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야 영빈이가 헤어지쟤!"

 

지금 내 폰으로 여자친구에게 대신 이별을 통보해주는 친구는 송찬울

내 1년 조금 넘는 연애를 정리해준 찬울이는 웃으며 내게 폰을 건네며 말했다.

 

"피씨방이나 가자."

 

"ㅋㅋ그래."

 

"근데 왜 헤어지냐?"

 

"질려서."

 

"미친놈."

 

그리고 이게 내 초중고의 마지막 연애였다.

 

"아 ㅈㄴ 연애하고 싶다."

 

"병신아 공고에서 뭔 연애야."

 

"찬울아 이게 말이 되냐? 걔랑 헤어지고부터 여태까지 연애를 못한다는 게? 이런 내가 너무 불쌍하지 않아?"

 

고등학교 졸업식 이제는 떠나가는 고등학교에 대해 시원섭섭함과 방금까지 말하던 이야기의 주제 때문에 우울함까지 겹쳐왔다.

 

"대학교 가면 여친 생길 거야. 넌 그렇게 못난 것도 아니잖아."

 

"이 새끼가 여자친구 있다고 대충 막 던지네."

 

찬울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장난을 치며 고등학교의 마지막을 보냈다.

 

"영빈, 대학가도 연락하는 거지?"

 

"당연하지! 우리 12년 지기 우정 어디 가겠냐."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시간은 흘러 대학 MT.

 

"올해 1학년 잘 마신다. 이름이 뭐라고?"

 

"김영빈입니다. 선배님이야말로 너무 잘 마시는 거 아닌가요?"

 

"임마 내가 니 나이에는 빨간색으로 마셨어."

 

모두가 술판을 벌이며 왁자지껄한 사이 내 눈에 저 멀리 구석에서 혼자 마시는 여자가 보였다.

저리 예쁜데 왜 사람이 안 꼬일까.

 

쟤도 신입생인가?

 

"선배 저 여자는 누구예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선배에게 여자의 정체를 물었다.

 

"쟤? 그... 아 그래 이번에 새로 온 신입생인데 너랑 나이 같더라. 이름이... 손정연이었던가?"

 

"잠시만요! 이름이 손정연이라고요?"

 

"왜 아는 사람이야?"

 

모를 수가 없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사귀었던 사람이면서, 내 마지막 삶에 있어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사람이니까.

 

"네... 전여친이에요."

 

기분이 묘했다.

솔직히 나도 머리 좀 크고 예전의 나를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묻고 싶었다.

아무리 헤어지고 싶다고 해도 그따위로 하다니.

 

예전 생각을 떠올리니 머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뭐야, 힘들면 들어가. 나 술 강요 하거나 그런 거 안 해."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그땐 내가 미쳤었지."

 

찬바람을 맞으며 예전의 나에 대해 혐오와 정연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며 담배 하나를 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려 할 때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영빈아, 오랜만이야."

 

귀신을 만나면 몸이 굳는 영화들이 있는데, 지금 내가 딱 그 상황인 거 같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안녕? 오랜만이야?

뭐라하지뭐라하지뭐라하지뭐라하지뭐라하지

 

"오랜만이네."

 

"ㅇ, 어! 어, 안녕."

 

"담배도 피웠어?"

 

"이...거 핀지 얼마 안 됐어. 형들이랑 피다가 어쩌다 보니까...."

 

담배를 다시 집어넣고는 목표를 잃은 라이터만 손에 쥐었다 폈다 하며 주변을 살폈다.

 

여기 야경 좋구나.

 

"왜 그렇게 굳어있어 ㅎㅎ"

 

"그, 그러니까... 미안..."

 

"응? 갑자기 뭐가?"

 

"예전에 그렇게 헤어진 거... 솔직히 그때는 내가 너무 쓰레기였어 미안."

 

정적이 흐른다.

 

조졌네 이 분위기.

 

"푸흡 아하하하 진짜 하나도 안 변했네."

 

"어?"

 

"괜찮아, 여렸으니까 그럴 수 있지. 신경을 쓰지 마 나도 다 잊었어."

 

"고, 고마워..."

 

분위기가 조금은 풀린 거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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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가 끝나고 정연이와도 다시 친해졌다.

지금은 서로 수업도 같이 듣고 학식도 같이 먹으며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다.

 

"영빈아, 수업 들으러 가야지."

 

"아 맞다! 너랑 있으면 시간이 진짜 빨리 가는거 같아."

 

"나도 그래. 우리 둘 잘 맞는다는 이야기 아닐까?"

 

정연이가 내 팔을 끌어안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잠시 멍을 때렸다.

 

"영빈아?"

 

"어어 가! 가자!"

 

왜 이러지 진짜 미치겠네.

그런 상처를 주고 또 이런 감정을 가진다고?

미쳤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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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맨 처음에 나오는 헤어지는 장면은 내가 진짜 쓴 방법임.

아직도 저 때 생각하면 내가 미쳤었지 생각이 들더라.


아무튼 항상 올라오는 글 들 보니까 왠지 써보고 싶어서 오늘 생일인 김에 기분 좋아서 머릿속에 생각나는 거 써봤음.

필력이 좋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좋게 봐줬으면 함.

다음화 아니면 다다음화 부터 얀데레 넣을거니까 이번에 안 나왔다고 너무 뭐라 하지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