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환영합니다. 여행자님"


"제가 태어나던 날, 떠돌이 예언자가 저에게 예언을 내렸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저는 앞으로 그 어떤 사람과도 사랑을 나누지 못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저희 부모님은 그저 정신 나간이의 헛소리로 치부했지만


저는 정말로 지금까지 어떠한 연인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제도에서 가장 명망있는 예언자님께 새로이 여쭙고자 합니다. 


정말로 그 예언에 따라 앞으로 누구와도 사랑을 나누지 못하게 될지


혹여나 그 예언으로 부터 벗어날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지


모든 예언을 알아맞추시는, 명망있는 예언자님께서 부디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고민을 하고 계셨군요 여행자님.


허나 아시다시피, 예언자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운명의 뜻을 읊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즉, 여행자님께 내려진 예언은 곧 여행자님께 내려진 신의 뜻이자 운명.


쉬이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그, 그렇군요... 그럼 저는... 앞으로도..."


"하지만, 그 예언엔 하나의 맹점이 있습니다."


"맹점 이라면... 혹시? 예언을 탈피할 방법이 있다는 것입니까?"


"아니오. 신의 뜻은 언제나 절대적입니다."


"그렇다면 맹점의 유무는 왜..."


"예언을 잘 떠올려 보세요.


여행자님은 그 어떤 '사람' 과도 사랑을 나누지 못할 것이라는 게, 예언의 내용 아닙니까?"


"그렇습니다만... 잠깐, 설마 제가 사람이 아닌 이와 사랑을 나눈 다는 뜻입니까?"


"후후, 눈치가 빠르시군요"


"피, 필요없어요. 차라리 혼자 살다 죽겠습니다. 짐승? 괴물? 뭐가 될지도 모르는 존재와 사랑이라니 당치도 않아요."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자살하러 가겠습니다. 예언자님 안녕히 계십시오"


"누구 맘대로?"


"뭐, 뭐야. 갑자기 문이 잠겼..."


"제도의 예언자들은, 그저 대행자들에 불과하죠.


애매모호하게 내린 뜻을 각자의 지식과 사고력으로 풀어내며, 그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일 뿐입니다.


예언의 원리가 이런 이상, 당연히 그 어떤 예언자도 모든 예언을 맞출 순 없습니다.


그럼 이제, 좀 이상하지 않나요? 


어째서 저는 모든 예언을 다 맞출 수 있을까요? 


어떻게 그 모든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요?


왜 당신이, 저에게 오게 되었을까요?"


"아, 아닐거야. 신이시여. 제가 잠시 불경한 생각을... 부디 저의..."


"죄를 사하겠습니다. 여행자님"


"마, 말도 안돼. 그럴리 없..."


"말했죠? 예언은 신의 뜻, 신이 내린 운명.


당신이 탄생한 이후, 이것은 정해졌던 겁니다.


자아, 이리 오세요. 


모두가 원하는 신의 품이, 오로지 당신을 위해 열려있답니다.


그대의 육과 혼을 거둘지어니


영원히 내려진 아늑함에


꺼지지 않는 축복을 즐기시어


사그라들지 않는 환희에 넋을 풀어 해치소서.


그것이 당신의 운명.


당신께 내려진 나의 뜻.


사랑이여, 내게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