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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린(28세)

영환기업 재벌가의 막내 딸

영환건설의 전무이사


박준성 (28세)
뉴스트레이스의 PD
(=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프로그램)


.

.

.


<박준성 side> 


김선배의 사고 발생 5일 후.

나와 유채린은 바로 어제,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각자의 집에서 휴식...

을 하고 다시 만날 예정이었지만

내 안전을 이유로 유채린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호텔에서는 워낙 정신이 없었기에

따로 방을 잡지 못 해서 같이 잠을 잤고...

이번에는 자기 집에 빈방이 없다고 말하며,

유채린은 기어코 또 나와 딱 달라붙어서 밤을 지냈다.


'안 본 사이에 왜 이렇게 뻔뻔해진 느낌이지.'


그녀의 노골적인 호감을 무시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아직 생각이 덜 정리됐는데...'


그녀의 애정을 있는 그대로 받기가 쉽지 않다.

그녀는 내 처음이자... 

유일한... 친구였다.


그녀는 나를 스카우트 하려 했고, 

나는 내 꿈을 이유로 거절했다.


그래서 그녀는 옳지 않은 짓을 저지르면서

나를 방송국에서 빼오려했다.


그 이후로 잠시 서먹했지만, 

결국 나는 그녀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계속 도움을 받으며,

그녀의 옆에서 5일 가까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녀에게 느낀 감사의 마음과

이전부터 느꼈던 친한 친구로서의 편안함과

어색한 공백을 넘어서 마주한 '그리웠다'라는 감정이

함께 어우려져 익숙하지 않은 감정으로 바뀌고 있다.

답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선뜻 말하기 어려운 감정.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


그녀가 대기업의 막내 딸이라서?

거기에 하필, 내가 언론인이라서?

아직 나를 스카우트 하기 위해, 

그녀가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한 대화를 풀지 못 해서?


[...유채린은 안 돼.]


'...?'


[걔만큼은... 싫어...]


'...뭐지?'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기억 저편에서 슬쩍 떠올랐지만...


"미안, 오래 걸렸지?"


"...어?"

"아니야, 아직 여유로워."


외출 준비를 끝내고 나온 유채린을 보자,

머리에 울리던 목소리는 말끔히 사라졌다.


"응? 표정이 왜 그래?"


"왜?"


"방금 너... 고민의 방에 들어가기 직전의 표정이었거든?"


"엥? 그게 뭔 이상한 소리야?"


"아니, 있어."

"너 막 다른 사람 눈치도 안 보고 자기 생각에 빠져드는 순간 있다니까."

"딱 거기 들어가기 직전 느낌이었어."


"뭔 이상한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그녀에게서 받은 지적은 다른 사람에게도 많이 들은 적이 있다.

그 때문에, 뜨끔한 마음을 애써 숨기느라 헛기침을 내뱉었다.


"너 컨디션 괜찮아?"

"정 안 좋으면, 검찰 쪽은 나만 가면 되니까..."


"뉴스트레이스 일인데 어떻게 너한테 다 맡기냐."

"나 정말 괜찮으니까, 어서 가자."


"...그래, 어디 안 좋으면 바로 말하고."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 유채린이

내게 다가와서 코트의 옷매무새를 만져주었다.


"응, 역시 어울리네."


이전에 그녀에게서 선물 받았던 옷.

이런저런 일이 있었기에

그녀 앞에서 입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 가자."


유채린의 손에 이끌려 문 밖을 나서려던 순간...


"...응?"


코트의 옷자락이 누군가에게 붙잡힌 느낌이 들었다.


"뭐야?"


"아니... 옷이 어디에 낀 기분이 들어서."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게."



.

.

.


"저기 보입니다, 회장님."


"확실해?"


"네, 저 차가 맞습니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을 중심으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대략 5명 모여있다.

건물 옥상에서 도로를 내려다보는 사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험상궂게 생겼지만

표정은 무언가 큰 결심을 한 듯 초연해 보였다.


"너희 가족들에게는 약속한 돈 확실히 보냈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필요는 없지."

"이제 나랑 같이 죽으러 가는 거잖냐?"


"..."


"하필 재수없게 영환한테 걸리다니..."

"재판도 조그만 기다리면 다 잘 끝났을텐데..."


노인은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냈다.

마침 꽂혀있는 돛대를 꺼내 입에 물자,

옆에 서있던 사내가 바로 불을 붙여주었다.


"후우~"

"어차피, 그냥 물려 죽느니..."

"마지박 발악이라도 보여줘야지."

"이유도 제대로 모르고... 갑자기 영환같은 괴물에게 맞았는데..."

"이대로 끝나면 너무 억울하지."


노인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옥상 밖으로 던진 후에 발검을을 옮겼다.


"유영환 회장... 딸내미 간수 잘 하시지 그랬어."

"내 평생 영환 기업에 흠짓 하나 낼 수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죽기 전에 역사를 쓰고 죽겠구먼... 크흐흐..."


노인과 사내들은 그대로 건물 지하로 내려갔다.

각자 3대의 승합차에 나누어 탄 노인 일행.

거친 배기음을 내뿜으면서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하는 차들.


- 부우우우웅


3대의 차가 교차로에 진입하면서

신호 대기 중인 고급 리무진과 점점 가까워졌다.


- 빠앙!

- 쾅!


강렬한 자동차 경적 소리와

섬뜩한 충돌 소리가 

대낮의 도심 한복판에서 울려퍼졌다.


.

.

.


<유채린 side>


"생각보다 너무 단순하시네요."

"...최회장님."


도로에 누워 있는 노인네를 내려다보았다.


"끄으으..."


이마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최회장은 

크게 다쳤는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 하고 있었다.


"저를 습격하겠다고 부하 5명에... 차도 꼴랑 3대?"

"우리 최회장님, 원래도 별거 없으신 분인데..."

"실제로 보니까 더 실망이네요."


뿌리부터 조폭 출신이 최회장.

그가 단순무식한 방식으로 나올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궁지에 물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이니까.


그러나 나는 그냥 고양이가 아니다.

이미 준성이와 내가 탑승한 리무진 주변으로,

조용히 경호 차량 다수를 배치한 상태였다.


최회장의 무식한 습격은 수포로 돌아갔고,

튼튼한 경호 차량에 둘러 쌓여서 충돌을 당한 

최회장 패거리가 오히려 더 크게 다친 상황이다.


"으... 영환... 망할 영환..."


"네, 맞아요."

"저 영환기업 사람이에요."

"그거 알고서도 이렇게 발악을 할 생각을 하다니..."

"그냥 가만히 감옥에 가시지 그러셨어요?"


노인네의 손을 구두로 짓뭉개기 위해서

발에 살짝 힘을 실으려는 찰나에...


"잠깐만."


뒤에서 나타난 준성이의 말을 듣고

자세를 다시 고쳐잡았다.


"잠깐... 대화를 하고 싶어."


"...그래."

"조심해, 너무 가까이 다가가진 말고."


박준성이 최회장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내가 한 번도 보지 못 한

분노와 살기로 가득한 눈빛이었다.


"직접 얼굴 보는 건 처음이네."


"으..."


"당신 감옥 보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우리의 마지막이 이런 그림이 될 줄 상상도 못 했어."

"내 예상보다 훨씬 추하게 가네."


"끄으... 크크..."


정신이 멀쩡한지도 의심스러운 최회장은

고통 섞인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들었다.


"김석훈... 살아있다며?"

"그게 너무... 아쉽... 네..." 

"너랑 같이... 보내줄... 생각... 쿨럭!"


피가 섞인 기침을 뱉으면서도

무엇이 신이 나는지 계속 낄낄거리는 최회장.

준성이는 그런 최회장의 도발에 조금 말렸는지,

주먹을 꽉 쥐며 몸을 떨고 있었다.


"준성아, 일단 바로 병원에 넘겨버리자."

"이 노인네, 이대로 죽으면 아깝잖아." 

"자기 죗값 받게 만들어야지."


"크흐흐..."

"영환 여식... 입에서... 쿨럭!"

"흐어... 죗... 값?"

"어처구니가... 없군..."

"네 아비가... 젊은 시절에... 쿨럭!"

"허어... 얼마나 더러운 짓을... 많이 했는지... 아느냐...?"


"하아..."

"더는 못 들어주겠네, 가자 준성아."


"...응, 그래."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 최회장을 뒤로 하고,

우리 둘은 다시 리무진에 탑승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나 젊을 때도... 유영환... 그 인간... 쿨럭!"

"허어... 그 인간에게... 심한 짓 많이 당했지..."

"약속대로 조용히... 시궁창에서... 왕 노릇만... 했는데..."

"영환... 씨... 발... 뭐가 아쉬워서... 나를 크윽...!"


"말씀 그만하시죠?"

"그러다 진짜 죽겠어요."


"야... 유영환 여식..."

"네가... 아비 죗값... 대신 내야겠다..."

"나랑 같이... 가자... 씨발년... 아..."


"하? 자꾸 헛소리를..."

"...응?"


.

.

.


유채린과 박준성, 최회장이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도심 속 교차로는 매우 혼잡한 상태였다.

소란을 듣고 주변에서 몰려든 시민들과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수습하는 경호원, 경찰들로 인해

사람들과 차량들로 바글거리는 도로.


- 부우우웅


그 저편에서, 묵직한 대형차 한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저거 뭐야?"

"왜 속도를 안 줄여?"


"어이! 김순경! 저 차 뭐야!?"


"겨... 경위님! 저거 유조차 같습니다!"


"뭐야! 멈춰! 왜 안 멈춰 저거!?"


"전무님!"

"기름차가 충돌할 것 같습니다!"

"어서 피하세요!"


- 쿠궁! 쿠궁!


주변을 막은 간이 바리케이드를 뚫으면서

달려오는 거대한 유조차.

그 차의 운전석에는 누군가에게 구타를 당한 듯,

얼굴이 심하게 망가진 한 남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으윽...! 유전무 이 씨바아알!"

"나를 멋대로 이용하고...!"

"이런 조폭들한테까지 나를 보내고..."

"살인죄에 가담하게 만들고, 온갖 수모 겪게 만들고!"

"그래놓고 꼬리는 확 자르고!"

"차라리 씨발 횡령죄로 감옥에 쳐 보내지...! 이 씨발!"

"그래 너 죽고, 나 죽자!!!"


- 끼릭


하고 운전석의 남자, 김실장이 레버를 당기자

거대한 차의 탱크에서 기름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 푸슈우우우


김실장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조수석에 놓인 커다란 가스통의 마개까지 땄다.


- 달칵


마지막으로, 주머니에서 라이터까지 꺼낸 김실장.


"주... 준성아!"


"유채린! 이리 와! 빨리!"


"1팀 뭐해!? 너네가 도망을 왜 가!?"


"저거 터지면 여기 사람들 다 죽는데 무슨 경호야!"


"으아아악! 비켜! 빨리!"


"경호팀! 뭐 합니까!? 대열 유지하세요!"

"유전무님! 최대한 바깥쪽으로!"


- 부우우웅!


거대한 죽음의 냄새와도 같은

불쾌한 기름내음이 도로 위에 퍼지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까지 합쳐지는 아비규환의 현장.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빠르게 도로를 벗어나려는 유채린과 박준성.

그 둘에게 거의 근접한 유조차가

주변에 널린 차에 부딪히기 직전까지 다가왔다.


.

.

.


- 쨍그랑!


"응?"


으리으리한 한옥의 넓은 마당에서

곰방대를 피우던 무당의 귀에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설마?"


미처 피우지 못 한 담배의 불을 끄고

자신의 방으로 다급하게 달려가는 무당.


- 덜컹!


미닫이 문을 얼마나 거칠게 열었는지 

문이 틀에서 벗어나 망가졌음에도

무당은 개의치 않고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씨부럴!"


무당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벽에 걸린 큰 옥팔찌였다.

유채린에게 준 사당의 보물, 한 쌍의 옥팔찌는

사실 3개가 한 묶음이었다.

유채린의 사정을 들어보니 2개면 충분했고,

혹시나 팔찌에 이상이 생기면 본인이 바로 알 수 있도록

나머지 하나는 자신이 보관하면서 상태를 보고 있었는데...

그 옥팔찌가 산산조각이 났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로 뭔 일이 났구만!'


며칠 전에, 팔찌 효과가 굉장하다며

잔뜩 들뜬 톤으로 전화를 했던 유채린.

그럼에도 무당은 찝찝했다.


유채린의 설명만 들었을 때,

최시리라는 귀신은 자신도 경험하지 못 해본

무시무시하게 강력한 귀신이다.

옥팔찌도 만만치 않게 영력이 강한 보물이지만,

어느 쪽의 힘이 더 강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불안함에 잠도 제대로 못 잤었다.


유채린의 연락을 받고 한숨 돌렸지만

그럼에도 걱정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 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방 안에서 관리하던 옥팔찌가 깨진 것을 보아하니

바깥에 있는 유채린의 팔찌에 먼저 이상이 생겼을 것이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이었기 때문에 확실하다.


"씨부럴... 주지 말 걸...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할 걸..."


덜덜 떨리는 다리를 재촉하면서 거실로 들어갔다.

넓은 방을 청소하고 있던 어린 제자에게 바로 소리를 쳤다.


"얘! 내 전화기 어딨어!?"

"당장 유씨네 여식한테 전화를..."


"서... 선생님!"

"뉴... 뉴스에... 저 사람 혹시..."


"으잉? 뭐라고...?"


제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벽에 걸린 TV를 손으로 가리켰다.


[서울시 XX구의 도로 한복판에서 교통사고가 연속으로 발생했습니다.]


[사건의 피해자로 공개된 인물들은 영환건설의 유채린 전무와...]


'유씨...!'

'사고를 당했다고!?'


"저 분이요!"

"저 분, 자주 오시는 회장 따님 아니에요!?"


"조용히 해! 안 들리잖아!"


[3대의 차량이 리무진을 노리고 뛰어든 장면을 시작으로...]


[다수의 차량들은 놀이공원의 범퍼카처럼 격렬한 충돌 싸움을...]


[...상황이 정리되는 듯 보였으나, 혼란을 틈타 대형 유조차가 갑작스럽게 난입했습니다.]


[유조차 운전자가 폭발 사고를 의도한 정황이...]


[상당한 양의 기름과 가스가 흘러나왔음에도...]


[...다행스럽게 폭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으잉?"


[네, 박기자.]

[그러면 현장의 사망자 혹은 부상자 현황은 어떻습니까?]


[네! 박기자입니다.]

[정말 기적적으로, 기름과 가스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는 적은 상황입니다.]


[확인된 사망자는 아직 없고...]


[중상자는 사고의 주모자로 보이는 6명의 남성들만...]


[피해자인 영환건설의 유채린 전무와 그 밖의 현장 사람들은

유독 가스의 영향 때문인지, 기절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 중입니다.]


"이게... 무슨 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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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드가 또 엄청 오래 걸렸는데...


사실 이 글은 [패러디]인 만큼

그냥 가볍게, 게임 홍보 겸, 내 망상 풀이 겸으로 시작한 글이었고

지금도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음.


근데 장기 연재?가 처음이라서

스스로 엄청 벽에 부딪히면서

글이 잘 안 써졌음...


분명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재미로 쓰고 있음에도

이렇게 어려움이 많은데

진지한 마음으로 장기 연재 하는 글쓴이들에게

무한한 존경심이 생겼다.


근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끝을 내는게 도리에 맞으니까

3~4편 정도 안에 어떻게든 끝을 낼 생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