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만나는 그녀는 정말 내 취향에 들이맞았다.

적당한 컬이 있는 단발에 오똑한 코, 고양이 같은 눈매와 도도한 그녀의 외모는 나의 취향이었다.


다만, 나는 몰랐던 그녀의 숨겨진 성격이 있었다.

바로 뻔하겠지만 집착이 심하다는 점이었다.

전남친의 바람과 배신으로 맘고생이 심했던 탓인지 현재 애인인 나에대한 집착과 구속이 심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쁘고 내 취향인 여자애가 나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준다는게 마냥 기쁘기만 했다. 하지만 나날이 갈수록 집착의 정도는 심해져만 갔고 결국 나는 참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작은 일에도 심각하게 반응하는 그녀가 너무 무서웠다.


"있잖아 얀붕아 저 여자 방금 쳐다봤지? 왜 쳐다봤어? 쟤가 마음에 드는거야? 그리고 어제 10시 55분 43초부터 11시 1분 33초까지 왜 내 연락 안봤어? 그 사이에 다른 여자랑 연락한거야? 왜 그렇게 답장이 늦어?"


"쟤가 넘어질 것 같아서 쳐다본 것 뿐이고 내가 어제 분명히 양치하러간다고 말했잖아? 말했는데 왜 의심을 하는거야...진짜 나 힘들어 이제 그만 좀 해 나 진짜 바람도 안피고 너만 좋아한단 말이야..진짜 지치고 피곤해 응?"


"미..미안해 그냥 불안해서..근데 있잖아..방금 또 다른 여자애 봤지? 그냥 나보고 걸으면 안돼? 너가 나 떠날까봐...그냥너무 불안해서 그래"


"아니 그만 좀 하라고! 너 진짜 너무 심해 내가 어떻게 해야 너가 안불안해지는데? 진짜 나 열심히 노력했고 너가 집착하고 그래도 꾹 참고 네 요구 다 들어줬어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주냐고!"


너무 지쳐있던 탓인지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주위 사람들이 지나가며 흘깃 쳐다보지만 그정도일 뿐이다. 한껏 움츠린 그녀의 모습을 보면 또 내가 잘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하...또 내가 잘못했지...화낸 내가 잘못이지...


"그..화난 거 이해하고 지쳐있는거 이해하는데....그냥 내가 너무 불안해서..전남친 일은 너도 알고 내가 양해도 구했잖아..조금은 자제해볼게..."


"화내고 소리지른거 미안하고 너의 사정 잘 아는데...나 이제는 못하겠어. 나 너무 지치고 힘들어.

더 이상은 못 받아주겠어. 미안하지만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그녀의 고양이 같던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 전혀 예상못한 발언에 많이 놀랐던 걸까. 하지만 더 이상은 이런 관계를 이어나갈 자신이 없다. 이기적이고 도피같아보이지만 그저 너무 지쳤다. 요새 잠도 잘 못자고 여유도 사라졌다. 너무 힘들다.


"무..무슨 소리야 얀붕아..우리 좋았잖아. 너 아직도 나 사랑하잖아! 너 마음 안 변했잖아. 근데 왜 나를 떠나? 너도 바람핀거지? 너도 그 새끼랑 다 똑같은 새끼야. 근데 있잖아 이번엔 안 놓아줄거야. 나 있잖아 너가 진짜 너무 좋아. 너 놓치면 나 돌아버릴 것 같아. 평생을 후회할 것 같아. 나 미쳐버릴지도 몰라. 그러니까....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 붙잡을거야.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마. 넌 영원히 내꺼니까...알겠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 진짜 이상해. 나 먼저 들어가볼게. 너 좀 진정하는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서둘러서 집으로 향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았다면 절대 집으로 가지 않았을 텐데...


옛날에 쓴거 다시 올려봄 얀력 보충해



집으로 돌아온 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녀와의 추억을 하나씩 정리해가며 이땐 이랬고, 그땐 그랬다고 생각하며 회상했다는 점만 기억에 남는다. 왜 눈물이 날까. 그저 평범하게 지냈다면,

조금은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잠시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가지 않아 알 수 없는 소리에 그만두었다.


'무슨 소리지? 문 여는 소리 같기도 하고? 윗집이나 옆집인가? 하아..그렇게 힘들었나 별의 별 소리가 들리네. 피곤한데 그냥 눈 좀 붙여야지..'


순식간에 몰려오는 수마에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아침이 찾아왔다. 그런데 몸이 이상하다. 양 팔 양 발이 묶인 것 같았다. 내 코가 잘못된게 아니라면 된장찌개 냄새도 나는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머리가 잘 돌아가질 않는다.


"어? 일어났어 얀붕아?"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다.


"있지 있지 내가 어제 밤에 좀 생각해봤어! 우리 얀붕이가 많이 힘들고 지친다고 했으니까 오늘부터 내가 간호해주고 보살펴줄게! 얀붕이는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받아들이면 돼 알았지? 내가 된장찌개도 끓이고 밥도 지었어! 얀붕이가 좋아하는 거잖아?"


헛웃음이 나왔다. 도대체 어제 헤어지자고 했던 여자친구는 어떻게 내 집에 들어와 밥을 짓고 나를 묶어놓은거지? 하지만 그녀가 제정신이 아니란 것만 알아낼 수 있었다.


"너 진짜 미쳤어. 내가 어제 분명히 너 이상하다고 진정하라고 얘기했고,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고..."


"그만해!!!!"


그녀의 외침에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우리가 왜 헤어져야해? 나 아직 너 너무 사랑하는데? 왜? 너도 나 아직 좋아하잖아? 사랑하잖아? 근데 왜? 난 헤어지기 싫어. 내가 너를 그냥 놓아줄리가 없잖아? 네가 나를 떠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거야? 넌 절대 못 떠나. 넌 영원히 내 곁에 있어야만 해. 아니? 있을 수 밖에 없어. 그야 넌 내꺼잖아?"


"아니 아니야! 너 완전히 미쳤어! 분명히 헤어지자고 말했어! 너 이상해. 이건 아니야...진짜 이건 아니라고!"


차려진 식탁을 보며 나는 저항하고 부정했다.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나는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그러나 된장찌개의 냄새와 그녀의 차가운 시선, 앞치마만 입은 그녀의 모습은 차가운 현실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너 옷은 그게 또 뭐야 그렇게 하면 내가 좋아할거라고 생각한거야? 그렇다면 큰 착각이야."


그녀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얀붕아, 알몸 에이프런을 싫어하는 남자는 없다고 생각해. 그야 이렇게 몸매도 좋고 예쁜 여자아이가 해주는 복장인걸? 아침도 차려주고 말이지.

그리고 얀붕아.. 너는 진짜 내 얼굴상에 단발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거야? 미용실에서 얼마나 말렸는데! 있잖아.나 진짜 너 취향에 맞추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얀붕이 취향도 성벽도 다 알고있어! 물론 얀붕이가 좋아하는 건 나도 좋아하지만 말이야."


"그..그런...그건 그렇다쳐도 너 우리 집 문은 어떻게 열고들어온거야!"


"어젯밤에 문 그냥 따고 들어왔는데 세상 모르고 자고 있더라? 많이 피곤하긴 했나봐? 평소라면 한발은 뽑고 잤을 텐데. 그래도 그냥 편하게 들어왔지. 어젯밤에 들어와서 한 짓은 절대 말 못해! 히히히"


'뭐야 내가 뽑고 잔다는 건 어떻게 아는거야. 그리고 어젯밤에 내가 들은 소리는 우리집 문을 여는 소리였나? 이런 젠장 그냥 일어나서 확인해 보는건데..어젯밤엔 또 무슨 짓을 한거야?'


도무지 머리가 따라갈 수 없은 일들의 연속이었기에 나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그저 벗어날 궁리만 하길 시작했다.


"밥이나 먹자. 얀붕아 내가 먹여줄게. 팔도 못쓰잖아? 자 입 벌려 아앙~"


처음에는 그녀가 주는 밥을 먹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깔고앉았다. 배에 느껴지는 압박감에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들어오는 숟가락. 거부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렇게 억지로 아침을 먹고나니 손목과 발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있잖아 있잖아 나 손목이랑 발목이 많이 아픈데,

조금 풀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음? 안돼 안돼 풀어주면 또 도망갈거잖아? 아픈게 묶은건 좀 미안하지만, 도망가면 안되니까 안 풀어줄거야 편하게 있어 내가 다 해줄게!"


'으윽 역시 안통하나..어떻게 할 수 없을까 이거..'


"아아 그래도 이쯤이면 풀어줘도 괜찮을까나..?"


내 맘을 알아준 듯 풀어준다고 해주는 그녀. 하지만 내 몸의 변화를 알아채자, 그녀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버렸다.


"야 야 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너 너 진짜 이런식으로 할거야?"


"이제 나에게 못 벗어나게 할 방법 중 하나인걸?

영원히 나에게 속박당하고 구속당하고 그렇게 쭉 살아가게 될꺼야. 그럴 운명이잖아..?"


"있잖아...나 진짜 너 좋아했는데, 이건 정도를 넘었어."


몸이 끓는듯한 작열감이 점점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바로 눈 앞의 그녀를 덮쳐버리고 말 것 같다. 밧줄로 묶여있었기에 망정이지, 풀려있다면 이성을 잃었을 것이다. 물론 풀어준다고 했지만...


투둑..툭...손목과 발목을 묶던 밧줄이 풀리자 나는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빨간색을 본 황소처럼 앞의 여성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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