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얀붕.


취업 이후 운동부족이 너무 심하다고 느껴져 PT를 받기로 했다.


가까운 헬스장들을 알아보고 그중에서 가장 가성비가 합리적인 곳을 가기로 했다.


한시간 넘게 알아본 끝에 고른 곳에 전화를 걸었다.


"바로 시작했으면 좋겠는데요."


이런건 마음먹으면 빨리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 이번 주 안으로 바로 시작하시려면 김얀순 트레이너만 비어 있네요. 괜찮으세요?


나는 헬스장 사이트 트레이너 페이지를 다시 봤다.


이름으로 예상했지만 여자였다.


사실 이전에 헬창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을때는 웬만하면 여자 트레이너는 피하라고 했었는데...


하지만 나는 더이상 미루기도 싫었고, 이 헬스장이 마음에 들어서 승락했다.


"네, 그럼 이번주 내로 바로 시작할게요."


그렇게 나의 PT 수업은 시작되었다.


얀순쌤의 첫인상은


'와 개쩐다....'


였다.


그외에 다른 감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내 취향에 스트라이크였다.


헬창 친구의 말을 듣기로, 여자 트레이너들은 대부분 여리여리한 타입이라고 들었었다.


그래야 PT받으려는 여자 회원들에게 더 잘 먹힌다나.


보통 여자들은 근육질 몸을 바라지 않으니까.


하지만 얀순은 달랐다.


우락부락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자로써의 기본 피지컬, 프레임이 좋고 그것을 잘 가꾼 느낌.


굴곡이 확실한, 그야말로 육덕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그러면서도 얼굴은 앳되고 둥글둥글하니 순둥이 타입이었다.


무엇보다 맞은편에서 지도할때 자꾸 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미드에 계속 시선을 빼앗겼다.


'안된다 안돼...'


나는 의식적으로 시선을 그곳에서 피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얀순은 그런것에 별 신경도 쓰지 않는듯 자신의 본분에만 집중해주었다.


'잘 가르치잖아...'


물론 나는 운동 초짜이기 때문에 그녀가 얼마나 잘 해주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빠르게 변하는 내 몸에는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PT를 받지 않는 날에 개인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갔다.


한창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한쪽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났다.


"회원님, 죄송하지만 회원간 티칭은 금지입니다."


얀순이었다.


간혹 있었다. 회원간에 운동을 알려준답시고 들러붙는 사람이.


특히 노년층에서 그런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금도 어떤 할배와 시비가 붙은 것이다.


다른 한쪽에는 그 할배에게 가르침을 '당한' 피해자가 있었다.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리여리한 여성이었다.


"미, 미안해요... 그래도 저는 가만히 있었는데..."


"딸같은 아가씨가 운동하다 다칠거 같아서 조언만 해준거야~! 그걸 가지고 뭐라하면 쓰나!"


할배가 반박했다.


"조언을 10분 넘게 하시는건 티칭이라고 생각 되는데요. 게다가 저쪽 회원님도 원하신 것 같지도 않았구요."


얀순이 지적하자 여성 회원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뭐야!? 너 몇살이야! 그리고 너도 어른이 가르쳐 주시면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들여야지 응?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들이야!!"


더이상 변명거리가 없어진 할배가 폭발했다.


그의 큰 고함에 얀순이 움찔 했다.


나는 할배의 명복을 빌었다.


'아무리 여자라지만 3대 300을 넘게 치는 사람을 함부로 건드냐...'


할배는 전형적인 배나오고 팔다리 얇은 ET몸매.


내가 요 몇 달 관찰 한 바로는 헬스장도 주에 한번 나올까 말까였다.


헬스장에 오는 이유가 훈수를 두러 오는 것일 정도.


하지만 상황은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얀순은 바들바들 떨면서 아무 소리도 못하고 울상을 짓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할배는 그 모습에 더 기고만장해졌는지 더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튼간에 요오즘것들은 말이야! 나때는 으른한테 감히 입도 벙긋 못했어! 알아!??"


삿대질까지 하는 할배.


이제 얀순의 눈가에는 그렁그렁 눈물까지 맺혀있었다.


'의외네...'


늘 강할 것 같았던 그녀. 의외의 일면을 알아버렸다.


'이럴때가 아니지.'


나는 기구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다가갔다.


"저기..."


내가 끼어들자 할배가 나를 휙 돌아본다.


"넌 또 뭐야! 너도 으른한테 대들라고!?"


"아유~ 아닙니다. 어르신. 그런게 아니라. 몸이 너무 좋으셔서 제가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으... 응?"


뜻밖의 대사에 당황했는지 할배는 주춤했다.


"가르침 주시는 내용들도 들어봤는데 캬~ 역시 연륜은 숨지기 못하더군요. 하나같이 주옥같은 말씀들!"


내가 과장하며 그를 추켜세우자 떨떠름한 표정이 의기양양하게 바뀌어 간다.


그렇게 몇 마디 더 빨아주자, 할배의 의식은 완전히 나에게 넘어왔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얀순에게 눈짓했다.


'가요. 빨리.'


얀순은 여성회원을 데리고 자리를 피했고,


나는 할배를 데리고 가르침을 듣는 척하면서 대충 맞춰서 운동하는 시늉을 하다가 귀가했다.


'어차피 거의 오지도 않는 사람이니.'


내가 타게팅이 되서 그 할배가 올때마다 나를 귀찮게 한다고 해도 별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귀가해서 맥주 한캔을 따자, 카톡이 왔다.


- 감사인사도 못 드렸는데, 먼저 가셨네요. 정말 고마워요 얀붕님.


평소 식단 관리용으로 톡을 주고받는 개인톡방.


- 고생 많았어요. 잘자요.


나는 간단하게 카톡을 보내고 그날을 마무리했다.


그 후, PT를 받을때 얀순의 태도가 크게 변했다.


"자~ 운동 전 스트레칭 시작할게요~"


"네, 네..."


내가 이렇게 떨떠름한 이유는, 스트레칭 시간에 그녀의 신체 밀착이 이전보다 너무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거의 나 혼자 하는 동작 위주로 스트레칭이 이루어졌지만, 그 할배사건 이후로


얀순은 마치 도수치료를 하듯, 나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자신의 온몸을 사용해 내 근육을 당겨댔다.


그 수위는 날이갈수록 점점 높아져 갔다.


그래도 견딜만은 하다고 느꼈었는데....


어느날 그녀는 선을 넘었다.


"쌤 잠깐만요... 이건좀..."


나는 옆으로 누운채로 한쪽 다리를 위로 들고 있었고, 얀순은 들어올린 내 한쪽 다리를 양 팔로 끌어안고 몸을 밀착시켰다.


흔히 말하는 가위치기 자세...


내 종아리는 그녀의 탐스러운 두 과실 사이에 끼어 행복한 촉감을 맛보았다.


하지만 그정도의 자극이라면 이때까지 자주 겪어 봤고, 나도 참을수는 있었다.


진짜 문제는 하반신쪽이다.


그 상태로 몸을 꾹꾹 밀어 붙이며 들어올린 내 다리를 스트레칭 시켜주는데,


그녀의 고간이 내 고간을 꾹꾹 눌러댄다.


사실 발기는 이미 한 상태다.


'이거 일부러지 무조건...'


딱딱한 봉의 감촉이 분명히 느껴질텐데도, 그녀는 자신의 부드러운 고간을 계속해서 딱딱해진 내 중요부위에 꾹꾹 압박한다.


그녀를 힐긋 보니, 입이 조금 벌어져있고 얼굴이 붉어져있다.


'이러다간 진짜 싼다.'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크아아악! 다리 찢어져요! 그 그만!"


나는 스트레칭을 과도하게 당해서 다리가 아픈척을 하고 그녀에게서 벗어났다.


이제 꽤 숨이 거칠어진 얀순은 갑자기 벗어난 나를 불만스럽게 노려봤다.


"얀붕님, 제 수업에 따라주세요."


'그 할배한테도 꼼짝 못했으면서 나한텐 왜이렇게 강한데...'


"자 다시."


얀순은 라텍스 매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까처럼 다시 자세를 잡으라는 것.


'아니 시팔 이럴거면 그냥 모텔을 가자고 하지...'


그러면 나도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일텐데...


하지만 소심한 나는 차마 그런 말은 하지 못하고 다시 누웠다.


'진짜 아무 불순한 의도 없이 해주는걸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눕자 얀순쌤은 다시 그 짓을 시작했다.


-부비적 부비적.


아까전보다 허리 놀림이 더 야해졌다.


이젠 내 다리를 스트레칭 시키는것 따윈 까맣게 잊은듯 하다.


"앗.. 아흥..."


이젠 아주 무아지경으로 헐떡이며 신음소리까지 내신다.


그때,


"얀순쌤? 잠깐 나좀 봐."


다른 남자 PT쌤이 얀순을 불렀다.


'보다 못해서 부른건가....'


나도 무아지경이라 몰랐지만,


헬스장 내의 모든 사람들이 숨죽이고 얀순과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씨발... 신이시여...'


살면서 쪽팔린 일 3위 안에 들어갈 것 같은 상황.


그렇게 불려간 얀순은 훈계라도 들었는지, 그 후로는 나에게 붙어서 스트레칭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무난한 몇주가 더 흐르고, PT 횟수를 전부 채운 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얀순쌤. 덕분에 몸이 정말 좋아졌어요."


내가 작별인사를 하자, 그녀의 동공에 하이라이트가 꺼졌다.


"예...? 연장... 하셔야죠?"


당연한걸 안 할거냐는 듯이 서늘한 그녀의 말투.


"아, 하하... 사실 제가 조만간 출장이 있어서 이 헬스장에는 이제 못 오게 되었거든요."


이건 사실이다. 몇 달간 지방 출장이 예정되어있다.


"그, 그렇군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얀순도 어쩔 수 없었던 듯 수긍하는 목소릴 냈다.


하지만 그 커다란 두 눈에서는 커다란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어.. 어라. 내가 왜 이러지?"


"얀순쌤..."


괜히 마음 약해진 내가 그녀를 불러본다.


"아, 하하... 죄송해요. 저도 참..."


눈물을 흘리면서 억지로 웃어보이려는 그녀가 그 순간만은 왠지 너무 이뻐보이고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올라 나도 모르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출장 갔다 돌아오면 바로 다시 등록하러 올게요."


"지, 진짜죠? 약속이에요! 꼭!"


이번엔 억지웃음이 아닌 함박웃음.


너무도 시원한 그 얼굴에 나도 모르게 마주 웃음 지었다.


"네, 약속."


무책임한 약속을 하고 출장을 떠나게 된 나.


나는 출장지에서도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후.. 다행이다."


출장지는 내가 다니는 회사의 본사.


본사 건물에는 멋들어진 사원 전용 헬스장이 떡하니 있었다.


"계속 여기서 회사생활 하고싶네."


하지만 몇 달 후엔 돌아가야 할 몸.


"여기서 열심히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자."


나는 PT때 배운 것 말고도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 얻은 지식들로 나만의 운동프로그램을 짰다.


출장 오면서 오히려 업무 강도는 절반 이하로 다운 되었기에, 운동 할 시간은 차고 넘쳤다.


4개월 후.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나의 몸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이정도면 이제 혼자 운동해도 되겠는데?"


나는 자신감에 가득 차서 집에서 제일 가까운 헬스장을 끊었다.


이전에 PT받던곳과는 다른 곳.


약속은 까맣게 잊은채.


그렇게 또다시 한달이 지나고,


오늘도 퇴근 후 열심히 쇠질을 하고 있었다.


한창 데드리프트를 하다가 바를 내려놓았는데, 갑자기 누가 뒤에서 나를 와락 끌어 안았다.


"우왁! 뭐, 뭐야 누구세요!"


나는 뒤를 돌려 했지만, 강한 힘으로 잡힌 탓에 쉽사리 범인을 확인 할 수 없었다.


범인의 손은 마치 나의 근육의 결을 느끼듯 섬세한 손놀림으로 내 가슴, 배, 그리고 허벅지와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겨우 찾았어.. 그런데... 어떤 새끼야..."


뒤에서 들려오는 섬짓한 목소리.


"야, 얀순쌤?"


그건 익히 아는 목소리였다.


"어떤 새끼가 내 몸을 이렇게 해놨어..."


"예? 내 몸이라니..."


"내 몸이야. 내가 만들었어. 내가 이쁘게 만들고 있었는데... 내꺼야. 내꺼. 내몸. 내꺼. 내몸. 내꺼. 내몸. 내꺼. 내몸....."


"으악 씨발!"


나는 소름이 끼쳐서 온 힘을 다해 그 손을 뜯어내고 그녀에게서 벗어났다.


"어떤새끼 프로그램이야!!!"


그녀의 순둥한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져있다.


나는 더 이상 운동하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달렸다.


"미친년... 미친년..."


나는 그대로 집에 틀어박힌 채로, 그날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 나는 사표를 들고 회사로 찾아갔다.


더이상 이 동네에서 살고 싶지 않다.


다니는 헬스장까지 찾아서 날 덮친 년이다.


그 미친년이 무슨짓을 할지 모른다.


이미 내 자취방 주소를 알지도...


나는 사표를 내며 부장에게 말했다.


"본사로 발령 내 주시던지, 사표 수리 해주십시오."


부장은 처음에는 나를 미친놈 보듯 쳐다봤지만, 은근히 내 업무능력은 좋은 편이었나보다.


나는 무사히 본사로 발령 나서 1년이 지난 지금은 잘 살고 있다.


"후.. 그때 생각하면 좀 힘들지만 그래도 운동은 계속해야겠지."


그때의 공포 때문에 나는 1년간 헬스를 못했지만, 오랜만에 다시 다니기로 했다.


본사의 사원용 헬스장.


오랜만에 데드리프트를 하고 바를 내려 놓았는데.


누군가가 내 뒤에서,


날 와락 껴안았다.


"드디어 찾았어... 하아.. 하아.."


나는 마치 뱀에게 둘둘 감싸진 쥐새끼처럼 굳어버렸다.


"어... 어떻게..."


이곳은 사원증을 찍지 않으면 들어오지 못한다.


즉 나를 백허그하고 있는 이 여자는 나와 같은 회사 사원이란것이 된다.


"저 노력했어요... 공부했어요. 스펙 쌓았어요."


"1년... 만에..."


내가 다니는 회사가 그렇게 좋은 기업은 아니지만 그렇게 들어오기 쉬운 곳도 아니다.


그야말로 광기가 느껴졌다.


"다시... 같이 만들어요. 다시 이쁘게..."


오래 운동을 하지 않아 복근이 사라진, 불룩한 내 배를 쓰다듬는 그녀는 묘하게 만족스러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