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룡의 업화에서부터 그대들의 용기에 의해 우리 카르베니아 왕국은 벗어날 수 있었다. "


제르덴 요한 2세.

카르베니아의 성군이라 칭송받는 그는 온화한 눈가의 주름을 부드럽게 좁히며 자신의 앞에 앉은 두 인영을 바라보았다.


저주받은 은발이라며 모두가 기피했던 그녀. '알레시아 프리데' 은발이라 함은 즉 마족이랑도 일통하다고보아 그 누구도 그녀를 기용하는데에 찬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용맹한 카르베니아 왕국의 매발톱 제 1기사단장 만은 그녀를 기용해야 한다고 했으며, 그는 왕국의 명실상부한 최고의 기사단의 제 1 단장이었으니 그 당시 그와 독대를 했을 때가 회상되었다.


어전회의에서 모두가 그녀에 대해 비판이 아닌 비난을 우려가 아닌 확실한 부정만을 내뱉었을 때 그는 그 자리에서 아무말을 하지 않고 있었으며, 그런 그의 의중이 궁금해졌다.


어찌 가장 강한 기사단의 단장이 일언반구 말도 없이 회의에 조용히 있는가. 


그것이 너무나 궁금하고 호기심이 동해 그를 따로 불렀을 때 그는 나의 부름에 기꺼이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여보였다.


" 하벨 프라스크. 국왕님의 부름에 바로 달려왔습니다. "
" 허허. 편하게 있게나. "

" 예. "


자신의 말에 곧바로 일어서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강직했고, 올곧았기에 보는이로 하여금 신뢰감을 가지게 했다.


" 그대는 오늘 어전회의에서 아무런 말도 없더군. 알레시아 프리데에 대해서... 그대는 할 말이 없는 것인가? "
" 제가 그녀에 대해 알고있는 것은 오히려 거기서 독이되기 때문입니다. "
" 호오? "


국왕의 작은 탄성에 하벨 프라스크는 조용히 국왕을 바라볼 뿐이었고, 그런 그의 모습에 국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계속 말해보게. "

" 그녀는 저와 정당한 결투에서 승리하였사옵니다. "
" ..! "


하벨 프라스크의 입에서 나온 말은 국왕의 심기를 충분히 어지럽히고도 남았으며, 그런 국왕의 모습에 그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을 이었다.


" 그녀는 충분히 강하며 올곧고 또, 저희 왕국의 귀중한 인재이옵니다. "
" ..그런거였구만. "


국왕은 하벨 프라스크가 왜 말을 안했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만일 이런 사실을 그 자리에서 말하며 어필했다면 그는 기사단장의 자존심이 사라졌다며 무시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녀의 강함이 다른 귀족들에게는 두려움으로 한층 더 다가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 그녀를 기용하시옵소서 . 폐하. 그녀가 우리 왕국의 인재가 된다면 크나큰 힘을 가지게 되는 것과 진배없사옵니다. "


그런 하벨 프라스크의 진정성어린 어조에 국왕은 작게 침음성을 흘렸다.


" 내.. 노력해봄세. "


그렇게 한 이후 하벨 프라스크는 놀랍게도 그녀를 직접 다른 귀족들과 인사를 시키거나 왕도에 있는 유용한 사업가들에게 소개를 시켜주며 호위를 하는 일등을 맡게해 신용과 인맥을 늘리도록 했고, 그런것들은 차츰차츰 넓어져 귀족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 이후 많은 일들이 있은 뒤 종국에는 이렇게 지금 자신의 앞에서 마룡을 무찌른 전사로써 있는 그 둘을 보자니 국왕은 속으로 작게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 그대들에게 줄 상이 필요하겠구나. 무엇이 필요하더냐. "


그 말에 하벨 프라스크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요한 2세를 바라보고는 나직이 답했다.


" 이번 전투로 인해 희생된 병사들의 가족들에 대한 영구적인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


요한 2세는 속으로 크게 웃었다. 어찌 저리 우직하단 말이냐.

어찌도 저리 바보같단 말이더냐.


" 정녕 그것이 그대가 원하는 상인가? "

" 그것이 제가 원하는 상이옵니다. "


그 말에 국왕은 곧바로 손을 들어 하벨 프라스크의 요구조건을 따를 수 있도록 재무장관에게 소리쳤고, 재무장관은 곧바로 고개를 깊이 숙여보였다.


그리고 요한 2세는 눈을 돌려 알레시아 프리데를 바라보았다.


길고 긴 은발을 곱게 뒤로 묶은 그녀는 흰 백색의 피부와 함께 절세가인이란 말이 어울릴 미모를 한 채 앉아있었다.


" 그대는 무엇이 필요한가? "


그 말에 알레시아 프리데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아이올라이트처럼 진한 보라색 눈을 떠 보였다.


" 제가 필요한 것은 지금은 없습니다. 후에 말씀을 드려도 괜찮겠사옵니까? "


그녀의 목소리는 청아했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마저 들게했다.


" 얼마든지. 그대가 필요할 때 언제든 말을하시게. "


그렇게 말을 한 국왕은 이내 모두에게 소리쳤다.


" 오늘은 왕국의 마룡을 퇴치한 날로 기념일로 제정하며. 사흘간 축제를 여노라!!! "


..


" 하.. "


어울리지도 않는 턱시도를 입은 채 왕성의 연회 테라스에 선다.

흰 백색의 대리석들이 방금 내린 눈 처럼 영롱함을 내뿜는 사치스런 이 곳을 멍하니 바라보자니 저기에 들어간 혈세는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드는 내 자신에 대해 작게 자조할 때였다.


" 여기에 있었구나. "


열린 테라스의 문 틈 사이로 왕국악단의 아름다운 곡조의 선율이 바깥으로 새어나왔고, 나는 그것에 속으로 씁쓸함을 참고 내 앞에있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 저런 곳 나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분위기조차 맞추기가 어렵다고해야하나. "


내가 자조섞인 어조로 그렇게 말을 하자 그녀는 아예 밖으로 나와 문을 닫고 섰다.


긴 은발은 달빛에 비춰 요사스럽게 빛나고, 보라빛의 드레스는 그녀를 무척이나 고풍스럽게 보이게했다.

거기에 그녀의 미모를 더하니 더할나위 없는 하나의 작품이 되어있기에 나는 그런 그녀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나 생각할 뿐이었다.


" 그대는 분명 다른 귀족 가문들에게 둘러쌓여 한창 바쁠 때 아니었나? "


그런 나의 물음에 그녀는 작게 눈웃음을 짓고는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 너와 같아. 분위기조차 맞추기 어려워. 뭐라고 하는지 나는 하나도 못알아듣겠었는걸. "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이내 나의 손에 들려쥔 샴페인을 바라보고는 물었다.


" 그래도 술은 마시네? "

" 위로주다. 우리 기사단원들 중 돌아온 자는 100명 중 단 4명 뿐. 나머지들에게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추모를 올리는 것과 같다. "

" 이런 파티장에서 마저도 그렇게 말을한다고? "
" 그런 곳이기에 더욱더 마음가짐을 정갈히 해야한다. "


그런 내 말에 그녀는 나를 지그시 올려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 그래도 나를 박력있게 안았던 것 치고 오늘 나에 대한 평가가 아무것도 없는걸 ? "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돌려보이는 것으로 답헀다.


" 나 공작자리를 달라고 할까 봐. "

" ...마룡을 퇴치해 왕국을 구했으니 그런 자리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으며, 우리의 국왕님께서는 그럴 포용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거기다.. 그대는 검. "


그렇게 말하는 나의 말에 그녀는 나의 말을 끊더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하며 말했다.


" 검성인걸! "


그 말에 나는 입꼬리를 기분좋게 올려보일 수 밖에 없었다.


" 그렇지. 그대는 검성이니 그만한 자리를 가져도 되며, 우리왕국의 자부심이기에 충분한 인재이다. "

" 하지만 그런 인재를 옆에서 잘 보필할 누군가가 필요한걸. 혼자서 다 할 수 있는건 신 밖에 없다고. "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여보이며 나직이 말했다.


" 이 때를 위해서 왕도의 사업가들이나 주변 귀족들과의 인연을 맺게된 것 아닌가. 그대의 품성과 능력이라면 자연히 사람이 모여들 것이다. 내가 보증하지. "


그런 내 말에 시선이 느껴져 바라보니 그녀가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는게 보였다.


" 하아... 우직하네. "
" ...뭔가 내 기분이 나빠야 할 상황인 것 같은데 맞는가? "


나의 물음에 그녀는 이내 내 손을 끌어당기더니 말했다.


" 이러고 있지말고! 나랑 같이 춤이나 한 곡 추자! "


그렇게 말하며 나를 끌어당기는 그녀의 힘에 이끌려 찰랑거리는 은발과 함께 뒷모습을 바라보자니 미소가 흘러나왔다.


" 한 곡 쯤은.. 그 친구들도 용서해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