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반, 편의점 알바 퇴근길 도중에 나는 골목길에서 내가 가장 만나기 난감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나의 전 상사였던 서예린. 그녀는 회사 내부에서도 악덕상사로 악명 높았다.

"안됩니다."

"대체 뭐가 문제야? 말을 해봐."

"이미 말했지 않았습니까? 전 이미 회사도 퇴사했고 연애에 별 관심 없습니다."

사실 거짓말이였다. 나는 그냥 그녀의 그 잔인하고 고압적인 성격이 싫었을 뿐 이미 애인도 있다.

예린은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민혁씨가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얼굴도 좋고 몸도 적당하고 더러운 년들이 꼬이기 좋잖아? 물론 그 싸가지 없는 성격이 흠이기는 하겠지만-"

"그건 부장님, 아니 예린씨 같이 고압적인 사람한테나 표출되는거죠. 그리고 저는 더이상 당신과 엮이기 싫습니다. 고백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퇴사 압박을 가하는게 정상적입니까?"

그녀의 표정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오히려 얕은 미소를 짓는게 당당해보였다.

"나는 우리 민혁이를 너무너무 사랑해서, 가지고 싶어서 그런건데 우리 민혁이는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됐습니다. 그럼 전 이만"

내가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려 하자 예린은 내 팔을 붙잡았다.

"어딜 가 이새끼야. 너 지금 상황 안 좋은거 다 알아. 어머니는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입원해계신데 넌 지금 퇴사하고 편의점 알바나 하는 신세잖아?내가 그걸 바꿀 수 있어. 넌 그냥 나랑 사귀기만 하면 돼"

그녀의 그런 말에 나는 울컥하며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상황을 만든게 당신이잖아요? 됐습니다. 더이상 말할 가치도 없네요."

그녀를 뿌리치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나를 향해 그녀는 말했다.

"김민혁, 너 나중가서 후회하지 마라."

지랄하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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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야 오늘 재밌었어?"

"오빠는 당연한걸 왜 새삼스럽게 물어봐? 당연히 재밌었지!"

나는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었다. 현아와 사귄지 한달째, 우리는 오늘 놀이공원에 놀러갔다. 그녀와 함께 보낸 완벽한 하루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잡고 가볍게 키스했다. 그녀는 히죽거리면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랑해"

그러고서는 나에게 눈을 찡긋 하더니 먼저 집으로 갔다.

정말 황홀했다. 그녀의 단발머리가 찰랑거리는 모습을 보니 나는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었다.

집에 돌아오고 나니 나는 경악했다. 카톡 메세지 53개가 예린씨한테서부터 와있었다.





사랑해
사랑한다고
나랑 사귀자

뭐해
왜 안봐
너 지금 어디야
뭐하고 있어
사랑한다고 씨발
나랑 사귀자
사귀자고 씨발놈아
...

그때 때맞춰 그녀한테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민혁아 내가 한 말들 생각해봤..."

"아뇨 싫습니다. 이제-"

"끊는다고 하지 마 이 씨발새끼야"

" 욕 좀 그만하세요. 당신은 제 상사도 아닌 그냥 제가 아는 사람일 뿐이고-"

"너 진짜 왜이래? 내가 고백을 했으면 너가 그걸 받아줘야 하는거 아니야?"

'이 사람이 진짜 돌았나?'

"하...그냥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 이미 사귀는 사람 있어요. 그러니 이제 관심 끊으세요. 됐죠?"

빡친 나는 그냥 내가 연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발렸다.

전화기 너머에서 몇초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주소 보낼테니깐 한시간 안에 내 집으로 와. 얘기 좀 하자."

그녀가 방금 전이랑 다르게 매우 차분하고 또박또박 말하였다.

'그래, 이건 이 지긋지긋한 여자와의 관계를 전부 끊어버릴 수 있는 기회야'

"좋습니다. 곧 뵙죠"

나는 소파에 털썩 앉아서 생각했다.

후...좋아...이번에야말로 저 인간과의 관계를 모두 정리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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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집은 도시 외곽의 큰 저택이였다. 나는 그녀가 부모님의 유산으로 돈이 많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집일줄은 몰랐다.

문을 두드리자마자 문이 열리며 그녀가 보였다.

"민혁이 왔구나! 어서 들어와. 저녁밥도 준비해줬어!"

"아..네네"

나는 얼떨결에 들어오자마자 식탁에 앉았다. 예린씨의 표정은 예상외로 밝아보였다.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나에게 스테이크를 줬다.

"맛있게 잘 먹어~"

"ㄱ, 감사합니다"

'뭐지, 내 마음을 다시 사려는 속셈인가'

힘든 하루를 보내 배고팠던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맛있게 먹었다. 그런 나를 예린씨는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민혁아, 그래서 말인데..."

"네"

'아마 미안하다고 사과하겠지?'

"너 그년이랑 헤어지고 내 신랑 되자"

"네???????"

"야 내가 너 책임져 준다니깐? 우리 민혁이 잘 대해줄거라고"

"당신, 단ㄷ단히 미쳤군요."

"이새끼 싸가지 봐라? 그래 뭐 민혁이 오늘 나랑 같이 자자. 그러면 용서해줄게"

"귿딴 개소리 하려 불럈나요? 좆ㄲ까세요 그럴 일 절대 없습니다. 안 그래도 손ㅈ절 하려 했는데 이렇게 나오시면 저야 좋ㅈ죠 뭐"

정신이 점점 혼미해지는 기분이였다. 내가 일어나려 하자 그녀가 내 손목을 강하게 잡았다. 왜 팔에 힘이 안 들어가지...

"내가 너를 다른 여자한테 순순히 보내줄 것 같아?"

"놔효...ㄴ나는....."

일어서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는 비틀거리며 식탁 위에 쓰러졌다. 그녀의 광기어린 살벌한 얼굴이 나를 섬뜩하게 지켜봤다.

"우리 민혁이 절대 안 놓칠거야.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약속할게"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으나 목구멍에서 목소리가 안 나왔다. 모든것이 깜깜해지면서 나는 의식을 잃었다.






급식 얀붕이 첫 소설임. 재무팀장 강서령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그런지 스토리 진행상 영향받은 부분들이 좀 많은듯. 해당 소설 쓰신 완장님께 비슷한 부분이 많아 매우 죄송하다는 말 전함.

확실히 스토리 적당히 진행시키는게 어렵네...너무 도입부 전개 빠른듯 같기도 하고...쨌든 아무쪼록 잘 보기를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