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피리아스







나는 지금 말로 현현 할 수 없는 신비로운 공간에 와있었다.


"윽....."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이 곳에 발을 들이자 몰려오는 현기증.


"이건 언제 느껴도 적응이 안된다니까..."


듣기로는 인간이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신비에 뇌에 과부하가 온다고 하는데...


"그나저나.... 저기요~"  


그런건 모르겠고 매번 올 때 마다 느껴지는 이 이질감은 확실히 거북했다.


정말... 집안 사정만 아니었다면 정말 오기 싫은 장소 1순위였을텐데...


"주인장 계시오~?"


작은 세상이 담겨져 있다는 크고 전율이 깃든 방.


방에는 절대적인 시간을 상징하는 거대한 시계들이 나열되어 있으며,


천장엔 우주의 황홀감이 담겨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말 못할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어이 ㅡ!"


일단 그런건 둘 째 치고...


"템피리아스!"


슬슬 나올 때가 됐음에도 뭐이리 게으른건지 낯짝은 커녕 기척 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안 나오면 이렇게 계속 소리지른 ㅡ"


 

툭 ㅡ


"커헉?!"


"시끄러워... 멀대 자식."


그러자 고분한 말투와 함께 복부에 강렬한 통증이 느껴지게 된다.


"템피의 소중한 시간에 개입하려하지마."


한껏 난리를 피고 나서야 드디어 나타나주시는 주인나리.


템피리아스


시간의 수호자이자 오래 전 부터 우리 가문이 섬겨왔던 대정령.


그녀는 태초의 정령이라 알려진 10명의 위대한 왕 중에서도 가장 처음이자 강한 인물이라고 한다.


"흥..."


뭐... 그렇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템피리아스는 그저 줏대가 높고 무뚝뚝 꼬맹이 처럼 비춰져있었다.


귀하신 분이라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위엄이라던가 무거운 엄숙함도 없는...


그냥 툭 하면 삐지는 여린 소녀.


정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정도로 내 시야 속에 담겨진 템피리아스의 모습은, 고대 신화와는 달리 가벼운 느낌이었다.




"......."


지금도 토라진듯 고개를 돌리지만 실상은 일말의 감정도 서려있지 않는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외형은 여리고 예쁘장한 얼굴에 백옥 같이 고운 피부를 지니고 있으며,


분위기에 걸맞도록 길게 내려 앉힌 은색의 머릿결은 특유의 매력감이 느껴지는데.


하는 행동은 왜이리 곱지가 못한건지...


"으윽..."


아니 근데.... 지금 그런걸 생각 할 때가 아니지...


"그래도 이건 너무 아프잖아..."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가도 아려오는 복통은 내 정신을 다시 현실로 끌고왔다.


"으으...."


크으윽... 거짓말 안치고 살면서 느껴온 고통중에 손에 꼽으라 할 정도로 강력한 일격...


그냥 몇 마디한게 그렇게나 기분이 나빴나?


아니... 애초에 곱게만 나왔어도 이렇게나 서로 기분 나쁜 일이 없었을텐데...


굳이 서로 얼굴을 붉혀야지만 그 귀하신 모습을 내놓는 이유가 뭘까...


인간의 사고 방식을 가진 내겐 좀 처럼 이해 할 수 없었다.



"...... 윽, 그냥 좋게좋게 나와주면 어디 덧 나냐?"


복부에서 전해져오는 쓰라린 고통이 목구멍을 틀어막았지만, 어찌어찌 불만은 토해낸다.


"......."


하지만 그녀는


"........"


이런 내 노고도 몰라보고, 그냥 관심 자체가 없다는 것 마냥 대놓고 무시해버린다.


"뭐야 변명도 안하려고?"


아무리 본인 입장에선 인간이라는 것이 하찮아 보여도, 지성체로서의 최소한의 대우는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템피는 너가 싫은데, 계속 찾아온 너 잘 못이야."


하지만 그런 바램을 빌어봐도, 겨우 눈길만 힐끔 주는게 전부이며, 이내 읽던 책을 다시 집중해서 보기 시작한다.


"섭하네... 나도 하고 싶어서 이 일을 하는게 아닌데 말이지..."


여기가 인간에게 친절한 곳은 아닌지라, 아까도 말했듯이 가정 문제만 아니라면 굳이 찾아오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쫑알쫑알... 그냥 일이나 해."


세상은 원래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는 법. 아니꼬와도 내겐 이 곳에 와야하는 의무가 있었다.


바로 시간의 정령을 모시는 일.


우리 가문에서 집안 대대로 이어져왔던 의무로, 시간의 정령을 보좌하고 그 역할을 대에 걸쳐 맡겨왔다.


그리고 현재로선 내가 이 일을 책임지고 있긴한데...


"그냥 최소한의 일만 해주면 되는데, 괜히 템피에게 친하척하려니 그런거야."


솔직히 말해서 그냥 때려치고 싶을정도로 썩 좋지 못한 복지 환경이었다.


"템피에게 그딴 호의는 필요 없으니 신경꺼."


뭐... 내가 조용한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게 껄렁거려서 미운털이 박힌건 어쩔 수 없겠지만...


"특히 너같이 쓸데 없는 이야기만 하는 녀석은 더더욱."


그래도... 어찌 이리 서운한 말만 골라서 해주는건지...


"슬프네... 그렇게나 내가 싫은 거야?"


오늘도 적잖은 상처를 받으며, 투덜거리듯 그냥 아무 말이나 장난식으로 툭 내뱉는다.


"......"


그런데 뜻 밖의 전개가 벌어지게 되었는데...




방금 말에 무언가 찔리는 점이라도 있는걸까?


"으....."


어째서인지 그녀의 눈섭이 희미하게나마 떨리게 보였다.


평소였으면 내 말장난 따윈 가볍게 무시하며 할 일만 했을 터인데...


지금은 마치 대답하기 괴로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부끄러워하는 모습으로도 보였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무표정이였겠지만, 한 두번 본 사이가 아닌지라 미세한 변화조차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뭐야... 설마 아니야...?"


나는 당연히 비난이나 침묵만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망설여하는 모습에 조금 당황해버리고 만다.


그야... 평소였으면 이런 이야기는 독설을 퍼붓거나 기피를 했을테고, 나도 말할 땐 반쯤 그걸 노리고 장난을 친 것인데 ㅡ


"......."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재 그녀는 대답을 망설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를 ㅡ"


물론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하는건 당연히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파악 ㅡ!


"흐헉?!"


하지만 되돌아오는 새로운 고통...



그녀는 대답 대신 폭력을 행세하며 내 기대를 무참히 밟아버렸다.


"몰라... 알아서 생각해....."


어쩌다 잡은 기회인지는 모르지만 기왕 이렇게 된거, 드디어 그녀가 무표정에서 벗어나나 싶었지만....


"흥..."


또 다시 고개를 돌리며 초조했던 눈동자는 다시 평소 처럼 차분해져버렸다.


"아이고... 허리야.... 밑바닥에서 좀 굴러본 사람으로서 이 정도 아픔이라면 뼈 몇 개는 나갈 정돈데..?"



이럴거면 왜 뜸을 들이면서 초조한 반응을 보인건지...


차라리 싫다면 싫다고 말 할 것인지, 무력부터 내세우는 성격은 알아줘야 했다.





.

.

.





"그나저나 템피리아스," 


대정령을 보좌한다고한 했지만 내가 하는 일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바닥을 쓸거나... 물건을 정리하거나 같은 일반적인 가사 도움이 전부였다.


"너는 왜 이런 고리타분한 곳에 박혀있는거야?"


그래서 너무 심심 할 때면 그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안그래도 도서관 같은 분위기라 나와는 맞지 않은데, 지나친 고요 속에서 장시간있자니 정신적으로 좀 힘든 감이 있었다.


"......."


하지만... 그렇다고 말을 꺼내도... 대부분의 말은 깔끔히 무시해버리며 반응조차 해주지 않았다.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


"그야 다른 대정령들은 자기 힘을 세상에 널리 알리면서 여러 호사를 누리고 있는데, 너가 하는건 어디서 구하는지 모를 책들만 주구장창 읽잖아."


"몇몇 이들은 너가 모종의 이유로 소멸된걸로 알고 있다니까? 워낙 집순이라 안에만 있 ㅡ"


퍽 ㅡ!


".... 윽.."


"봐줬더니.... 템피에게도 인내심이 있어."



"하아.... 그래, 템피가 여기에 있는 이유라 하면..."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 물고느러진다면 마지못해 어울려주기는한다.


탁 ㅡ


애써 집중했던 흐름이 끊겨서, 결국엔 책을 읽는걸 포기한 것인지 읽고 있던 표지를 과격하게 덮으며 드디어 나를 봐주기 시작한다.


"시답잖아..."


"뭐가?"


"괜히 나서면서 들쑤시고다니는게, 템피는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어."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여서 진이 빠질 정도였다.


그녀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무언가 더 거창한 이유라도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소박해서 더 놀라게 된다.


"그리고 어떤 위협도 없지, 그야 여긴 차원의 구멍을 뚫어서 창조해낸 공간... 이 곳이라면 그 누가오더라도 영원할 수 있지."


영원이라.... 생각해보니 템피리아스가 저번에 그렇게 말했었지.

 

이곳은 자신의 힘이 깃든 특별한 곳이라고.


시간의 대정령 답게 이 곳에 발을 들인 사람은 말그대로 시간이 멈춰버린다나 뭐라나.


그녀만의 공간에 오게된다면 모든 대상은 현상보존 마법에 영향을 받게된다고 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영원히 늙지도 병들지도 않고, 상처가 돋아나지도 않으며 병도 진행되지 않는 불로불사의 상태가 된다고 했었다.



"......."


'그리고 그 말을 제대로 증명하듯... 나는 이렇게 탈 없이 멀쩡하니까...'


'슬슬 통증이 한번 몰려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이 곳에 있으면 그런 골칫거리가 말끔히 사라졌다.'


'아마 그녀 덕분에 병의 진적이 멈췄다는거겠지...'


"그나저나 템피리아스... 뜬금없지만 고마워."


그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누리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심심하지만 감사의 말을 전한다.




"흐음?"


하지만 그녀는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눈을 가늘게 뜬다.


"템피에게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거야?"


그리곤 상당히 날이 서있는 목소리로 나를 심문하듯 몰아세우지만...


솔직히 당연한 반응이지... 맨날 귀찮게 하던 녀석이 왠일로 고분고분하니까...


"아니... 의심이 될만도하지만... 그래도 내 진심이야."


그래도 이건 정말 어떠한 농담도 섞이지 않는 순전한 내 본심.


그녀가 아니였다면 지금쯤 괴로움에 몸부림 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흐음... 그래? 그렇다면 뭐."


나름 회심의 발언을 한건데, 그녀는 별로 내색하지 않은체 다시 책을 읽을려는듯 보였다.


사실... 지금까지의 내 행동을 보면 업보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니 마음 한 구석에는 서글픔이 머물렀다.


정말로 그녀에게 감사한건데 돌아오는 반응이 매몰찼으니까.


왜냐하면...










"으윽... 아악 ㅡ!!"


한번 그 고통을 느끼는 순간... 매일매일을 두려워하면서 살아야하니까 ㅡ


"후... 하아..."


사실 나는 어떤 불치병을 앓고 있었다.


현대 의학으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미지의 질병.


비싼 물약이나 성녀의 마법 조차도 치유 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병을 짊어지고 있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닐거라는 말이 나올정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불치병은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애초에 발병원인 조차 알아내지 못한체 언제부턴가 내 삶에 개입해서 끝 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으윽....!"


불특정한 주기로 계속 찾아오는 격한 고통.


증상이 발현된다면 몸에 경련을 일으키듯 발작 증세가 나타나며 그것과 더불어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초래하는 아픔이 온 몸을 쑤시게 된다.


일단 나는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는 듯한 아픔이라 생각하고 정도로... 





"나오자마자 기분이 썩 좋지가 않네...."


오늘의 일과를 마치고 템피리아스의 영역에서 빠져나오자 기다렸다는듯이 온 몸을 찔러댄다.


돌이켜보면 내 삶은 참 비굴하기도 했다.


무슨 원인모를 병에 걸려선... 제대로된 인생도 못 즐긴체 가게 될 팔자였으니까.


의사의 말로는... 대략 한 달 정도라고 했었나?


시한부 인생에 온갖 고생만하는 것도 서러운데, 투덜거리는 어린애까지 돌봐야 되니 내 전생을 원망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대체 나라를 몇 번 팔아먹어야 이정도의 업보가 쌓이는건지...



"하아... 템피리아스한텐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건 그렇고... 슬슬 준비해야 했다.


내 삶은 고작 한달, 정령의 삶은 물론 인간의 삶과 비교해도 찰나의 시간조차 되지 않았는데.


가뜩이나 시간 관념이 무딘 그녀에겐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일 수도 있으니 그럴싸한 방안을 떠올려야 했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이제 얼마남지 않는 삶... 내 의무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한체 져물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기엔 문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하며 떠나야 할가였다.


일단 누가 이 일을 이어받는냐는 이미 정리되어있었다.


나 말고 다른 친척이 와서 이어 받을거라 결정하니, 그쪽은 크게 문제가 없는데...


진짜 문제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야 이 일은 그만두고 싶다고 그냥 그만둘 수 있는게 아닌지라, 그럴싸한 변명을 못 찾는다면 의심을 사게 될 것이 뻔 했다.


"뭐... 그렇다곤해도, 그녀가 대하는 태도를보면 나같은건 지금 당장 죽어도 눈하나 깜짝 안 할 것 같긴한데..."


솔직히 템피리아스의 태도를 보자면 그냥 죽는다 말해도 상관 없을 정도로 냉담하긴했지만...


"......"


그것도 어디까지나 겉보기에만 그렇지, 지내다보면 완전 정 없는 정령은 아닌지라 정말로 내가 죽는다면 조금은 슬퍼 할 것이다.


그래서 대놓고 곧 죽으니 퇴직 하겠소 같은 말은 못하고 다른 이유를 찾는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그녀가 슬퍼하지 않았으면하니까...


아무리 내게 막대하고 거친 모습만 보였어도.


그녀 덕분에 나름 편한 시간을 보낸게 많아서 최대한 그녀를 위해주고 싶었다. 




"으으음....."


그래서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보려고도했지만...




"으음... 어차피 지금 여기서 머리를 싸매도 떠오르지 않고, 아직 한달 정도는 남았으니까, 천천히 생각하지 뭐."


결국엔 생각이 너무 복잡해져서, 이내 머릿 속을 털어내듯 모든 사고를 멈추고 머릿결을 쓸어넘기게 된다.





"하아... 몰라... 그냥 나중의 내가 알아서 말하겠지...."


어쩔 수 없이 미래의 자신에게 모든 것을 떠넘긴체, 집으로 향하는 길에 발을 싣게된다.



무책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래봤자 아는 것도 없으니까....


"밖에서 멍하니 있는 것도 그러니... 이만 갈까...?"


그저 '시간'이 어떻게든 해주리라 믿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






그렇게 다음날이 찾아오고.


평소와 다를거 없는 일상의 반복.


유난히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여전히 변함 없을 장소로 향한다.


"계세요~"


오늘도 반쯤 장난기가 발동되선, 없다는걸 알아도 그녀를 불러냈다.


그야 그녀는 내가 꼴도 보기 싫은건지 매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이보쇼 주인장~"


솔직히 그정도로 비호감이면 차라리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곁에두면 될 것을, 왜 굳이 나를 데리고 있는건지.


이제와서 세삼 그런 의문이 들기도했지만... 그래도 이제 곧 머지 않았기에 씁쓸한 웃음만 나올 뿐 이다.


"있습니까~?"


내가 봐도 악독해보이는 미소를 머금으며 그녀의 공간에 입장한다.


보나마나 이번에도 자기 모습은 없고 그저 텅비고 조용한 공간만이 나를 반겨주겠 ㅡ



"안녕."


"응...?"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오늘도... 템피한테 왔네...."


아니면 컨디션이라도 안좋은 걸까...


"뭐야 너..."


오늘은 어째서인지 자신을 숨기지 않고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내있었다.


"왠일로 너가 나와있냐?"


보이는 태도는 평소 처럼 책에 열중하며 내게는 눈길하나 주고있지 않았지만...


"그냥... 딱히 이유는 없어."


유난히 대답도 잘 해주고... 살기도 잠잠한 것이 내가 알고 있던 템피리아스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래? 그럼 오늘 하루는 일자리가 편하겠어."


"그... 그래...?"


처음에는 그저 별 생각 없이 넘겼었다.


그야 어떤 사람이라도 늘 한결 같을 수는 없을테니까.


오늘은 조금 별났구나하며 농담으로 지나칠려 했다.



그런데...



"안녕, 아뎀? 어서와."


그녀는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마냥... 


"템피가 기다리고 있었어."


그 날 이후로 계속 ㅡ


"옆에 앉아."


날이 지날수록 태도가 변해가고 있었다.


원래였다면 모습도 드러내지 않은체, 툭하면 내게 폭력을 행세했다하면.


"요즘도 건강하고?"


현재는 입구에서부터 나를 맞이하며 이상하리만큼 몸 걱정한다.


당연히 무력을 사용하지도 않고... 심지어는 내가 종인데도 몸 소중히 모실려들었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태도에 괜히 경계심마저 들 정도.


"자, 템피가 직접 우려낸 차야."


또한 옛날이었으면 내게 눈길짓 한번 주지 않은체 진득하게 자기 할 일만했다면 ㅡ


"이게... 소문으로는 인간 몸에 그리 좋다고했던가..."


지금은 의심이 곤두세워질 정도로 친절이 지나쳤다.


하루 종일 나만을 신경쓰는건 물론이요, 심지어는 자신의 일 마저 내팽겨치며 내게 달라붙었다.


"아뎀....!"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이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필사적이라걸... 


"거짓말은 좋지 않다고? 템피에게 얼마든지 기대도 되니까..."


마치 놓치면 안될 것을 붙잡기 위해 손을 뻗는 것만 같았다.


"괜한 걱정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진실을 감춘체 넘기려고했다.


더욱더 뻔뻔하고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체 시간을 흘려보내려고 했다.


그렇게 내 수명이 다 되어가기 3주... 2주....


그런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밖에 나가면 어디 아픈데 있어? 있다면 템피에게 알려줘."


시간이 지날 수록 그녀의 관심과 호의는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집착의 형태로 변질되어 돌아왔다.


"사실 템피는 너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너의 대해서 알고 있어... 그러니까, 고민거리가 있다면 괜히 숨길려하지마."


마치 내가 어떤 사실을 숨기고있는지 알고 있으니 처럼...


"템피가 도움을 줄지도 모르잖아? 템피는 왠만한건 다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사실의 끝이 어떤지도 알고 있어서,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는듯 보였다.



이럴 때면 설마 내 수명이 얼마 안남았다는걸 이미 알고 있는가 싶기도했지만...


'아니... 아니걸야...'


그래도 그건 불가능했기에 깔끔히 부정한다. 


그야 알려준적이 없었으니까....


그녀의 영역에오면 몸이 나름 편해져서 병이 있다는 티를 낸적도 없으며


내 소식이 그녀에게 닿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철저히 당부 했는데.


어찌보면 모르는게 당연했다.


"정말 아픈데가 없는거 맞아? 괜히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템피에게 말해."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정말 무언가 알고있다는 듯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과.


"제발... 지금이 아니라면 늦을지도 몰라..."


그녀의 목소리에는 촉박한 사람을 대하듯, 조급함이 베어있는걸 보면 또 혹시나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그래도...


"에이... 내가 뭐가 문제가있다고 그래?"


신경쓰지 않았다.


그야 더욱 크고 두꺼운 가면을 쓰면 되는 일이니까.


어떻게 의심을 하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봐바, 이렇게나 멀쩡한데 뭘 그리 걱정하는거야?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녀가 아무리 의심을 한다 하더라도 ㅡ


"나는 괜찮으니까."


알아차리지 못할 가면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가려낸다면 금방 관심을 꺼지게 될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내 착각이었다...



대략 일주일정도 남았을 때...



"아뎀, 한 가지 부탁이 있어."


그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제안을 내게 걸어왔다.


"이 곳에 영원히 머물 생각은 없어?"


바로 이 장소에 귀속 될 것을 요구했다.


"뭐? 갑자기..."


"그야... 여기에 있으면 최소한 죽을 일은 없으니까."


"말했다싶이.... 이 곳에 있으면 안전해, 너가 병에 걸려 죽는 일도 없고... 누군가에게 살해 당할 이유도 없지."


"그러니까.... 앞으로도 여기에서 템피와 있으면 안될까?"


자신의 소원을 하늘에 빌듯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그녀의 눈동자에서 처음으로 처절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 ㅡ"


"내... 내가 잘 할게!!"


"비록 처음엔 심심할진 몰라도 템피가 최대한 노력해서... 지루하다던가 불행하다는 생각은 안들게 할 테니까...!"


"그러니까 영원히... 템피 곁에 있어주면 안될까...?"


지금까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본적이 있을까?


도도하고 모든 것에 무감정하며 오로지 앞만을 내다보았던 그녀가 ㅡ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지금은 비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내게 소망을 빌어왔다.


"템피리아스..."


솔직히 이렇게까지 부탁하면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확실히... 이 공간에 영원무궁토록 머문다면 내가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불치병의 진도가 멈춰버리면서 죽을 일이 없어질 테니까.


하지만....


"미안... 너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괜찮아."


그래도 나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추해지면서까지 삶을 연명하고 싶진 않으니까.


당연히 20도 되지 않는 나이에 미련도 많고 하겠지만...


"....."


안타까운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기로 했다.



"오늘도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나는 이만 가볼게."


그래서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고 방을 나서려는데.



"미안..."


화아아 ㅡㅡ


'의식의 끈이 갑자기 느슨해져버린다.'


"나는 더 이상... 너를 잃고 싶지 않아...."


털썩 ㅡ!


"뭐...?"


처음에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가 싶었지만...


"또 마음대로 죽어버릴려고? 그깟 병 때문에 템피를 무책임 속에 던져버릴거야?"


이내 이어진 서글픈 목소리에 두 눈을 부릅뜰 정도로 당황하게 된다.


"어... 떻게..."


뭐야... 그럼 정말로 알고 있었던거야...?


대체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너의 의지를 무시한 행위인거 알아 ㅡ


"하지만..."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더니 시야가 암전되어 갔다, 흘렀던 긴장감은 강제적으로 잠자해진다.


"이후 너에게 어떤 경멸을 받든 상관 없어."


"그래도 템피는.... 아뎀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끊어질 것만 같은 의식 속에 그녀는 나를 끌어안는다.


"괜찮아... 템피가 알아서 전부 해줄테니까."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이 그녀의 품에 안기게되자 향긋한 냄새가 콧 끝으로 스며들어오게 된다.


"..... 으....."


그러자 더욱더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시야.


"이게... 무슨...."


그렇게 의식이 끊기기 전, 시야 끝에 비춰진 그녀의 얼굴은...


"이번에야 말로 이어지자!"


낯선 미소와 함께 뺨을 적시고 있었다.



◆◆◆






"아뎀....!"


"하... 하.... 우는 모습은 뭔가 낯서네... 생각보다.... 볼만한데?"



내 품에서 눈을 감은 횟수 291번



"아뎀...?"


"맙소사 아뎀..."


"눈 좀..... 떠봐....."


소문도 없이 그를 떠나보낸 횟수 83번




"으윽... 하아...."


지금까지 발작을 일으키며 고통 속에 몸부림 친 횟수 15621번


"미안하지만... 사양할게. 한 곳에 계속 있는건 내 성격에도 안맞고."


템피의 제안을 거절한 횟수 374번



템피의 제안을 받아들인 횟수 0번...



그렇게 아뎀이 죽음을 맞이한 총 횟수, 374번.






'슬프네... 그렇게나 내가 싫은 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오히려 사랑하고 있어...!


정말로 싫었더라면.... 이렇게나 반복하지 않았는걸...?!


하지만 아뎀은... 템피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사람이니까....


어떤 전개라도 좋으니 방법을 찾고 싶었던거 뿐 이야....!


'안녕? 난 아뎀이야, 오늘부터 잘 부탁해.'


무채색 암흑이었던 삶에 유일하게 색을 곁들여준 남자.


'으음... 그런걸 대게 슬픔이라 부르지. 가슴이 뭉클어져서 버틸 수 없을만큼 괴로운 현상이야.'


많은걸 알려준 스승이자... 무엇을 감당하든 함께하고 싶은 사랑.



그렇기에 템피는... 널 잃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ㅡ


'제발... 템피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게! 그러니까...!'


비굴하게 무릎을 꿇고 매달려봐도.


'흥... 너가 없어지든 말든... 그래도 관심이 있다면 ㅡ'


무너져 내리는 이성을 붙들며 무관심 속에 방치 해도,


'뭐.. 뭐? 어째서...? 왜 그런 선택을 하는거야...? 왜 죽고 싶어서 안달인건데...!!'


되리어 화를 내는 것도


'사실 템피는 아뎀이 좋아. 그냥 여기서 템피와 살면 안될까?'


마지못해 진실을 털어놓고 간절히 바래봐도 ㅡ





'미안... 그래도 받아줄 수 없어....'


그는 씁쓸한 미소로 결국 템피 곁을 떠나버린다...





'너가 슬퍼하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네...'


그러면 늘 그래왔듯이... 안쓰럽고 비참하게 숨을 거두고 만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의 병을 고칠려고도 했지만 ㅡ



"왜 치료법을 찾을 수 없는거지...?"


천하의 템피도 풀 수 없을 정도로 그가 짊어진 고통과 병은 희귀했다.


아니... 그것만으론 부족해...


정말... 다른 세상에서 건너온 것 처럼... 이 세계의 방법으론 치료 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마치.... 가여운 운명을 받은 비굴한 사람에게 일찍이 종말을 선고하는 것 처럼...


반드시 젊은 나이에 사그라들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마지막 방법으로 템피의 영역에만 머문다면 살아 남을 수 있는데...



'나는 이만 갈게.'


왜 계속 떠나려는거야?



싫어....


더 이상 너가 죽는 모습 따윈 볼 수 없어...!


그러니까 가지마....


템피와 함께하자.


그러면 영원히 살 수 있어.


불멸의 안정감과 무한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데.


왜 나가려는거야?


더 이상은 안돼...


이젠 한계야...


더 이상 마음이 찢겨지는건 싫어...


불품 없이 죽어버리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 볼 수 없어...


그러니까... 내 곁에 남아줘.


"템피리아스...? 이게 무슨 짓이야...."


그것이 너를 붙잡아 가두는 한이 있더라도 ㅡ


"이 나쁜 자식... 그러지마!"


설령 영원히 경멸 받으며 더이상 템피로서 남지 못하게 되더라도...


"흥...."


너가 곁에 있고 살아 숨쉬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괜찮으니까.






"벗어."



이번에야 말로 템피를 사랑해줘.


"하읏...♡ 혀도 내밀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ㅡ










치킨 시켜서 먹으러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