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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아암.. "


따분한 수업시간..

이미 배웠던 것을 다시 배우는거라 지루했었다.

예리가 집에 자주 놀러오는 이후로 내게 공부를 알려주니..


" 야, 거기. "

" 예? "

" 이삭준! 나와서 풀어! "

' 아나 씨발럼.. 맨날 삭준이래.. 저거 쌤새끼 맞아? '


창밖을 보며 멍때리고 있다가 수학선생의 부름에 궁시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으로 다가갔다.


' 하여간.. 만만한게 나에요, 씨이벌.. '


칠판에 쓰여진 문제를 바라보니 누가봐도 이거 나 맥이려고 낸 문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생을 보자 한번 해 볼 수 있음 해보라는 태도였다.


" 풀 수 있겠니? "

" 허.. "
' 씨부럴.. 그걸 말이라고.. '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으며 답을 적고 자리로 돌아왔다. 수학선생은 그걸 보고선 깜짝 놀라며 어떻게 풀었냐고 묻자 나는


" 잘. "


이라고 대답하곤 자리에 엎드렸다.

요즘들어 예리 덕분에 많이 공부해서인지 수업이 다 재미없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조금이나마 예리의 기분을 느낄 수 있던 것 같았다.


시간은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고, 자다 깬 나는 급식표를 본 후 얼굴을 찌푸리고 나서 급식실로 향했다.


" .... 저기, 예리야. "

" 웅? "

" 인기척 없이 다가와서 은근슬쩍 팔짱 끼우지 말아줄래 "

" 왜애애애! 너두 이런 누나가 여친.. 읏! "

" 저번 주 주말부터 자꾸 누나 누나 거리는데, 어딜봐서 네가 누나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그래? "

" 하지만! 내가 너보다 한 살 더 많.. 읏! "

" 그리고 딱밤 맞을 때마다 그런 이상한 신음 좀 내지마.. "

" 우으.. "

" 에휴.. 근데 너 나랑 이렇게 있어도 되는거냐? "

" 뭐가? "

" 너 걔네들 때문에 일부러 나한테 막 이것저것 시키고 그러는거 아니였어? "

" 아! 그치, 맞지.. 그랬었지.. "

" 너도 참.. "


한 숨을 쉬며 예리를 쳐다보자 예리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158cm 쯤 되어보이는 키가 이럴땐..


' 윽.. 이럴땐 또 엄청 귀엽단 말야.. '

" 저기, 석준아. "

" 어, 어? 왜? "

" 저녁에 너네 집 놀러가도 돼? "

" 또냐? "

" 싫어..? 흐아아아앙.. "


예리는 우는 척을 시전하였다!

효과는 굉장했다!


" 아, 알았어. 알았다고.. 대신 담배는 안돼. "

" 히끅.. 우웅! 헤헤.. 나중에 봐! "


예리는 제 할말만 하고 급식실로 슝하고 뛰어내려갔다.

오늘도 여러모로 피곤해질 거 같네..


짧은 한숨을 내쉬고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갔다. 1층에 다다르어 복도를 걷다 멈추었고선 뒤돌아서 말했다.


" 선배도 그만 하시죠? 뒤에서 기척없이 따라오는 거. "

" .... 왜 나한텐 그렇게 쌀쌀 맞게 구는거야? "

" 말했잖아요, 선배. 저 선배 싫다구요. "

" 왜? 날 밀어내는 이유가 뭐야..? "

" 그 스토커 같은 짓이 싫다구요. 양심도 없어요? 저한테 들켰는대도 계속 이런 짓.. "


선배는 내게 뛰어들었고 그 여파로 나는 넘어져 선배가 내 위에 올라타있는 그런 모양새가 되었다.

선배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가쁜 숨을 점차 내쉬었다. 그리고선 내 손을 잡아다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댔다.


" 이게 뭐하는.. 큭! 힘이.. "

" 하아, 하아.. 그거 알아? 강간당하는 사람은 평소 3배의 힘으로 저항한대! "

" 지, 지랄마요! 그럼 강간 사건이 왜 일어나는 건데!? "

" 그건말야.. 강간하는 사람은 평소보다 7배의 힘이 솟아나기 때문이래..! "

" 그게 뭔 개소리에요!!!!!! "


말은 개소리냐고 했지만 진짜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선배와 나는 독서토론 동아리이기 때문에..

선배는 운동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렇지만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이냐고!

벗어나려 아등바등 힘썼지만, 그녀는 더욱 더 힘을 줘 내 양손목을 쥐었다.


" 그래서 말인데.. 동의를 얻으면 강간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해도 괜찮지? "

" 전혀 괜찮지 않거든요! 시바아아아알! "


시발! 시발! 살려주세요! 시발!

내 첫경험은 이렇게 하긴 싫다구요, 시발!


그저 이제 먹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포기했던 찰나, 누가 빈 곽을 던져 정확히 선배의 머리에 맞혔다.


" 내 남ㅊ.. 아니, 내 꼬붕에게서 떨어져, 썅년아! "


한예리 나이스 샷!

이 상황에서 벗어나면 네 소원 하나를 들어주고 싶구나..


선배는 예리에게 고갤 돌리더니, 내 멱살을 잡은채 자리에서 일어나 예리에게 다가갔다.


씨발 다가가는 건 좋은데 멱살 좀 놓고 가라고요.. 켘..


" .. 네 년이구나. 1학년의 공부 잘하는 일진이. "

" 아앙? 선배님이시구나? 근데.. 선배님?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는 거 아니라고 못배우셨나? "

" 누가 네 물건이래..? 원래부터 내 거였어, 내 거였다고! "


그러자 예리는 대놓고 침을 뱉으며 한번 붙어보자는 거냐는 소릴했다. 선배는 좋다며 내 멱살을 놓은 그 순간, 예리에게 했던 것을 그대로 했다.

나와 예리는 맥 없이 픽 쓰러지는 선배를 잡아 부축해 보건실 침대에 던져 놓았다.


" 휴.. 예리야, 내가 이런 말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고맙다. "

" 헤헤, 별말씀을! "

" 진짜 너 아니였음 강간 당할뻔했어. "

" 뭐?! 강간?! 나도 못해 본 걸 저 여자가.. 아읏! "

" 하여간.. 매를 벌어요, 매를.. "

" 우으.. "

" 아씨.. 배고파.. "

" 내가 가니까 아주머니들이 배식대 치우던데? "

" 뭐?! 이런 씨ㅂ.. 하아, 진짜.. 안그래도 오늘 늦게 나와서 늦었다 생각이 들었는데.. "

" 또 자다가 일어나서 늦었지? "

" 어? 어어.. 근데 그걸 어떻게.. "


예리는 앞으로 총총 뛰어나더니 나를 보고 뒤돌아선 비밀이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어서 혀를 찼지만 그러려니 했다.


" 참, 너 소원 같은 건 없냐. "

" 소원? "

" 구해줬으니까 소원 하나 들어줄게. "

" 음.. 으음.. "

" 3초내로 답 안하면 없는 걸로. "

" 아아아아아아! 석준이랑 주말내내 지내고 싶어! "

" 뭐? "

" 석준이랑 주말동안 같이있고 싶어! "

" .. 기각. "

" 왜애애애애! 소원 들어준다며어어어어! "

" 너 평일에 우리집 와서 자는 횟수가 몇 번이더라? "

" 네, 네번.. "

" 그런데 주말까지 눌러붙어 계시겠다? 더군다나 오늘도 오겠다면서? "

" 히이.. "


그러자 또 다시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예리.

이런거에 우는데 너 어떻게 학교 짱먹었냐?


" 하아.. 알았어, 들어줄게. "

" 정말? "

" 그래, 정말. "


예리는 어린아이 마냥 기뻐했다.

뭐.. 강간당할 뻔 한거 구해준 거에 비해 같이있고 싶다는 건 싸게 먹히는 거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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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와 석준이가 이야기를 하는 걸 저 멀리 복도 구석에서 지켜보는 한 남학생.

그는 이를 빠드득 갈며 새롭게 본 예리의 모습에 석준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 저 때끼 때문에.. 우리 누님이.. 저렇게 바보 가티.. 꼭! 반뜸 패두마.. "


혀가 짧은 건지 일부러 그렇게 연기를 하는 건지 모르는 남학생은 석준이를 반쯤 패죽여버릴 거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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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30분까지 오겠다면서. 아이스크림 다 녹게 생겼네. '


시계를 바라보니 이미 반 바퀴를 더 돌아 정각을 향해가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예리가 아이스크림을 산다길래, 집 근처 디저트 가게에 왔었다.

분명 늦어도 30분까지 온다고 했었는데, 얘가 왜 이리 안오지?

전화라도 걸어볼까 싶었던 찰나에 딸랑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리며 예리가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 30분까지 온다며? "

" 미안해! 좀 개기는 애가 있어서 말야~ "

" 허.. "

" 나 그래도, 석준이 너 앞에선 말이랑 행동은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

" 네에네에.. 그러는 거 눈에 잘 보이니까, 칭찬해달란 투로 말하지 마세요? "

" 히이, 너무해! "

" 그럼, 한예리. 나랑 약속 하나해. "

" 웅? "

" 너 나랑 있으면 기쁘고 행복해 안해? "

" 기쁘고 행복하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있는데! "

" 그럼, 애들 패고 돈 뜯고 협박하고 겁 주고 그러지 마. 약속해. "

" 그래! 약속! "

' 엥..? 이렇게 그냥 쉽게 약속한다고? '


내걸었던 새끼 손가락에 예리는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이게 이렇게 쉽게 되는 각오? 약속? 이 아닐텐데..


" 좋아하는 석준이와의 약속이잖아! 반드시 지킬거야! "


그렇게 말하곤 양 두손 주먹을 꽉 쥐며 힘낼거라는 제스처를 취한 그녀였다.


" 여튼, 아이스크림 녹겠다. 얼른 먹어. "

" 헤헤, 잘먹겠습니다아~! "


진작에 다먹은 나는 예리가 다 먹길 기다리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예리를 보았다.

예리는 입을 와앙 벌리며 아이스크림을 떠먹었다.

귀여워서 무심코 손이 올라가 쓰다듬을 뻔 했네..



예리가 아이스크림을 다먹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을 하려고 예리가 지갑을 꺼내야..

꺼내야 하는데..


" 아! 지갑.. 집에 두고 왔었지..! "

" 예? "

" 미안해, 석준아! 오늘만 네가 내줘! 지금 집가서 지갑 가져올게, 얼마 안걸려! "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집으로 간 예리였다.


" 하아.. 그래서 얼마에요? "

" 15700원 입니다. "

" 예? "

" 손님이 드신 녹차 아이스크림은 4200원, 여자친구분이 드셨던 허니밀크 브라운 슈거 아이스크림은 11500원 입니다. "






















" .... 한예리!!!!!!!!!!!!!!!! "




디저트 가게엔 왠 남학생의 절규섞인 목소리가 매장을 가득 매웠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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