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yandere/8397250

*2화: https://arca.live/b/yandere/8463008

*3화: https://arca.live/b/yandere/8617688



반전에 반전을 꾀하다보니 음. 


어쨌든 완결임. 나중에 관상보는 택시 기사 써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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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벤츠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그녀의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마리아의 장례식은 내가 생각했던 병원 부속이 아닌 서울 외곽의 한 교회에서 치러지는 것 같았다

 

여긴....”

아가씨께서는 종교를 믿지 않으셨지만, 큰 주인님의 의향입니다.”

 

교회 앞에는 검은색 차량 몇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곳은 조용했으며 뭔지 모를 엄숙함이 풍겨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안내를 받아 교회 안으로 들어갔고 이미 식이 진행되고 있었는지 신부가 중앙에서 미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신부의 앞에는 짙은 갈색의 관이 열린 채로 있었고, 온통 하얀색으로 치장된 마리아가 그곳에 누워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으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보다가 나를 잡아 이끄는 그녀에게 떠밀려 얼떨결에 제일 앞에 앉게 되었다. 내 옆에는 검은색 망사와 드레스를 입고 눈물을 훔치는 아름다운 중년의 미녀와 그녀를 달래주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откуда ты ее знаешь?”

?”

 

내가 당황하자 내 오른쪽에 앉은 그녀가 통역해주었다.

 

어떻게 아가씨를 아시냐고 물어보셨습니다.”

... 예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였습니다.”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부인에게 전해주었고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다시 무언가를 말했다.

 

식에 와줘서 고맙다고 하십니다.”

 

나도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에게 조의를 표했다. 러시아 신부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일어서서 전부 마리아의 관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해서 그녀에게 물어봤다.

 

지금 무슨..?”

자신이 아끼는 것을 아가씨께 드리는 겁니다. 풍습이지요.”

 

나는 살짝 이상했지만 풍습이라고 하니 이해가 되었다

 

나가시겠습니까?”

“....”

 

나는 슬픈 표정의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주머니에 들어있던 손수건을 꺼냈다. 언제 넣어놨는지 기억도 안 나는 손수건이었다.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신부는 내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말했다.

 

아가씨께서 나중에 보자고 하셨는데, 아가씨의 바람을 지켜주셨군요.”

“..죽은 사람 보내주는 것까지 인색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내 말에 신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를 관으로 이끌었다

 

여기에 놔주시면 됩니다.”

 

나는 그녀의 오른손 아래에 손수건을 놓았고.

 

 

 

 

 

 

 

 

 

 

 

 

 

 

 

 

 

 

 

 

그녀의 오른손이 내 팔목을 강하게 잡았다.

 

나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사고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시체가 움직여...? 이제는 들을 일 없다고 생각한 마리아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잡아.”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슬픈 표정을 짓고 있던 하객들이 전부 나에게 달려들었다. 당연히 이해 안 가는 상황에 나는 반응을 할 수 없었고 나는 손쉽게 제압되어 무릎이 꿇려졌다.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생각하고 있자 마리아는 나를 데려왔던 그녀의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관에서 나왔다. 그제서야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 수의라고 생각했던 옷은 순백의 웨딩드레스였으며 그녀의 얼굴에 덮여있던 얇은 천은 면사포였다. 마리아는 수줍은 듯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 모습에 나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오랜만이야, 얀붕. 와줬구나. 고마워.”

아니, 미친...”

.”

 

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하얀색 장갑이 끼워진 손으로 내 입을 살포시 막았다. 그러더니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편지.. 읽었지?”

“.........”

읽었구나. . 내 진짜 속마음인데.. 마음에 들었어?”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마리아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입술을 삐죽이며 나에게 다가왔다

 

편지에 적은 내 마음은 정말이야. 미안해. 이렇게 직접 사과하고 싶었어.”

“...사과를, 이렇게 거칠게 합니까?”

 

나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겨우 말했다. 내 말을 들은 마리아는 미소를 살짝 짓더니 살짝만 움직이면 입술이 닿을 정도로 다가왔다. 바로 앞에서 그녀의 달콤한 향과 숨결이 아른거렸다.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나는 이게 최선의 방식이니까. 너를 잡아놓을 방법이 필요했어.”

 

나는 앞으로 일어날 끔찍한 광경에 눈을 감았고, 그녀는 내 행동을 승낙으로 알았는지 그대로 입술을 겹쳐왔다. 주변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으며 암울하던 교회는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명만, 단 한 명만 기쁘지 않은 결혼식이었다

 

 

 

 

 

 


 #

그래서, 이게 네가 원한 거라고?”

, !”

 

내 앞의 그녀는 리트리버가 칭찬을 기다리는 것 마냥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꼴 보기 싫어 머리를 살짝 때렸다.

 

아야! 왜 때려어~!”

너는 써와도 이런 것만 써오냐.”

, 그치만... 나는 이런 거 좋아하는 걸...”

어후. 너 집착이 심하구나. 나는 별로인데.”

, 거짓말?!”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매달렸다.

 

이게 가장 최선이라구!!”

하아.. 그래. 이 정도면 많이 나아진 거지.”

 

사실 많이 나아진 것도 아니고 환골탈태한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처음에 써왔을 때는 팔다리가 날아가는 게 기본이었으니. 내 앞에서 징징거리고 있는 그녀는 연극부의 시나리오 담당이자, 내 여자친구이다. 취향이 집착인 게 좀 이상하긴 하다만. 이번에 부장이 교내에서도 유명한 우리 커플이 주연으로 뛰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고 나를 제외한 모든 연극 부원들이 찬성했고,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이런 시나리오를 그녀가 쓰게 된 것이었다. 민주주의의 폐해를 몸소 경험했다.

 

마피아는 또 뭐야.”

뭔가 로망이잖아.”

로망은 개뿔.”

히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그녀가 말했다.

 

고쳐야할 게 있을까?”

일단 전개 좀 더 써 와. 빠진 게 너무 많다.”

그리고?”

일단 그 정도면 된 것 같은데.”

좋아!”

 

그녀는 활기차게 소리치더니 나를 껴안았다

 

기대된다. 그치?”

별로.”

에이, 또 싫은 척 한다.”

에휴.”

 

나는 내 주변을 방방 뛰어다니는 그녀에게 짜증을 내며 말했다.

 

뛰어다니는 건 좋은데 이 수갑 좀 풀지? 나도 몸이 같이 딸려가는데.”

... 싫어!”

아니 이년이?”

히히.”

 

그녀는 나에게 혀를 빼꼼 내밀더니 도망치려 했다. 물론, 수갑으로 팔이 연결되어 있었기에 금방 잡혔지만 말이다. 나는 그녀를 간지럼형에 처하면서 그녀가 써온 시나리오에 필요한 물품들을 생각했다.

 

, 내가 잘못했, 꺄하하하하~!!”

 

이렇게 한구석이 댕청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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