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뭐라고...?"

 

 

 

분명하게 들렸던 말이지만, 머리 속에서 계속해서 맴돌기에 나는 다시한번 내 눈앞의 친구에게 물었다. 황당하고 갑작스러웠기에 갑자기 내뱉어진 고백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교실 의자에 기대어 있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런 얘기를 두번이나 하게 하지마라."

 

 

 

눈 앞의 잘생긴 남자는 어딘가 쑥쓰럽다는듯이 붉은 머리를 두번 긁적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뒤에서 교실 창 너머로 노을을 등진 그 모습은 남자가 보기에도 근사했다. 이 못난 점 하나 없는 주인공님께서 방금 뭐라 말한거지?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가 내뱉을 말을 기다렸다.

 

 

 

"세실하고 결혼하기로 했다고..."

 

 

 

부끄러움을 한데 담아 힘겹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심장이 철렁거렸다. 결혼? 저놈이랑 저놈 소꿉친구인 세실이? 납득은 됐다. 둘은 예전부터 함께 지내왔고, 누구보다 서로를 가까이했다. 언제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여 연인이 돼도 자연스러웠다. 다른 이의 관점에선 이상한 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와 절친인 내 입장에서는 그를 축복해주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를 축복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럴리가 없다면서 현실을 계속해서 부정했다. 용사와 소꿉친구 마법사가 서로 결혼을 한다고? 아카데미를 졸업하지도 않아 학생 신분인채로? 여러가지 생각들이 모순들을 쏟아내며 경적을 울렸지만, 가장 두드러진 의문점은 따로 있었다.

 

 

 

"반응이 왜 그래...? 너무 갑작스긴하지?“

 

 

 

불만과 걱정이 섞인 눈길로 나를 쳐다보는 주인공의 모습에 나는 짜증이 솟구쳤다. 목구멍 너머로 올라올 것 같은 호통과 외침을 꾹꾹 눌러담아 억눌렀다. 지금이라도 저놈의 멱살을 붙잡고 흔들며 마구 소리치고 싶었다.

 

 

 

'결혼... 네가 결혼을 하면 안되지...'

 

 

 

나는 한번 고개를 푹 숙이고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올린 다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사형선고를 날린 저놈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가장했다.

 

 

 

"너무 갑작스럽긴한데, 축하한다."

 

 

 

나는 태연히 거짓말을 내뱉으며 그를 축복했다. 용사는 이제서야 안심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이 주인공놈아. 네가 결혼을 하면 어떡하냐...'

 

 

 

이 게임 속 세계에 들어온지 17년. 그동안 희망과 절망을 뒤섞어가며 맛봤지만 이번만큼의 고통은 처음이었다. 내가 예측하며 구성했던 계획들이 전부다 저놈 때문에 한번에 백지화가 됐다.

 

 

 

'네가 다 따먹어야 세계를 지킬 수 있는데... 야겜 주인공이잖아...'

 

 

 

하렘 난봉꾼 주인공이 순애를 선언한 그 순간, 모든 복선과 플래그들이 다 뿌리채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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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어딘가에서 주운 일본산 야겜. 설정도 탄탄하고 재미도 있어서 다운 받은 그 날 새벽까지 몰두해가며 클리어했다. 흔한 아카데미 물에 재능이 넘치는 주인공이 여러 여자들과 교우를 쌓아가며 세상을 위협하는 여러 요소들을 없앤다는 줄거리였다. 진부한 소재지만, 등장인물들이 개성이 넘쳤고, 특히 설정과 세계관이 섬세했다. 몰입해서 밤을 새고 아침에 잠에 빠진 뒤, 세상이 변했다.

 

 

 

갑작스레 낯선 천장과 작아진 내 몸을 보고 혼란에 빠진지도 오래 전 일. 무슨 연유인지 나는 그 게임 속 인물에 빙의를 해버렸다. 망연자실하며 실의에 빠진 것도 한 순간이었고, 곧바로 나는 앞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질서와 기술이 목숨을 지켜주던 시절과는 달리, 이 곳에서는 소리소문 없이 목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금방 깨달았다. 당장 마을 바깥을 혼자 어슬렁 거리기만 해도 사나운 마수들이 목숨을 앗아 갈 수도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내가 들어온 이 게임 속에는 여기저기 곳곳에 세상을 멸망 시킬 만한 재앙의 씨앗들이 흩뿌려져있다. 가만히 넋을 놓고 있으면 아무 것도 못하고 휩쓸려 죽을 게 뻔했다.

 

 

 

내가 이곳에서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일까. 계속해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론이 나왔다.

 

주인공 파티에 빌붙으면 살 수 있다. 어떤 역경과 강적을 대면해도 그의 파티는 한 명도 죽지 않는다. 게임에서는 파티 중 한 명이라도 전투불능이 되면 게임이 끝났었다. 배드엔딩따위도 없었다. 그 날부터 내 인생의 목표는 주인공과 접점을 만드는 것이 되었다. 한때는 잠시 내가 이 세계 속 주인공이 되려 발악을 하기도 했지만, 어떠한 계기로 인해 그만뒀다.

 

 

 

다행히 변방 가문의 맏이로 태어나 아카데미에 들어갈 만한 여유는 있었다. 그렇게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여러 고생을 하며 주인공 파티에 자연스레 끼어들어 녹아가나 싶었지만 모든 게 꼬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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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하게 창가를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큰 한숨을 내뱉었다. 지난 번 충격적인 고백을 들은 이후로 자주 두통이 찾아왔다. 인기척이 없는 복도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나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공 녀석과 세실이 결혼한다는 사실은 파티 내에 다 알려졌다. 모두가 모였을 때 주인공이 대뜸 선언을 해버렸다. 나는 그때까지 다른 히로인들이 질투어린 시선을 보내거나 항의를 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모두가 진심이 담긴 축복을 보낼 뿐이어서 허탈함을 맛보게 됐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하지? 앞으로 맞닥뜨릴 고난들은 히로인들의 진심 어린 조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원작에서는 히로인들의 호감도를 올리고 관계를 맺어야 했다. 과연 히로인들의 조력 없이 주인공이 계속 앞을 나아갈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었다.

 

 

 

"어두운 낯짝이네."

 

 

 

근엄함이 담긴 여성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약간 짜증이 섞인 듯한 어투에 몸에 힘이 들어간 나는 벌떡 자세를 일으켰다.

 

 

 

주인공 파티의 히로인들 중 하나였던 로리아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인형을 조각해 놓은 것 마냥 하나하나 오목조목하고 예쁜 이목구비. 얼어붙을 것 같은 새하얀 피부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백색 머리카락.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이루고 있었으나, 그녀는 가련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푸른 눈동자는 마주 보면 사람을 얼어붙게 할 만큼의 기백이 담겨있었고, 온 몸을 둘러싼 자신감과 호전성은 맹수의 것이었다.

 

 

 

주인공 파티에서는 무력이라면 제일가는 히로인이다.

 

제국 검성의 딸이자, 검 솜씨라면 게임 내에서는 제일가는 인물. 게임 초반부터 후반까지 그녀가 없으면 파티 화력의 대부분이 사라질 정도의 실력자. 그런 그녀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치켜든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긴장이 된 나머지 침을 꿀꺽 삼켰다. 주인공 파티의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를 대면하는 것조차 애먹고 어려워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이 많은 나도 아직도 그녀가 쉽지 않았다.

 

 

 

"평소에는 그렇게 나를 피해다니더니, 무슨 급한 일이 생겼길래 나를 만나려고 해?"

 

 

 

그녀의 차가움을 벼린 눈동자가 가늘어지고 색소가 옅은 입술이 가늘게 호선을 그렸다.

 

 

 

"그... 뭐냐..."

 

 

 

자신감 있게 얘기를 꺼내려고 있지만 말문이 턱 막혔다. 당황한 내 모습을 보고 웃는 그녀가 너무 어려웠다. 저 멀리서 보면 예쁜 미소에 불과했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조금 섬뜩하게 느껴졌다.

 

 

 

"저번에... 들었지...? 지크하고 세실하고 결혼한다는 거..."

 

 

 

조심스레 꺼낸 내 얘기에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래. 그래서?"

 

 

 

"너무 갑작스러워서 말이야... 나는 걔네 둘이 그런 사이인 줄 전혀 몰랐거든. 근데 나 말고 다른 애들은 거의 다 아는 것 같은 눈치여서... 너도 알고 있었어?"

 

 

 

그녀는 내가 잔머리를 써서 꾸며낸 질문을 듣고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연 세실말고 다른 히로인들은 지크에게 감정이 없을까? 슬쩍 그 둘의 결혼을 들먹이며 남은 히로인들의 마음을 확인해보기로 나는 결심했었다.

 

 

 

"모두가 그 둘의 사이를 아는 것은 아니었지. 하지만 너처럼 눈치 없는 놈들을 빼고는 거의 알고는 있었어. 결혼까지는 미처 몰랐지만."

 

 

 

로리아는 미간을 더욱 찌푸리더니 한 발짝 나에게 다가왔다. 그 짧은 걸음에서 위압과 기세가 드러났다.

 

 

 

"이해가 되지 않네. 고작 그런 걸 물어보려고 단둘이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에서 만나자고 했어? 무언가 숨기고 있지?"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짜낸 미약한 계략은 맹수의 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원작에서 세실 다음으로 주인공에게 호감을 표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러낸 게 실수였다.

 

 

 

내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띠었다. 잔인한 표정이었다.

 

 

 

"무슨 꾀를 부리고 있는 거지? 아무래도 짐작이 안가니 직접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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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대화가 공격과 방어로 나뉜 것을 깨달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이지?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들고 만 것이 죄인가. 본전도 찾지 못하고 나는 숨이 트일 구멍을 찾기로 했다.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 뿐이야. 내가 너한테 무슨 속셈을 품을 만큼 깜냥이 있는 것 같아?"

 

 

 

"거짓말이네. 넌 나를 피하고 있잖아. 물어볼 거면 편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굳이 나를 불러서 물어봐? 그것도 둘이서?"

 

 

 

그녀의 반박을 듣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사방이 꽉 막힌 골목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내 눈앞에는 눈을 빛내며 먹잇감을 바라보는 맹수 한 마리가 있었다.

 

 

 

"좋은 자신감이네. 그렇게 얄팍한 수를 부려서 감히 나를 떠보려고 하다니..."

 

 

 

로리아는 내 눈 앞까지 걸어와 그녀의 눈동자를 들이밀었다. 동공이 날카롭게 갈라져 있어서 공포감을 주는 눈빛이었다. 심장이 갑작스레 두근거렸다. 사냥 당하는 사냥감의 감정이 들었다.

 

 

 

"그 둘의 결혼이 그렇게 마음에 안드는 거야?"

 

 

 

그녀가 무겁고 차갑게 내뱉었다.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속내를 다 들켜 소름이 돋았다. 내가 도대체 무엇에게 승부를 건 것이지? 그녀는 나 따위의 계략으로 떠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응...? 평소에 내가 검술을 가르쳐준다고 말할 때는 이상한 변명이나 둘러대면서 도망쳤잖아. 그런데 나를 이용해 먹으려고 둘이서 보자고 해...? 네가 생각해도 너무 괘씸하지 않아?"

 

 

 

목소리에 노기를 담고 로리아는 속삭였다.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려 했을 때, 그녀는 내 팔을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어깨를 밀치더니 나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나를 붙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힘의 정도는 내가 저항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자, 더욱 크게 떠진 눈동자가 보였다. 실망, 분노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한 순간에 받아들인 나는 두려운 나머지 고개를 떨구었다. 갑작스레 나를 압박하는 그녀의 모습이 낯설었다. 주인공에 대한 감정을 떠보려고 했던 것이 생명의 위협을 걱정하는 상황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이제 도망갈 데도 없네? 이 기회에 물어보고 싶은 건 다 물어볼게. 도대체 왜 내가 권유할 때마다 도망가는 거야? 응? 검성의 딸이 친히 검을 알려준다고 하는데도 왜 그렇게 내빼? 내가 그렇게 무서워?"

 

 

 

"... 솔직히 말이 안되잖아. 내가 뭐라고 네가 검술을 알려준다는 거야?"

 

 

 

재능이 없는 건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검, 마법, 모든 분야에 있어서 나는 특출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하게 남들이 하는 만큼만 할 줄 알았다. 그런 나에게 검성의 딸이 검을 가르쳐주겠다고? 심지어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로리아는 지크의 여자인 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쓸데없는 접점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녀를 피했던 것이다.

 

 

 

"내가 말했잖아? 재능은 있다니깐? 내 곁에 있으면 확실히 느낄 수 있을텐데... 정말 답답하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재능이 있다고? 명백한 거짓말이 분명했다. 재능이 있는 자들의 옆모습을 지금까지 지켜봐 왔고 시샘 또한 했다. 그런 내가 내 재능의 유무를 잘못 판단할 리가 없다. 도대체 로리아는 왜 내게 거짓말을 하는 거지?

 

 

 

"좋아. 다른 얘기로 넘어가자. 왜 그 둘의 결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지? 분명 너는 지크랑 무척 친한 사이인데 말이지..."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물음을 자연스레 멈길 다른 변명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자 그녀는 다른 방면에서 나를 옥죄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재밌는 게 떠오르네...? 너가 지크를 신뢰하는 만큼, 지크 또한 너를 신뢰하고 있어. 그런 지크가 너의 속내를 알게 되면 어떨까...? 내 생각에는 무척 너에게 실망할 거 같은데..."

 

 

 

순간 숨이 멎을 뻔 했다. 지크가 나에게 실망한다고? 내가 그와 신뢰 관계를 맺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수모를 겪어야 했는데. 범재가 천재 사이들에 끼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심지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경우조차 몇 번 있었다. 그렇게 이룬 것들이 한 순간에 없어진다니.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갔다. 손끝에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로리아는 새하얀 뺨을 홍조로 물들였다. 그녀의 날카로운 말투에 점점 흥분이 뒤섞이는 것을 느꼈다.

 

 

 

"나 또한 지크와 세실의 결혼을 축복하는 입장이니깐... 지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지...?"

 

 

 

그녀는 팔을 뻗어 내 얼굴 옆에 벽에 손을 짚었다.

 

 

 

"남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은 비밀... 또 하나 생겼네? 응? 어떻게 할거야?"

 

 

 

식은땀이 등을 흥건하게 적셨다. 예전에 그녀에게 비밀을 하나 들킨 적이 있었다. 그때는 어떻게 얼버무려 넘어갔지만, 지금 그녀는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목줄은 내가 쥐었으니... 잘 생각하고 행동해야겠지? 앞으로? 응?"

 

 

 

나를 압박하던 자세를 푼 로리아는 몸을 거두면서 내 어깨에 손을 얹고 툭툭 쳤다. 갑작스레 똬리가 풀린 나는 정신이 멍했다.

 

 

 

"내일부터 내가 하는 아침 연습에 나와. 알았지?"

 

 

 

로리아는 매일 아침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검술을 연마한다. 예전에 몇 번 같이 하자고 권유를 받았으나 그때마다 거절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면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가슴을 깊게 눌렀다.

 

 

 

"대답은?"

 

 

 

"...알았어."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로리아가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밝혀내지 못했고 내 목에 걸린 족쇄의 목줄을 그녀에게 건네준 셈이 되었다.

 

 

 

도대체 재능이 없는 나에게 왜 이리 검을 가르쳐주겠다고 집착을 하는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로리아는 게임 속에서 강한 자들에게 흥미를 보이는 성격이었고, 자신을 능가하는 재능을 가진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껴 인연을 맺게 됐다. 하지만 그런 원작의 주인공에게 조차 로리아는 검술을 가르쳐준다는 권유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나에게 검술을 가르친다는 거지? 가지고 놀려는 건가?

 

 

 

"아... 그리고 세실하고 지크에게는 내가 전해둘게. 네가 무척이나 둘의 결혼을 환영했다고 말이야."

 

 

 

머릿속이 어지러운 나를 놀리는 듯이 그녀는 눈웃음을 짓고는 손을 한번 흔들고 뒤돌아 걸어갔다. 그 당당하고 도도한 뒷모습을 나는 허탈하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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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아는 원작에서 치트키 

얘만 잘 키우면 쉬운 난이도는 스킬하나 돌려막기로 전부다 깰 수 있는 수준.  대검으로 다 썰고 다님. 대신 호감도 올리기 힘들다는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