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개 허접이잖아?"


빙글거리는 그녀의 얼굴.

꿀 밤이 마려웠다.


그와는 별개로 눈 앞에 펼쳐진 도저히 믿지 못할 결과


"허접~허접~"


그녀가 나를 허접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감히 반항할 수 없었다.


///


"야, 비켜봐."


나는 눈 앞의 생물, 매번 볼 때마다 아직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미지의 생명체로 보이는 존재에게 말을 걸었다.


"아, 왜!"


그것이 하찮은 반항을 했다.


"나와, 나 과제해야 돼"


"칫"


하필이면 집에 컴퓨터 한 대 밖에 없어가지고...

안타깝게도 내 노트북은 어제 밤 그 운명을 다하고 말았다.

서비스 센터에서도 답이 없다고 하는 내 노트북.

시발...새 거 살 돈도 없단 말이다...


"꺅! 졌어, 졌다고. 다 너 때문이야"


모니터 화면에 커다랗게 뜬 패배의 문구.

동생이 괜히 내게 역정이다.


"응, 네가 개못해서 그런거야...개허접, 좀 꺼져줄래?"


"으으으"


감히 반박은 하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녀석.

역시 팩트 공격은 언제나 유효하다.


"으읏"


의자를 휙 돌려 뒤편 침대로 구르듯 빠져나가는 동생.

나는 진귀한 서커스를 본다는 듯 그걸 바라보았다.

그 눈길을 느낀 동생이 샐쭉하게 나를 바라본다.


"뭐, 왜?"


"아니, 잘한다 싶어서."


타이트한 돌핀 팬츠에, 똑같이 타이트한 나시티.

살집있는 통통한 허벅지와 엉덩이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고,

흉부는 D컵쯤 되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내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한다.

비록 피가 이어지지 않은 의붓여동생이라지만 마찬가지.

그저 한 집안에 사는 성이 같고 성별이 다른 생물.

그게 바로 남매의 정의였다.


털썩


"이제부터 과제하니까 방해하지 마라"


"...야, 남의 방...그것도 여자 방에 들어왔으면 감사한 마음이라도 가져야지...너 같은 찐따가 언제 여자방에 들어가 보겠어, 응?"


뒤에서 살살 긁는다.


"그만해라 뒤진다 진짜"


"구만해롸 뒤쥔다 쥔짜...히히힛! 응, 해봐 해봐. 못 하지롱, 못 하지롱!"


이 미친년이...! 나는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서 힘껏 꽉진 주먹을 보여주었다.

시발! 이걸 쳐 떄리지도 못하고...내가 오빠인게 한이다.

화난다고 한 대 쥐어박았다간 곧바로 쪼르르 엄마나 아빠한테 달려가서 다 이를게 뻔했다.

다 큰 성인인데도!


"풋! 주먹 보여서 뭐 어쩔? 응? 어쩔 저쩔?"


"...내가 참는다"


"어머어머 지가 참는데, 히히힛! 허~접, 쫄아서 못하죠?"


"이게!"


"아악! 엄마! 아빠! 오빠가 나 덮쳐요!"


"야, 야! 김얀순, 개헛소리 하지마라 진짜!"


"헤헤헷, 응 허접~ 싫거든요~"


끝까지 한 마디를 지려고 하지 않는 동생.

우리는 서로 앞치락 뒤치락 투닥 거리다가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야, 너 요새 운동 좀 하나보다?"


갑작스럽게 물어오는 동생.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붙어있는 자세에서 팔과 복근을 어루만진다.


"악! 너 뭐하는 거야, 저리 치워. 징그럽게"


기겁하며 손을 치운 나. 그리고 멀찍이 떨어진다.

또 무슨 장난을 칠지 몰랐다.


근데 그것보다 나 지금 과제해야 하는데...


"오빠 내기 하나 할래?"


"내기? 무슨 내기? 그리고...야, 오빠 거리지 마라 개소름 돋으니까"


평소에 잘만 야, 야 거리던 녀석이 갑자기 오빠거리니 순간 게슈탈트 붕괴가 오는 줄 알았다.


"...내기 에서 이기면 방해 안할게, 과제하는 거"


"내가 지면 계속 방해하고?"


어이가 없네.


"어떨까나?"


붉은 입술을 톡톡이며 고민하는 표정을 취하는 그녀.

닥치고 무조건 한다. 계속 녀석을 놔두었다간 일주일이 지나도 다 못할 터였다.


"콜...근데 조건이 개같으면 안해"


"헤에에...나 못믿어?"


헤에에 이지랄...


"좋아! 내가 선심썼다. 오빠 유리한 걸로 해줄게"


"응?"


"요새 헬스 잘 다니더라? 저번처럼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그런데?"


"그걸로 하자,  3대 무게 대결!"


뭔 개소리야?

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 그 황당함에 그녀가 악동같은 미소를 지었다.


"마, 니 삼대 몇치노?"


///


그래서 그렇게 되었다.


시발...저 몸에서 삼대 600이 가능키나 한 숫잔가?

사실 인간의 모습을 한 오크새끼 이런 게 아니었을까?


형편없이 그리고 처참하게 발려버린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허~접, 여자한테 힘으로 발리는 개허접"


그녀는 내 주위를 돌며 계속해서 놀려댔다.


"흐흐흥...그럼 허접, 가서 물이나 떠와"


"내가 왜"


그말에 발끈하자 그녀가 말한다.


"내기...졌잖아?"


"졌으면 일주일 동안 내 수발 들어준다고 약속했는걸?"


"그러니까 '해 줘'"


"왜냐하면 오빤 나보다 약하잖아?"


허접~♥거리면서 찡긋 윙크를 한다.


///



"야 허접, 이리와서 다리 '주물러 줘'"


"..."


속으로 궁시렁거리면서 그녀의 침대에 다가간다.

엎드려 있는 그녀. 늘씬한 다리가 일자로 쭉 뻗어있다.

그녀는 상체를 살짝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변태같이 동생다리 만지면서 흥분하면 안 돼~"


씨발...분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분함으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종아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부드러웠다. 근육도 그렇게 많이 잡히지 않건만 어떻게 그런 힘을 낼 수 있을까 싶었다.


꾹 꾸욱


"아, 아흐...시원해...더 해줘"


"..."


아무리 의붓여동생이라지만 신음소리 따위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피눈물을 삼키며 계속해서 마사지를 해나간다.


"더...좀 더 위로..."


"여, 여기?"


만지면 녹아내릴 것 같은 부드러운 허벅지를 지나 엉덩이 가까이 올라간 손.

어쩐지 더 이상 진행하면 위험할 것 같은 곳까지 와버렸다.


"더 위로..."


"뭐, 뭐?"


하지만 멈추지 않는 그녀.

놀라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턴가 부터 상체를 튼 자세로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

그녀의 웃음이 왜인지 위험하게 느껴졌다.


"뭐 해? 더 위라고 했잖아?"


"...그, 엉덩이 잖아...?"


얼버무리듯 말을 하자  씨익 웃는다.


"당연히 거기도 해줘야지, 힐 같은거 신으면 거기가 얼마나 뭉치는데...못 해?"


"응? 설마 여동생 엉덩이에 욕정을 느끼는 그런 변태야 설마?"


그녀의 도발에 어쩔 수 없이 손을 가져간다.


꾸욱


"흐으응~"


"아, 씨발 신음 좀!"


엉덩이는 매우 말랑말랑 했다.


///


"야, 허접. 빨리 안와?"


"간다 가!"


하이웨스트 치마에 블라우스를 걸친 동생이 나를 불렀다.


오늘도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나는 같이 영화를 보러 근처 영화관에 오게 되었다.


"영화 정돈 그냥 혼자봐도 되지않냐..."


"뭐라구? 나보다 힘도 약한 허접이라서 안들리는데에~"


"...하아"


제법 그런 놀림에 익숙해진 나.

가볍게 한 숨만 내쉰다.


"티켓 뽑았어? 무슨 영화야?"


"비밀~♥"


아이구 지랄은...


입장시간이 되어 입구로 들어가자 컴컴한 내부가 우리를 반긴다.


동생이 나를 끌고 예매한 자리로 인도한다.


"...야, 이거 커플석이잖아"


"으응? 그랬나?"


한 손은 내 팔을 잡고 다른 손은 검지에 입을 대고 귀여운 척을 하는 동생.

꿀밤, 아니 죽빵 마렵다...


"야, 딴데가"


"...뭔 소리야? 이제 표 취소 안되는 거 몰라? 게다가 전부 매진이야"


딴 거봐, 딴 거 보자고. 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곧이어 밀어닥치는 인파덕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하아..."


물컹


"읏"


앉자마자 내게 기대오는 녀석. 하필이면 가슴이 그대로 팔을 짓누르고 있었다.

"빼, 뺴" 거리면서 빼려고 해도 빠지질 않는다.

그녀가 강한 힘으로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김얀순 너!"


"쉿!"


극장 내부에 불이 꺼졌다.


그녀의 눈은 어둠속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은은한 고압이 담긴 그녀의 눈동자는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 시작하잖아? 조용히 해야지?"


///


"아흐으으~ 잘 봤다! 개존잼!"


"..."


그녀의 바디어택에 좀 처럼 집중하지 못한 나.

무슨 내용인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특히나 그 장면 말이야...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억지로 ...하는 거 말야...아무리 안좋다지만 사랑만 있으면 상관업지 않을까?"


"..."


"...듣고 있어 오빠?"


///


"흐으응, 허~접♥ 드디어 깼어?"


이게 무슨 일일까?


나는 내 방에 누워 자고 있었는데...확실히 이곳은 내 방이 맞다.

그러면 눈 앞에 이 녀석은 왜 내 방에 있는 걸까?


평소처럼 돌핀 팬츠에 나시티를 걸친 그녀가 내 배 위에 앉아있었다.


두 팔은 뻗어 내 팔을 결박하고 있었는데 힘이 어찌나 센지 옴짤달싹 할 수 없었다.


"뭐, 뭐야...? 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뭐 하는 거처럼 보여?"


후훗, 하고 짧게 웃는 그녀.

어둠속에서도 왠지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것처럼 보였다.


"너, 너 장난치지 말고 내려와. 이거 부모님이 보시면,"


"보시면 뭐?"


얼굴을 바짝 들이대는 그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어둠속에서도 눈에 띄었다.


"그러니까 '나는 여동생한테 힘으로도 못 이기는 허접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개소리하지 말고 빨리 비켜"


"싫어"


왜? 라는 내 얼굴에 떠오른 의문.


"왜냐하면 오빠는 허접이잖아? 동생한테 힘으로도 지는 허접...이렇게 해도..."


그녀의 손 끝이 내 턱끝에서 부터 출발해 목과 쇄골을 지나 가슴 중앙에 이른다.

그리고 툭, 툭 파자마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오빠는 허접이라서 반항도 못하잖아?"


그렇지? 헤헷, 하고 웃는 동생을 보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엄마아빠 불러봐, 난 오빠가 덮쳤다고 말하면 그만이야. 이제야 알겠어? 결국 오빠만 쓰레기 되는 거라고"


후훗 웃으며 자신의 상의를 탈의하는 그녀.

검은색 브래지어에 갖힌 그녀의 가슴이 모습을 드러낸다.


"알아들었으면 반항하지마 허접오빠~"


나와 자신의 옷을 벗겨가는 그녀.


"흐응, 그래도 제법 몸은 괜찮은 걸? 완전히 허접은 아니네...그러면 아래도,"


덥썩


내 그곳을 만진 그녀의 손.


"..."


그녀는 순간 놀라 말을 잃었다.


"뭐, 뭐야 이건?"


당황한 그녀의 목소리.


"여, 여긴 전혀 허접이 아니잖아?"


휘둥그레지는 그녀의 눈.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

오냐, 오늘 누가 허접인지 똑똑히 가르쳐 주마.

철저히 그 몸에 새기도록 해라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