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구린 필력, 내 멋대로 쓴 글 봐줘서 고마워






 

 

 

 

 

 

4년이 지났다.

다시 생각하면, 진짜 능력을 깨닫고, 그를 이용해 영웅 학교에 높은 성적으로 들어가고, 가질 수 없던 힘을 기르는 등 정말 말도 안 되는 일투성이인 4년.

그러나, 그 말도 안 되는 일 중 어느 것도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하찮은 것이었다.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저랑 사귀어주세요.”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은인이나 다름없던,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그 고마움이 배로 불어난 얀순이.

졸업과 함께 영웅이 되는 게 확정이 된 것을 기념한 식사를 마친 뒤, 나를 불러세운 그녀의 고백.

당황스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게 4년간, 그녀가 나에게 준 호의는 비정상적으로 컸다.

 

‘거봐요. 제 말이 맞았죠?’

 

온갖 핑계를 대면서까지 능력 재검사를 받고 싶지 않았던 나를 끌고 가 지금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능력을 안겨줬다.

 

‘32등이라니, 정말 축하드려요! 네? 제 성적이요? 저는 131등이요.’

 

매일 휘청거릴 정도로 자신을 몰아세울 정도로 노력하면서 본인보다 높은 성적을 딴 나를 축하하는 데 망설임 없이 웃는다.

 

‘정말. 선배는 저 없으면 밥 먹을 친구도 없어서 걱정이네요.’

 

영웅 학교에서 같은 반이 되었을 때 나쁜 소문에 고립되었던 나에게 성큼 다가와 줬다.

그 외에도 잔뜩.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얀순이가 나에게 뭔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침착하게. 그녀가 듣고 싶어 할, 내가 해야 할 말을 내뱉었다. 

 

“나도 예전부터 그랬어.”

 

“내가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신뢰를 주고, 언제나 내 옆을 지켜주는 네가 너무 고마웠어.”

 

그러니까.

 

“네가 해온 일이 조금도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훌륭한 영웅이 되어서 네가 부끄럽지 않도록 할 게.”

 

나는 가지고 있는 속마음. 얀순이에게 전하고 싶은 모든 것을 그대로 내뱉었다.

 

“……짧으면 몇 주 만에 깨질 수도 있는 연애를 하자는 건데. 무슨 벌써 손자 이름까지 생각하고 계신데요. 그런 식으로 과몰입하는 남자는여자들이싫어한……아악!”

 

“괜찮아?!”

 

말이 빨라지기 시작하면서 혀라도 깨문 건지. 갑자기 혀를 내밀며 통증을 호소하는 얀순이에게 나는 급히 다가갔다.

 

“안... 괜찮아요. 애초에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주접 떠는 말 좀 하지 마요. 창피해 죽겠으니까...”

 

말하는 것과 다르게 얀순이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드러나고 있었다.

언제 나와 같은, 헤프다고 생각하는 그 웃음이었다.

 

 

 

 

***

 

 

 

또 다시 2년이 지났다.

학교를 졸업하고 영웅이 된 나는 그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바쁘게 살기 시작했다.

단순히 학생에서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 아닌, 얀순이와 한 약속. 훌륭한 영웅이 되겠다는 말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래도 조금 쉬는 게 낫지 않아?”

 

“쉴 시간 없어.”

 

“이 시발, 내가 쉬고 싶다고 개새끼야.”

 

“됐고, 자세나 잡아.”

 

“아오, 이얀붕 이 개새끼 진짜.”

 

같은 영웅 학교 동기이자 현역 영웅인 유지욱이 욕을 내뱉으며 날이 죽은 가검을 들어 올렸다.

나는 손목과 팔에 부담을 줄여주는 장갑이 끼워진 주먹을 얼굴 높이까지 갖다 대었다.

무기와 맨손. 일반적으로 둘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차이라는 게 있다. 

나는 지금 그 차이. 벽을 넘기 위해 훈련 중이었다.

 

“시발... 그만... 내가 죽는다고... 벌써 19번째야 미친 놈아...”

 

“알았어.”

 

“아으! 아니, 애초에 왜 무기를 능력 없이 상대하려는 건데. 네 능력으로 몸뚱이를 강화해서 찍어 누르면 되잖아!”

 

내가 던진 이온 음료를 받아든 동기는 짜증을 담아 나에게 물었다.

당연한 걸 묻네. 타들어가는 목에 음료를 넘기던 나는 그 질문에 대답했다.

 

“내 능력은 어디까지나 몸에 오는 충격을 에너지로 치환해 저장. 그리고 그걸 사용하는 거야. 에너지가 없을 때도 있지. 그걸 막기 위해서……”

 

“걍 솔직히 이야기해! 여친 앞에서 나는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된 영웅이라고 가오 좀 부리고 싶다고!”

 

“그것도 맞아.”

 

“씹새끼! 아아악! 왜 나는 저렇게 염장 지르는 놈 훈련을 봐줘야 하는 건데!”

 

“명색이 영웅인데, 욕 좀 줄이는 게 어때?”

 

“네가 아, 힘들다. 나 오늘 그만 갈게. 하면 욕도 줄이고 공중제비도 한 10바퀴는 돌게. 그래 줄래?”

 

“아니.”

 

나는 텅텅 빈 음료수병을 찌그러트렸다. 팔뚝만 했던 페트병은 마술처럼 손바닥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고, 이내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간다.

 

“계속해야지. 다시 준비해.”

 

“진짜 나쁜 개새끼...”

 

출동이 없을 때의 내 훈련에 어울려주는 동기는 오늘도 욕이 많았다.

 

 

 

 

 

***

 

 

 

 

-그래서, 오늘 잡으러 가는 괴물이 뭐라고?

 

“크기가 10미터에 달하는, 거대 암석 괴물. 들은 대로면, 다른 이상 한 게 없는 평범한 골렘이야.”

 

영상 통화 속, 다른 지역에 있는 얀순이의 물음에 나는 들은 정보를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한정된 특수 인력이란 영웅의 특성상 우리가 원한다 한들 매번 같이 출동할 수는 없었기에 지금은 그녀와 떨어져 있다.

 

-함께 있는 때보다, 이렇게 떨어질 때가 많았으면 영웅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나 없는데. 또 막 다치고 그러는 건 아니지?

 

화면으로도 그 눈빛의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얀순이.

학교에 다닐 때부터 무리하기로 유명한 나는 그녀의 말에 하하 웃으면서 대답했다.

 

“오늘은 그럴 일 없어. 애초에 신입들 적응을 목적으로 가는 거라 정말 낮은 등급의 게이트거든.”

 

-그래. 알았……. 잠시만, 거길 네가 왜 가는 데.

 

괴물이 있는 곳과 연결되는 문, 게이트의 등급이 낮다는 것에 안심하다 이후 들려온 말에 표정을 확 바꾸는 얀순이.

2년 전에 쓰던 존댓말과 달리 직구로 들어오는 그녀의 반말에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협회에서 직접 부탁받았어. 2년 만에 명성을 떨친 나라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고 해서 거절할 수는 없었어.”

 

-협회 놈들 진짜... 명성을 생각하면 쉬게 해주는 게 맞잖아. 어제도 괴물 잡은 사람을 왜...

 

한숨을 쉬며, 화가 난다는 듯 입술을 살짝 깨무는 얀순이.

이대로 얀순이의 얼굴이 구겨지는 걸 바라지 않던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감이 넘쳐 흐르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아주 낮은 확률로 게이트의 등급이 오른다고 한들, 문제없어. 나 이얀붕이야. 협회에서도 인정해주는…….”

 

-호구. 그리고, 맨날 자기 몸은 신경 쓰지 않고 무리하는 탓에 내 속을 썩이는 나쁜 놈.

 

내 말을 칼처럼 끊고,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얀순이의 말에 기껏 지은 표정이 무너진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본 화면 속의 그녀는 언제나처럼 헤픈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렇게 말 한마디에 힘이 빠져서 혼란스러운 사람들을 안심시킬 수 있겠어?

 

“됐어. 끊어...”

 

-꼭 다치지 말고 돌아와.

 

뚝.

 

목적지인 게이트가 발생한 위치에 거의 다 도착한 나는 마지막 그녀의 말을 새겨들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번엔 진짜로 다치지 말아야 하는데...”

 

창가를 바라보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신입과 함께 들어가는 게이트에서, 그리고 앞에 무슨 일이 있을지 그때의 나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

 

 

 

 

 

신입들과 함께 들어간 게이트. 그 진행은 순조롭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완벽했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모자란 게 아닌, 대담함이 모자라던 신입에게 낮은 등급의 게이트에서 나오는 괴물에 고전할 일은 없었으니까.

그러면서도 자만해 긴장감을 놓지는 않았다. 덕분에 마지막의 거대 골렘까지 정말 승승장구로 처리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배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는 신입을 격려하면서 모든 게 끝나고, 얀순이에게 멀쩡한 몸 상태를 자랑할 수 있었다면, 정말로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표정을 굳히며 주먹을 쥐었다.

 

“너희들 당장 도망가. 최대한 빨리 게이트쪽으로.”

 

“네? 그게 무슨...”

 

처음으로 괴물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에 취해서일까. 아니면 그냥 감이 둔한 걸까.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건.

 

“땅 밑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니까 당장 도망가라고!”

 

콰아아앙!

 

내 말을 듣기라도 한 건지 골렘이 죽은 이후 미세하게 느껴지던 땅속의 무언가가 지면을 폭발시키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정체 또한 골렘. 보석같이 아름다운 빛을 내는 돌로 이루어져 있다. 크기는 2M가 안 된다.

하지만 느껴지는 위험은 아까 처리한 것보다 훨씬 무겁다.

그 위험에 아주 대놓고 노출된 신입과 골렘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신입을 아주 강한 손길로 밀어낸다.

그런 내가 아니꼬웠는지 골렘 놈은 반짝이는 팔을 내게 휘둘렀다.

 

파아앙!

 

평범한 사람이면 귀가 멍해졌을 굉음이 울린다. 골렘의 공격을 막아낸, 순식간에 새하얀 살결에서 피가 터지고 뼈에 금이 간 오른팔이 나보고 고통에 찬 소리를 지르라고 독촉한다.

나는 소리를 지르는 대신 혈관이 미치도록 솟아나게 왼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받은 만큼 저 골렘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콰아앙!

 

너무나 반반해서 눈깔이 있는지도 모를 골렘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는다.

순간, 그 보석 상판때기에 금이 가는 게 보인 녀석은 신입을 밀어낼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날아가 벽에 꽂혔다.

이렇게 한 대씩 치고받는 와중에도 아직도 신입들이 도망가지 않았다는 것을 날카로운 감으로 알아챈 나는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도망가라니까!”

 

“벽! 시발, 뒤로 가는 길이 벽에 막혔다고!!”

 

벽? 골렘에게 맞아서 축적된 에너지를 사용해 오른팔의 상처를 회복하던 나는 선배에 대한 존중은 팔아치운 신입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 그 녀석의 얼굴과 같은, 연녹색으로 빛나는 벽이 출구를 막고 있었고, 신입들은 그 벽에 매달려 눈물콧물을 짜내고 있다.

 

“뭔, 개같은...”

 

정말이지 생각하기도 싫었던 상황이 찾아온 것에 표정을 구기던 와중, 공간 전체를 훑고 있던 날카로운 감이 벽 쪽을 바라보라고 소리친다.

고개를 돌리니, 반반한 얼굴에 주먹으로 인한 흔적이 생겨 눈처럼 보이는 골렘 놈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기세가 뭔가 심상치 않다. 그것을 눈치챈 순간 골렘 놈은 아까 전 내 오른팔을 강타한 손을 뻗었다. 그 손바닥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이런 씹..!”

 

그 빛은 정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긴 총에서 나온 총알처럼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골렘과 나 사이의 거리가 있어서 가능한 일. 근접한 상태였다면 절대 못 피했을 공격이다.

 

“―――!”

 

내가 그 빛 공격을 피한 게 화가 난 걸까. 지면을 박살 내면서 달려든 골렘이 내 얼굴에 빛나는 왼쪽 주먹을 내지른다.

 

‘느려졌다.’

 

능력을 통해 재생한 나와 달리 아까 한 대 치고받은 게 큰 건지 눈에 띄게 느려진 주먹.

그것을 놓치지 않은 나는 놈의 주먹에 팔을 휘감아 이를 잡아내었다. 그러고선 온몸의 힘을 쥐어 짜내 이를 반대편으로 휘둘렀다.

 

콰강!

 

놈의 보석 몸뚱이와 돌바닥이 충돌한다. 쩌저적 바닥에 금이 가면서 튀기는 파편들이 내 몸을 긁어댄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골렘 놈의 팔을 붙잡은 오른손을 풀었다. 주먹을 쥐고선, 녀석의 얼굴에 이를 사정없이 처박았다.

 

콰앙!

 

놈의 머리가 돌바닥 깊숙이를 파고 들어갔다.

이 기세를 놓칠 생각은 없다. 금이 간 부위를 정확하게 노려 놈의 머리를 박살 낼 생각으로 다음 주먹을 내지른다.

 

“―――!”

 

그리고, 그런 나를 노리는 녀석의 오른손바닥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아까 전과 똑같은 광선 공격. 하지만, 거리가 부족해 피할 수 없었다.

 

콰아앙!

 

세 번째 주먹이 놈의 얼굴에 꽂혔다. 동시에 녀석의 광선이 내 오른쪽 어깨를 꿰뚫었다. 

충격이 겉에서 그쳤던 주먹과 달리 광선은 내 몸을 아주 간단하게 꿰뚫었다.

 

“윽!”

 

나는 곧바로 붙잡고 있던 녀석의 왼팔을 놓고선 거리를 두었다.

어깨에 뚫린, 500원 동전보다 약간 큰 구멍. 아무리 내가 능력자건 영웅이건, 이 정도의 상처를 안은 채 주먹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

 

‘재빨리 능력으로 회복을...’

 

녀석의 광선에 반응할 수 있는 거리에서 능력으로 몸을 치료하고, 다시 유리한 상태에서 놈을 쥐어팬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을 읽고 있었는지, 녀석은 오른손바닥을 펼쳤다.

내가 아닌, 저기 벽에 막혀서 질질 짜고 있는 신입에게.

그런 녀석의 의도가 뭔지 나는 아주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당장 뛰어와라. 안 그럼 저들이 죽는다.’

 

“이런 개새끼가!”

 

나는 욕을 내뱉으면서 달려들었다. 아까 전과는 상황이 정반대로 뒤집힌 그림.

골렘 놈은 내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곧바로 오른손바닥을 내밀었다. 그에 반응한 나는 곧바로 다리에 힘을 주고 광선을 피할 자세를 갖추었다.

 

퍼억!

 

그리고, 내 예상과 달리 녀석은 오른손바닥에서 광선을 쏘는 게 아닌, 내게 가까이 와서 왼쪽 주먹을 내질렀다.

이 공격을 턱에 허용하고 만 내 시야는 뒤집혔고, 놈은 이걸 놓치지 않는다는 듯 오른손으로 다시금 내 머리를 후려쳤다.

 

“커헉!”

 

“―――!”

 

바닥을 구르는 내 머리를 놓치지 않고 녀석이 붙잡는다.

그러고선 아까의 울분을 풀겠다는 듯 내 머리를 쾅! 땅에 처박았다. 

이후 장난감 자동차를 바닥에 굴리는 아이처럼.

 

카가가가가각!

 

내 면상을 바닥에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발버둥을 친 탓에 녀석의 손길이 약간 느슨해졌고, 그 탓에 측면만을 갈리긴 했지만, 안면이 뜯겨나가고 그 안의 살이 다시 찢겨나가는 통증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내가 이 끔찍한 고통을 버텨서 기절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놈이 나를 갈아버리는 데 열중해서 광선으로 내 머리를 꿰뚫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콰악!

 

멀쩡한 한쪽 눈으로 놈의 다리를 포착한 나는 이를 붙잡고선 힘을 주어 놈을 넘어뜨렸다.

동시에 나는 피와 살점이 질퍽하게 떨어지는 고개를 들어 올리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놈은 갑자기 넘어지고, 나는 비틀거리지만 일어섰다.

 

“으아아아!!”

 

주먹 하나를 꽂아 넣을 틈이 생긴 나는 녀석이 나를 신나게 패대기치면서 생긴 에너지를 전부 오른손에 모아 내질렀다.

 

 

 

 

 

***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

 

도대체 뭐 때문에 전화를 안 받는 걸까.

나보다 일찍, 그것도 신입의 적응을 위한 낮은 등급의 게이트에 들어갔는데 왜?

 

“……뒤처리를 좀 맡겨도 될까요? 급히 갈 데가 있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나쁜 감각에 얀순이는 급히 능력으로 순간이동하였다.

얀붕이가 들어간 게이트의 위치, 그 좌표는 이미 기억해놨다. 덕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얀순이는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이내 찾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어깨에 구멍이 뚫리고, 얼굴의 반쪽이 갈려나간 얀붕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