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 - 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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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나는 지금 내 집에 감금되어 있다.


설마 전기충격기를 쓸 줄은 몰랐는데, 그 덕에 잇자국 말고도 전기충격기 맞은 자국이 하나 생겼다.

사람 몸뚱이가 캔버스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데... 몸에 힘이 빠져서 부들거리는 동안 의자에 앉혀져서 그대로 둘둘 묶였다.

눈가리개 같은 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디어 그 정신병자를 볼 수 있었던 것이 유일한 소득이다.

불이 꺼져 있었던 지라 얼굴은 잘 안 보였지만 나보다는 체격이 작은 여성이었다.

혹여 내가 저항하기라도 할 까봐 다리까지 꼼꼼하게 묶고는, 내 얼굴을 부여잡고 입을 열었다. 


"우리 얀붕이... 누나 보고 싶어서 기다려 준거야?"

아니다.

네년 이빨을 다 뽑아버린 다음 그대로 때려죽이려고 애써 안 잤다.

내가 씨발 너 때문에 요즘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으로 입을 틀어막히는 바람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슬슬 숨쉬기 힘들어질 무렵, 그녀가 입을 뗐다.

"스읍, 후... 그럼 얀붕이 기대에 부응해줘야겠지?"

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 아가리를 후려갈기게 해 줘라.

그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금 당장이라도 내 앞에서 치우고 싶으니까...

물론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기에 그 표정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녀가 다가온 만큼, 내 불안감도 커진다.

"...오늘은 특별히 깨어있을 때 물어 줄게."


그녀의 숨이 내 목덜미에 부딪힌다.




그리고는 인정사정없이 이빨을 박아넣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매일같이 물어 왔던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덧씌운다.

이제는 자고 있지도 않으니 힘조절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걸까, 갈 수록 그 세기가 강해진다. 

고통에 몸서리치며 어떻게든 저항하기 위해 발버둥치다보니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창문을 깬 흔적을 발견했다.

저 미친년이 우리 집 창문으로 모자라 내 뚝배기까지 깨려고 작정을 했는지,

그 가녀린 턱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힘으로 내 목을 물어뜯고 있다.


아파

아파

아파

아프다고

도대체씨발나한테왜그러는거야너이씨발년아죽일거야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여버릴거라고이개같은-

...



한참이 지났다.


이내 그녀는 만족했는지 목에서부터 입까지 은색 실을 늘어뜨리고 있었고,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노려봤다.

그녀는 황홀한 표정을 지은 채 잇자국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이거 피 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게 물렸던 터라

이 인간을 어떻게 잡아 죽일지를 몇 십번이나 되뇌이고 있었다.


"하아... 하아...... 넌 내 거야, 넌 내 거. 내 거라고..."

지랄하지마.

"이렇게 표시까지 했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네가 내 거라는 걸 알아볼 수 있겠지?"

지랄하지마...

"이게 지워질까봐 매일같이 덮어씌우는 거, 은근히 힘들었지만 즐거운 일이었어. 특히나 자는 얼굴이 귀여워서-"

"지랄하지말라고!!!!"

"근데 이전에 현관 안전고리까지 다 잠궈버리기도 했고... 그 때 내가 얀붕이 침대 밑에 숨어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표시를 못 할 뻔했잖아."

...안되겠다. 이 작자는 내 말을 듣질 않는다.

심지어 내 침대 밑에 숨어 있었다니. 소름돋는 걸 넘어서 공포감과 역겨움이 올라왔다.

더이상은 뭘 말해 봤자 소용 없을 것 같아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잠시간 이어진 침묵을 깬 건 그녀였다.


"아, 얀붕아. 좋은 생각이 났어!"

"너를 우리 집으로 데려가면 더이상 내 거라고 표시할 필요도 없어지겠지?"

그리고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다시 전기충격기를 꺼냈다.

"히히, 우리 얀붕이 조금만 더 자고 있어야 해?"


...웃지마, 썅년아.





"파지지직-"


>>> 발 없이 도망친 자의 수기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