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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 트윙클 시리즈 특집 「트레센 학원 인터뷰록」 1





정오가 조금 지났을 무렵


탁탁, 하고 서류 끝을 책상에 대고 가지런히 모은 뒤 옆에 있던 에어 그루브에게 건네고 가볍게 기지개를 켠다.

서류 일로 뭉친 어깨 근육에 피가 조금 통한다.


이 학생회실은 변함없이 인테리어가 클래식하고 조화로워 아름답긴 하지만, 분위기 탓인지 조명이 다소 어둡다.

기본적으로 작업은 낮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강한 날과 약한 날의 큰 차이가 존재한다.

로케이션으로서는 학원 내에서도 손꼽히는 이른바 「그림이 되는 명소」이긴 하지만, 눈을 혹사하는 작업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간에 손가락을 대고 문지르니 조금은 눈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피곤하신 건가요」


건넨 서류를 팔락팔락 넘기면서 체크하는 에어 그루브가 눈치를 채고 신경 써준다. 


「아니, 괜찮아」


나의 역사에 새겨진 기념일로 찬란하게 빛나는 그 데이트 날부터, 아무래도 트레이너 군의 얼굴을 보지 않으면 컨디션이 안 나올 뿐이니까.

평상시라면 슬슬 훈련이 시작될 무렵

트레이너 군과 점심을 먹으며 미팅을 하거나 할 시간이겠지만, 오늘 학생회 업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젯밤 스케줄을 확인하던 중, 모르는 사이에 브라이언으로 인해 학생회 멤버들의 오후 스케줄이 잡혀 있었던 것이다.

스케줄에 극히 간소하게 한 줄로 「취재 대응」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간과하고 있었다.


오늘의 훈련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취재 대응도 중요한 일이다.

너무 소침해져 있을 수도 없다.

가볍게 머리를 흔드니 마침 문에서 브라이언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회장, 시간이다」


「아아, 알겠어」















「왜 그러냐」


「왜 그래, 브라이언」


「좋지 않은 꼴을 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싫은 예감이 든다.

레이스에서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 불안하게 만드는 싫은 분위기다.


「...무슨 소리지?」


에어 그루브가 미심쩍은 듯 묻지만, 싫은 예감은 싫은 예감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방송국 일당이 이것저것 기자재를 차려 놓고 한 줄로 늘어서는 것은 새삼스러워서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지만, 한편 기분 좋은 듯 꼬리를 흔드는 저 웃기는 녀석은 불안하기만 하다.


뭔가, 심하게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누님의 머리가 빗을 삼켜버린 것을 깨닫지 못했을 때와 같은


「그럼 본방 5초 전 4, 3, 2, 1」


나중에 봉변을 당할, 그런 싫은 예감이 머릿속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카운트다운은 순식간에 진행된다.


「그러면 조속히, 시청자분들이 보내 주신 질문을 바탕으로 인터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짠」



『황제 심볼리 루돌프 특집』



인터뷰어가 꺼낸 플립에는 그런 게 적혀 있었다.

드문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개별 취재가 많지만, 이번에는 주위의 우마무스메나 관계자를 끌어들인 취재였다.


「여러분, 그 황제의 민낯과 그 주변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시군요. 많은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만, 오늘은 그중 몇개의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그럼 우선, 나리타 브라이언 씨!」


「...」


「브라이언. 표정」


갑자기 질문이 들어와, 나도 모르게 표정으로 드러났다.

에어 그루브가 곧바로 내 옆구리에 팔꿈치를 찔러 오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너희랑 달리 TV용 얼굴 따위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그렇게 싫은 얼굴은 하지 말아주세요... 마음을 가다듬고, 나리타 브라이언 씨가 본 요즘 학생회장님의 모습은 어떤가요?」


...흠


「......어쩐지 기분이 나쁠 정도로 기분이 좋더군. 원래 유쾌한 사람이지만.」


실제로 이곳에 있는 그 웃기는 녀석은 지금도 어딘가 즐거운 듯이 꼬리를 흔들고 있다.

요 며칠 학생회 업무에 트러블이 있어도 즐겁게 하고 있지만,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


「그 말씀은 평소에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최근에는 침착해 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 에어 그루브에게라도 들어라.」


「...네, 그렇다는데 에어 그루브 씨는 뭔가 아시나요?」


「ㄴ, 나말인가? ...확실히 최근에는 안절부절못하시던데...아마 회장님의 트레이너가 새롭게 담당을 맡은 것이 원인이 아닐까? 그것 말고는 생각이 안 나는군」


「맞아」


갑자기, 조용히 흔들리던 회장이 입을 열었다.


...


......응?


「...회장님?」


「...줄어들지 않았냐?」


나도 모르게 에어 그루브와 목소리가 겹쳤다.

이상하지. 아니, 이상하잖아 이건.

왜 줄어든 거지?


「줄지 않았어. 나 작지도 않고」


뺨을 부풀리고 항의하는 웃기는 녀석

아니, 그런 유쾌한 성격을 가졌기에 웃기는 녀석이라고 가끔 표현했지만, 설마 물리적으로 유쾌한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니, 말이 안 되잖아



「그럼 모처럼이니 심볼리 루돌프 씨에게 묻고 싶네요.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어째선지 취재 측도 눈치채지 못했다.

에어 그루브는 의문을...



「그건 저도 궁금합니다」


...틀렸다. 이 녀석, 못 알아챘어.


「트레이너가 새로 담당을 맡아서 정신이 없었을 뿐이에요」


「역시 황제라지만 그런 건 신경 쓰이시나요?」


「알고 있긴 해도, 조금 신경이 쓰이네요. 별로 싫은 건 아닌데 안절부절못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음음, 그럼 요즘 기분이 좋은 이유는?」


「트레이너 씨랑 데이트 하고 왔어요! 보세요 이거! 선물 받았거든요!」


불쑥, 몸을 내밀어 교복의 가슴께를 잡아당기며 선물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어이, 기다려.

너 그거 전국에 방송할 작정이냐


「이건...과연, 열애인가요?」


인터뷰어도 약간 몸을 뒤로 젖히고 있고.

그런게 아니야, 잘라라 잘라.


「물론이죠. 이런 멋진 걸 받을 수 있는 저는 특별한 존재――」


「회장님, 회장님 안 됩니다. 이거 카메라 돌고 있으니까요!」


좋아 에어 그루브. 그대로 그놈을 치워둬라

오늘의 녀석은 이상하게도 귀찮은 냄새가 난다.

지금이라면 작고 그 근처에 들어가겠지. 열쇠를 잠가둬. 오늘은 거기서 꺼내지 마라


에어 그루브의 제지가 닿았는지

회장은 정신을 차린 듯 헛기침을 하고 소파에 다시 않았다.

부랴부랴 팔짱을 끼고 한 손을 드는 익숙한 자세로 돌아왔다.

하지만 늦었지, 이건


「어...음, 트레이너와 외출을 해서 다시 신뢰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단 건가요」


방금 전은 컷으로, 하고 에어 그루브가 뒤에서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니 촬영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잘 돼서 다행이다.





「...그럼, 다음 질문으로 가겠습니다」


한번 카메라를 끄고 영상을 확인한 뒤에야 인터뷰는 재개됐다.

조금 전에 추태에 대해서는 에어 그루브가 복사본을 받고 제대로 삭제시킨 것 같다.

...왜 복사본을 받은 거냐?


생각하는 건 그만두자


「과거 인터뷰에서 지금의 트레이너가 신인 시절, 스카우트를 많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거절한 우마무스메들의 뒷일은 알고 계신가요?」


또다시 질문이 적힌 플립이 나타났다.


다만, 인터뷰를 하더라도 질문의 순서 같은 걸 좀 더 생각해라.

방송국 녀석들은 재미만 있으면 뭐든 좋은 건가


「으음. 제가 말하는 것도 어떨까 싶지만, G1 우마무스메가 될 수 있었던 아이는 없었습니다. 트레이너가 붙지 못한 채 은퇴하는 경우도 꽤 있었죠」


「그 아이들이 만약 당신의 트레이너와 계약했다면 어땠을까요?」


꽤나 파고들어 왔다.

게다가 그 얼간이가 스카우트에 계속 실패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거의 밖에 나오지 않은 정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상당히 열성적인 팬이 있는 것 같다.


「최소한 클래식 1관 정도는 했을 거에요」


「...꽤나 높은 평가네요?」


「물론이죠. 제 트레이너니까요.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처럼 해치울 거에요」


어이어이, 이거 나중에 네 트레이너도 볼 텐데.

매번 그렇게 압력을 가하다가는 슬슬 그 녀석의 위가 떨어질 거다.

이상하게 자기평가가 낮으니까 그만해라


「과연... 만약 심볼리 루돌프 씨가 계약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어땠을 것 같습니까?」


「저 말인가요. 가정이라고 해도 그건 생각할 수가 없네요. 아직 데뷔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 정도로 트레이너와 제가 맺어지지 못하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아, 네...」


인터뷰어가 밀리고 있잖아.

거기서 위압갑 내지 마

달리고 싶어지니까


「자 그럼, 다음 질문 가겠습니다.」



번번이 그랬듯이 플립이 나오는데, 뒤에 대기하고 있는 스태프가 손에 들고 있는 플립의 양을 보면 현기증이 난다.


한 장 한 장이 두껍게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많다.

오늘 나는 여기에 계속 어울려야 될 것 같다.


「파악하고 있는 범위에서, 이번에 같은 트레이너 씨를 만난 토카이 테이오 씨 이외에 경계하고 있는 우마무스메와 그 경계도는 어떻습니까?」


어이 바보 그만둬라

그 이야기는 영화만큼 길어진다.


「길어질 것 같은데 괜찮나요?」


봐라

나는 에어 그루브와 함께 회장 뒤에서 크게 팔을 교차시켜 X마크를 만들었다.

필사적인 뭔가를 눈치챘는지, 이쪽을 힐끗 보고 질문을 바꿔왔다.


「그렇네요... 그럼 특히 경계하는 우마무스메 셋을」


「3명인가요... 글쎄요, 타마모 크로스, 골드 십, 맨해튼 카페, 이 3명일까요」


「이유를 여쭤봐도?」


「우선 타마모 크로스 말인데요. 허물없는 거리감이 안됩니다. 간사이 계열의 분위기로 미소를 지으며 슬쩍 안으로 들어오는 게 요경계 대상입니다. 골드 십은... 저건 계산적이네요. 언뜻 보기에는 기행으로 보여도, 저건 경계심을 풀게 해서 방심시키는 함정입니다」


「음, 저... 레이스 얘기 맞죠...?」


「그리고 마지막 맨해튼 카페. 대화를 많이 해본 적이 없어서 헷갈리긴 하지만...그녀가 가장 사적으로 파고든 것 같아요. 커피 동료라고 하는데, 즉 릴렉스 타임에 파고들어와서 여자의 감이지만 절대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아요.」


틀렸다.

완전히 흥분해 있다.


에어 그루브가 필사적으로 「어쨌든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라」 라고 제스처로 전하려 하고 있다.

인터뷰어도 레이스 이야기를 물었는데, 영문 모를 이야기가 나와 눈을 반짝이고 있다.

줄어들어 있는 것 부터 시작해, 오늘의 저 녀석은 너무 신나 있다.

머리가 아프다.


「저어, 그럼… 이쪽. 심볼리 루돌프 씨가 볼 때, 나리타 브라이언 씨는...」


「제 적이라고 생각해요. 절대 양보하지 않겠습니다」


어째선지 이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그리고 그건 어느 쪽을 말하는 거냐


레이스 이야기라면 당연히 바라는 바라고 말할테지만, 지금 저건 제정신이 아니다.

거의 확실하게 자기 트레이너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확실히 가끔 조언을 받긴 한다.

받고는 있지만, 노려보자는 생각은 전혀 없다.


확실히 병주 등, 그 바보 밑에 붙으면 배울 게 많을 것 같지만 그 이상으로 쓸데없는 참견과 마음고생을 떠안고 싶지는 않다.

에어 그루브가 위장약을 놓을 수 없게 된 것도, 한순간 오해받을 만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상한 방향으로 눈독을 들여봐라

그야말로 눈 뜨고 볼 수 없는 사태가 된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회장이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보라빛의 눈 안쪽에서 투지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걸 향하는 건 지금이 아니잖아

레이스에서 해라, 레이스에서





결국 에어 그루브가 무리하게 차와 과자를 비틀어 넣어, 일단 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역시 여제라고 불릴 만 하다.

그 수완, 훌륭하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절대로 저 포지션에는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

여제라기보다는 걱정 많은 재상인가 뭔가다, 저건.


「아, 맞다. 심볼리 루돌프 씨의 라이벌 분이 여기 오기 전에 잠깐 인터뷰를 해주셔서, 그때 영상편지를 받았거든요」


「응? 라이벌?」


「비젠 니시키 씨입니다」


「또 그녀석이냐!」


갑자기 발끈하는 회장을 제쳐두고, 태블릿 단말기가 배포되고 영상이 재생된다.

이렇게 밀어붙이는 부분에서 백전연마의 프로다움을 느낄 뻔했다.


『저기, 왜 제가 뽑혔을까요?』


『팬 투표에서 비젠 니시키 씨의 이름이, 황제를 괴롭힌 경쟁자로 거론됐으니까요』


『우와-... 결국 이기지 못했는데, 다들 기억하고 계셨네요. 그래서 질문이라고 했나요?』


『네. 비젠 니시키 씨는 심볼리 루돌프 씨와 트레이너를 걸고 싸웠다는 소문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사실이에요. 그 사람이 리길의 서브 트레이너였을 때 왠지 친해져서. 노렸더니 어느새 루돌프에게 빼앗겨서 꽤 싸웠어요』


『정말이었군요. 반한 계기 같은 건?』


『으-음, 딱히 없죠. 가까이 있으니 어느새, 같은 느낌이에요.』


『과연...』


『그래서 레이스에서 결판내자고 말했는데, 결국 져버렸지만요. 이 영상 그 녀석도 봐요?』


『물론입니다』


『그럼 전해주세요. 좋은 연적이자 라이벌. 아직도 달리고 있어? 그때 그건 그것대로 즐거웠어, 전우』


비젠 니시키가 거기서 말을 끊는다.

그리고는 씨익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 한 권의 책을 보이며 웃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기는건 나. 잊지마』


그 책은 스포츠의학 책이었다.

그리고 영상은 끝났다.


「...라고 합니다」


「그 녀석 절대 용서 못 해」


비젠 니시키 씨는 뭘하고 있는걸까

그리고 회장은 왜 흥분해 있는걸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돌아가서 낮잠이라도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