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의 바닷바람을 타고 창문을 넘어 새벽 햇살이 들어올 때면 그녀는 내 방에 들어와 사부작거리는 이불을 걷어 침대 위의 내 옆에 반쯤 눕는다. 



곧이어 그녀는 따뜻한 방 온도로 데워진 내 볼에 아침의 바닷바람으로 차가워진 그녀의 빨간 입술을 갖다대고, 서늘한 그 감촉 속에서 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꿈에 반쯤 잠긴 듯한 몽롱한 기분 속에서 바라보아도 침대에 걸터앉아 날 바라보는 그녀는 아름답다. 


칠흑같이 어두운 머리카락과 그에 대비되는 새하얀 피부, 날 황홀하게 하는 아름다운 얼굴이나 핏빛같이 새빨간 그녀의 입술을 보다 보면 난 가끔 이뤄질 수 없는 우리 둘임에도 기이하게 그녀에게서 배덕적이고 패륜적인 욕망을 느끼기까지도 한다.


그런 죄악감으로 가득 찬 내 불편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나를 향해 미소지으며 오묘한 색기를 풍기는 쇄골 너머, 이빨 자국이 남도록 깨물고 싶은 탐스런 목덜미 위에 내 턱을 얹고 귀를 핥기라도 할 것처럼 입을 가까이 해 말한다.


"일어나야지... 우리 사랑스러운 아들... 벌써 해가 뜬지 오래야."


내가 잠에서 깨려고 얼굴을 손으로 비비자 그녀는 사춘기의 변덕스런 소녀마냥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는지, 갑자기 침대 위에 나를 쓰러트리며 내 어깨에 팔을 올려 날 안은 채 미소짓는 얼굴을 내 가슴에 묻는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막 성에 눈뜬 사춘기 남성의 몸을 한 난 본능적인 내 하반신의 움직임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그러자 그녀는 다시 침대에 걸터앉아 그걸 아는듯 모르는듯한, 아들을 둔 어머니답지 않은 요망해 보이는 눈웃음을 짓는다.




그녀는 나의 어머니다. 어릴 때 그녀와 찍은 사진 같은 기록도, 내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도 없어 그녀가 날 낳은 친모인지, 어릴 때 나를 주워 기른 건지는 모르지만 내게 남아있는 모든 기억 속에서 그녀는 항상 나를 향해 자애롭게 미소짓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난 이 외딴 섬의 음울하고 푸른 안개 낀 해안가에 세워진 새하얀 집에서, 세계적인 규모의 대기업의 CEO인 그녀가 자신의 재력의 티끌같은 일부로 지은 이 거대한 규모의 집에서 그녀와 단 둘이서 살아가고 있다.


얼핏 보면 우리의 관계는 병약하여 집에만 갇혀 살아가는 불쌍한 아들과 그런 가여운 아들을 사랑스레 돌보는 완벽하고 모범적인 대기업 CEO의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 나의 관계는 '일반적인' 어머니와 아들과는 다르다. 그녀는 모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헌신적이고 자애롭지만, 그녀의 사랑을 받는 내 모습은 마치 사랑이란 명목으로 보호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와 같았다.


내가 바깥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새하얀 거실에서 차갑고 하얀 창문 너머로 우울한 안개 낀 바다를 바라보는 것뿐이다.


내가 입고 먹을 수 있는 건 그녀가 매일마다 가져오는 똑같은 흰색 가운 같은 병원복들과 젖병 같은 유리병 안에 든, 탁한 우윳빛의 기분 나쁘게 달콤한 액체뿐이다. 


그 흔한 읽을거리도 놀 거리도 없는 이 집에서 난 어떤 것도 배울 수 없고, 어떤 것도 가지고 놀 수 없다. 죽은 듯이 잠을 자거나 철망이 쳐진 쓸쓸한 해변과 정원을 거닐고, 그녀와 나의 몇 안되는 추억이 담긴 비디오를 수백 번씩 돌려보는 것만이 내 유일한 일과이다.


태어나서 본 사람이라곤 그녀밖에 없어서인지 성욕에 눈을 뜬 사춘기의 내 꿈은 그녀로 범벅이 된 지 오래다. 나는 매일같이 땀에 젖은 나체의 그녀가 내 허리 위에 올라타 몸을 들썩이며 귀를 간지럽히는 비명을 내지르는,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음란한 망상의 쾌락에 취해 잠든다.


그녀가 아름다운 머릿결로 내 배를 간지럽히고, 귀를 가볍게 물어뜯다 내 쇄골과 목을 핥고, 결국엔 내 가슴에 그 풍만한 가슴을 비비며 절정하면서 내 등을 할퀴어대는 그 패륜적이고 불쾌한 망상


항상 망상 후의 나를 그 끔찍한 죄책감과 절망감에 시달리게 하지만, 마약과 같은 그 중독성으로 그 다음 날 밤에도 나를 유혹하여 잠식하는 그 망상 말이다.


가끔은 그 상태에서 가위라도 눌리면 평소의 그녀라곤 상상할 수 없는 소름끼치는 미소와 쾡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그녀가, 내 얼굴에 머리카락을 드리워 길고 가녀린 손가락으로 날 할퀴듯이 쓰다듬는 불쾌한 악몽을 꾼다. 


모든 게 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이 안가는 그 기괴한 꿈에서 적어도 하나 확실한 건, 그 꿈에서 날 바라보며 설렌 듯한 미소로 교성을 내뱉는 악몽 속 그녀는 밤새도록 한 치의 미동도 없이 날 지켜본다는 것이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이름을 칠판을 긁는 듯 소름끼치고 기괴한 목소리로 부르며, 공포에 질려 예민해진 내 얼굴을 쓰다듬다 내 살을 벤 후, 손톱에 묻은 피를 새빨간 혀로 색기 넘치게 핥으면서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녀와의 모든 관계가 불쾌하고 역겹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마 현실의 그 헌신적이고 사랑스런 그녀와 꿈속의 음탕하고 섬뜩한 그녀가 겹쳐 보여 현실의 그녀마저 기분 나빠졌거나,


어디서 주워들은 몇 안되는 윤리 의식이 내가 현실의 그녀마저 욕망 어린 눈길로 바라보다 탐욕에 미쳐 패륜적인 일이라도 저지르는 걸 막는 것이거나,


어쩌면 가장 큰 이유는 내 자유의지를 모조리 박탈한 그녀가 갓난아기를 둔 어미같이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게 가증스러워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죄악감과 불쾌함, 억압감에 분노해 내가 그녀를 조금이라도 거부하며 떨어지려 하면, 자애롭던 그녀의 미소와 눈빛은 순식간에 소름끼치게 냉정하고 날카로운 것으로 돌변한다. 


나긋나긋하고 보드랍던 그녀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공기를 얼어붙히고 몸을 바늘로 찌르듯이 소름돋게 하고, 그녀의 사랑에 찬 맑은 눈동자는 순식간에 공허하고 탁한 거울이 되어 그 정적 속에 얼어붙은 날 비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단지 숭고함과 자애만을 품은 게 아닌, 뒤틀리고 치명적인 집착과 광기를 품은 그녀의 기묘한 모성애를 체감하고, 이를 거부하는 것이 나를 잔혹하게 파멸시킬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결국 그 날도 그녀에 대한 나의 저항은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하게 나를 안는 그녀의 품 안에서 무기력하게 굴복하며 사그라드는 결말을 맞는다.




이 모든 일상이 매일같이 반복된다. 깨워져서 먹여지고 입혀진후 갇힌채로 꿈속에서 망상하고 반항했다 실패하는... 그녀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동일하게, 무미건조한 일들을 되풀이하며 나를 광증 속에 밀어넣었었다.


그래... 시간은 나를 그녀의 사랑을 받아주기 위해 만들어진 똑같은 짓만 반복하는 태엽인형처럼 만들었다.




철망 사이에 뚫린 작은 틈 너머로 도망간 강아지를 찾으러 우리의 음울하고 차가운 저택에 들어온 그 금발머리 소녀, 그 태어나서 처음 본 그녀와는 '다른 여성'이 저택에서 길을 잃고 정원에서 나를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SF스릴러근친얀데레물느낌일듯

장편 처음 써보고 스토리 빌드업하는 1화라서 좀 노잼이어도 봐주라ㅠㅠㅠ

어떤 분이 감사하게도 표지 그려주셔서 넣어봄... 표지 받아보는거 꿈이었는데 진짜 고맙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