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순이는 어릴 적부터 남성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음.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건 아니고 그냥 선천적으로 그랬음.

초딩때는 같은 반 남자애의 얼굴을 할퀸 적도 있었음.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거쳐가면서

남성에 대한 혐오감도 점점 더 커져만 갔고,

마침내 대학교 1학년때 도서관에서 페미니스트 서적을 접하게

되면서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로 거듭나게 된거임.

원래도 꽤 짧았던 단발 머리는 옆머리와 뒷머리를 박박 밀고

커트를 해서 투블럭 숏컷으로 바꿔버렸고,

몇 안되던 화장품둘도 쓰레기통에 쳐박아버리고,

코르셋은 필요 없다! 라면서 브라들도 버려버리는거임.

물론 화장은 안해도 얀순이는 원래 이쁘장하게 생긴 편이라

그런대로 쌩얼도 괜찮은 편이였고,

한남을 만나면 패버리겠다! 라고 다짐하면서 꾸준히 운동으로

자신의 몸을 단련했기 때문에 브라를 안 한것은 오히려

자신의 몸의 여성성을 더욱 부각시켰던거임.

(뭐 이런 판타지가 어딨냐고 따지고 싶겠지만 소설이니까 봐주셈 ㅎ)

아무튼 간에, 어느 날 교수가 2인 1조로 조별과제를 내준거임.

조는 교수가 임의로 짜주는 방식으로 정해줬음.

얀순이도 자기와 같이 과제를 할 조원을 확인하는데...


"김얀순 씨, 맞으시죠?"

얀순이를 부른건 김얀붕이라는 같은 학번 남동기였음.

'아 좆팔 한남 새끼랑 같은 조 됐노'

"저는 김얀붕이라고 해요. 저희 같은 조 맞죠?"

"아.. 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계획을..."


그렇게 조별 과제 때문에 얀붕이와 자주 만나게 되는 얀순이.

자주 만나다보니 알게된 점은 얀붕이는 페미니즘 같은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남자였음. 아니 제대로 말하자면

아예 그런 것에 대해 모르는 그저 착하고 성실한 남자였음.


"그나저나 얀순 씨는 머리를 항상 짧게 하고 다니시네요?"

"왜요? 여자는 이런 머리 하면 안되나요?"

"아니 그런건 아니구요 하하.. 숏컷이 꽤 잘 어울리셔서요"

"어?"

"숏컷이 잘 어울리는 여자는 보기 힘들잖아요"

"....."


처음에는 그냥 형식상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줄로만 알았지만

점차 얀붕이의 칭찬들은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된거임.


"얀순 씨는 항상 운동을 열심히 하시네요~"

"얀순 씨는 도시락을 혼자 싸서 다니신다구요? 대단하네요"

"와!"


얀붕이의 칭찬을 들을때마다 얀순이는 뭔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게 됨.


'아~ 좆팔... 내가 왜 이러는거지?'

다른 남자들에게는 한 번도 이런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음.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여서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거임.

그 후로 조별 과제가 끝나도 얀순이는 얀붕이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서 얀붕이에게 자주 연락을 하게 됨.

둘은 어느샌가 말도 놓을 정도로 친해져 있었음.


하지만 여기서 계속 좋기만 하면 재미 없잖음?

방해꾼도 있어야지.


어느 날, 교내 페미니스트 동아리에 참석한 얀순이.

회의 도중, 동아리 회장 갈매가 얀순이를 지적하게 됨.


"얀순이... 너 요즘 한남이랑 같이 붙어다닌다는 말이 있던데?"

"뭐어? 그게 사실이노?"

일제히 얀순이를 노려보는 동아리 회원들.

얀순이는 당황해서 일단 아니라고 손사래 침.

"아.. 아니, 그럴리가 없지 않노. 아마 잘못 본걸꺼다 이기."

"흐음... 아무튼 조심하라 이기... 자 그럼 구호 외치고 마무리하겠노."

"청소녀! 불필요! 왕자!"

"청소녀! 불필요! 왕자!"


"... 그래서 그렇게 된거래~"

"하하하! 그게 뭐야~"

그 날 저녁, 얀순이는 얀붕이와 대학로 술집에서 한 잔 하고 있었음.

술 한 잔 하면서 얀붕이와 나누는 대화는 정말 즐거웠음.

문득 술을 마시다가 얀순이는 얀붕이의 얼굴을 바라보았음.

생각해보니 얀붕이와 만나고나서 남성의 대한 혐오감도

점점 줄어 들게 됐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내심 놀라게 됨.

그렇게 얀붕이의 대한 호감도가 점점 맥스를 향해 올라갈 쯔음에


"얀순이 아니노?"

동아리 회장 갈매가 회원 몇 명과 같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얀붕이와 술을 마시고 있는 얀순이를 보게 된거임.

"어, 어? 갈매야..."

"여기서 마시고 있었노. 근데... 저 한남은...?"

"아, 얀순이 친구들이신가 보네요. 김얀붕이라고 합니.."

탁-

얀붕이가 악수를 하려고 손을 뻗었지만

갈매는 얀붕이의 손을 탁 하고 쳐냄.

"어디 한남소추새끼가 갓치한테 손을 대려고 하노"

"네?"

당황하는 얀붕이.

"얀순이... 역시 소문이 사실이였노. 바른대로 말하라 이기."

"....."

"얀순아, 대체 이게 무슨...?"


그 때, 갑자기 얀붕이에게 헤드락을 거는 얀순이.

"아아~ 이 한남 말이노? 사실 내가 거느리는 노예새끼다 이기"

갈매에게 보란듯이 얀붕이의 머리에 꿀밤을 놓았음.

"악! 이게 뭐하는 짓이야! 얀순아!"

"닥쳐라 소추새끼야! 놀아주니까 아주 기어오르려 하노?"

갈매는 만족스러운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음.

"역시 얀순이가 그럴리가 없지 않겠노. 내가 오해했었다 이기."

"하하... 하하하..."

"그럼 이만 가보겠노. 청소녀! 불필요! 왕자!"

"처..청소녀! 불필요! 왕자..."


그렇게 갈매와 회원들이 자리를 떠나고,


"....."

"야... 얀붕아.. 미안해. 많이 아팠지?"

"....."

"미안해... 사실 먼저 말해줄려고 했는데..."

"...있잖아."

"어?"

"사실 너랑 다니면서... 다른 남자애들이 너에 대해서 하는 말들 있잖아. 그런거 난 안 믿었었거든? 왜냐면 내가 직접 본 너는 그런 애가 아니였으니까."

"....."

"그런데 방금 네가 한 행동보니까 이제 알겠어.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본거였어."

"아니.. 그게... 얀붕아.."

"여태까지 역겨운 한남이랑 놀아줘서 고맙다... 앞으로는 서로 얼굴 볼 일 없었으면 좋겠네. 그럼..."

"잠, 잠깐만...! 얀붕아! 얀ㅂ...!"


그렇게 급하게 자리를 뜨는 얀붕이.

얀붕이가 떠나간 후 얀순이는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음.


'내가 방금 무슨 짓을 한거지?'

'도대체 왜 그랬던거야... 그냥 솔직해졌으면..."


"아아아아악 - !!'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해봤자 이미 얀붕이는 떠나버렸음.


그 후로 충격을 받은 얀붕이는

더 이상 얀순이 얼굴을 보고 싶지도 않고

대학교에 다닐 의욕도 없어져 버려서 휴학을 하고 입대하게됨.

훈련소에서 친구가 보내온 인편에는

얀순이가 갈매를 거의 반죽음이 될 정도로 패버리고

자퇴를 한 후 종적을 감췄다고 적혀있었음.

편지를 읽은 얀붕이는 그런게 이제 나랑 무슨 상관이야

하고 생각하면서 넘겨버리는 거임.

그렇게 훈련을 수료하고 자대배치를 받아서

바쁜 이병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드디어 기다리던 신병 휴가를 나가게 됨.

역 앞에 서서 숨을 크게 들이마셔보는 얀붕이.


"흐으음~ 하아~ 아... 사회의 공기 좋다..."

몇 번 버스가 집으로 가는지 알아보던 도중,

부우웅- 끼익!

승용차 한 대가 자기 앞에 서는거임.

"뭐지...?"

그 때, 운전석에서 내리는 누군가.


"...얀붕아? 많이 기다렸지?"

"누구... 앗!"


운전석에서 내린건 다름아닌 얀순이였음.

오랜만에 만난 얀순이는 그 때와는 완전 달라져있었음.

검은색으로 찰랑거리는 윤기있는 생머리에,

청순한 느낌의 메이크업을 하고,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얀붕이 앞에 나타난 얀순이는

영화에서 봤던 청순녀의 표본 그 자체였음.

당황한 얀붕이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얀순이.


"얀붕이... 나 때문에 많이 속상했지...?

"....."

"그래도 있잖아..."

"....."

"... 앞으로 이렇게 말도 없이 떠나면 안된다?"

말을 마친 후 얀붕이 품에 폭 안기는 얀순이.

더욱 당황한 얀붕이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는거임.

그런 반응이 재밌다는듯 얀순이는 살짝 미소를 지음.



"..... 사랑해 ♡"






이렇게까지 얀순이가 탈바꿈을 했는데도

트라우마 때문에 얀붕이가 계속 얀순이를 밀어내다가

결국 얀순이가 빡쳐서 얀데레화 되는 뭐...

그런 소설 누가 안 써주냐...?




아 지금 생각나는대로 대충 써갈겨서 정리가 안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