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장님. 저들에게 붙잡히면 어떻게되는겁니까."


"몰라. 저 썅년들이 무슨짓을 할지 알게뭐냐. 확실한건 좆되는거뿐이겠지."


"저..사실은 너무 두렵습니다."


"...그래."


담담한 어조로 말한 김이병의 말에는 분명한 슬픔과 회한이 묻어있었다. 그가 던진 작은 말한마디에 내마음도 돌멩이가 던져진 호숫가마냥 이리저리 요동치고있었다. 우리는 이곳을 반드시 사수해야만 한다. 여기가 뚫리면 항구를 내어준다. 항구에는 퇴각을 준비하는 아군과 민간인이 기다리고있다. 퇴각에 완전히 성공한다면 남부의 임시정부와 합류하여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가할수도 있을것이다. 불안한 나의 시선은 적들이 몰려오는, 해가저무는 서쪽산맥의 최전방에 머물렀다. 적의 준동을 예언하듯 황혼위로 수많은 까마귀가 날아오르고 불길한 울음소리를 마구 토해낸다.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병사들은 위협적인 울음소리에  괜히 몸을 움츠렸다. 그것이 동지의 추위때문인지 저마다 지니고있는 심적외상 때문인지 알길이 없었다.


"김이병"


"예."


"부모님은 잘 계신가?"


"아마...잘계실겁니다."


"자네가 수도출신이지?"


"그렇습니다."


괜한 말을 꺼낸것같아 후회했다. 나보다 6살이 어린 김이병은 입대한지 한달만에 대전쟁이 발발해버린 불쌍한 친구였다. 그리고 개전 3주만에 수도는 이미 적들의 손에 넘어간지 오래였다. 김이병도 잘 알고있을것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수도에 두고온 부모님이 두고두고 밟히는 것일테다. 


"소대장님께서는 어디출신이십니까."


"나는 남부출신이지."


"그래도 남부에는 군대가 주둔하고있잖습니까. 다행입니다."


"...."


아무말도 하지않기로 했다. 미안했으니까.


.

.

.

사방에서 포성이 날아들고 역겨운 피비린내와 화약내음이 코를 찔렀다.드디어 상부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각명령이 떨어졌다. 몇시간이나 초소와 언덕을 사수하며 버러지년들과 맞서싸운 우리들은 전사한 소대원들의 군번줄만 급히 챙겨들고 초소를 빠져나왔다. 산을내려가며 급박하게 발을 놀리는 와중에 저멀리 뱃고동소리가 들려왔다. 운이 좋다면 마지막으로나마 선박에 오를수있을것같다. 다만 이 운이 얼마나 이어질지 모른다는것이다. 평생 내운은 내가 만든다며 자부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언덕을 내려와 항구안에 입성했지만 그와 동시에 퇴각을 지원할 아군은 어디가고 적들은 이미 저지대를 넘고 항구에 들어오고있었다.


"젠장. 이미 적들이 항구까지 들어왔어."


교전없이 좆빠지게 튀어도 모자랄판에 적군에게 걸려 총탄세례를 받고있었다. 바로 엄폐물에 숨지않았다면 아마 뒤졌을거다. 내운도여기까지인가 한탄하고있을때 그순간 내 결정만 기다리고있는 소대원들이 눈에 띄었다.


"개씨발..."


내 운은 여기까지더라도 소대원들의 운은 내가 만들어줄수있다. 내가 씨발 소대장만 안달았어도...


"지금부터 1분대장과 2분대장이 전사한 관계로 손병장이 나를 대신해 3소대를 이끌고 퇴각선까지 후퇴한다.최대한 눈에띄지않게 건물을통해 이동해. 이후의 모든 현장결정권한은 손병장에게 위임한다."


"아니 그럼 소대장님은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손병장이 나를 뜯어말렸다.


"어차피 누군가는 저년들을 막아야한다. 저새끼들 어차피 포로를 잡는데 혈안이라 죽이지는 않을거다."


"말도 안됩니다. 완전히 개죽음..."


"지랄말고 빨리 출발해. 누군가는 해야하는거다. 니뒤에달린 소대원들의 목숨을 생각해. 그럼 니가 대신남을거야?"


"그...그건..."


"알겠으면 빨리 가."


"죄송합니다....."


"개새끼. 뭔 벌써 죽을것처럼 이야기하고있어? 어떻게든 돌아갈거니까 내꺼 수통에 깨끗한물 존나받아놔라. 목타 뒤져버리겠으니까."


녀석들은 머뭇머뭇거리면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뒷골목으로 사라졌다. 골목이 좁기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히 방어할수있을것이다. 여기서 시간만 벌면 저녀석들은 안전하게 배에 오를수있을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척, 실없는 농담이나 던지며 소대원들을 내쫓았지만 혼자남았다는 두려움이 드는것은 어쩔수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절대로. 여기서 죽을수없었다.

.

.

 소대원들이 몰아주고간 수류탄과 연막탄이 톡톡한 활약을 했다. 이 골목에서만 몇놈들을 묵사발을 냈다. 그러나 적들은 물밀듯이 골목을 메워오고있었다. 아마 수류탄을 다 썼으니 화력에서 밑천이 드러난거겠지. 심호흡을 한번하고 마지막남은 연막탄을 던지고 미친듯이 뒷골목으로 뛰기시작했다. 훈련할때 지나간 길은 아니지만 산맥을 등지고 동쪽으로 가면 부두가 나온다는 생각으로 미친듯이 뛰었다. 대로를 찾으면 방향을 잡을수있을것이다. 


.


등뒤로 무수한 총탄이 쏟아지는것이 느껴진다. 정말 천운이 따른것인지 몸성히 본부의 야전병원까지 퇴각할수있었다. 이미 환자들까지도 후퇴에 성공했는지 쥐죽은듯 조용했다. 여기서 시간을 죽칠 여유는 없었다.2층까지 확인하고 나서 떨어진 생수병 하나를 급히 들이킨 나는 문을 나서려던 찰나


(!@@#$#%^%^^&%$&)


씨발. 좆됐다. 저새끼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소총을 쥔 손아귀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고민할 겨를없이 창문을 열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다행히 2층에다 눈이 쌓여있어서 큰 소음도 부상도 당하지않았다. 여기서 5분만 걸으면 선박이 있는 부두가있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라지만 이미 적들이 주위에 깔려있으니 신중해서…


-탕-


균형을 잃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오른쪽 무릎에 찢을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아, 총에맞았구나. 총에 맞는다는건 이런 기분이구나. 이래서는 이동할수가 없다.나는 실패한거다. 내 운은 여기까지인거다. 눈앞이 핑 도는데도 적들이 나에게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이미 소총은 내 손에서 벗어난지 오래였기에 탄알집에 달린 단검을 꺼내 휘둘렀다. 총알이 내 팔을 관통하자 칼을 놓을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나는 비참하게 죽을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내 죽음을 기억하지 못할것이다. 이것이 손병장이 말한 개죽음인가. 


“사..살려주세요”


손이 등뒤로 모여 결박당한 나는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해야만 했다. 저들은 품에서 주사를 꺼내 내 목에 무슨 약물을 주사했다. 역겨운 이물감에 몸서리를 쳤다. 다만 생사여탈권이 저들에게 넘어간이상 저항할수없었다.  효과는 주사를 하는즉시 발동되었다. 비로소 관통상의 통증까지 느껴지지않을때쯤 기절하듯 잠들수밖에 없었다.




-죽인만큼 낳아라. 일할만큼 낳아라. 위대한 제국의 가마솥에 꺼지지않을 장작이 되어라-







맨날 단편만 끄적이다가 처음으로 장편 써볼려고하는데 잘 모르겠노 과연 내가 끝까지 갈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