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얀붕


지금 엄청나게 심심하다.


현재 시각 오후 1시 만우절, 장난전화를 치기 딱 좋은 시간이다.


장난을 칠만한 사람이.. 

얀돌이, 애는 뒷감당이 안되고. 

얀진이, 애는 나랑 안 친하고

얀희, 이 누나는 장난치기에 너무 착하고

.

.

아, 얀순이. 얀순이가 재밌겠다. 내가 어릴때부터 키우듯이 만나기도 하고 그 항상 예의 바른 존댓말하는 자세로 뭐라할지 궁금하네.


뭐 해봤자, '심심하신가요?' 거나 '만우절에 이렇게 만나게 되니 이런 장난도 재밌으시군요.'같은 말만 하겠지.


그래도 애가 지금은 제일 베스트다.



자... 얀순이 전화번호가.. 010......  아, 찾았다. 

[얀순이.]


(또르륵 또르륵 . . . 덜컥)


"여보세요?"


"그래, 여보야.^^"


"에? 얀붕이 오라버니?"


"아니, 오라버니말고 여보잖아, 얀순아."

"안녕, 잘지냈어?"


"잠시만 여보.... 여보라고..... 드디어 오라버니께서 먼저 사귀자고 아니 이건 결혼하자고 해주셨어. 지금 꿈 꾸는건가? 아니겠지? 아까 내가 전화 녹음을 했나?.."


"저.. 얀순아?"


잠시지만 통화음이 안들리더니 우당탕탕한 소리가 나고 흥분한 얀순이가 전화를 받았다.


"네, 가가.. 아니 여보 아니 그, 그래 크흠. . . 오라버니 무슨 일이세요?"


"오늘부터 우리는 부부야, 여보."


"진짜요? 오늘부터 부부라고 해주시다니 너무 기쁘네요! 올해의 그 어느 선물보다 값진 선물이에요. 고마워요, 서방님."


"어, 얀순이가 받아주네?"


"장난치시는 모습이 귀여우셔요. 서방님.♥︎"


'오, 생각보다 많이 쎄게 나오네.'


"그.. 얀순아?"


"아니에요."


"응?"


"이름으로 부르시면 슬퍼요, 아직 첫날밤조차 보내기 전인데 아내를 이름으로 딱딱하게 부르시면 실례랍니다.."


"음.. 그럼 여보라고 해줄까?"


"네! 부디 그렇게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방님♥︎"


'아 이렇게 받아주니까 재밌네. 그래도 이제 마무리를 해볼까.'


"여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당연히 알죠. 하아. 저희가.. 처음으로 사귄 날이자, 결혼기념일..헤헤헤."


"아니야. 그게 아니라 오늘은 4월 1일 만우절이야."


"서방님, 저도 오늘이 만우절이란걸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장난은 아까 제 이름을 일부로 한번 부르신 것 만으로도 충분하답니다."

" 물론 이런 짖궂은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우셔요."



'어? 계속 하자는건가? 더 이상은 말할게 없는데.. 일단 끊어야겠다.'


얀순이가 들을 수 있게 책상에 있는 종이를 모아서 탁탁치고 노트를 대충 쌓으면서 바쁜 분위기를 만든 다음 얀순이에게 말을 건네주었다.


"그 얀순아. 나 지금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가야할 것 같다. 끊을게."


"알겠습니다, 서방님. 다시 만나기 전까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얀순이가 기다린다고 했지만 못 들은 척 하고 전화를 끊었다.



---



'아까 얀순이가 많이 받아줘서 놀랍네..'


'혹시 얀순이도 만우절이라서 이렇게 해준건가?'


(꼬르르륵..)


'으.. 배고프니까 머리도 안 돌아가네. 일단 뭐라도 좀 사와야겠다.'





그렇게 옷을 챙겨서 집 문을 여니까


야생의 얀순이가 현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 불구하고 옷은 흰색 와이셔츠와 빨간색 치마만을 입은채로 말이다. 


그리고 화장은 덤으로 하면서 티비에 나오는 여배우보다 아름다웠다.


'이게 무슨일이야?'

". . . 얀순아?"


"어머, 벌써 일이 끝나셨나요? 서방님."


얀순이는 내 복장을 보더니 무릎을 탈탈 털어내고 일어선 다음 자연스럽게 나를 지나서 내 집에 들어왔다.


"흠, 서방님께서는 이런 곳에서 살고 계시는군요."


"이정도 평수로 보았을 때는 저희가 동거한다면 어디서든 쳐다볼 수 있겠군요. 훌륭한 구조에요."



'이거 아무리 봐도 장난치는 거 같은데, 장난이 심하네. 남의 집에 막 들어오고 말이야.'


'아무래도 여기서 얀순이를 내보내야겠다.'




"얀순아, 일단 오늘은 돌아가고 다음에 다시 만나는건 어때?"


"서방님? 이제부터 여기가 저희의 집인데 제가 어딜가나요?"


"그래도 너가 원래 살던 집으로 가야지. 거기서 네가 가진 짐들도 있을텐데,  여기서는 없으니까 살기 어렵겠다."


"아, 저번에 제가 살던 집과 짐들을 걱정하시는 거라면 걱정은 안 해주셔도 됩니다."


"다 팔거나 여기로 보냈거든요."


'??? 네?'




뭔 소린지 모르겠다. 그러나 얀순이가 계속 집에서 장난을 치고 싶다는것은 확실하다.


'애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지 않나?'

'분명히 절제하며 엄격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애인데..'


그저 전화 한통만 했을 뿐인데 사람이 달라졌다.



그렇게 얀순이는 내가 현관문 앞에서 어정쩌정 거리고 있으니 천천히 다가와서 양손으로 내 손을 잡고 웃으면서 말했다.


"서방님, 많이 추우니까. 그쪽에 계시지 마시고 이쪽으로 오셔서 같이 있어요. 서방님께서 감기라도 걸리시면 큰일이거든요."


그말을 듣고 원래의 얀순이 모습과 지금의 장난치는 듯한 얀순이의 모습이 섞이면서 살짝 멈칫하고 있는 도중에


우리 기다리기 싫어하는 얀순씨가 순수한 힘만으로 날 현관에서 거실까지 끌고 온 다음 안아버렸다.


"헤헤, 서방님이 오래 밖에 계셨으니까 따뜻하실 수 있게 제가 안아드릴게요."


그렇게 얀순이가 갑자기 안아주는데 생각보다 오랫동안 장난친다고 생각했다.


'이걸 내가 어떻게 받아줘야 하는거지?'


'그.. 일단 내가 먼저 장난쳤으니까 받아줘야겠지?'


아까 얀순이가 나를 안아주었기에 나도 부드럽게 얀순이를 안아주었다.


그렇게 천천히 얀순이를 안아주니까 나랑 포옹을 하던 얀순이가 갑자기 몸을 떨었다.


'뭐야, 갑자기 고개는 왜 숙이는거지?'



그렇게 한참 뒤가 되서야 귀가 빨개진 얀순이가 내 가슴까지 밖에 안오는 키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포옹은 아까 그대로 한 채로 말이다.



이런 행동들로 봤을때 장난을 더 쳐주면 원래대로 돌아올 것 같다.


그렇다 지금 얀순이는 아슬아슬하게 한계다.


'안아주는걸 몇번 더해주면 얀순이가 못 참고 날 놓아주겠지.'


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와도 인정할 정도의 판단이라고 생각하고 얀순이를 안아주면서 추가적으로 머리도 쓰다듬어주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얀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얀순이가 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내 허리에 있던 손이 내 가슴으로 갔다.


그리고 내 가슴을 몇번 치더니 오른손 검지로 내 쇠골을 만지기 시작했다.


내 쇠골을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만지는데 고개는 그대로 숙이니 이거 참 우습다.


이제 정말 다 왔다고 생각하고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서 조금 더 해보기로 하였다.



얀순이를 쓰다듬어주는거에다가 추가적으로 평소 말해주지 않았던 장점들을 하나 하나 읊어주었고 조금 더 과장해서 두근거린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보, 항상 주위를 챙겨줘서 최고야."

"히끍!"

"내 주변 여자들 중 얀순이만큼 좋은 여자는 진짜로 없어."

"흐읏!"

"매번 부끄러워할때마다 얼굴 손으로 가리는데 그 모습이 진짜 귀여워서 나 요즘도 설레는거 알아?"

"하아아아."

"어, 또 얼굴 가린다."

"여보, 지금 너무 부끄러운데 그 동시에 여보를 아까전보다 더 많이 좋아하게 되버렸어요."



그렇게 이 반응을 듣고 내 판단대로 얀순이의 항복이라고 생각했다.


봐라, 저기 부끄럽다는 듯이 빨개진 볼과 마주치지 못하는 눈, 그리고 온몸이 나에게 기대는 자세였다. 이게 졌다는게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게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면서 얀순이를 쳐다본다.


그러니 얀순이도 이제 끝내려는건지 나를 향해 아까보다 침착한 목소리로 불러주었다.


"서방님. 일단 침대에 누우시겠어요?"

"왜냐하면 지금 너무 좋아서 오늘 끝을 볼 것이에요."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침대를 가리킨다.


흠 서방님이라는 명칭은 아직 지지 않았다는 거라고 생각하는 얀순이의 의지라고 생각하고 침대에 누워보라고 하길래 침대에 걸터 앉았다.



'이제 갈테니까 쉬라는 건가?'


그렇게 방에 들어가서 다시 옷을 갈아입고 있으니 얀순이가 방문앞에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물론 손가락은 쫙 펼친 채.


그렇게 내가 바지만 입은 채 쳐다보니까 얀순이가 내 방문을 소리가 나지 않게 닫고 잠구기까지 해준다.


'왜 저러지?'

'어릴때 같이 씻으면서 본 몸이랑 달라서 그런가?'


그렇게 의문이 들던 도중에 갑자기 얀순이가 다가오더니 다시 껴안았다.


그렇게 양팔이 잡힌 채로 눕힘을 당했다.


"왜, 왜 그래 얀순아? 우리 이대로 헤어지는거 아니었어?"


"우리 서방님은 참 야박하시네요. 이 탄탄한 가슴근육.. 이 가슴을 보고 제가 그저 돌아가기를 바라는걸까요."


얀순이가 등에 손끝을 펼쳐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나의 배까지 손으로 만져본다.


"아까부터 추운곳에 있으시질 않나 잠시 쉬어달라는 말에 예전처럼 옷을 벗으셔서 유혹을 하시니 아내로써 다른 녀....여자들이 볼까봐 걱정이 태산이랍니다."


얀순이는 말을 끝내고 눈이 나를 향해 완벽하게 노려보더니 입맛을 다시고 내게 키스를 할려고 했다.


얀순이의 그 모습에 나도 일단은 얀순이를 저지한다고 막다보니까 양손을 깍지 진채로 얀순이가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얀순아 더이상 하면 장난이 아니야. 장난이 재밌겄던거는 알겠지만 이제 그만하자. 난 어릴때부터 키우듯이 지낸 너랑 이런 거 할 마음이 없단다."


"아, 서방님. 이 순수하신 서방님. 제가 지금 서방님 위에 올라가기 전인 어릴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단 한번도 장난이 있었다고 생각하시는건가요?"


"우리가 이때까지 말한게 넌 진심이라는거야?"


"사모하는 분께 어찌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그보다 아까 불러주신 여보라는 말씀. 책임져 주실거죠?"


". . 잠만."


내가 저항하려고 말을 하기 전에 내 입은 얀순이의 입술로 막혔다.


"흐흥, 죄송해요. 제가 참을성이 길지 못해서. 그냥 책임지는걸로 하죠."

"애기 아빠."


그렇게  그날은 얀순이에게 말을 하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