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격! 쥬얼 레드!"


오늘도 어김없이 괴인 발생!

이렇게 또 마법소녀인 저는 사회질서와 치안유지를 위해 출동할 수밖에 없게 되었네요...

휴가를 낸 게 바로 오늘인데...마법소녀는 기본적인 복지라는 개념이 없는 걸까요?

마법소녀도 인간이다.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마음같아서는 머리에 띠라도 두르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할 것 같아요.

제가 잠시라도 일을 손에서 놓게 되면 사람들이 다치거든요.


콰광 콰광


"으아아아아 괴인이다!!! 어서 도망쳐!!!"


"저 ㅈ같은 괴인이 우리 후장을 따X으로 온다!"


으으음...무슨 소릴까요? 저 괴인 이름이 후장괴인이라는 소릴까요?

저는 하는 수 없이 마법소녀로 변신 한 채 그 괴인 앞에 내려섰답니다.


"붉게 타오르는 열정! 꺾이지 않는 정열의 쥬얼레드! 여기 도착했어요!"


매 번 외칠 때 마다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아요.

창피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사람들은 의외로 이런 유치함에 열광한 답니다.


"레, 레드다! 우린 살았어!"


"어흑 마이깟! 레드가 우릴 구해줄꺼야!"


역시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네요.

조금 격렬하긴 하지만 이 쥬얼 레드는 그 모습도 좋아한답니다.


"레드!"


그런 사람들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요.

나는 설마 하면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곳엔 제가 짝사랑하는 얀붕이의 모습이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귀여운 얀붕이. 그는 키가 작아서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있다시피 해요.

하아아아...어쩜 저리 귀여운지...손발을 묶고 저만 아는 곳에다 가둬놓고 싶은 걸요?


하지만 그럴 수 없어요. 


저는 공인의 몸, 수많은 사람들이 이 쥬얼 레드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어요!

괴인의 어떤 음흉한 계략 앞에서도 이 쥬얼 레드의 불꽃은 멈추지 않는답니다!


"...쇼타"


"뭐라구요?"


눈 앞의 괴인이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어요.

두려운 걸까요? 제가 나타나서? 하지만 그런 것 같진 않아요.

계속해서 무언갈 중얼거리고 있는데, 이쯤 되면 이 쥬얼 레드라도 상대에게 질릴 수밖에 없어요.


"그만 끝내요 후장괴인!"


"쇼타아아앗!"


아뿔사, 후장괴인이 미친듯이 군중을 향해 뛰어가요.

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저는 미처 막을 생각을 하지 못해요.

하지만 괴인의 질주 끝에 놓여진 사람을 보는 순간, 쥬얼 레드는 말 그대로 폭발하고 말아요.

아, 괴인 씨. 하필이면 왜......


왜 나의 작은 히어로를 공격하나요?


"가라앗! 창성의 버스터!!!!!! 남김없이 불태워 버려엇!!!!!!!!!!!!!!!!!"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요. 

남아 있는 건 약간의 재 뿐.

괴인이었던 것의 모습은 볼 수가 없어요.


사람들은 넋이 나간 채 그 자리를 바라보고 있어요.

제 마력 구동식 물질 완전 소각포에서 뻗어 나간 불줄기가 하늘 높이 솟아간 그 길을.

김얀붕, 그도 주저 앉아 그것을 보고 있네요...귀여워라.

당장이라도 납치하고 싶지만......조금 참기로 했어요.


저는 마법소녀니까.


타앗


"마법 소녀 쥬얼 레드! 사건 해결!"


유치한 포즈와 자세를 또 취해줘요.

얀붕이 앞이라 더욱 떨리네요...어떡하죠?


"쥬, 쥬얼 레드..."


아, 얀붕이에요.

쭈뼛쭈뼛 거리며 다가온 얀붕이.

어쩜 이리고 귀여울까요? 작은 햄스터 같아요.

저와 그는 동갑인데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나죠?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네에엣! 쥬얼레드 입니다!"


"와아아아..."


그가 넋을 잃고 저를 올려다 보아요.

그 모습에 저도 넋을 잃고 쳐다보다 침을 흘릴 뻔 했네요...이런.


"쥬얼 레드...고마워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저는, 아니 여기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


"...제가 해야 한 일을 했을 뿐인 걸요?"


"하지만 레드.....당신의 희생이 없으면 우리는, 나는 계속 이렇게 살아갈 수 없었을 거에요...정말 감사해요"


그가 울먹거립니다. 가슴 아파라...


"그런 의미에서 레드...나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요. 우리를 위해 희생하는 당신이라면 나 뭐든지 할게요!"


............................무슨 소리죠?

제가 잘 못 들은 걸까요? 환청, 아니 꿈인가요?


제가 꿈을 꾸고 있나요 설마?


하지만 제 앞에서 두 손을 꼭 모으고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얀붕이의 모습을 본 순간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나 쥬얼 레드 아니, 김얀순은 짝사랑 하던 김얀붕에게 고백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얀붕씨"


"네, 넷? 근데...어떻게 제 이름을?"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얀붕씨의 말, 진심인가요?"


저는 그게 알고 싶었습니다.


"네, 네! 제 진심이에요!"


휙!


그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던 제가 얀붕이를 납치합니다.

영문도 모른 채 제 품에 안긴 얀붕이.

무겁지 않아요, 정말 가볍답니다!

마법 소녀의 힘은 뭐든지 가능★!!!


"읍, 읍!"


"자, 여러분들! 이 쥬얼 레드는 이만 떠나요!!!"


"우린 레드에 대해 너무 몰랐습니다. 정말 위대합니다!!!"


"우와아아아아!!! 레드! 레드!"


우린 그 환호성을 뒤로 하고 날았어요.

마법소녀에게 하늘을 나는 건 기본이죠.

그나저나 저 환호성들이 마치 우리의 결혼식을 축복하는 것 같아요.


예? 무슨 결혼식이냐구요?

알잖아요...얀붕이와 저의 결혼식.

우리는 평생 함께 있을 거랍니다!!!!!


이제 괴인 따위는 안녕!!!!!

블랙 기업 같은 곳도 떼려 치울거야!!!

저는 늘 품속에 품고 다니는 사직서를 낼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

전국의 모든 얀순이들도 저처럼 과감하게 행동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