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 스포주의!









"한 치 앞밖에 못 보는 아둔한 이기주의... 지금의 결과에만 만족하는 멍청한 사람.


그게 너야. 그리고 나지..."



항상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라며, 타인의 사정을 돌아보지 않던 평소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언젠가 같은 논리로 무너질 수밖에 없을 테니...


정말로 자신을 위한다면 말이야, 서로 이런 선택을 하면 안 되는 거야. 오래 못 가거든..."



말을 꺼내는 것조차 힘에 부치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까스로 입을 여는 남자.



"이기적이기 위해서는 자신만 바라보면 안 돼. 주변의 것도 착실히 눈에 새겨야 했던 거야. 모든 건 이어져 있으니까."



"..."



그 남자의 친구이자 주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앤젤라는, 말없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가 자신을 배신한 것에 대한 분노일까? 그와 화해하고 싶다는 마음일까? 연민? 동정?



"바로 죽이기나 해. 마지막에 와서 망설이다가는 나가서도 오래 못 살아."



알아볼 틈도 없이, 선택의 시간이 왔다.



그녀의 선택은...



롤랑을 용서하지 않는다. 이 아픔 또한 안고 자유를 향해 나아간다. ◁


롤랑을 용서한다. 모든 것을 놓은 채 그저 원래대로 되돌린디.



--



"여기가 끝이야, 롤랑. 이것도 내가 이겨내야 할 아픔이겠지."



그녀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이를, 그녀는 용서하지 않았다.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최후의 최후까지 와서 자신을 배신하고, 평생을 바친 계획을 무너뜨리려던 그를. 그를 용서하기에는 모든 것을 깨우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우리 모두 자신의 고통만을 바라보면 되는 거야...


축하해, 앤젤라."



그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롤랑은 그저 앤젤라를 축하해 줄 뿐이다.


도시의 이기심에 완벽하게 적응한 그녀를 보며, 행복하다고는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며.



그리고, 앤젤라는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첫 친구이자 이해자. 먼 길을 함께 달려왔던 동반자. 그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과, 동시에 축하해주고 있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비록 자의는 아니었더라도, 자신이 행한 결과로 그의 아내가 죽어버렸고, 그로 인해 그가 자신에게 복수하려 한다는 것을.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그의 목표와 행적은, 꽤 정당하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그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네가 우는 모습도, 낯선데?"


떨떠름하게 말하는 롤랑과, 그를 향해 손을 들어올리는 앤젤라.




안녕, 롤랑. 나의 친구이자 스승, 동료, 가족이었던 사람.


부디, 편히 잠들어 원하는 꿈을 꾸길.




그리고, 무언가 날아가 꽂히는 소리와 둔탁한 물체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롤랑은 책이 되었다.



--



단 하나의 완벽한 책에는 많은 것이 적혀 있었다.



동료들의 몸을 인간으로 되돌려 해방시키는 방법, 도서관의 여왕으로 군림하는 방법까지.



"너희도 이제 책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야. 도서관 안에서 내게 맞서는 게 의미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잖아?"



단 하나의 완벽한 책을 든 자신을 향해 자세를 잡고 있는 전 동료들이 외친다.



"앤젤라... 끝까지 눈을 뜨지 못할 셈이냐!"



듣기 싫어.



살려준 대가로, 그저 조용히 도서관 밖으로 나가 살아주면 안 되는 걸까.



왜 마지막까지 나를 막아서 내게 너희들을 죽이는 고통을 받게 하려는 걸까.



"진작에 이래야 했던 걸지도 몰라. 괜히 너희와 거래를 했어...

그저 홀로 살았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



변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동료들의 눈빛.



크게 한숨을 내쉬고, 



"이번에야말로 영원히 잠들어 줘."



이내 도서관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



인간이 되어 도서관의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된 앤젤라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죽은 친구가 진심으로 염원하던 행복한 삶도, 밖에 나가면 해보기로 했던 버킷리스트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에 환멸이 났다. 자신이 행한 것이, 마지막까지 자신을 막아서던 세피라들이, 단 하나의 완벽한 책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 싫었다.



그 결과로, 도서관은 여전히 손님들을 먹어치우며 책을 얻었다. 도시의 남부를 감싼 도서관은 맹렬하게 팽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마지막에 자신을 축하해 주던 롤랑이 생각났다. 자신을 아프게 한 그를 증오하지만, 그를 잊을 수 없었다.



진심으로 축하해 줬던 그가 자신이 이런 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잠에 들기 전마다, 그가 복도를 걸어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벌컥 열어보았지만, 당연히 누군가가 있을 리가 없었다.



기계일 때의 버틸만했던 고독과 달리, 인간으로서 느끼는 고독은 참기 힘들었다. 



환청이, 그가 접대를 끝낼 때마다 자신을 부르던 목소리가 들리고, 환각이, 접대를 시작하기 전마다 책상에 삐딱하게 기대 있던 그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그곳에서 더 나은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를 용서했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저 한없이 사라졌다면.

의미 없는 가정이었지만, 그녀를 옥죄어 오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비난하는 세피라들의 목소리들이 들렸다. 하나하나 찢어발긴 그들의 조각이 기괴하게 합쳐져 그녀를 비난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



환한 빛과 함께 흐려진 시야가 천천히 돌아온다.



뭐지? 나는 분명히 앤젤라에게 죽었을 텐데.



꿈인가 싶어 일어나려던 그는, 그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빛으로 만들어진 사슬을 풀어내려고 낑낑대다 안 되겠다 싶어 주위를 돌아보니, 망가진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는 앤젤라가 있었다.



"안녕? 앤젤라."



"안녕, 롤랑."



어색한 인사를 나눈 롤랑은 그녀의 옷이 바뀐 것을 알아챘다.



남청색의 정장에서 까마귀의 깃털로 뒤덮인 옷.



"스타일이 달라졌는데, 잘 어울리네."



"고마워."



"그보다 이것 좀 풀어주지 않을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하자, 사라지는 빛의 사슬.



"잘 지냈어? 버킷리스트는 많이 채우고?"



그는 앤젤라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며 질문했지만,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도서관은 집으로 쓰는 거야? 다른 사서들은 어디로 갔어?"



"..."



대답할 생각은 없는 듯 해 근처의 책장이나 둘러보고 있을 때,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말쿠트, 호드, 네짜흐, 예소드의 책.



모든 9명의 지정사서들의 책이 줄을 맞춰 나란히 꽂혀 있었다.



설마, 앤젤라.



"너, 밖에 나가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



"..."



"네가 그렇게 먹고 싶어하던 미트스튜, 햄햄팡팡의 샌드위치도 포기하고, 그저 여기에 틀어박힌 건 아니겠지."



대답하지 않는다.



"네 모든 꿈을 내팽개친 채로 모든 것을 포기한 건 아니겠지!?"



화를 내는 롤랑에게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맞아, 롤랑. 난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네가 그토록 바라던 도시에서의 행복한 삶도 가지지 않았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그녀가 모두를 포기하고 틀어박히다니.



"깨달아버렸으니까. 인간의 추악함과 나의 극악무도함을. 인간의 몸은 고독함을 버틸 수 없다는 걸.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얼마나 네가 내게 필요한지 알았다는 거겠지."



어느새인지 장갑에서 무기를 꺼낸 롤랑은 그녀를 겨누고 있었다.



"개소리 집어치-"



콰직!하는 소리와 무기를 들고 있던 오른팔이 날아가고, 다시 바로 복구되었다.



"개소리가 아니야, 롤랑.

너를 죽이고 나서 하루도 너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


이 고독함을 달래줄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밖에 없었거든."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를 맨손으로라도 공격하려 하지만, 도서관의 지배자가 된 그녀에게는 닿을 수조차 없었다.



곰인형처럼 거세게 끌어안겨져 쓸 수 없는 팔을 버둥대는 롤랑에게, 앤젤라는 깊게 입을 맞추어 왔다.



혀와 혀가 섞였고, 그는 저항하려 했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한바탕 정열적인 혀의 왈츠가 끝나고 숨을 몰아쉬는 롤랑과



정말로 사랑하고 있다며, 이제는 너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며 한참 망가진 눈빛을 보내 오는 앤젤라.



'롤랑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 거였던 걸까.



"우리 둘만의 공간에서 잔뜩 사랑해 나가자, 롤랑..."



이제 인간의 몸이 되었으니 아이 또한 가질 수 있을 거라며 질척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롤랑은 눈을 감았다.




.




봐주셔서



이런 게임 배경으로 글 쓰는건 처음인데 잘 읽힐지 모르겠네



급전개가 조금 있는 듯 하긴 하지만



죄책감으로 미쳐버린 사람의 사랑도 좋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