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밀레니엄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유는 하나의 문자.


아스나에게서 온 [선생님, 도와줘, 잠시만.]


이라는 위험해보이는 문자가 온 탓이었다.


많은 문자가 있지만, 조금 이전의 대화에서도 [주인님, 도와줘,.]


라던가, 고장난 아스나를 처음 마주한 때의 문자도 남아있었다.


요즘들어 아스나가 고장나는 빈도가 잦아진 것 같다.


큰 차이는 없다고도 할 수 있고, 그냥 관찰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지만.


마치, 아스나의 상태가 나빠지기까지 쌓여야 하는 에너지의 역치가 낮아지는 기분이랄까.


“아스나!”


“안녕, 선생님…”


무언가 들뜬 듯한 표정에, 가라앉은 말투.


처음 고장났던 때와 비교하면, 점점 이런 느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상태는 어때?”


“으음…. 응.”


“아스나?”


“잘래.”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아스나를 부축했다.


아스나를 만난 건 샬레 인근의 벤치.


아스나를 데리고 샬레 내 기숙사로 올라가면 체력이 방전될 게 뻔하지만…


안타깝게도 벤치에서 잠들기 좋은 계절이 아니었다.


“가자, 아스나.”


“으응… 힛.”


__________


“아스나, 다 왔어.”


“응.”


천천히 아스나를 친대로 데려가 앉힌다.


아, 배게를 꺼내야-


화악.


순식간에 시야가 뒤집히며, 나는 아스나의 가슴에 뒤통수를 대고 있었다.


“아하하하! 안녕 선생님?“


“아스나, 괜찮은-”


“물론이지! 아까까지만 해도 꽤나 힘들었는데 말이지.”


아스나의 표정이 다시 가라앉는가 싶더니, 내 머리를 붙잡았다.


“아아아 아파 아스나! 부서질거야!?”


“주인님, 전혀 재미있지 않아.”


“뭐?”


“그야, 나 말고도 너무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다니는걸.”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주인님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 않다.


무언가 불만이 있을 때 간접적으로 돌려말하던 습관.


상태가 나빠지면 고정적으로 주인님으로 돌아오긴 했…


잠깐.


아까 받은 문자는 분명 선생님이라고…


”선생님은, 나만의 주인님이 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아니, 아스나. 나는-“


”싫어. 그런 거.“


아스나는 날 가볍게 끌어당겨 침대에 눕혔다.


”정말 좋아해, 주인님.“


”아스나, 잠시-“


”선생님도 나 좋아하지? 사랑하지?“


활기찬 눈빛이 사라졌다.


그러나 공허하지도 않다.


그저 광기였다.


재미있게 노는 거야. 응, 분명 기분좋을 테니까!“


”아스나의 봉사, 받아줄 거지?“


아스나는 내 품에 파고들며, 천천히 전신을 밀착시켜왔다.


콱, 하고 어깨를 물거나.


손으로 내 뺨을 늘리거나.


내 손가락을 빨면서 내 입에 자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집어넣기도 하며.


마치 대형견이 놀아달라 조르는 듯한 표정에, 무어라 할 수 없는 아스나만의 색기를 더한 채.


”에헤헤헤… 선생님, 정말 좋아해. 정말정말정말.“


어찌되었든, 그녀는 고장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