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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https://arca.live/b/yandere/8397250

*2화: https://arca.live/b/yandere/8463008


다음 편이 마지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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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골로 내려온 나는 그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빠졌다. 지금까지 묵혀놨던 가게도 정리해야 하고 여러 자잘한 문제로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혹시나 했던 찻집은 정말 다행히도 장사가 그럭저럭 되었다. 그 덕에 빌린 돈을 2년 안에 갚을 수 있었다. 빚을 다 갚고 찻집을 운영하며 지낸 지 1년이 좀 넘었을까. 그날따라 손님도 별로 오지 않아서 찻집을 일찍 정리했다. 가게 안에 내가 지내는 공간이 있어서 가게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었다. 나는 평범하게 카운터에 앉아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잠가놨던 가게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택배도 시키지 않았고 따로 찾아올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무시했다. 하지만 문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 커졌다. 견디지 못한 나는 혹시나 몰라 휴대폰을 한 손에 들고 천천히 문으로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문틈으로 다가가서 밖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검은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길게 묶은 한 여자가 무언가를 들고 서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같은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있었고 하필 검은색 벤츠 3대가 그들 뒤에 주차되어 있었다. 순간 나는 소름이 끼쳤다. 심지어 한 대는 며칠 전부터 내 가게 앞에 주차되어 있던 차였다


검은 정장에 벤츠면...

 

마리아...’

 

몇 년간 잊고 살았던 그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기어코 숨어 살던 나를 찾아낸 것이었다. 유일하게 이럴 수 있는 사람은 그녀 밖에 없었으니까. 


근데 이상했다. 그때 겪은 마리아의 성격이면 그녀가 직접 왔어야 한다. 그것도 지금 앞에 서 있는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대규모 병력을 끌고 말이다. 혹시 납치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자, 맨 앞의 여자가 문을 다시 두드렸다.

 

얀붕씨안에 계신 거 다 압니다.”

“.......”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얀붕 씨납치나 그런 험한 짓을 하러 온 게 아닙니다문 좀 열어주시죠.”

 

그녀는 문을 두드리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이렇게 나오시면 험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뒤에서 전기톱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그 소리에 기겁한 나는 급하게 자물쇠를 따서 문을 열었다.

 

뭐하는 짓입니까!”

계셨군요안 계시면 어떡하나 했는데.”

“...뭐요?”

아닙니다잠깐 할 이야기가 있는데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그녀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당당하게 요구를 해왔다거절해도 됐지만뒤에 전기톱을 든 아조씨들의 눈빛이 너무나 매서웠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그녀를 가게로 안내했다검은 정장들은 밖에 남았다.

 

좋아하시는 차 있나요?”

물이면 괜찮습니다.”

 

날씨가 살짝 쌀쌀했기에 미지근한 물을 그녀에게 주었다따뜻한 물을 마셔서 그런지는 몰라도약간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말했다.

 

아가씨께서 반하신 이유가 있군요.”

?”

아닙니다.”

 

그녀는 헛기침을 몇번하더니 그녀가 옆에 놓아둔 가방을 들었다.

 

아가씨가당신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신 물건입니다.”

 

가방을 건네받은 나는 그 속에서 몇 장의 편지를 꺼냈다내 앞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천천히 ‘1’이라고 적힌 편지를 펼쳐보았다편지지에는 날카로운 필체로 그녀의 자필 편지가 적혀 있었다.

 


-오랜만이야얀붕잘 지냈어난 잘 못 지냈는데하고 싶은 말이 마지막으로 있어서 이렇게 적게 되었어내가 직접 말해주면 좋았을텐데... 


 

나는 뭔가 이상한 머리말에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아가씨는 돌아가셨습니다어제 말이죠.”

“....?”

 

나는 상상도 못한 대답에 얼이 빠졌다마리아가 죽다니칼로 찔러도 죽지 않을 것 같던 그녀가 갑자기?

 

당신과 헤어진 날그날부터 아가씨는 몸이 약해지셨습니다당신을 찾으면서 말이죠이런 말을 대신하기는 그렇습니다만아가씨는 당신에게 첫눈에 반했던 것 같습니다아가씨도 이런 게 처음이었는지 안주인님... 그녀의 어머니께 방법을 물어봤고그렇게 전수받은 것이 당신이 당한 짓입니다큰주인님께서는 안주인님께 잡혀사시는 지라 그런 게 별 문제가 없었지만당신은 좀 다르더군요.”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아마아가씨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으셨을 겁니다당신이 봐달라고 사정사정할 때까지 그렇게 하실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만일이 그렇게 되버렸으니 말이죠.”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마저 말했다.

 

그녀는 유언으로 얀붕당신을 장례식에 초대했습니다마지막으로 봐달라는 게 그녀의 유언입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나는 황급히 편지로 눈을 돌렸다.

 


-내가 마피아 딸인 건 알고 있지? . 내가 그 때 말했구나.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차별당했어. 중세 시대냐구? 그냥... 몰라. 그냥 그랬어. 어머니께서 낳은 애들은 전부 죽었고 나밖에 없었어. 사실 입양된 거였거든, . 핏줄도 안 이어져 있고 그런데 누가 나를 보스의 딸로 대우할까? 보는 데서는 하지만 뒤로는... 그리고 자라면서 애정이라는 걸 느껴본 적도 없었어


어머니는 피도 안 이어진 나를 사랑해주셨지만 일 때문에 많이 사랑받지도 못했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께 끌려다녔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그랬어.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악명높은 조직 보스의 딸인 걸 알고서는 다들 나를 피하더라구. 내가 조금만 다가가도 무섭다고. 잘못했다고. 심지어 내가 잘못했는데도 그러더라. 아하하, 자랑은 아니야. 그냥, 그랬다구

 

그래서 나는 러시아가 싫었어.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했으니까. 그래서 여기저기 떠돌았어. 그런데도 내 출신을 안 사람들 때문에 계속 그렇게 지냈어. 그러다가 여기에 왔고. 너를 만났어. 으응. 지금 그 때로 돌아가면 그냥 문 닫아버리고 싶지? 후후. 이해해. 나도 조금 생각해 봤거든. 어쨌든 그 때 처음 와서 조금 신기했어. 나를 평범하게 대해주는 네가 말이야. 내가 누군지 알아도 그럴까 싶어서 대놓고 말했는데도 별 반응 없었잖아


. 그때부터였을거야. 그때 너한테 반했던 것 같아. 나를 마피아 보스의 딸로써가 아닌, 그냥 마리아로써의 나로. 그래서 찾아갔던 것 같아. 그리고 나 때문에 문을 늦게 닫았다고 내가 조금 화났던 게 뭐냐면 나를 불러놓고도 한 마디도 안한 거. 심지어 너는 다른 여자들하고 얘기하고 있었잖아?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직업상 어쩔 수 없었다고? 알아. 그런데도 많이 짜증났어....

 


그렇게 이어진 그녀의 편지를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문단에 이르렀다.

 


-내가... 내가 너에게 한 일모든 일내가 전부 잘못했어정말로미안해사랑한다면 그래서는 안되는 거였는데... 지금 너에게 한 것들에 대해서 벌 받는 거 같아네가 이 편지를 받았을 때는 난 이미 관에 들어가 있을 거야부디내 장례식에는 와줬으면 해이런 말 할 자격도 없지만마지막 부탁이야그러면나중에 봐.

 


마리아의 편지는 그렇게 끝났다내 앞의 그녀는 내가 편지를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려줬다나는 등을 벽에 기대면서 생각했다그녀가 나 때문에 죽은 것일까.

 

아가씨께서는당신 탓을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모든 것은 자신이 자초했다면서 그러셨습니다.”

“........”

 

머릿속은 복잡했다내가 같이 일했을 때는 정말 죽을 만큼 그녀가 싫었다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보니 그것도 별 게 아니었다그냥 그랬다나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가야합니까?”

지금 당장입니다.”

“..알겠습니다잠깐 준비하고 나올 테니 기다려주세요.”

 

나는 방으로 들어가 검은색 양복으로 갈아입었다거울을 보면서 심호흡을 한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따라 중앙의 벤츠에 올라탔다

 

감사합니다아가씨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그녀의 장례식이 열리는 서울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