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나와 친하다.


스킨쉽도 자주 하고 그러는데, 나는 그걸 자연스러운 걸로 여겼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상황을 이야기처럼 전달하면,


"누나가 그런 짓을 한다구...? 너 뭘 보는 거야? 당장 히토미 꺼라! 뇌 썩는다 썩어!"


이런 반응이나,


"넌 누나가 사람으로 보이냐? 내 눈엔 사람 형상의 무언가로 보이는데...애초에 유인원 아님?"


이런 반응이 돌아오곤 한다.


그게 당연한 거라나 뭐라나...


그러면 이제껏 누나가 나에게 했던 것들은 다 뭘까?


가족이니까 괜찮다면서 했던 것들...


예컨대,


"누나 좀 떨어져 더워..."


"싫엉..."


게임하고 있는 내게 다가와 의자에 앉아 있는 내 허벅지 위로 올라와 안긴다던가,


"흐으응..."


그 상태로 내 목에 고개를 묻고 냄새를 맡는다던가,


"아니 님들아 제발..."


내가 말 안듣는 팀원들 때문에 멘탈이 갈려버렸을 때도 아무말 없이 계속해서 안고 있다가,


"충전 끝!"


자신이 만족할 만큼 만족한 다음에야 떨어진다.


"누나 이런 거 안 하면 안 돼? 게임에도 방해되고...또 다른 애들은 이런 거 안 한단 말이야"


이렇게 말하면 항상,


"다른 애들이 이상한거양...애초에 누나가 게임 하는 남동생 무릎 위에 앉는 건'상식'이잖아?"


이런 식으로 대답했다.


나도 그런 누나의 행동에 학습이 된 건지 어느 순간부터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다.


누나가 무슨 행동을 하든 그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며칠 전 일어난 일들은 그런 누나의 행동을 다시금 재고하게 했다.


"자, 아~"


저녁을 먹는 우리.


누나는 굳이 내 옆에 앉아서 내게 반찬을 집어주고 있었다.


나는 귀찮기도 하고, 그냥 밥 위에 얹어주면 될 걸 굳이 왜 직접 입에 넣어주려는 건지 이해를 못해,


"누나 그만, 내가 알아서 먹을게"


이렇게 말하니 누나의 표정이 싸악 굳어 버린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 없는 나.


"적어도 먹는 건 내가 할 수 있어...누나도 나만 챙기지 말고 그냥 먹어, 알았지?"


평소 누나에게 제대로 자기주장을 하지 못했던 터라 말을 끝내고 괜히 뿌듯해 하고 있을 때,


탁!


탁 소리를 내며 젓가락을 내려놓는 누나.


나는 그 박력에 괜히 들었던 뿌듯함이 무색하게 쭈그러 들고 말았다.


"김얀붕"


"으, 응?"


누나가 내 이름 석자를 부른다는 것은 굉장히 화가 났다는 뜻이기에 나는 바짝 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뭐라고 그랬어?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라고 했지? 응? 누나가 반찬 챙겨주면, 얀붕이 너는 그냥 받아먹으면 되는 거야. 왜 누나 행동을 거부해? 내가 그렇게 가르쳤어? 말해 봐, 내가 그렇게 가르쳤냐구?"


차갑게 굳은 얼굴로 저렇게 말하는데, 내가 거기다 대놓고 난 잘못 한 거 없다고 당당히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나는 결국 반박하지 못하고 얌전히 누나가 주는 반찬을 받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자, 아~"


"아, 아-"


덥썩


"옳지 잘 한다...그래 얀붕아, 가족끼린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거절을 들으면 이 누나가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니..."


난 또 다시 저 '가족끼리'라는 말에 감히 토를 달 수가 없었다.


다시 누나의 화난 표정을 마주하는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우물우물


곤히 그녀가 주는 반찬들을 씹어 삼키는 나, 그런 나를 다정스럽게 쓰다듬는 누나.


힐끗, 누나 쪽을 보니 누나의 밥 그릇은 그대로였다.


"얀붕아, 누나가 동생 밥 시중 해주는 건 '상식'이양"


누나의 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이후 샤워하기 위해 들어간 욕실.


누나는 그 곳까지 따라 들어와 내게 상식을 강조했다.


"얀붕아...누나가 동생이랑 같이 씻는 건 '상식'이지...안 그랭?"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압박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찰박 찰박


"여, 여기 좁은데"


"괜찮아 괜찮아"


좁은 욕조에 두 사람이 들어가자 물이 넘쳐흘렀다.


내가 누나의 뒤에 앉고, 누나가 내 앞에 앉아 있었다.


누나의 목덜미와 그 너머 살결이 보여,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등이 내 앞과 맞닿자 나는 슬그머니 허리춤을 뒤로 뺐는데, 그게 또 누나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얀붕아"


"네, 넷!"


한 번 경험하고 나니 반사적으로 군기가 바짝 든 대답을 하고 말았다.


"얀붕이는 누나가 싫어? 왜 누나 한테서 그렇게 몸을 급하게 떼? 설마 누나 몸이 더럽게 느껴지는 거양? 그래서 그래?"


"아, 아니야!"


나는 다급히 손을 들어 아니라고 뜻으로 휘적거렸다.



그런 내 두 팔을 잡은 그녀.


나는 독사에 물린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 상태로 자신의 몸에 내 팔을 감는 그녀.


부드러운 윗가슴과 배가 내 팔을 통해 느껴졌다.


"그러면 아니라는 증거를 대"


그렇게 손을 놓아 버린다.


이건 누나가 내게 주는 기회.


내 말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누나의 화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런 미래는 피하고자 나는,


꽈악


"흐으응..."


두 팔 가득 껴안을 수밖에.


"으음..."


그러자 내가 피하고자 했던 이유가, 밀착한 우리들 사이로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하아아...뜨거워"


야릇한 비음을 내며 몸을 더욱 밀어붙이는 누나.


더 이상 공간도 없는지 바싹 붙은 피부가 마찰을 일으킨다.


"누, 누나. 좀..."


"좀? 뭐?"


은근하게 웃으면서 되묻는 그녀.


하지만 행동은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내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낸 누나는 이내 내 방까지 따라오게 되었다.


풀썩


당연하다는 듯 내 방 침대에 눕는 누나.


이젠 말로 하기도 지겨운 상식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누나가 내 방에서 자는 것도 '상식'이야?"


"응? 그거야 당연한 거잖아 얀붕아"


내 배게에 고개를 묻는 그녀.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발을 계속 왔다갔다 한다.


"빨리 불끄고 누워 얀붕아"


누나의 재촉에 하는 수없이 불을 끄고 눕는데,


아니나 다를까 누나의 두 팔과 다리가 뱀처럼 나를 빈틈없이 얽어온다.


"흐으으...좋다"


새하얀 팔이 목을 두르고,


길게 뻗은 흰 다리가 내 다리위에 놓인다.


그걸로도 모자라 내 다리를 얽는데,


맨살끼리 비벼지는 느낌이 제법 선정적이었다.


열감을 가진 부드러운 마찰, 여자의 피부는 녹아 내릴듯이 부드러웠다.


허벅지와 무릎이 내 그곳 근처에 아슬아슬하게 근접해 있어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한 팔은 누나와 내 몸 사이에 끼어 있었는데,


속옷을 입지 않은 커다란 가슴이, 티 한장을 사이에 두고 짓누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손의 위치가 참 애매했다.


말로하자면 좀 남사스럽지만...누나의 가랑이 아래에,


내 쪽으로 뻗은 누나의 다리 덕분에 열린 공간으로 빠져나와 있었는데,


그래도 누나의 허벅지 위에 턱 하니 올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 손을 손가락 하나 까딱한다는 생각도 가지지 못했다.


그 자세로 굳어있는 나.


그런 나를 누나가 손으로 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그런 다음,



짧게 키스하는 그녀.


내가 놀라 벙쪄있자,


"굿나잇 키스, 헤헷"


하고 가볍게 웃는다.


그 웃음이 어찌나 천진난만 한지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얀붕아 너도 해줘야지...?"


"나, 나도?"


누나의 재촉에 하는 수 없이 이마에 입을 맞추는 나.


본능적으로 입술만은 피한 것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것은 곧 바로 누나의 화를 불러왔다.


"...김얀붕"


"응...누나"


"말 안해도 알지?"


나는 표정이 굳은 누나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져갔다.



가볍게 입술에 키스를 하는 순간,


콰악


뒷 머리를 거칠게 잡아당기는 손.


누나는 그렇게 내 머리를 잡아 당기고는 내 입술을 흡입하듯이 빨아 들였다.


츄웃 거리면서 물기 섞인 소리가 이어지고,


간단히 내 저항을 물리치고 입술을 연 그녀가


당당히 내 안에서 점령군 행세를 할 때도 나는 감히 누나를 말리지 못했다.


"헤읍...츗, 츄웃...하아아, 흡...츄우...하아..."


산소가 모자라도록 키스에 집중한 우리들은,


내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야 누나가 물러남으로써 끝이 났다.


"하아하아..."


누나나 나나 둘 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몽롱한 기분에 취해 있던 나에게 누나가 물어오는데,


"얀붕아...괜찮았어?"


"으, 응"


나는 바보 같이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누나 이건..."


나는 뒤늦게 이 행위가 연인들 끼리 하는 것임을 떠올리고 누나에게 말하려 했다.


"얀붕아 안 된다고 말하지 마...왜 하면 안 된다는 거야? 왜 남들 시선에 우리를 맞춰? 다른 사람들이랑 조금 다르다고 우리가 틀린 거야? 얀붕이 너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너랑 내가 잘못 되었다는 거야? 아니야 얀붕아. 세상에 잘못된 건 없어. 틀린 게 아니야. 조금 다를 뿐이지. 가족 같은 사랑이, 누나가 동생을 사랑하는 방식이 이런 식이면 안 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전혀 없어. 그러니까 얀붕아...더 이상 의심 갖지 말고 우리, 행복해지자?"


누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다시 입을 맞추었다.


나는 꺼림칙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피할 수 없었다.


그 밤이 있고 난 뒤, 누나는 매일 나와 함께 밤을 보냈는데 며칠 전부터는 조금씩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