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지하실, 오렌지빛 전등이 방안을 비춘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나는 더러운 시멘트 바닥에 엎드려 쓰러져있다.

오랜 시간 감금되어 있었던 탓일까? 몸은 잔뜩 야위어져 있었고, 누가 보기에도 몸 상태가 그렇게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제대로 몸을 돌보지 못한 것과는 달리 머리는 엉겨 붙지 않았고, 옷은 새것으로 갈아입혀 져 있었다.


"밥 먹어야지 아름아, 옷갈아입히고 씻길때처럼 힘 쓰게 만들지마."


지하실에 처박혀 있어도 위생상태가 좋았던 이유는 예진때문이었구나.


"..."


캠코더를 들고 있던 그녀는 바닥에 카레를 내려다 놓았다. 콩밥 카레라이스였다.

이 세계에서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캠코더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나와 예진의 모습이 캠코더의 조그마한 화면에 담긴다.


그녀가 숟가락으로 카레를 한 숟가락 크게 뜬 다음, 내 입으로 음식을 밀어 넣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기 싫은 듯 엎드린 체,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내 입으로 다가오는 숟가락을 피하기 시작한다.


"잘 먹어야 안 아프지, 아름아. 자꾸 굶으면 몸에 면역체계가 약화 돼서 걸리지도 않을 잔병에 자꾸 걸릴 수도 있으니까 식사는 거르면 안 되지,

자. 벌려 착하지 아름아? 그래 먹어야지, 옳지 잘한다. 꼭꼭 씹어먹어야지?"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은 뒤 내 입에 카레를 밀어 넣기 시작하는 예진, 아귀의 힘 때문에 억지로 내 입이 벌려진다.

반강제적으로 음식을 밀어 넣기 시작하는 예진의 손놀림에는 거침이 없었다.

음식을 먹인다기보다는 내 안에 카레를 때려 박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퉤-


그리고 그런 예진의 성의를 무시하듯, 입안에 있는 카레를 더러운 시멘트 바닥에 내뱉는 나.


그녀가 더러운 것을 먹이기라도 한 것처럼 입에 카레가 들어오자마자 바로 입 밖에 있는 음식물들을 예진에 내뱉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그녀가 입고 있던 옷에 노란색 카레가 튀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손에 들고 있던 수저와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고 잠시 팔에 튄 카레를 바라보는 예진은 잠시 손을 들어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잠시 쓸어넘긴다.


"열 받네, 아름아 좋아한다니까? 너는 너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밖에 행동을 못하는 거야?"


"...."


제삼자의 시점으로 봐도 예진은 그런 내 행동에 단단히 열이 받은 것 같았다.


"너는 내 호의를 무시했어. 아름아, 내가 거듭 말하지만 내가 이렇게 캠코더를 들고 너를 찾아온 건 너와 있었던 모든 잘못들을 화해하고, 우리 관계에서 감동을 주는 화해의 장면을 녹화하기 위해서 캠코더를 들고 온 거야. 


근데 아름이가 자꾸 이런 식으로 내게 비협조적으로 다가오면 나는 정말 화가 날지도 몰라. 아름아, 사람이 짐승하고 다른 게 뭔 줄 알아?

짐승은 실수해도 그 문제에 대해서 깨달음을 얻지 못하지만, 인간은 실수하면 그 실수에서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깨닫고,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


근데, 지금 아름이 네가 하는 행동은 짐승들이나 하는 행동이나 똑같아. 


보통의 사람들은 사람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이렇게 반성하는 행동을 하면 아, 이 사람이 나를 위해서 이런 행동까지 하는구나.

아 우리 누나는 반복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을 고쳐먹지 않을까?"


이런 걸 보고 적반하장이라고 말 하는 건가? 아니 내가 지하실에 가둬놓고 저런 말을 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오히려 예진이 나를 지하실에 가둬놓고 나를 이렇게 대한다는 건 말이 안됐다.


아니 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자기가 바람 핀 거는 멋지게 넘기고 아무 일도 없는 걸로 대신하고 다시 원래 관계로 돌아가자는 게 말이나 되는지….


더군다나 사람을 지하실에 가둬놓은 체 말하는 소리가 참…. 뻔뻔하기 그지없다. 


"...그래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있지만, 나도 사람이야. 사람이라는 게 원래 한번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럴 수 있는 게 사람 아니겠니?

귀에 딱지가 베낄 정도로 말했지만, 나는 너를 사랑해."


사람 생각은 다 똑같다고, 아마 화면 속의 나도 지금 내가 하는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저번처럼 표독스러운 독기는 없지만, 그녀가 맛이 갔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는 듯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예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쯤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법이다.




"아름아……. 근데 시발 내가 너 좋아하면 안 되냐? 내가 너 좋아하면 안 되냐? 내가 너 좋아할 수도 있잖아. 아니 근데 시발 내가 이렇게 잘 대해주는데 왜 이렇게 더럽게 구는데?


왜 시발 내가 무슨 대역죄 인이라도 된 것처럼 내가 너한테 이렇게 빌빌 기는데, 왜 나를 싫어하는데


아니 진짜, 내가 이런 식으로 화는 안 내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너무 화가 나네, 아름아. 내가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너에게 뭐 잘못한 거는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해준 건 없잖아.


내가 이렇게 잘 대해주는데, 왜 자꾸 이런 식으로 사람 기분을 잡치게 하는지…. 난 네가 이런 식으로 굴 때마다 난 너무 열 받는다."


"아름아, 내가 아까 말했듯 사람하고 짐승과의 차이는 바로 과거의 잘못에서 배움을 얻고 거듭되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데 있어서 그 차이가 있다. 근데, 아름이는 내가 잘못한 거만 기억하고 자신이 잘못한 거는 생각도 안 하고 고치려고 하지도 않네?"


아니 시발 내가 뭘 잘못했는데? 


"...아니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


"카레 안 먹었잖아"


카레 안 먹은 거랑 자기가 한 행동이랑 똑같다고 보는 건가? 

예진의 말에 어이가 없는 건 화면 속의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이가 없는 듯 입을 벌리고 예진을 바라보는 나.


그리고 그런 내 머리를 강하게 슬리퍼를 신은 발로 축구공을 차는 예진, 나보다 키가 크고 남녀역전인 만큼 힘도 센 예진이 나를 걷어차자마자 힘없이 시멘트 바닥에 보기 좋게 나자빠진다.


한방 세게 얻어맞은 탓에 입밖에 으아 거리는 서리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 나, 그리고 예진은 발로 내 가슴팍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안 되겠어, 원래 남자랑 복어는 삼일에 한 대씩 패야 한다고. 아름이는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릴 것 같아.

솔직히 나도 원래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아름이가 자꾸 짐승처럼 구니까 나도 이런 식으로밖에 행동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사람을 가르치는 데는 매를 들지 않는 법이지만, 짐승을 가르칠 때는 매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머리 다음에는 복부, 예진의 발이 몸에 닿자 내 몸이 조금 위로 붕 뜨다가 다시 아래로 중력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일반 성인 남성이 발길질 한 번으로 성인 여자를 철권을 하는 것처럼 공중에 띄울 수 있을까?

무자비하구만…. 이 전에 동영상처럼 다시 한 번 내 몸 위로 거침없는 발길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 쏟아지는 발길질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남녀 간의 근력 차가 분명 존재했고 막을 수 있는 속도와 반사신경의 차이가 있었다. 고통은 사람의 판단력을 희미하게 만드는 법이니까.


"그만…. 그만…!! 잘못했어요!!! 두 번 다시는 안 까불게요"


몇 대 두들겨 맞자마자 바로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살려달라는 곡소리가 튀어나온다.

당연하지, 무슨 독립투사도 아니고, 목숨과 자존심 둘 중의 하나를 저울질한다면 당연히 목숨이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예진의 발아래에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하는 나.

개가 주인에게 애교를 떨듯이 그녀의 바짓가랑이에 내 얼굴을 비비는 건 시간문제였다.


"잘 생각했어. 아름아"


무릎을 꿇은 내 모습에 만족한다는 듯 미소를 짓는 예진,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저번에 내게 보여주던 그 부드러운 미소가 아닌 악동, 아니 악당이나 지을법한 그런 미소를 짓고 있는 예진은 폭력에 굴복한 내 모습을 내려다보니, 어떤 영감이 떠오른 것 같았다.


"그럼 벌을 받아야겠지?"


"에…?"


"내가 주는 카레를 안 먹었잖아"


"아, 이제 잘 먹을게요, 저 누구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저 콩밥 카레 완전 좋아하는 거 알고 있잖아요.

지금 먹으면 되죠? 앞으로 음식 가져다주면 맛있게 먹을 테니까. 잘 먹을게요."


"이미 늦었어."


굶주린 강아지처럼 바닥에 내려놓았던 카레밥을 향해 허겁지겁 기어가는 나, 그리고 한 발 더 먼저 다가가 나를 걷어찼던 것처럼 카레밥이 담긴 밥그릇을 걷어차는 예진.


포물선을 그리며 벽에 부딪힌 카레밥 그릇은 사방팔방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바닥에 내려놓은 캠코더를 한번 바라보는 예진, 그때 캠코더 속 예진의 두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화면 속의 나를 꿰뚫어보는 듯한 그녀의 눈동자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든다. 


등골이 저릿한 소름끼치는 느낌에 방 바깥을 나가 집 주위를 둘러본다. 여전히 개미 새끼 하나 보이지 않는 집안.

그녀는 아직도 방에서 잠을 자는 것 같았다.


혹시 그녀가 내게 찾아오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회귀 능력이 있으니까.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기면 회귀하면 된다.


아니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무슨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는 호기심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솔직히 지금이라도 도망치려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다. 그러나 만약에 내가 여기서 이 집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도피를 하면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알 방법이 전혀 없게 된다.


최근 1년간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중한 자료들을 두고 어디로 도망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노트북을 훔친다? 예진의 사회적인 지위를 생각해봤을 때 금방 경찰에 잡혀들어갈 확률이 높았다.


우리나라의 범죄 검거율이 98% 99% 잘은 모르지만 엄청나게 높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절도신고를 하면 다시 경찰에 잡혀들어가는 건 시간 문제니까.


게다가 자기가 만든 카레 하나 안 먹었다고 저렇게 사람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는데, 노트북을 훔쳤다?


그러면 대체 어떤 식으로 그녀가 나올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여기서 모든 영상을 다 확인하고 다음 행동을 움직이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대충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한 뒤에 다시 의자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름아 이건 벌이야. 나도 이런 짓을 해야 한다는 거에 대해서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벌은 확실히 해야 하니까. 너무 불만 가지지 말고"


예진이 입고 있는 바지와 팬티를 내린다. 바닥에 풀썩 떨어지는 옷들이 지하실 바닥에 떨어졌다.

발목에 걸리는 팬티와 바지가 거슬리는지 한쪽 발씩 들어서 걸리적거리는 팬티와 바지를 완전히 벗은 후에 지하실 구석에 벗어 던진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길게 쭉 뻗은 다리와 피부를 눈앞에 둔 나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고, 예진은 내 머리카락을 붙잡아서 자신의 다리 사이에 내 얼굴을 가까이 밀착시켰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에 내 몸이 움찔거린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팔을 버둥거리며 본능적으로 그녀의 몸을 밀어내려고 애를 써보지만.


"그러면 안 되지 아름아. 벌은 벌이야."


예진은 두 손으로 도망칠 수 없게 내 머리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가지런히 잘 정리된 예진의 음모가 내 이마를 간지럽히고 있었고, 그녀의 좁은 틈새를 내 입에 맞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듯 허벅지로 내 머리를 조르기 시작하는 예진의 모습이 보였다.


아까 성인 남자 한 명을 나려 보낸 탄탄한 허벅지로 머리를 조르니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아름아, 쌀게. 제대로 받아먹어"


...??? 싸다니??? 어??


다시 한 번 소름이 등골을 타고 쭉 오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도망치기 위해서 몸을 버둥버둥 가려보지만 허벅지 사이에 끼여버린 내 얼굴은 예진의 다리 사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급하게 그녀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두드리기 시작하는 나. 마치 이거는 아니라고, 제발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예진에 호소하듯 손바닥으로 예진의 허벅지를 두드리는 손바닥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찰싹찰싹-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그녀의 허벅지에 붉은색 손바닥 자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따가워, 하지 마"


나의 조그마한 반항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한 손으로 내 손목을 비틀어 잡기 시작하는 예진, 그러는 와중에도 철두철미하게 나머지 한 손은 내 머리가 도망치지 않게 붙잡는 것을 잊지 않았다. 


"벌이니까 흘리면 화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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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골드 샤워 나옴 헤으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