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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은여우 님께서 (6)

 

 

 

 

인생은 불공평하다.

 

누군가는 좋은 집에서 태어나 편하게 살지만, 누군가는 평생 빼앗기고 치욕을 겪으며

 

살아가야한다. 내가 그것을 깨달은 것은 얼마 전의 일이었다.

 

“헉……허억…….”


나는 산을 올라갔다.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산이었다.

 

이곳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이유는 알지 못했다, 다만 여기 들어왔다 살아서 돌아간

 

사람이 없단 소문이 돌았다. 무시무시한 맹호가 산다고 한 사람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집채만 한 곰이 산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내겐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난 여기 죽으러 온 것이니까.

 

“금강산이 그리 절경이라고 하던데, 진짜 그러네…….”


나는 산 중턱에 오를 즈음, 힘이 빠져 절벽에 걸터앉았다.

 

가파른 절벽들이 사이사이로 나무가 솟아오른 그 풍경을 어찌 말로 설명하랴.

 

죽기엔 딱 좋은 곳이었다. 죽더라도 길거리에서 죽고 싶진 않았다.

 

“아버지, 어머니. 불효를 용서해주세요.”


여기다. 나는 여기서 뛰어내리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멋진 풍경을 보고 죽을 수 있다니- 내 지긋지긋한 인생에 마지막으로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다. 나는 그걸로 만족했다.

 

눈을 감고, 몸의 힘을 뺀다. 두려움은 없었다. 죽음보다 삶이 더 두려웠기 때문에.

 

그리고 뛰어내리고 하던 그 순간- 

 

“얘, 너 거기서 뭐해?”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보았다.

 

여자애……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러나 여우의 귀와 꼬리가 달려있었고, 머리카락이

 

은처럼 빛났다. 나는 보자마자 그녀가 사람이 아닌 도깨비라는 걸 깨달았다.

 

대낮에 도깨비랑 만나다니! 그것도 여우라, 여우들은 간을 빼먹는다고 들었다.

 

“내, 내 간을 빼먹으려고 온 거야?”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여우 도깨비들은 간을 빼먹는다고…….”


“그보다도 너 여긴 왜 왔어?”

 

여기 온 이유. 나는 절벽 밑을 보았다, 지금 뛰어내리면 좀 덜 아프게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죽으려고…….”


“그렇구나. 그럼 있지, 죽기 전에 나랑 놀아주면 안 돼?”


한 순간에 풍경이 바뀌었다.

 

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집안에 있었다. 으리으리하고 멋진 집이었다.

 

“여, 여긴 어디……아니, 그보다도 방금 산이었을 텐데……?!”


“배고프지 않아? 뭔가 먹고 싶은 게 있어?”


“우왓!?”


내가 지금 도깨비한테 홀린 건가? 혹시 난 벌써 죽어서 저승에 온 게 아닐까?

 

“너 아직 안 죽었어.”


“다, 당신은…….”

“내 이름은 호은이야. 넌?”


“……곡. 다들 날 곡이라고 불렀어.”


“이상한 이름이네.”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느닷없이 내 앞에 임금님 수라상이 튀어나왔다.

 

사실 임금님이 어떻게 먹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런 것 같았다……아마도.

 

“마음껏 먹어.”


“이걸 먹으면 내 간을 빼먹는 거야?”


“아이참, 내가 왜 그런 걸 먹어.”

 

“그, 그럼……!”


나는 숟가락을 들고, 걸신들린 것처럼 밥을 먹어치웠다.

 

며칠이나 굶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밥은 너무 맛있었다, 눈물이 다 날 정도였다.

 

“맛있어?”


“마, 맛있어……! 진짜 맛있어!”


“다행이네. 그런데 넌 여기 왜 온 거야? 이 산엔 아무도 오지 않는데.”


나는 밥을 먹다 말고 숟가락을 놓았다.

 

그제야 내가 여기 왜 왔는지 기억났다. 

 

“죽으려고……여기서 죽고 싶어서 왔어.”


“살고 싶지 않아?”

“살고 싶지만 죽을 수밖에 없어. 그래서 죽으려고.”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왜 여우 도깨비가 날 안 죽이고 밥까지 먹여준 걸까……?

 

“너, 나랑 똑같구나. 외톨이야.”

“…….”


“있지, 나도 그래. 난 여기서 아주 오랫동안 혼자 지냈어. 아무도 오지 않았거든.”

 

오더라도 날 보자마자 도망쳤어.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넌 내가 안 무서워?”


“어차피 죽으려고 온 건데 무서울 건 뭐야.”


“……그래. 알겠어.”


“그럼 난 이제 가볼게……마지막으로 맛있는 밥을 줘서 고마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방금 전에 앉아있던 방으로 돌아왔다.

 

“어? 어어어?”


“안 돼. 가지 마.”


“방금 어떻게……아니, 난 갈 거야. 나한텐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움직이지 마.”

 

그 말 한 마디에 내 몸이 사슬에 묶인 것처럼 굳었다.

 

“뭐, 뭐야. 몸이 굳어버렸어……?!”


“너, 부모를 잃었구나. 그리고 빼앗겼어. 전부.”


“어떻게 그걸?”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당장에라도 날 꿰뚫을 것처럼 노려보았다.

 

“나는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


“그래서? 너도 날 비웃을 거야? 부모도 없고 가진 것도 친척한테 다 빼앗긴 바보라고!?”


“아니.”


그녀가 나를 껴안았다. 차가웠다. 사람의 체온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뭐든지 만들 수 있어. 그런데 나랑 같이 있어줄 사람은 만들 수 없어.

 

다들 날 보면 무서워서 도망쳐. 가진 걸 다 버리고 목숨만 살려달라고 싹싹 빌어.”


“그건…….”


“그런 건 이제 싫어.”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도깨비가, 지금 내게 외로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싫어. 매일 아침마다 혼자 일어나고 싶지 않아. 누군가가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면

 

좋겠어. 날 껴안으면서, 좋아한다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해. 너무, 너무, 너무 외로워.”

 

“내가 곁에 있어주면 좋겠어?”


“응. 누구든 상관없어, 날 괴롭혀도 괜찮아. 외로운 것보단 그게 나아…….”

 

뭐든 시켜줘. 무엇이든 할게, 널 위해서.

 

그녀가 내게 속삭였다. 애절하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뭐든지……?”

 

“뭐든지. 네가 원하는 걸, 원을 이뤄줄게. 그러니 내 곁에만 있어줘. 아무데도 가지 마.”

 

이건 거래였다. 그리고 내겐 조금도 손해 볼 것이 없었다.

 

“그러면……사람을, 죽여줄 수 있어?”


“응. 널 위해서라면 몇 명이든 죽일 수 있어.”

 

그녀가 바라는 건 내가 아니다.

 

 

나 이외의, 그 누구라도 좋았을 것이다. 나는 그저 외로움을 달래줄 장난감에 불과했다.

 

그걸 알면서도, 난 복수하고 싶었다.

 

“나의 친척들을, 전부 죽여줘.”


“알겠어.”


지금까지의 내 인생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고통과 불행뿐인 삶의 끝에-

 

나는 그녀를 만났다.

 

 

 

 

 

 

 

 

*****

 

 

 

 

 

 

 

 

“으아아아악!”


밤, 비명 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걸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살려줘, 도깨비야! 여우 귀신이 우리 집에-!”


“도깨비는 너겠지.”


나는 바닥을 기어 도망치는 숙부를 보았다.

 

우리 부모님이 돌림병으로 죽자마자, 놈은 득달같이 달려와 부모님의 집과 땅을 빼앗았다.

 

그리고 나를 끌고 와- 마치 노비처럼 매일매일 부려먹고 두들겨 팼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마을 놈들도 한통속이었다. 이놈한테서 받아먹은

 

콩고물이 많으니 숙부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냥 방관 했다.

 

“고, 곡아! 저 귀신, 저 귀신을 네가 데려온 것이냐! 이 망할 자식!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개소리 한 번 참신하네.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빤히 알면서!”


“너 같은 고아 놈이 뭘 알겠어! 배은망덕한 개자식, 너 같은 놈을 거둬들이는 게 아니었어!”

 

그녀가 집에서 나왔다. 안에 있던 사람들을 다 죽인 건지 피투성이였다.

 

“다 끝냈어.”


“고마워, 호은아.”

 

“응? 내가 너보다 나이도 많은데 누님이라고 부르는 게 어때? 나 누님 해보고 싶은데!”

 

“……알겠어. 고마워, 누님.”


“도깨비보고 누님이라고! 허, 미친놈! 너처럼 곡소리만 낼 줄 아는 버러지가-”


푹.

 

그녀의 손톱이 한순간 길어지더니, 일격에 숙부의 목을 꿰뚫었다.

 

“케흑, 으게헥……!”


“버러지는 너야. 가족의 피를 빨아먹는 빈대 주제에.”


숙부가 내 옷자락을 붙잡았지만, 곧 얼굴이 바닥에 처박혔다.

 

끝났다. 나의 복수는 너무나도 시시하고 허무하게 끝났다.

 

“이게 네가 바라던 거야?”


“……응. 그런데,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아.”


슬프지도 않고, 후련하지도 않았다.

 

마치 가슴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복수라는 건 원래 이렇게 허무한 거야?”


“난 몰라. 다른 사람한테 복수하고 싶단 생각을 안 해봤거든.”


나는 마당을 빠져나와 집 앞에 섰다.

 

여기서 그토록 오랫동안 괴롭힘 당했는데도, 어째서인가 마음이 불편했다.

 

이건 부모님을 위한 게 아니었다. 이건 그저, 나의 분풀이에 불과했다.

 

“있지, 누님. 혹시 우리 부모님을 되살릴 순 없어?”


“못해. 내 힘으로 죽은 사람은 가능한데, 평범하게 죽은 사람은 부활시키지 못해.”

“그래…….”

 

앞으로 뭘 해야 할까.

 

내 인생이란 정말이지, 텅 비어있다.

 

“텅 비었어. 너도, 나도. 우리 둘 다 참으로 가여운 처지야.”


“응.”


“하지만 괜찮아. 앞으론 우리 둘이 계속 같이 있을 테니까.”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자, 이제 뭘 하고 싶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나는, 어째서인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이 허무함을 채워줄 수 있어?”


“……응. 채워줄게. 네가 행복해 질 수 있도록.”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사실 그녀가- 누님이 바라는 건 나의 행복이 아니었다.

 

그저 어찌할 방법 없는 허무함과 고독함을.

 

나라는 장난감으로 채우는 것에 불과했다.

 

 

 

 

 

 

 

 

 

 

뇌절 존나 하는데 언제 끝낼 생각이냐고 물어본다면 한 10편쯤에 끝낼 생각이다

사실 진지하고 어쩌고 이런 거 쓰는 것보단 머리 비우고 볼 수 있는 야한 거 쓰는 게

더 편하고 평가도 좋지만 그런 건 나보다 잘 쓰는 애들이 너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