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지는 한적한 도서실에서 나는 어느날부터인가 그녀를 기다리는 것이 일과가 되어있었다. 언제나 취미나 취향이 겹치는 우연의 연속에 나는 어쩌면 운명이 아닌가 생각했다.


-드르륵


"어엇?! 얀순아? 오늘은 늦었네?"


시덥잖은 생각을 하던 나는, 문이 열리고 내심 기다리던 그녀가 보이자, 조금 호들갑을 떨고 말았다. 그러나 평소랑 똑같은 땋은 머리, 얌전해 보이는 동그란 안경 모든게 그대로 였지만, 평소와는 어딘가 분위기가 달랐다.


"저기.......얀순아? 무슨 일이 있었어?"


좁지만 단아함을 품은 어깨, 조용하고 얌전하면 거북목이라도 있을 법한데 언제나 곧은 등라인은,  억지로 등을 있는 힘껏 세운 고양이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귀여웠지만.......눈빛이 이상했다!


"아쎄이......"


평소에는 나긋나긋하던 목소리가 잊히는 저음 가득한 으르렁 거리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읽던 책을 접고서 아직 문 앞에서 팔을 괴고 선 무서운 표정의 그녀에게 일어나 다가갔다.


"여, 역시 무슨 일이 있었구나!"


-쾅!


그녀는 속이 텅빈 벽을 부술 기세로 때려패서 큰 소릴 내더니, 다시 한 번 '아쎄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내뱉을 때의 목소리로 외쳤다.


"새끼! 기열!"


나는 어째서인지 움찔하자 이번에는 얀순이가 도리어 다가왔다 나보다 한참 작은 그녀이지만, 위화감을 넘어 아예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그녀는 내 어깨와 가슴을 부드러운 손으로 쓸면서 말했다.


"이 다분히 기합과 짜세가 들어있는 몸으로......."


"저기 얀순아? 이러지마!"


나는 벽 쪽으로 밀어붙여져 더 이상 뒷걸음질로 도망할 수 없음에 왠지 무서웠지만 그녀에게 말을 건네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감히, 내 것이 되기도 전에.......한 눈을 팔아?! 그런 건 탈영으로 간주한다!"


"탈영이라니 무슨 소리야! 얀순아!"


그렇다 아무리 등빨이 좀 섰다고 해도 나는 그래봤자 고등학생! 그나저나 왜 이러는 걸까? 설마 오늘 복도에서 얀진이랑 대화한 것 때문에 이러는 건가?!


"서, 설마, 얀진이랑 대화를 했다고 이러는 거야!"


저번에도 분명히 1학년 후배인 얀진이랑 처음 만났던 날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때도 그래 분명히 이런 표정이었어! 근데 말투나 힘까지 이렇게 변할리가! 그 순간 그녀가 내 고간을 쓸어내리는 손짓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졌다.


"큭! 얀순아! 우린 아직 학생이니까!"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김얀붕......네 탈영은 친히 이 김얀순 해병이 오도봉고를 탈 필요도 없이 기합구보로 잡으러 왔으니까......."


그녀는 그대로 내 위에서 날 압박해 누르면서 뇌까리듯 말했다. 그녀의 가느다란 굴곡의 교복 위로 빨간 아크릴 명찰이 빛났다. 그리고 조금 홍조를 피워낸 떨리는 목소리로 목구멍을 맴돌듯한 작은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


"포신을......달궈라 아쎄이......내 저, 전우애 구멍은 준비가 끝났으니까......"


같은 문학소녀 얀순이(해병 문학 감염됨)는 별로인가? 해병문학을 잘 쓸수록, 다분히 멸공에 기열찐빠스러운 외모가 갭을 더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봤음.


처녀 착정 순애 야스는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얀데레의 기본 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