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작성일자 20.9.13 5:15am



 “시연아, 오늘이 우리가 900일째 되가는 날이야.”


품 속에서 손보다 약간 큰 정사각형의 하트무늬가 새겨진 포장지로 감싸져있는 선물 상자를 꺼내 시연에게 내밀었다






“어..네가 뭘 좋아하는지는 나도 잘 알지만..몇년간격으로 취향이 바뀌니까..”



열심히 준비를 해도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하하 좀 바보같지? 미안.





“......”




시연은 자신에게 불쑥 내밀어진 선물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음 사실 설레는 기쁨보다는 일말의 죄책감이 느껴졌다






그녀라고 무엇이 아쉬워서 김현수 같은 남자아이를 사귀겠는가



아, 물론 현수는 꽤 괜찮은 남자아이이다


이성에 별 관심이 없는 자신이 생각해도

늘 생기 넘치고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데다, 피폐한 얼굴상과 반전되는 성격에 끌리는 여자아이들도 많은 인기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더 다양한 선택지가 놓여져 있어, 그에 비하면 현수는 조그만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그런 약간의 슬픈 현실인 셈이다





모든것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는 한국인 특성중, 그녀는 유난히도 효율적인 일상과 문제해결을 중시했다



아침에 일어날때도, 밥을 먹을때도, 씻을때도 공부할때도 여과없이 마치 로봇과도 같은 생활을 이어나가며 하루를 마치며 침대에 누웠을때


아, 오늘도 내가 이 고된 하루를 마치고선 자기계발에 한걸음 더 내딛었구나


하면서 뿌듯한 마음이 몽글몽글 솟아올라 어느순간에는 습관화되어 자연스레 몸에서 베어나왔다




하지만 박시연은 그런것이 유난히도 심했다



감정소비는 체력낭비와 정신적 피로를 더할 뿐이라며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생활과 건강한 식습관으로 팔과 다리에는 잔근육이 오밀조밀 잡혀있으며


허벅지는 턍탱하고 탄력있어 새하얀 건강미 넘치는 몸매를 뽐내며 또래 여자아이들의 시샘과 질투, 그리고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머리카락은 사춘기라 두피 사이사이에 잔존해있을 찌꺼기들을 효율적으로 씻어내기 위해 칼같은 단발.





자신의 성공적인 앞날에는 얼굴도 중요하다 생각하여 피부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지




예로부터 설득력과 미모는 정비례하비 않았던가.




주위의 귀찮은 시선과 관심에는 효율적인 그녀가 정신적 부담을 갖게 되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것들도 익숙해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축복받은 유전자를 물려받고 태어나 뚜렷한 이목구비와 잡티 없는 뽀얀 살결을 지닌 그녀는 매스컴에서 잠시 화재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한 스펙을 지닌 그녀가 남중남고 테크트리를 타려다 간신히 고등학교를 남녀공학으로 바꾸고 나선 쾌활해진

유쾌한 남자아이보단 훨씬 비교적 가치가 크단 말이였다





그녀가 왜 이성과 연애에 관심도 없으면서도 그와 연애를 결심했는가



주위에 끊임없는 구애와 질시에 지쳐 안쓰럽지만 방패막이 하나를 구한것 뿐이었다





외모가 너무 잘나 자존감이 뛰어나지 않으면서도

인내심이 뛰어나며,


성적과 성격에 모남이 없고

주위사람을 배려할 줄 알며 


하루 일과를 마친 자신에게 살아갈 활기를 불어넣어줄

이상적인 남자친구. 김현수가 바로 그런 남자친구였다





그러면서도 그가 이리도 자신을 애정해주는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 한켠이 아려오기도 하였다





쓸데없는 감정소비는 패악이다.

그로 이어질 스킨쉽 또한 금지다



현수가 다가오려 하면 밀어내고, 

그렇다고 멀어지려 하면 주위 입이 가벼운친구들을 이용해 당기고.




제 3자와 당사자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연애방식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연애가 아니라 주종관계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혹시라도 자신이 시연에게 잘못한 점은 없었는가,

시연이라는 여자친구를 놔주고선 다른 여자아이들과 너무 어울리지 않았는가


노심초사하면서 끝없이 자신을 관리해왔다





그저 시연이가 연애가 처음이여서 그런것이지.

본성이 무뚝뚝해 감정표현이 서툴러 그러한 것이겠지

자신을 위로해보아도 가슴속 허전한 한군데는 늘 갈증을 호소하며 자신을 채워줄 무언가를 갈구, 갈망하였다






그러한지도 어느덧 2년이란 세월이 흘러가 성적도 전국1 등을 놓치지 않고 벌써 대학과정을 밟아나가는 고등학생의 김현수는 어떻게든 시연과 어울리는 남자친구가 되고자 한참 부족하지만 전교 2등으로 시연의 뒤를 바짝 쫒아갔고,




그 결과 들으면 누구나 알 시연과 같은 대학인 서울대에 합격 통지서가 내려왔다


“시..시연아, 시연아! 붙었어! 붙었다구!!”



감정이 너무 격해진 이유일까

한달에 한번도 스킨쉽을 하지 않던 시연이지만 너무 기쁜 나머지 시연이를 덜썩 껴안아버렸다




화를 낼까 저번처럼 그냥 아무말 없이 돌아서서 며칠간 연락을 끊을까 애태우면서 시연이의 눈치를 보았지만


이내 시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나즈막히 축하의 말을 전해주는것에 마치 하늘을 날것만 같았다






물론 시연의 입장에선 여태껏 자신이 관리해주지 않아도

제 뒤를 졸졸 따라와주는 쓸모있는 방패막이가 대학교까지 이어져 기쁜 이유였지만.



현실은 언제나 꿈보다 잔혹하고 비정할때가 대다수이다



그러한 시연의 마음속도 모른채 그저 방실방실 웃기만 하는 현수의 마음은 언제나 공허했던 가슴 한군데가 약간이지만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시연아 혹시 뭐 먹고 싶은거라도 있어?

내가 합격 기념으로 뭐든지 사줄게! 말만해!!”


몇날며칠을 밤새가며 공부한 까닭에 턱 밑까지 다크서클이 내려왔지만, 시연의 작은 미소에 그저 방실방실 웃기만 하였다








“와, 여자친구를 위해서 수능을 한개 제외하면 만점?”


그 차석이 당신이였군요! 와!




현수는 자신의 옆에 딱 달라붙은채 그 작은 입을 열어 주저리주저리 내뱉은 성인임에도 여중생의 체형인 여자아이를 내려다보았다




별 헤프닝은 없었고, 수능 당일 몇밤을 지샌결과 지각하려던 찰나에 자신과 똑같은 이유로 지각한 이 여자아이 송아연이 발목을 삐어 어쩔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차에,


 에라 모르겠다

이왕 늦은거 선행이나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무작정 업고 뜀박질이나 해댔었다


선한 일을 하면 하늘이 돕는다 할까, 여자아이의 체형으로 지름길을 잘도 알고있어 그 도움을 받아 전속력으로 질주하다 1초를 남겨두고성 간신히 시험장에 입장했다



그러곤 서로 차석과 3등임을 알고선 초면인데도 얼싸안고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며 환호했었다








 


그렇게 자신에게 행복이 연달아 찾아오며

이제 고생 끝, 행복시작 고진감래의 진의미를 찾아 

부유하고 풍족했던 시연과 반대로 늘 가난하고 입는것, 먹는것 하나조차 자신의 뜻대로 이루지 못하는 인생을 시연과 함께 재구축해나가는 것일까



하며 일생일대의 장황한 인생극장을 머릿속에 그리며 손주 이름까지도 생각하는 현수의 귀에 카톡음이 들린거지




시연에게 온것에 알아차리고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핸드폰을 집어들었어



시연이 선톡을 한것은 2년 반만에 처음 카톡고백 이후 한번도 없었거든





하지만 시연에게 근 3년 가까이 고대하며 기다려왔던 시연에게서 온 첨부된 하나의 이미지를 보고선 이내 얼굴을 싹 굳혔지





그도 그럴것이 그것은 바로 시연의








아 또 밤샜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추천해줄 조아라 소설 한편을 가져왔는데 다들 뒷산오리 알아?


팬픽란의 대가, 설계형 얀데레의 정석을 보여준 작가인데 얀소설은 아니지만 진짜 몰입감으로 보는 소설 ‘낙하하는 산하엽’이랑

설계형 얀데레 ‘가장 완벽한 비밀’ 이랑 최근...은 아니지만 제일 최근것인 ‘Here, I am’

이 작품들은 진짜 기대하고 봐도 좋은 작품들이지


인생에 양질이 되는 글 몇개 추천하고 간다

난 눈이 아파서 한 숨 자고 난 뒤에 이 다음화 올릴게




마지막 작성일자 20.9.13 6:03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