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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7812658


반근착절 盤根錯節

구부러진 나무뿌리와 울퉁불퉁한 나무의 마디란 뜻으로, 얽히고설켜 처리하기 곤란한 사건이나 세상일에 난관이 많음의 비유.





여기저기 축제 소동이다.

감사제 당일 소란의 중심은 당연히 트레센 학원 안이지만, 그 주변도 덩달아 시끌벅적.

알코올류는 학원 내에서 금지니까. 어른들은 학원 밖에서 떠든다.

길에 인접한 가게에서는 설치된 디스플레이로 중계를 비추고, 그걸 안주 삼아 어른들은 떠든다.


엔터테인먼트의 기둥 중 하나인 트윙클 시리즈의 총본산이다.

그야 그럴 수도 있겠지.


이젠 술까지 더해진 소란이다.

당연히 소동이 벌어질 걸 알고 있는 경찰이나 행정부가 그걸 앉아서 보고 있을 리도 없다.

그렇기에 둘러만 봐도 여기저기 우마무스메 경관들과 삼엄한 장비로 무장한 경관들이 서 있다.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시선을 돌리자 칠칠치 못한 얼굴로 의식이 날아간 아그네스 디지털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두 손이 묶인 채 자루가 씌워진 놈도.


「.....하아. 누구야 이거」


상황으로 보아 아마 뭔가 사건에 휘말렸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관계자라고 생각되는 녀석들이 전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귀찮다고 생각하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

일단 기절한 녀석들을 인도에 옮기고 있는데 정신을 차린 행인이 신고를 하고 있었다.


관계자인지 아니면 뭔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직 상황은 불분명하지만, 기절한 녀석들을 확인한다. 다행히 제대로 살아있고 출혈은 없다.

왜 내가. 이쪽도 급한 짐을 안고 있는데.

지나가다가 불필요한 문제에 휘말려 제시간에 맞출 수 없게 된 거니 용서해 주길 바란다.


.....

......그리고, 이놈이다.


복면.....이라고 할까, 뭔가 자루가 씌워져 구속된 끝에 조금 전부터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수수한 복장이기는 하지만, 가슴에 배지를 달고 있으니 확실히 트레이너다.

아그네스 디지털이 안고 있었다는 것은 아마 관계가 있는 사람이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이 녀석은 아직 트레이너가 붙어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눈여겨보았던 트레이너인가.

호흡을 하고 있으니 확실히 살아있기는 한데.


행인들도 흥미 위주로 들여다보고는 시끌시끌 떠들고 있고.

뭐, 아무리 봐도 납치를 당한 생김새니 그렇게 되겠지만.


.....더는 견딜 수 없다.


한숨을 내쉬며 싫기는 하지만, 고개를 숙인다.

본 적이 있는 놈이라면 관계자를 불러 이 자리를 맡기고 얼른 짐을 가져다주러 돌아가고 싶다.

이래 보여도 트레센 학원의 학생이기에, 감사제 이벤트를 째면 뒤가 귀찮아진다.


누워있으면 봉지를 벗기는 데 시간이 걸리니 몸을 일으켜 주려고 했는데 평범히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이 녀석, 일어나 있는 거냐.


마음을 먹고 살며시 자루를 들어―――





――――돌 같은 시커먼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살며시 자루를 원위치한다.

아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군, 빌어먹을. 오늘은 재수가 없는 날이다.

하필이면 얘냐.

나는 나도 모르게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좀 봐달라는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

내가 뭘 했다고 이러는 거냐. 지나가다가 사고를 목격했는데, 하필이면 황제님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납치되려던 참에 마주치다니 농담도 아니고.


어떻게 하지.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 나중에 이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들키면 귀찮아질 게 틀림없다.

어쩐지 상상이 간다. 이런 상황에 그 녀석이 사태 파악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지금쯤 엄청나게 화나 있겠군.

하지만 그렇다고 경찰한테 어울려 줄 수 있을 만큼 시간도 없는데.


....아니.

일단 이 녀석만 데려가자.


택시 영수증 정도는 끊어놔도 되겠지.

수신인은 「일본 트레이닝 센터 학원 학생회장 심볼리 루돌프님」앞으로 보냈다.









『으랴아아아아아압!』


스피커 너머에서 디지털 군의 새된 기합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어서 쾅, 콰직하고 파멸적인 소리가 울린다.

마지막으로 통화가 뚝 끊겼다.


「......끊겼군」


휴대 단말을 책상에서 들어 올리면서 아그네스 타키온이 중얼거린다.

소리로 보아 뭔가 납치범을 상대로 뭔가를 시도한 결과, 귀에서 이어폰이 떨어진 것 같은데 설마 범인을 잡으려 한 걸까.

발신기의 종류는 가지고 있지 않을 테니, 뭔가 저질렀을 것이다.


「통화는 끊겼지만, 신호는 조금 전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아」


신호가 움직이지 않는다, 가능성은 3가지.

하나. 휴대 전화를 떨어뜨렸다.

둘. 그녀가 납치범을 붙잡았다.

셋. 보복으로 인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전화는?」


「다시 걸었는데 연결이 안 된다네. 어쩌면 떨어뜨린 걸 수도 있겠지」


솔직히 말해, 그녀가 쫓아준 덕분에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

이미 검문도 깔려 있고 차 번호와 차종도 확인했으며 납치범의 특징도 대략적이긴 하지만 확인됐다.

범인 확보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몰린 탓에 자포자기로 트레이너 군의 몸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끔찍한 생각도 들지만, 그럴 틈을 주기 전에 확보할 수 있으면 된다.


「....곤란하군」


좋지 않아. 그래, 곤란한 상황이다.

트레이너 군의 신병 확보를 최우선으로 했지만, 이로 인해 디지털 군이 무리하다 다친다면 나는 그녀에게 어떤 얼굴을 하고 사과해야 하는 걸까.


「역시 내가――」


「그만하게, 회장. 자네가 이제 와서 움직여 봐야 소용없어. 지휘자가 내팽개치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건, 그야말로 마지막의 마지막이다」


냉담한 아그네스 타키온의 목소리에 가슴속에 맺힌 열이 갈 곳을 잃을 것만 같다.

안돼 냉정해져라. 여기서 실수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는 비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어째서지?」


「그야 믿고 있기 때문이 당연하잖나. 디지털 군과 트레이너 군의 악운을 말이지」


그녀는 믿고 있다고 말했다.

빈정대듯이 입가를 일그러뜨리고, 그렇지만 똑바로.


「....후우. 너에게 충고를 받다니」


「뭐든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군. 뭐 트레이너 군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지만」


「말할 것도 없지. 그러니 이렇게 남의 힘을 빌리는 거다」


「흠....그런 것 치고는 뭐, 상당히 침착성을 잃은 것 같다만? ......오야」


아그네스 타키온이 손에 들고 있던 휴대 단말에서 진동음이 울린다.


「디지털 군한테서 걸려 왔어」


그녀는 그걸 책상 위에 놓고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아그네스 타키온인가?』


「그렇다네. 그런 자네는 누군가?」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

전화라는 건 코드북에서 비슷한 성질의 합성 음성을 내보내는 것이다.

고로, 누군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이력 보고 걸었다. 어이, 거기 있냐 황제님』


과연, 이 말투, 이 목소리.

어릴 때부터 귀에 익은, 약간 건방지게 느껴지는 그것.


「시리우스인가」


『역시 있잖냐. 명답. 잘도 맞췄군』


「그래서 요건은?」


『어이어이, 그렇게 흥분하지 마』


야유하듯 웃는 시리우스에게 그만 짜증이 난다.

지금은 이런 일에 시간을 할애할 여유가 없는데.


「그 휴대 전화는 아그네스 디지털 군의 것일 것이다. 그녀는 어디 있지」


『기절해서 구급차다. 방금 전에 트레센 학원 부속 병원으로 실려 갔어』


「구급차...? 설마 부상을」


『됐으니까 들어. 루돌프』


그리고, 폭탄 발언이 던져졌다.


『이쪽은 네 트레이너를 데리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