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우우웅 소리로 알람이 괴롭한다. 멍한 머릿속에서 꿈속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자 시간을 확인한다. 11시 50분. 늦지 않게 일어난 것에 안도한다. 딱 한 번, 약속에 늦었을 때의 울먹이는 그 표정, "나 버리는 거 아니지?"라는 그 말. 그것들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알람은 그런 내게 과거일 뿐이라고 알려주듯이 계속 울렸다. 알람을 깨닫고는 다시 한 번 시계를 본다. 11시 51분. 늦지 않았다.

 

 이제는 알람이 시끄러웠다. 알람을 끄고는 욕실에 들어가 나갈 준비를 한다. '오늘도 PC방이겠지'. 항상 가는 데는 PC방, 내 집 아니면 그녀의 집이다. 게다가 집을 가는 건 특별한 말이 있을 때뿐, 오늘은 전혀 없었으니 PC방이 확정이다. 그게 싫은 것만은 아니다. 피드백이나 아이템 조공에서 나를 향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2년간 거의 같은 생활을 하니 지루함에 일탈을 찾을 뿐이다. 오늘은 약간의 지루함이 내게 약간의 일탈을 바란다. 결국 PC방에 갈 거라면 그 전에 뭔가를 일으키고 싶었다.

 

 갑자기 광고가 떠오른다. 달콤하다는 선전과 악속 장소에서 멀지 않은 거리. 그걸로 그 뭔가로 충분했다. 마치 내 머릿속은 이미 음료를 산 듯했다. ‘새로 나온 음료, 좋아하겠지?’ 역 앞에서 선전하는 광고 속 음료를 그녀가 마시는 모습. ‘한 모금 마시고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달다고 광고했으니 쓰진 않겠지.' 멋모르고 시킨 쓴 음료에 웃긴 얼굴이 된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지어진다. '단 걸 좋아하니 좋아하겠지.’ 

 

 몸은 머리와 다르게 제 할일을 계속해 나갈 준비를 마쳤다. 12시 30분. 지금 나가기에는 약간 이르다. 서있기도 뭐해 소파에 앉는다. ‘음료, 깜짝 선물로 줘볼까?’ 그런 갑작스러운 생각이 떠오른다. 그 생각은 별다른 이의 없이 계획으로 넘어갔다. 그러려면 지금 나가야 한다. 신발을 신고 문밖으로 나선다.

 

 문밖은, 한낮인데도 약간 쌀쌀하다. 입김을 불면 김이 생길지도 모르는 추위다. 그 추위에 몸을 으쓱인다.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있다. 꽃샘추위는 꽃 대신 연인들을 샘하는지 봄이 와도 추위를 누그러뜨리지 않았지만, 봄이 다가오는 것을 채 막지는 못했는지 곧 사라질 듯했다. ‘그건 봄이 다가와서뿐이겠지.’ 그런 약간 불순한 생각 속에 역 앞까지 걸어간다. 

 

 

 

 

 

 사람들은 역에 가까워질수록 많아졌다. 역으로 가려는지 아니면 나처럼 만날 연인을 만나려는지 역 앞 횡단보도에는 사람만이 보인다. 시계를 보니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10분이 남는다. 10분. 10분이면 그녀가 오기 전에 음료를 사올 수 있다. 그렇지만 계획은 금세 끝났다. 횡단보도 앞에 선 나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드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깜짝 선물로 놀래려는 계획이 무너진 것이 아쉬우면서도 미리 와 기다려준 그녀의 모습에 기쁘다.

 

“어서와.”

 

역 앞에서 횡단보도까지 걸어온 그녀는 나에게 팔짱을 끼며 말한다.

 

“미안, 많이 기다렸어?”

“별로, 나도 방금 왔거든.”


 살짝 웃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치이, 맨날 나만 보면 웃더라. 내가 그리 재밌어?”


 늘 하는 장난이다. 오늘은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다 대답을 기다리는 입술이 보였다. 그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 파닥거리는 손짓이 등에 느껴지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입술을 떼고 본 그녀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웃는 얼굴도 좋지만 이런 얼굴도 좋아.”


 그런 설렘은 오랜만이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인지 얼굴을 가리곤 늘 가던 PC방을 손으로 가리킨다.

 

“발, 빨리 가자.”


 또 한 번 웃고 싶었지만 그 전에 갈 장소가 있다.

 

“카페, 잠시 들렸다 가자.” 만나기 전에 가려는 카페를 가리키며 말한다.

“카,카페…?으...응…왜?”


 흥분한 기색이 수그러진 그녀의 말은 조심스럽고 어색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저기서 엄청 단 신상품 판대.”


 그 말과 함께 카페를 향한다.

 

 

 

 

 

 카페까지 얼굴을 못 본 새 쌓은 얘기를 할 참이었지만 카페가 가까워질수록 서로 말수가 줄어들었다. '광고대로 달아라.' 그런 바람 속에 유리문을 밀어 카페에 들어선다. 사람은 많지도 적지도 않게 있어 둘이 앉을 자리는 충분해 보인다.

 

“주문하고 자리에 앉을까?”

“어?!어, 그러자.”


 카페에 들어오면서 뭐가 불안한지 그녀가 팔을 더 조이는 것을 느낀다.

 

“달고나라떼 어떤 걸로 할래?” 

“......”

“민아?”

 

 들리지 않는 대답에 그녀를 바라본다. 어디를 쳐다봐야 할지 모르는 듯한 시선 끝에 그녀는 마침내 한 곳을 바라보고 말을 잇는다.

 

“T로……”

 

 자신감 없는 목소리. 평소와 다른 모습에 한 가지 경우가 떠오른다.

 

“민아.”

“으응.”

“너, 카페 온 적 없어?”

“아냐! 카페 같은 건 많이 다녔어!”

 

 당황함 때문인지 크게 외친 그녀를 보고 나는 확신한다. 그녀의 자존심에 못 이기는 척 내가 주문을 해도 되지만 그보다는 그녀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싶다.

 

“그럼, 주문해줘. 내 건 너랑 같은 걸로.”

“어!..어..그게…”

 

 점점 작아지는 그녀의 목소리.


“자리 잡으러 갈게.”

 

 벌써부터 손과 시선이 갈팡질팡한다. 얼른 자리에 앉아 그 모습을 구경할 생각이었다. 한 걸음, 자리를 향해 내딛자 오른쪽 팔이 붙잡힌다.

 

“와 본 적 없어.”

 

 팔이 붙잡히지 않았다면 못 들을 법한 목소리.

 

“응?”

“이런 데 와본 적 없다고......”

 

 아까보다 더 붉어진 얼굴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작게 웃는다. 장난을 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붉어진 볼에 손을 대고 싶지만 그 전에 그녀가 손을 막는다.

 

“정말…사람 놀리기나 하고…”

“미안, 같이 주문하자. 주문하는 법 알려줄게.”

 

 

 

 

 

 주문을 마치고 자리를 잡았다. 삐진 표정이 얼굴에 남아있지만 처음으로 주문한 게 대견한지 방실거리는 표정이 얼굴에 더 보였다. 그 모습을 놀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정말로 삐질지도 몰랐다.  우리는 방금 카페의 일은 없기로 합의한 듯 얘기했다. 갖고 온 진동벨의 진동에 놀라는 모습도 있었지만 그것도 못 본 척 자리를 떠나고서는 음료를 가져와 그녀에게 준다. '과연, 좋아할까?' 약간의 두근거림. 긴장하는 내가 그녀의 반응을 살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황토처럼 보이는 모습에 음료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그러다가 마음을 잡은 듯 한 모금 마시더니 얼굴이 확 핀다.

 

“달아!”

 

 그 한 마디 외침 후에는 음료를 즐기는 모습였다. 놀래지는 못했지만 음료를 즐기는 모습에 만족했다. 그런 관찰하는 내 모습을 깨닫고는 부끄러운지 나에게도 음료를 건넸다. 내 마시는 모습 어디가 보기 좋은지 양뺨에 손을 대며 웃음이 가득했다.. 그 뒤에도… 그 뒤에도… 그녀와만의 일상이 계속되었을 거다.


 

“시휘 선배, 여기서 뵙네요.” 일상을 깨는 목소리가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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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삭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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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2갤 미연시전선 - 스타 편 참고함.

참고 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gfl2&no=4124178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gfl2&no=412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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