 우리 가문이 내 대에서 끝날 거라는 얘기가 진짜일 수도 있겠다.

"아,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얀붕 님이시죠?"

"네."

"저는 공주 얀순입니다 반말로 하셔도 상관은 없어요."

"아, 아뇨. 어찌 제가 고귀하신 분께 말을 놓겠습니까?"

왠지 본 적이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걸 신경쓸 때가 아니다.

공주와 부딛히는 일이 생기다니.


왕족과 엮이지 말자고 그렇게나 다짐을 했는데.

안그래도 원하는 것은 모두 가지는 무서운 공주라는 소문이 쫙 깔려있다.

"정말, 오랜만... 아니. 파티를 즐겨주세요."

"공주님, 이런 녀석과 있지 말고 저와..."

하...

시원하게 한숨이나 내쉬고 돌아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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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축제가 시작된 날이다.

당연히 꿍꿍이가 있겠지만 아바마마께서 내게 결혼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며칠은 정말 좋았다.

그래도 내가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서 지우지 못한 그를 만난 건 좋은 일이었다.

이번 파티가 끝나는 시점에서, 내 약혼자가 결정되니까.

차라리 약혼을 하더라도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공주님, 얀붕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돌려보낼까요?"

"아니, 방금 찾아오신 얀돌 님과는 질문이 다르구나. 그런 태도를 취하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들여보내라."

"예."

얀붕이가 왜?

"안녕하십니까?"

그는 예전에 봤던 모습과 비슷했다.

대신, 나보다 키가 좀 작았다.

"파티 중에, 저와 부딛히셨을 때 드레스에 조금 큰 얼룩이 묻은 것을 보아 사과드리고자 찾아왔습니다."

"예? 저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였는데... 일단 괜찮습니다. 그런 드레스야 차고 넘치니 걱정할 것이야 없겠죠."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는 그가 귀엽게만 느껴졌다.

가지고 싶어.

그런 감정을 사람에게 느낀 것이 처음이기에, 더 격렬하게 가지고 싶어졌다.

"잠시, 이리로 와주세요."

"네."

한 손으로 그의 팔을 붙잡고, 나머지 손으로 턱을 들어올린다.

"으읍!?"

첫키스지만, 그런 것조차 하나하나 가르치는 교육을 받아왔다.

아직 벌려지지 않은 이를 혀로 두드리니 결국은 열렸다.

얀붕이와의 키스는, 소설처럼 달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달콤했다.

"공주님...?"

덜덜 떨며 제대로 서지도 못한 그의 모습은 내 소유욕을 자극할 뿐이다.

"가봐도 좋습니다, 이 일은 비밀에 부쳐 주세요. 어차피 나중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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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앞에 나선 공주가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어라, 여긴 둘밖에 없으니."

"본론부터 하시려고요?"

"그래, 내가 좋은 남자를 찾아놓았다. 이제 혼인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하하, 그렇지요. 그런데, 옛 약속을 기억하십니까?"

"무엇 말이냐?"

"저를 얀붕에게 시집보낸다는 이야기는, 거짓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제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그렇지만, 왕의 말을 공주의 신분으로 거역할 수는 없겠지요. 저는 얀희에게 제1왕녀의 신분을 넘기고 떠나겠습니다."

"아니, 그것은..."

"그만, 저는 모르는 이와 결혼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를 놔주시죠."

그 말을 끝으로 공주는 왕의 개인실을 나가 사라졌다.

공주는, 수도의 어디서도 찾지 못했다.

"고, 공주마마를 뵙습니다."

"다시 말하겠습니다, 저는 공주의 신분을 버렸습니다."

"그러나 왕의 딸이라는 그 혈통은 변치 않습니다. 왕궁까지 마차로 바래다드리겠... 으읍!"

"정말 모르겠어? 너, 나 알잖아."

그녀가 동방에서 그를 염탐하다가 길을 잃은 날, 그녀는 공주가 아닌 어린아이의 신분으로 그에게 대접받았다.

그 둘은 서로를 친구라 여겼다.

또한 그런 것을 잊을 두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너한테 키스한 것도 기억하잖아. 말로 해줘야 해?"

"그것이..."

"사랑해. 너 좋아한다고!"

얀붕이를 얀순이를 밀쳤다.

"안됩니다, 저의 가문은 왕가의 혈통을 품을 그릇이 못 됩니다."

그리고 얀순이는 얀붕이를 침대로 밀어넣고 덮쳤다.

옷을 내리고, 키스를 한 뒤 그녀가 말했다.

"공주가 가문에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기 위해 온 거니까. 정말 내가 왕족인 게 신경쓰이면... 저항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