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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감추어지는 밝은 얼굴 속에 

공허가 짙게 드리웁고, 


차츰 자리잡기 시작한 손을 입가에 가져다댄 채 마침내 정적을 메우기 시작한다.




내려앉은 어둠 사이, 창문 틈에 맺힌 달빛. 


한 줌의 서늘한 냉기,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 


뒷모습의 초상화, 쓸쓸한 음악의 색깔.




어쩌다 마주한 소년의 낯선 모습에 

소녀는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위대한 음악의 힘이란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은 채 위로를 얻어갈 수 있다는 것.



그녀는 그 순간, 생전 처음으로 느낀 감정을 따스함이라 이름지었다.






_______




그는 그런 아이였다.





어른들에게 매를 맞아가며 일을 해야하는 현장의 부조리함에 맞서 저항할 줄 아는 아이.



그들의 눈에 결국 눈엣가시로 밟혀 

항상 차별받거나 구박받는 현실에도 


친구들 앞에서는 언제나 미소를 띠는 아는 아이.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다가와주고, 약자들 편에 설 줄 아는 아이.



그러다 가끔, 아주 가끔씩 슬픔이 밀려올때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악기를 다루는 아이.




항상 그림자가 공존하는 빛.




그녀는 그런 소년의 모습이 흡사 빛과 같아보였다




그녀는 그 빛을 의존했고, 점차 물들어갔다.



어두컴컴했던 마음에 욕망이라 불리는 

한 송이 장미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사건은 그 즈음에 일어났다.







______




<대형종합센터 내부의 고아원을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 장소는 문서상으로도 은폐, 

아니 실제로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요즘들어 같은 내용의 악몽을 자주 꾼다. 


배경은 어린 시절, 



소녀를 구출하고 그 자신은 무너져가는 건물에 갇히는 꿈.




이상하다. 분명히 존재하지 않을 텐데.



어쩨서인지 마치 실제로 겪은 일인냥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는데다 


꿈에서 깰 때면 항상 눈가가 젖어있다.





이럴때가 아니지,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사치와 같다.



이불을 정리하는 사이 아침 점호시간이 다가와 서둘러 복도로 향했다.



차갑고 삭막한 배경, 회색 천장에 붙어 수시로 깜빡이는 형광등이 상당히 거슬렸다. 


철창을 통과한 서늘한 바람이 뒷통수를 스쳐가는 사이 교도관이 도착했다. 


곧이어 지루한 소지품 검사, 방 내부 점검. 


그 후 다시금 감방에 들어갈 때 즈음 

어느 교도관이 나를 불렀다.



"면회신청이다."





________



왠지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역시나 그녀였다.



"..얀붕이다...에헤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어딘가 뒤틀려 있는 듯 보였다. 


확실한 것은 예전의 밝았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겉으로는 정상, 


아니 어쩌면 평소보다 더욱 치장한 모습이었으나 말투에서 피폐한 정신이 가득 묻어있었다.



"다음번엔 좀 더 세게 묶어볼까? 

아님 도망치지 못하게 다리를 부러트릴까?"



그녀는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으며 미친듯이 중얼거렸다.



"..저기.."



"아니면평생나만바라보게만든다거나?"



"...잠깐만"



"아니면내명령만듣게만들어버린다거나?"



"..이럴거면 나 갈게"



찾아온 정적.



그녀는 말을 차마 더 잇지 못한 채

붉은 입술만 옴싹달싹거렸다.



"..후" 


나는 한숨을 끝으로 자리를 뜨려했다.





그때였다.






둘을 갈라놓던 면회실의 문을 뚫었다.



쩌저적



곧이어 문이 뜯겼다.






그녀는 잠깐의 망설임 후 쏜살같이 내게 달려들었다. 


"못가안보내줘"



힘껏 끌어안고는 다시금 미친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넌내껀데?당연한거야나한테는너만있으면돼

이제절대로안놓아줄테니까도망칠생각하지마"



그녀는 품을 더욱더 파고들기 시작했다.



"얀붕아"



"..사랑해"


+


끝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