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


주의! 17000자 정도 됨. 중간에 M4 일러스트 섬뜩할 수 있음.



"하암… 이제 잘 수 있겠네..."


"그렇게 자놓곤 아직도 졸려?"


"냅둬. 하루이틀도 아니고."


"다녀왔어~ 어… 다들 자나?"


404소대와 비스마르크 자매가 작전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했다. 수십 명의 소녀들을 수용하기 위한 거대한 건물은 밤이 되어서 그런지 매우 조용했다.


"지금 시간이 11시도 넘었어. 당연히 경계근무 빼곤 모두 자고 있겠지."


"그런가? 아! 도이칠란트가 말한 거 아직 지휘관한테 못 전해줬는데…."


"나인, 아까 그 깽판을 쳐놓고 잊어버린 거야?"


"철혈놈들한테 죽을 뻔 했는데 그딴 거 기억할 겨를이 어딨어!!"


"쉿, 비밀로 해줄게. 어서 들어가."


"정말? 역시 해군 대장님이야 히히~ 그럼, 오늘 고마웠어! 내일 보자!"


UMP9가 비스마르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방 문을 여는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다른 방에서 도이칠란트가 튀어나왔다.


"뭐? 아직도 말 안 했다고?"


"엇…. 아직 깨있었어?"


"네가 하인에게 잘 전달했나 확인하려고 종일 깨있었어! 근데 이 몸이 친히 적어주기까지 했는데…. 그걸 기어코 까먹어?"


"어어…. 그게….. 오늘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미안!!! 내일은 꼭 전해줄게!!!!"


"그딴 말 믿을까보냐!!! 이 하등생물이..!! 그 쉬운 명령 하나도 못해?!!"


"저 괴물 같이 생긴 건 뭐야 또!!! 45언니 나 좀 살려줘!!!"


"당장 거기서!!"


"흐음~ 오늘 일찍 자긴 글렀네🎶"


UMP9이 얼버무리다가 도망치자 도이칠란트가 의장까지 펼치면서 그녀를 쫓기 시작했다.


"난 오이겐이랑 잠시 면담 좀 나누고 올게. 알아서들 끝내놔."


"언니, 같이 가."


"이 미친년들아 좀 가만히 있어!!"


"416 미안해!!! 하지만 나도 살아야된다고!!"


"닥쳐! 또 다른 하등생물 주제에!"


"이런 씨발 좆만한 꼬맹이가… 교육 좀 해줘야겠네."


"416… 너까지 끼면 나 오늘 잠 못잔단 말이야…."


"알아서 쳐자."


"안 돼…. 416 제발…."


HK416이 G11의 만류를 뿌리치고 추격전에 가세했다. 3명의 소녀들이 내는 굉음에 다른 소녀들 역시 잠에서 깨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그녀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매우 참혹했다.


"으아아앙!!! 아파!!"


"내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해줬는데 하등생물이라서 머리가 안 되는 거… 꺄악!"


"일로 와 이 좆만한 년아."


"안 놔?! 이 도이칠란트님한테 감히..!"


UMP9의 팔과 다리를 물고 있는 도이칠란트의 의장. 그 의장의 주인 역시 HK416에게 머리채를 붙들린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녀들의 주변으로 수많은 잔해가 흩뿌려져 있는 건 덤이다.



"뭔 소란이지?"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먼저 연 건 그라프 체펠린이었다.


"아~ 별 거 아니니까 다시 들어가도 좋아🎶"


"밖에서 온갖 굉음이 들려오는데 안 나갈 수가 있겠나? 당장 설명해라."


"내 동생이 저 우월하다는 꼬맹이와 한 약속을 어겼거든~ 근데 우리 소대원도 휘말려서 저러고 있네?"


"어이가 없군. 그딴 사소한 일 때문에 야밤에 이런 한심한 짓거리를 하는건가?"


"정답~🎶"


"내가 알기론 UMP45 네가 저들의 소대장으로 알고 있는데 왜 소대원 관리를 안 하지?"


"사실상 바지사장이어서? 임무뛸 때 빼곤 다들 내 말 안 들어."


"허. 기가 막히는군. 너희들 때문에 아이가 잠에서 깼다."


"엄마… 무슨 일 있어...?"


체펠린의 말을 증명하듯 은발의 여자아이가 그녀의 소매를 꼭 잡은 채 하품을 하고 있었다.


"괜찮아. 잠시 소란이 있었을 뿐이란다."


"오, 너도 애가 있었어? 카라비너 애 아니야?"


"지휘관과 나의 아이다."


"전 아직 순서가 안 왔답니다."


Kar98k가 자신이 언급되자 대화에 끼어들어 아직 자신의 차례가 안 왔다고 정정해줬다.


"오, 두 번이나 강조해주시네. 친절하셔라."


"지휘관은 어차피 영원히 저와 함께 할텐데 굳이 순서를 따져야 되나 싶기도 해요."


"'저와?'"


그라프 체펠린이 Kar98k의 말에 싸늘하게 반응했다.


"어머, 제가 말실수라도 했나요?"


"지휘관은 모두가 공동으로 소유한다. 카라비너, 귀공도 그 때 회의에 있었으니까 벌써 잊어버리진 않았을텐데?"


"아 그랬죠? Es tut mir leid. 제가 심기를 건드렸나 보네요."


"흥. 다음부턴 주의해줬으면 좋겠군."


"엄마 이제 자자…. 나 졸려….."


"응, 조금만 기다리렴."


"이 숙소 안엔 우리랑 G36 빼곤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네."


"너희들 바로 다음이었는데 몰랐나?"


"볼 일 끝나면 관심꺼야지 계속 쳐다보고 있게?"


"한 마디를 지지 않는군. 딸, 이제 자자꾸나."


"다들 잘 자!"


"아가, 자장가라도 불러줄까?"


"진짜? 자장가 들을래!"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의 제안에 힘차게 대답하는 딸을 보고 그라프 체펠린은 머리를 짚었다.


"귀공이 그럼 내 방에 들어온다는 소린가?"


그라프 체펠린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나랑 나인도 한 번 맡겨봤었는데 직빵이더라고."


"후훗,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들거란다."


"하.. 그래."


그렇게 그라프 체펠린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Kar98k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


"제 아이가 생긴다면 저 꼬마 아가씨와 비슷할 거 같아요."


"으으 아파라… 난 쟤 처음 봤을 때 너한테 데려다주려고 했어."


프린츠 오이겐이 비스마르크 자매와 함께 방에서 나와 Kar98k에게 다가갔다.


"오이겐 씨, 꼴이… 말이 아니네요?"


"우리의 부끄러운 대장.. 악! 왜 또 때려?"


"많이 맞으셨나 봐요. 머리카락이…"


"엄청 얻어터졌어. 티르피츠, 네 언니 왜 이렇게 사나워?"


"처음엔 말리려 했는데 들어보니까 네가 잘못한 거 맞아서 그냥 무시했어."


"하. 자매가 아주 쌍으로.. 무섭다 무서워."


"이유가 뭐죠?"


"그 때 너랑 같이 받ㅇ"


"UMP45, 아직도 못 끝냈어?"


비스마르크가 프린츠 오이겐의 말을 끊고 UMP45에게 말을 걸었다.


"아직도 저러고 있어. 그래서 면담은 잘 했고?"


"응."


"대체 무슨 면담이길래 이렇게 늦게 와? 그리고 쟤는 어디 맞았어? 꼴이 왜 저런담."


"남의 물건을 훔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려주고 왔다."


"욕심도 참 많아. 같이 쓰면 어디 덧나냐고."


"뭘 훔쳤는데?"


"예전에 지휘관이 쟤랑 카라비너랑 놀러갔다가 준.. 뭐야 갑자기… 읍! 읍읍!!"


"지휘관님이 저랑 비스마르크 씨에게 주신 게…"


비스마르크가 프린츠 오이겐의 입을 막으며 UMP45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너도 조용. 그런 게 있어."


"아~ 뭔지 알겠네요. 저랑 비스마르크 씨만 갖고 있는 아주 소중한 거랍니다."


"헤어와 크릭스마리네를 이끌고 독일을 유대인으로부터 해방시킨 업적으로 퓌러께서 하사하신 철십자 훈장 말이야? 난 신세대라서 그런 거 갖고 싶진 않은데🎶"


"농담도 참. 오이겐 씨 같은 도둑들이 노릴 수 있어서 여기까지만 말할게요."


"말해봤자 적만 더 늘어날텐데 굳이 말할 이유가 있겠어?"


"흠… 지휘관이 니들한테 줄 거라고는 저거 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그러면 아우슈비츠 소장 자리?"


"이번 건 딱히 재밌진 않네요.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어차피 알아차렸다고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요."


"그럼 농담은 그만하고 진지하게 가볼까? 니들만 갖고 있는 거라면 하나 밖에 없잖아. 지휘관이 준 제복 코트."


"오, 역시 404소대의 리더다워요. 제 마인드맵에 전자전이라도 거셨나요?"


"그 때 그렇게 자랑질 해놓고 모르면 바보 아니야?"


"하…."


UMP45의 추리에 당해놓고도 평온하게 받아치는 Kar98k를 본 비스마르크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 틈을 타 비스마르크의 손에서 벗어난 프린츠 오이겐이 입을 열었다.


"푸하! 허억...허억… 이제 자물쇠라도 사야되겠네? 그리고 재밌는 사실 알려줄까?"


".....말해봐."


"그 코트 있잖아.. 나 빼고도 최소 5명은 더 썼을 걸? 네 동생도 포함해서."


"오이겐?! 갑자기 그걸 말하면 어떡ㅎ…"


비스마르크가 주먹을 쥐더니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티르피츠, 사실이야?"


"어, 언니… 그게…."


"당장 말해."


"오랜만에 지휘관 냄새 맡고 싶어서 며칠 전에 언니가 카라비너랑 카페 갔을 때…."


"슬쩍 했다?"


"응.."


"와. 우리 고독한 여왕님, 너무 적나라하게 말하는 거 아니야?"


"45 말대로 네 동생이 너무 고독하게 산 나머지 지휘관이랑 같이 뒹구는 상상 좀 하겠다는데 언니로서 양보도 할 줄 알아야지?"


"티르피츠 씨, 상당히 음흉한 분이셨네요? 평소엔 조용해서 잘 몰랐는데…"


"ㅁ,뭣! 아직 거기까지는 안 갔는데…"


"'아직'? 계획은 있단 소리네?"


"으……"


낮에 오이겐에게 당했던 언니처럼 티르피츠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자매 아니랄까봐 언니 닮아서 얼굴 빨개지는 거 봐🎶"


"낮에 너 없었잖아. 어떻게 안 거야?"


"예전부터 저 분들이 이런 쪽에 약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오늘 있던 일은 아까 헬기타면서 나인에게 듣기도 했고."


"전 보안을 철저히 했는데… 비스마르크 씨, 참 안타깝네요."


"그래? 쨌든 나도 안타깝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네~ 잘 썼어🎶"


".....오이겐, 오늘 밤은 못 잘 줄 알아."


"뭐? 공범 정보 넘겼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또 맞으라고?"


"더 안타까운 분이 계셨네~"


"언니.. 나는 그럼…."


"너도 잘 생각 하지 마."


"으응…"


"오이겐 데리고 먼저 들어가있어."


"알겠어.. 오이겐, 가자."


"쳇. 어차피 맞을 거 이번엔 살살 때려줘."


티르피츠가 프린츠 오이겐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걸 확인한 비스마르크가 다시 UMP45와 함께 여전히 엉켜 있는 3명을 어떻게 처리할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따가 보자고. 그래서 UMP45, 쟤네 어떻게 할거야?"


"제일 말썽인 네 부하를 떼기만 하면 바로 끝날 거 같은데?"


"내가 봐도 그럴 거 같네. 도이칠란트, 이제 그만 하지?"


"싫어! 이 하등생물들이 아직도 자기 주제를 모르고 깝치는데 내가 왜?!"


"아악!! 아깐 팔다리더니 이젠 머리야?!"


"넌 오늘 그 오만한 버릇 고칠 때까지 못 자게 해줄게."


"416!!! 지금 밟고 있는 거 나야!!"


"당장 그만해. 명령이야."


"으윽.. 그치만…"


"416, 너도 화 좀 다스리지 그래?"


".......45, 네가 그런 소리할 자격이 있어?"


"니 딸내미가 옆에서 보고 있는데?"


"뭐?"


HK416이 도이칠란트의 머리를 놓고 옆을 돌아보자 하늘색 머리의 여자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무서워…"


"아.. 그게.."


"흐으윽... 히끅! 오늘은 이모랑 잘 꺼..."


"아냐아냐!! 딸, 엄마가 못 볼 꼴 보였지? 미안해, 눈물 뚝 그치고. 옳지… 응… 미안해…"


"허무하게 끝났네. 모성애라는게 이런건가?"


"프리드리히한테 한 번 더 찾아가야겠는데."


우는 딸을 껴안고 등을 토닥토닥 두들기며 달래주는 HK416을 시작으로 도이칠란트와 UMP9 역시 엉켜있던 몸을 풀었다.


"416도 빠졌잖아!! 내일 꼭 지킬테니까 이제 그만 좀 물어…."


"후… 내일은 꼭 약속 지켜! 다음은 없어."


"응! 무조건 말할게… 으 아파..."


"HK416, 프리드리히는 체펠린의 방에 있어. 필요하면 찾아가."


비스마르크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라프 체펠린의 방에서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가 다시 밖으로 나와 여전히 딸을 달래고 있던 HK416에게 다가갔다.


"날 찾았니?"


"바로 왔네."


"울음소리가 들려서 나왔더니만, 이번에도 나의 힘이 필요하겠구나. 아가, 어떤 연주를 해줄까?"


"한 번 맡겨봐. 진짜 좋다니까."


"....딸, 잠시 같이 있어도 되겠니?"


"네…."


"후후후… 오늘 나를 찾는 아이들이 많구나. 자, 이리로 오렴."


HK416 역시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의 도움을 받으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UMP9과 도이칠란트만 남아있었다.


"이제 다 끝났네. 나인, 저건 치우고 자야지?"


"히잉…. 가뜩이나 아파 죽겠는데 뭐가 이렇게 많아…"


"도이칠란트. 도망칠 생각 하지마."


"쳇.. 이 몸이 왜 청소같은 하찮은 일을…"


"G36 부를까?"


"....얼른 치울게."


"처리 끝! 자 여러분들, 어서 잡시다. 벌써 시간이 12시네요~"


"밤에 대체 이게 뭔 난리냐고!!"


"벌써 끝난 거야? 재미없어~"


"난 재밌었는데? 빨리 돈 내놔!"


"내기는 본인들 방에서 하시고 어여들 들어가세요~"


UMP45의 정리 덕에 싸움판을 구경하던 다른 소녀들 역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대장님, 이제 우리도 자야되지 않겠어?"


"밤인사는 아까 했는데 또 해야겠네. Gute Nacht, UMP45."


"나도~ 그리고 동생이랑 오이겐 좀 살살 패고. 걔네들 비명 땜에 다시 깨긴 싫단 말이야. 쨌든, Gute Nacht, Bismarck."


"45언니~ 나 좀 도와줘~~"


"자기가 벌인 일의 뒷처리는 직접 해야지? 이불은 미리 깔아둘게🎶"


"으우…."


UMP9의 힘빠지는 소리를 끝으로 독일계 숙소의 불이 모두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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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먼저 와있었네?"


"어서 오세요. 잭다니엘은 미리 세팅해놨어요."


"이야~ 센스 죽이네!"


"당신이 맨날 잭다니엘 타령을 하는데 모를리가 있나요? 아예 동생분께서 저한테 맡겨놨어요."


"M4지?"


"네."


"역시 M4! SOPII는 가끔씩 이상한 거 갖고 오는데 M4라서 다행이네."


한편 M16A1과 요크타운은 동생들을 먼저 숙소에 보내고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자~ 한잔 받으시고~ 건배!"


"건배~"


짠!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잔이 부딪혔다. 이윽고 술잔에 들어있던 술이 순식간에 그녀들의 목을 넘어가며 사라졌다.


"하루를 마친 기념으로 마시는 술 한 잔만큼 시원한 게 없죠."


"그래~! 오늘 아침부터 이 잭 다니엘을 마시려고 계속 기다렸다고! 크으~ 이거지!"


"동생들도 부르려고 했는데 어제도 마셨다면서 들어갔어요."


"우리도 똑같아. 아까 전투까지 해서 많이 피곤할테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호넷은 SOPII가 준 로봇이랑 같이 자겠다고 떼쓰고… 엔터프라이즈는 그거 말리느라 아직 자고 있진 않을 거에요."


"애가 따로 없네."


"그러니까요. 그래도 귀여운 막내니까 언니로써 받아줘야죠. 그리고 그거 아시나요?"


요크타운이 M16A1의 잔에 술을 다시 따르면서 물었다.


"워워, 넘치겠다. 뭘?"


"엔터프라이즈랑 M4가 요즘 뭘 꾸미고 있는 거 같더라구요."


"캬~ 누가, 우리 둘째들이?"


"네."


"지휘보조까지 하는 애들이니까 작전 설계 뭐 이런 거겠지."


"저번에 둘만 있을 때 얘기하던 거 몰래 들어보니까 지휘관님이랑 관련된 거 같던데요?"


"정말로? 더 자세한 건 없어?"


"지휘관님이랑 관련있는 건 확실하고 더 들어보니까 아이 얘기가 나오…."


"커흡! 켁, 켁! 뭐, 뭐라고?!"


M16A1이 요크타운의 말에 놀라 입에 머금고 있던 술을 뿜었다.


"멀리서 들은 거라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런 소리가 들렸어요."


"에이… 잘못 들은 걸거야. 걔네들이 그런 생각을 가진다고? 지휘관 옆에서 철혈이랑 세이렌 대가리 따기 바쁜 애들이?"


"저도 긴가민가해요. 그 아이들이 뭔 일을 꾸미고 있는 건 분명한데…"


"M4가 그 때 나 복귀하고 처음으로 한 작전 끝나니까 지휘관 앞에서 울긴 했는데 설마…"


"그거는 딱히 상관없는 일이에요. 옆에서 보니까 소대원들 찾아줘서 고맙다고 울던데요?" 


"그런가? 하긴, 진짜 애를 가졌다면 배가 부르든가 했겠지."


"그걸 감안해도 의심스러운 점이 한 두개가 아니에요."


"엔터한테 물어보긴 했어?"


"오늘 복귀하자마자 물어봤어요. M4랑 꾸미는 게 있냐고. 그러더니 기밀이라면서 말해줄 수 없다네요."


"언니인 너한테도 안 알려줄 정도면 대체 뭘 꾸미는 걸까…"


"M4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답만 나올 거 같아요."


"뭐, 별 거 아닐거야. 걱정은 뒤로 하고, 자! 한 잔 더 하자고."


"안주가 더 필요할 거 같은데 이번엔 뭐 드시고 싶으신가요?"


"음…. 이 부어스트가 맛있어 보이네! 여기, 부어스트 두 접시만 줘!"


M16A1과 요크타운은 미심쩍은 기분을 애써 넘기면서 계속 술을 즐겼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와 M4A1과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동료이자 언니들인 만큼 그녀들은 술을 마시면서도 본능적으로 오는 수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불편한 느낌을 계속 간직한 채 그녀들이 숙소에 돌아오자 여전히 시끌벅쩍하게 놀고 있는 막내동생들이 언니를 반겼다.


"언니 이것 봐봐! 얘 애교도 부려!!"


"아직도 놀고 있으면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려고 그려니?"


"맞아. SOPII, 너도 그거 전원 끄고 얼른 자."


"곧 있음 밤의 카니발이 시작될 순간인데 벌써 자라고? 히잉…"


"카니발은 무슨 카니발이야. 뭔지 들어나 보자."


"흐음~ 바나나랑 허니 중에 누가 더 총을 잘 쏘는지부터 해서…"


"허니? 걘 누구야?"


"당연히 요 귀염둥이지!"


호넷이 자신의 디너게이트를 번쩍 들었다.


"벌써 이름까지 지어줬어?"


"응! 이 이름, M16은 어때? 언니는?"


"뭐, 귀엽네. 어감도 좋고 뜻도 좋고."


"....어울리긴 어울리구나. 말벌과 꿀이라…"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지! SOPII랑 같이 고민해서 지은거야."


"참 너희들다운 작명센스다. 근데 잠깐만, 이 시간에 총 쏘는 걸 축제랍시고 한다고?"


""응!""


"바나나는 총 떼고 확성기 달았잖아."


"다시 달면 되지!"


"호넷, 지금 시간이 1시야. 엔터프라이즈가 아무 말도 안 했니?"


"엔터 언니는 M4랑 할 얘기 있다면서 들어오자마자 바로 나갔어."


"우리도 따라가려고 했는데 기밀이라면서 못 오게 했다고!! M4 돌아오면 혼내줄거야!"


""그래…?""


'둘이서 뭔가 꾸미고 있는 건 확실하구나.'


M16A1과 요크타운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M16... 뭔 일 있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자 우리 막내들, 내일 메이드들한테 혼나기 싫으면 어서 자야지?"


"그럼그럼. 호넷, 이제 들어가자. SOPII, 수고 많았어요. 들어가서 주무세요."


"호넷도 오늘 열심히 폭격해주느라 수고했어! 잘 자."


""일찍 자기 싫은데…""


"내일 카니발인가 뭐시기인가 할 때 간식이라도 줄게. 빨리 들어가서 자."


"지금 안 자면 지휘관님이 복귀할 때 선물 안 사오신대."


"진짜?! 호넷, 내일 보자!"


"Yeah! SOPII 너도!"


"참 단순하구나. 애들 아니랄까봐."


"먼저 자. 언니는 엔터프라이즈하고 M4랑 얘기 좀 하다가 들어갈게."


"M16도?"


"응."


"알겠어~ 빨리 끝내고 같이 자자!"


그렇게 막내들을 먼저 재운 M16A1과 요크타운은 아직 안 돌아온 둘째들을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엔터프라이즈와 M4A1이 둘만의 이야기를 끝내고 들어왔다.


"언니? 아직 안 자고 있었어? 호넷은 SOPII랑 논다길래 그냥 냅뒀는데 벌써 들어갔네."


"두 분이서 잘 즐기셨어요? 요크타운 씨에게 잭다니엘 맡겨놨었는데."


새벽까지 단 둘이서 자매들한테도 숨길 정도로 긴밀한 대화를 하다 이제서야 들어온 주제에 태연하게 말을 거는 동생들을 보고 M16A1과 요크타운은 기가 찼다.


"너희들, 얘기 좀 하자."


""?""


"니들끼리 뭐 꾸미고 있지?"


"우리한테만 말해주렴. 둘이서 뭘 하는 거니?"


"며칠 뒤에 있을 작전 관련 회의 같은 거에요."


"별 일 아니니까 굳이 신경쓸 필요는 없어."


"기밀이라면서 별 일이 아니라고? 앞뒤가 안 맞는데?"


"작전은 늘 우리랑 같이 하면서 지휘관님이 너희에게만 정보를 주시진 않을 거 아니야."


"작전이니 기밀이니 전부 다 거짓말인 거 알아. 빨리 털어놔."


"진짜에요. 제가 언니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M4, 그만하자. 다들 이미 대충은 안 거 같아."


엔터프라이즈가 거짓말을 이어가려는 M4A1을 저지했다.


"....그런 거 같네요. 역시 언니들이세요. 동생들이 뭘 하는지 순식간에 파악하시고."


"솔직히 말할게. 우리가 뭘 꾸미는 건 맞아. 단, 지금 당장 그게 뭔지는 말할 수 없어."


"지휘관님 복귀하실 때 알려드릴게요."


"우린 너희들의 언니야. 우리한테도 안 알려줄 정도면 대체…"


"그럼 하나만 더 말해둘게. 깜짝 선물 같은 거야."


"맞아요. 어떤 멍청이가 깜짝 선물을 그냥 까발리겠어요?"


"M4, 서프라이즈 같은 거 재미없어."


"전 재밌는걸요? 지휘관님이 복귀하는 그 날, 모두에게 공개할 거에요."


"요크타운 언니와 호넷, AR소대, 그리고 지휘관 모두에게 주는 우리의 선물이니까 그 때까지 기다려줘."


"".......""

(M4 일러 무서울 수 있음)














(ユニオン ヤンデレ乙女【エンタープライズ】 | 三稜 釜次郎 #pixiv https://www.pixiv.net/artworks/86546350)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sondh115&logNo=221471772073)


엔터프라이즈와 M4A1은 눈동자가 탁해진 채 웃으면서 언니들의 말을 당당하게 받아쳤다. 그 광경을 본 요크타운과 M16A1은 소름이 돋는 동시에 아무리 동생들을 캐물어봤자 소득이 없을 거란 것을 깨달았다.


"허… 그래 니들이 그렇다는데 뭐, 별 일 아니겠지."


".....엔터프라이즈, 피곤하지? AR소대분들도 오늘 수고하셨어요. 내일 뵈요."


"응. 물개들도 수고했어. M4, 이제 자자."


그렇게 각각의 방으로 들어간 그녀들은 잠을 청했다. 하지만 M16A1과 요크타운은 동생들의 수상함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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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링~ 띠리링~ 띠리리리링~



"알긌다 알긌다 일어날테니까 좀 닥치라… 어후…. 벌써 아침이야?"


눈을 비비면서 대충 씻고 나와 창문을 보니 태양이 한강변을 비추고 있었다.


"날씨 차아암~ 좋다. 다들 아침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경치 한 번 스윽 구경하면서 도로와 지하철의 러시 아워에 갇혀 있을 불쌍한 직장인들에게 인사를 하니까 어젯밤 보고가 끝나고 뭘 할지 고민했던 게 떠올랐다.


"흐음… 오늘은 뭘 해볼까? 어제 드라이빙이랑 여행 중에 고민했었는데… 아! 이 둘을 같이 하면 되겠구나!"


에라이 멍청한 새끼야 이걸 생각 못 했노… 쨌든 어디를 어떻게 다닐건지 계획을 한 번 세워보자. 


"당일치기는 낭만이 없으니까…. 모텔이랑 차에서 먹고자고 하면서 전국일주를 돌아볼까?"


싸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 나에겐 안성맞춤이다. 일단 킵.


"아예 해외로 가볼까?"


아니아니, 불과 3일 전까지 저기 몇천km이나 떨어져 있는 유럽에 있었는데 미쳤다고 다시 바다를 건너? 


"그냥 근처 호텔 가서 호캉스나 즐길까?"


집에서도 볼 수 있는 한강뷰를 멍청하게 수십만원이나 내면서 다시 볼 필요는 없을 거 같다. 호텔 서비스도 딱히 끌리지는 않는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던 중 갑자기 배꼽시계가 울렸다. 염병,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려던 참이었는데.


"오늘은 뭘 먹냐…"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 거냐는 또다른 관문에 봉착할려는 찰나, 시야에 라면 박스가 들어왔다. 어젯밤, 부랄1이 한국인이 이거 없음 살겠냐면서 선물로 주고 간 것이었다.


"이야… 존나 오랜만이네."


라면, 그 앙증맞고 탱탱하며 S라인처럼 구불구불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안 먹어본자가 없으며 전시 비상식량으로도 쓸 수 있는 최고의 식품이여! 기지에 있을 땐 물 올리는 순간 G36과 벨한테 나트륨 섭취량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건강 나빠진다고 혼났었지.


그래도 내 건강까지 생각하며 챙겨주는 그녀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잊어버리며 바로 박스를 해부해서 안에 들어있는 라면 하나를 꺼내 파송송계란탁까지 첨가해 야무지게 끓였다.


"후루루룩 캬아 시발 이게 섹스지."


감탄사가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 복귀하면 야식으로 맨날 조져야지. 메이드들한테 혼난다 해도 이건 절대 포기하기 싫다.


식사도 끝냈으니까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와서 오늘 뭘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전국일주 빼곤 딱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전국일주를 선택했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동안 입을 옷가지와 도구 등을 가방에 싸서 지하주차장에 있는 둘째 아들에 실었다.


"읏차~! 아들! 간만에 힘 좀 쓰자!"


원격시동을 거니 화려한 LED쇼가 나를 반겼다. 어제도 봤지만 볼 때마다 지린다. 독일놈들 기술 좆되네. 


"그럼 첫 행선지는…. 강원도?"


사실 그냥 꼴리는대로 가는 거다. 계획이래봤자 전국 방방곡곡을 들쑤시고 다니는 거 밖에 없다.


"차박하면서 강원도의 밤하늘이나 즐겨야지…. 밤하늘 하니까 갑자기 티르피츠가 생각나네."


산책을 나가 밤하늘을 구경할 땐 엄청 많았지만 유독 티르피츠와 갔다왔던 게 제일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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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티르피츠와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땐 너무 감정 표현이 없어서 놀랐었다.


"당신이.. 지휘관?"


"네가 티르피츠구나! 만나서 반가워. 내가 이제부터 네 지휘관이야. 언니한테 얘기는 많이 들었어."


"응, 잘 부탁해."


늘 그렇듯 해맑게 신입을 반겼지만 매우 사무적이고 딱딱한 태도로 형식적인 인사만 건내는,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었던 새로운 타입을 접해서 당황했다.


"어… 그래. 숙소는 G36이 알려줄거야. 너랑 같은 독일계여서 잘 알거든. 언니랑 같은 방에 배정해뒀으니까 가서 짐풀어."


"알겠어."


"Guten Tag. 따라오시죠. 기지 내부 시설 및 숙소에 대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좀 무뚝뚝한 아이네. 언니보다 더한 걸?'


차가운 첫만남을 가져서 아쉬웠던 난 그녀와 좀 더 친밀도를 쌓고 싶어서 무작정 독일계 아이들이 있는 숙소에 쳐들어갔었다. 그녀의 언니인 비스마르크가 마침 숙소에 있었길래 손쉽게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티르피츠? 여깄니?"


"지휘관? 갑자기 내 동생을 왜 찾아?"


"아, 비스마르크가 있었구나. 그게, 네 동생이랑 친해져보려고."


"설마.. 혹시 당신한테도…"


"좀 차갑게 대하더라."


"후우…."


내 말을 듣더니 한숨을 쉬는 비스마르크. 아, 뭔가 안 좋은 일이 있긴 했구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티르피츠에게 무른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다.


"....예전에 북해에서 홀로 쓸쓸하게 전투를 이어갔거든.. 그래서 마음이 많이 닫혀있는 아이야. 내가 그 때 많이 챙겨줬어야 했는데..."


"흠… 그랬구나. 걱정마. 내가 잘 해결해볼게."


"그 아이가 마음을 열 수 있을까?"


"노력해봐야지."


"미안하지만 그럼 부탁할게. 당신이 내 동생 좀 도와줘. 지금 방에서 짐 풀고 있을 거야."


"알겠어. 꼭 좋은 결과로 보답할게."


말은 당당하게 했지만 내가 과연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제일 최측근인 언니조차도 해결 못 한 걸 오늘 처음 본 사람인 내가 할 수 있을까?


쨌든 긴장감을 가진 채 비스마르크의 안내를 받아 티르피츠의 방에 도착했다. 방문에 귀를 대보았으나 짐 정리가 끝난 것인지, 아님 그녀의 차가운 마음을 청각을 통해 알려주는건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똑똑, 숙녀의 방에 들어가기 전 노크는 필수 매너이다. 노크를 하고 들어가도 되냐고 묻자 다행히도 바로 대답을 해줬다.


"티르피츠, 들어가도 돼?"


"아, 지휘관, 무슨 일이지?"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온 거야."


돌직구로 말하자 그녀가 어이가 없었던건지 한참 동안 얼타다가 입을 열었다.


"....나랑?"


"응 너랑. 밤산책 나가려는데 같이 가고 싶은 생각 없어?"


"굳이 나랑 산책을…."


"상관이 부하랑 친해야 전과도 상승하는 법이야. 강제는 아니니까 싫으면 안 가도 돼."


"하하.....재밌는 지휘관이군. 그래, 같이 가자."


"믿어줘서 고마워. 차에 시동 걸어놨으니까 얼른 가자."


뭔 이런 놈이 있지? 같은 마인드로 멋쩍은 웃음을 보인 채 내 제안을 수락하는 그녀. 이 정도면 반은 성공했다.


그렇게 그녀를 차에 태우고 30분 정도 달려서 평소에 마음이 착잡할 때 종종 들리던 산에 올라갔다.

(내가 찍은 거 아님. 출처 까먹음 ㅈㅅ)


"여긴…. 어디지?"


"내가 아끼는 곳. 힘든 일이 있다 싶으면 가끔씩 이곳에 와서 소리도 지르곤 해."


"하늘에 별이 엄청 많네…."


"그래서 내가 이곳을 좋아하거든. 저 별을 하나하나 세면서 머리를 다스릴 수 있으니까."


"......"


내 말을 끝으로 한참 동안 정적이 이어지다가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휘관, 우린 무기일 뿐이야. 전쟁이 끝나면 목적을 잃을, 한낮 무기에 불과한 우리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가 뭐지?"


"비록 나보다 힘은 훨씬 세지만, 내 눈엔 너흰 그냥 여린 소녀들이야. 나같은 인간들을 대신해서 싸우다가 쓰러져가는 모습이 참 마음 아프더라고. 내가 어릴 적에 좀 힘들게 살아서 그런가 남이 고통받는 꼴을 못 봐."


".....당신은 정말 특이한 지휘관인 거 같다."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내가 그녀의 말에 장난스럽게 받아치자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웃기 시작했다.


"후후훗. 널 명확하게 나타낼 표현이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


"웃는 거 처음 보네. 예쁜걸?"


"ㅁ,뭐..?!"


"얼굴 빨개진 거 봐 하하하!"


그녀에게 외모 칭찬을 해주자 당황하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언니도 그렇고 참 감정 표현은 어려워한다.


"으으… 지금 표현이 하나 생각났다. 정말 나쁜 지휘관..."


"아까 특이하단 거가 나쁘다는 뜻이었어? 나 삐졌어."


"푸흡!"


다시 한 번 농담으로 받아쳐주니까 또 웃기 시작하는 티르피츠. 언니도 그렇고 참 겉은 강철처럼 차갑지만 속은 누구보다 부드러운 거 같다.


"갑자기 또 웃네? 아까 그 차갑고 무뚝뚝하던 모습은 어디 간 거야?"


"후흐흐. 당신이 북해의 고독한 여왕이라고 불리던 나의 마음 속 추위를 녹여주는군.. Danke Sehr, 지휘관, 북의 여왕은 더이상 고독하지 않아."


"하하 부끄럽네. 이제 우리 친해진 거야?"


"응. 당신과 함께라면 아무리 강한 적이 쳐들어와도 다 쓸어버릴 수 있을 거 같아."


"오, 만난지 하루 밖에 안 됐는데 이런 칭찬을 듣네."


"언니도 못 하던 걸 당신이 해냈어. 아까도 말했지만, 잘 부탁할게. 지휘관."


"나도, 잘 부탁해 티르피츠! 그럼 너의 마음을 녹인 기념으로 사진이나 한 장 찍을까? 저 아름다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해서 말이야."


"좋은 생각이네."


"흠… 어떻게 찍어야 감성이 제대로 우러나올까.. 아! 여기에 앉아봐."


"이거 비싼 차잖아.. 나랑 같은 출신이라서 잘 안다고."


"나도 내 차가 뮌헨에서 만들어진 거 알아. 괜찮으니까 한번 앉아봐. 의장 편 채로 앉는 것도 아닌데 찌그러지거나 기스가 나는 게 이상한거지."


"그러면.. 실례할게."


그녀가 내 지시에 따라 차의 본네트에 살포시 앉았다. 다리를 꼬고 약간 폼을 잡으니 사진공모전에 출품해도 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 나왔다.


"음~ 구도 좋고! 자 찍는다? 하나, 둘, 셋!"


찰칵!


"이야~ 엄청 예쁘게 나왔어! 한 번 봐봐."


그녀에게 핸드폰을 보여주자 수줍은 듯이 미소를 지었다. 비스마르크의 부탁은 들어주고도 남은 거 같다.


"후훗.. 그렇네."


"배경도 배경인데 모델이 받쳐주니까 이런 걸작이 나오는 거야."


"으읏…"


다시 한 번 칭찬을 해주자 얼굴이 붉어지는 티르피츠를 보고 장난기가 또 발동했다.


"….부, 부끄러우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말아줘.."


"또 빨개지네! 하하하!"


"으..... 이 바보지휘관!"


순식간에 그녀의 손이 내 등짝을 후렸다. 전함 아니랄까봐 의장도 안 폈는데 존나게 아팠다.


"악! 아파라…"


"흥…"


"미안해.. 이제 장난 그만칠게. 화났어?"


내 질문에 무언으로 긍정을 표시하는 티르피츠. 화를 다스리는 데엔 먹는 거가 최고인 법. 글로브박스에 있던 군것질용 간식을 꺼내 그녀에게 건내줬다.


"이거 먹고 화풀어. 쇼카콜라랑 라입니츠야. 크릭스마리네의 전함이니까 익숙하지?"


"....."


고개를 돌리더니 말은 안 하고 내 손에 있던 간식들을 가져가서 하나둘씩 집어먹는 그녀. 매우 귀여웠다.


"맛있어? 텁텁하다 싶으면 차 안에 물 있으니까 가져가서 마셔."


".....응."


방금 전보다 얼굴이 풀린 채로 깨작깨작 과자와 초콜릿을 먹는 걸 보니 화가 풀려서 다행이었다.


"다행이네. 다 먹었어? 이제 가자."


"그래."


"자, 어서 타."


"으응.."


문을 열어주고 그녀가 차에 타는 것을 도와줬다. 아까 출발할 때 차가 낮아서 타는 걸 힘들어해서였다. 그렇게 그녀를 다시 조수석에 태우고 기지에 복귀했다.


"도착했어."


"아, 벌써 도착했나. 지휘관.. 혹시 같이 숙소까지 가줄 수 있어?"


"안 될 게 뭐 있어? 가자."


"고마워."


아까 G36의 안내를 받았지만 여전히 기지가 익숙하지 않을 그녀를 위해 에스코트를 해주며 독일계 숙소 앞에 도착했다.


"여기야."


"어, 왔어? 산책은 재밌었고?"


마침 비스마르크가 마중나와 있었다. 그녀에게 대성공이었다고 귓속말을 하려는 순간 티르피츠가 먼저 선수를 쳤다.


"응. 지휘관, 오늘 정말 재밌었어.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그럼, Gute Nacht."


"어.. 그래? 나도 재밌었어. 잘 자."


내 말을 들은 티르피츠가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걸 본 비스마르크가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지휘관… 설마 해낸 거야?"


"응. 그런 거 같네."


"정말… 정말 고마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던 걸 당신이 해냈어."


나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아예 껴안기까지 하는 비스마르크. 그 때 당황해서 존나 어버버거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개쪽팔린다.


"어.. 그… 알겠으니까 몸을 좀…"


"아! 미,미안…"


"아냐… 뭐 악의가 실린 것도 아니고.."


"그, 혹시 한 번만 더…"


이 때 뭐라 웅얼거렸는데 하도 작아서 못 들었다. 그나마 조금 들은 건 기억이 안 나고.


"뭐라고?"


"아, 아니야… 암튼, 크흠. 너무 고마워 지휘관. 당신 덕분에 내 동생이 드디어 마음을 열었어."


"쑥쓰럽네. 내가 크릭스마리네의 기함의 동생을 살린 거야?"


"정말 큰 일을 해낸 거야."


"하하.. 고마워. 그리고 오늘 사진도 찍었는데 그건 내일 보내줄게."


"사진…?"


"응. 사진, 왜?"


"한 번 봐도 될까?"


"그래. 여기."


핸드폰을 켜 오늘 찍은 사진을 비스마르크에게 보여줬더니 그녀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자세히 보니까 미소도 짓고 있네."


"정말? 오, 그렇네?"


"배경 예쁘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이라서 한 번 같이 가본 거야."


"나도… 나중에 같이 가면 안 될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비스마르크를 보고 동생이나 언니나 똑같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쯤부터 비스마르크 자매를 이런쪽으로 자주 놀리기 시작했던 거 같다.


"뭐, 그래. 나중에 시간 나면 같이 가자. 쨌든 잘 자! 내일 훈련할 때 봐!"


"응..! Gute Nacht… Meine Geliebte."


독일의 기함답게 독일어로 감사인사를 하는 비스마르크. Gute Nacht 까지는 알겠는데 그 다음은 작게 들리기도 해서 뭔 소린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훈련 시작 전 식당에서 동료들과 활기차게 대화하고 있는 티르피츠를 보고 은근 뿌듯함을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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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하늘이 참 예뻤었는데…"


대충 강원도의 어디 산골로 가면 그 때와 똑같은 밤하늘이 나오겠지 싶은 생각으로 내비를 찍은 뒤 액셀을 밟았다.


"잠시 후 오른쪽 도로입니다. 이어서 오른쪽에 고속도로 출구입니다."


1시간 정도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어느새 점심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나무 그늘 아래에 돗자리를 펴 가는 길에 사온 김밥과 간식을 먹으니 초딩 때 소풍간 기분이었다.


그렇게 밥을 다 먹고나니 고작해야 1시간 정도가 흘렀다. 밤하늘 구경하러 강원도를 왔는데 정작 밤이 되려면 8시간은 남아서 다시 차를 몰아 시내랑 관광지도 가보고 밤에 먹을 것도 사왔다.


이 정도면 됐겠지 싶어서 시계를 보니까 여전히 오후 5시.. 이제야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어으 븅신아 좀만 늦게 나오지 그랬냐..


할 것도 없어서 그 때까지 잠이나 조져야겠단 생각으로 차의 좌석을 쭉 재낀 뒤 매트를 깔고 누웠다.


이따가 밤하늘만 보기엔 심심할 거 같으니까 기지의 아이들한테 연락이나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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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아 6편입니다.


저 무서운 M4 짤 원래는 경멸하는 짤인데 내가 생각한 분위기랑 완벽하게 일치해서 아래 대사부분 자르고 넣음. 그리고 왜 그런진 모르겟는데 계속 독일 쪽으로 비중이 쏠리는 거 같음. 

다음 편엔 일본 애들 좀 내볼게. 


그리고 멍청하게 지역 시차 고려를 안 했더라.. 한국이랑 유럽이랑 시간이 같게 나왔노 ㅅㅂ


늘 읽어주는 얀붕이들에게 감사인사 야무지게 박도록 하겠읍니다. 오타/설정오류 및 붕괴 지적 대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