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쓰기 전에 캐릭터성 좀 확립해보려고 쓰는 단편

제목이랑 캐릭터 이름 생각해야하는데




자기 키 만한 낫을 들고 푸른 빛을 내며 휘두른다.

그림자 사이를 날아다니듯이 파고드는 그녀의 움직임은 누구보다 빠르다.

그 움직임이 만드는 궤적은 그림자를 놓치는 일 없이 군더더기 없다.

낫질 한 번에 그림자들은 푸른 빛을 내며 스러진다.

그렇게 검은 생머리를 흩날리며 맹렬하게 싸우는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그림자라고 부르는 괴물이 세상에 나타난지 약 200년.

괴물과 함께 인간들 사이에서 생겨난 능력자는 그림자를 상대하는데 최적화 되어 있다고 한다. 적어도 200년 전에는.


현대에 와서는 온갖 이상하고도 쓸모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많다.

마초스럽게 행동하면 강해지는 능력자, 손톱만 딱딱한 능력자, 총과 총알이 있으면 손가락 총을 쏠 수 있는 능력자...

그리고 나는 능력이 있긴 한데 무슨능력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 여자는 특별한 제약도 없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능력자이다.


세상 참 불공평하지...

라고 생각하던 차에 전부 처리했는지 그녀가 내 앞에 서있었다.

어느새 햇빛도 다시 보이고 발 밑의 그림자도 돌아왔다.


"이번에도 빠르시네요."


라고 말하며 물을 건넸다.


"당연하지."


이 여자는 레반터라고 한다. 스토킹의 우려 때문에 본명은 나도 모른다.


나는 대체복무의 일종으로서 그녀의 서포터를 맡고있다.



난 군대갈 나이인데도 키가 160이 안된다.


그래서 군대를 가면 고생할 것 같아서, 그리고 공익은 가기 싫어서 서포터를 신청했다.

비능력자라면 1차 심사에서 다 떨어진다길래 기도하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그랬더니 놀라워라, 난 능력자였다. 21년 살면서 몰랐는데.

검사에서는 내가 무슨 능력자인지는 안알려주지만 아무튼 1차는 통과하게 되었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지 2차, 3차 심사도 뚫고 마침내 그림자 사냥꾼들을 직접 대면하게 된것이다.


그 자리에서 각 사냥꾼들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서포터를 고른다.

나는 그 자리에서 레반터에게 선택되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말하길 그녀는 자기 서포터를 되게 못살게 군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몇달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거나, 그녀와 일선에 서다가 부상을 당해 떠났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솔직히 걱정이었다.

차라리 군대를 가는게 옳았으려나.


선택이 다 끝나고 각 서포터는 자기 그림자 사냥꾼, 일명 사수와 면담을 하게 되어있었기에 나는 그녀에게 불려갔다.


레반터는 웃음기 쫙 뺀 얼굴로 말했다.


"후... 다른 설명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은 자기 능력이나 스타일에 맞는 이유가 있어서 누구누구를 서포터로 데려갔겠지.

있지, 내가 너를 고른데에는 이유가 있으니까 우쭐하지마."


"네."


"그리고 내가 싸울때 딴 짓 하지 말고 내가 찍어주는 자리에 그대로 있어. 알았어?"


"네."


"그래. 괜히 나서면 방해된ㄷ..."

예상치 못한 대답인지 진지했던 그녀의 표정이 풀어졌다.


"응...? 정말? 보통은 '저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라면서 나대던데."


"아뇨,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이유가 있겠죠.

거기다 전 싸우는 능력이 없는걸요."


"그래애... 두고보겠어.

... 이상하네. 저정도인데 비전투능력이라..."


그 뒤로 자신이 알아야 할 것을 듣고 전임자들이 남겨놓은 기록(사수는 못읽게 되어있기 때문에 썅년 얘기가 제일 많았다)을 읽으면서 일을 배웠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사수의 비서일(부사수 노릇이라고 하나?)을 하면서 전투를 할 때는 무슨 기계를 키고, 영상을 촬영한다.

그 기록과 자료를 넘겨서 분석하는데 쓰는 모양이다.


레반터가 싸울때는 찍어둔 자리에 가만히 서서 카메라만 세우고 있는다. 딴짓은 안한다. 눈먼 공격이 날아오면 피해야하니까.


의심하던 그녀도 내가 진짜로 가만히 있으니까 태도도 조금 싹싹하게 바뀌었다.


나중에 그녀가 집에 초대해서 같이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말을 듣고보니 그녀도 참 고생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유명해지니까 스토커도 생기고, 자기 이름이나 친구, 가족도 함부로 밝히거나 만나지도 못하고. 그러니까 아예 관계가 끊어지고.

능력도 비밀이 있어서 내가 이런거다. 하고 밝히지도 못하고.

숨기는게, 아니 숨겨야 하는게 많아서 답답했던 모양이다.


거기다,


"어휴... 내가 잘나가니까 내 서포터로 붙는게 내 이름 팔아서 승격하려는 놈이랑 함 싸우고 싶어서 미친놈들 뿐이었거든..."


그녀 말로는 처음엔 협회에서 붙여주는 서포터를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가 잘나가니까 그거 따라하려다 자꾸 다치거나 죽어서 서포터가 자주 바뀌게 되었고,

반대로 잘나가는 사람한테 붙으려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아예 그런 기질이 보이는 놈은 막 굴려서 자신을 떠나게 하려는 것이다.


"아주 나쁜새끼들 아니냐? 가만히 있으란걸 못참아요."


"어휴, 그러게요. 누나가 기분 풀어요."


"누나? 누나라고 했어? 방금?"


"아닌데요.

그런데 아예 비전투계로 뽑으면 되는거 아니었어요?"


"말돌리기는...

난 내 기준이 있어서 스펙같은거 안읽어. 네가 우연히 내 첫번째 비전투 서포터란거야."


그리고 말을 잘들으니 일부러 괴롭힐 필요는 없으니까 안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걱정하던 것 만큼 힘들진 않았다.

다른 서포터들의 말을 듣다보면 그녀가 나를 험하게 다루기는 하는데, 난 이정도면 군대 안간거로 만족한다.



어느 날, 그녀는 내 부사수 수습기간이 끝났다고 했다.


"수습이요?"


"응. 지금까지 카메라랑 장치 쓰는법 배우고 내가 싸우는거 잘 구경했잖아. 

이제 내가 진짜로 상대하는 레벨의 그림자들을 만나게 될거야."


"그럼 평소대로 있으면 되는거 아닌가요?"


"직접 보면 생각이 다를껄.

기억해. 해왔던것처럼만. 쫄지말고 무조건 가만히 있어. 눈도 떼지말고."



그 말의 의미는 얼마 안가서 깨닿게 되었다.


이전까지, 그러니까 수습기간에 상대하던 그림자들은 뉴스나 유튜브에서 자주 보이는, 인간형에 크기도 성인 만한 그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후로 내가 본 것들은 차원이 달랐다.


산등성이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던가,

영화에도 못 나올 정도로 기괴하고 무섭게 생겼던가,

주택 한 채 만큼 큰것들 있던가,

그림자 중에서도 능력자나 챔피언 같은게 있는지 크기는 작은 강자도 있었다. 이건 좀 멋있었다.


그녀는 원래 이런것들을 상대했을 것이다. 다른 사냥꾼들도 그러할 것이다.

이런것들이 사회나 도시에 나타나지 않도록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막아내고 있었다.


사냥꾼이나 서포터중에서 왜 사망자가 나타나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저런걸 따라가려다 죽는건 당연하지. 

난 전투능력이 없다는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며칠 전에, 거대한 그림자가 날리는 톱날이 내 머리 한뼘 위를 지나갔다.

레반테가 곧바로 내 옆으로 와서 상태를 살피고 갔지만 너무 무서웠다.

최근에 눈 먼 공격이 내 옆을 스치는 일이 많아졌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피했다고 하면?

언제 내가 죽거나 다칠지도 모른다.

언제까지나 그녀가 날 지켜주기를 바랄 수는 없다.


능력자는 무슨 능력인지와는 관계없이 무슨 오오라가 흘러서 그림자를 잘 상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나도 필요할 때는 오는 공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는 시간에 다른 사냥꾼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뭔가를 배웠다. 특히 주먹을 사용하는 '상남자'씨가 열성적으로 가르쳐줬다. 마음가짐이 바르다면서.

그러면서도 그들은 날 걱정해줬다. 이런 짓 하는거 들키면 내 후임자들 처럼 괴롭힘 당하는거 아니냐고.

거기다가 난 이렇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내가 같이 싸우려는게 아니라 그 분이 날 신경쓰는 일이 없도록 내 몸만 지키려는 거니까요."


얼마 뒤, 다시 눈 먼 공격이 나를 향했다.

이번에는 내가 피하려면 피할 수 없는 각도와 속도.

하지만 지금의 나라면 막아낼 수 있다. 단 며칠이지만 열심히 연습했다.


연습했던 대로, 생각했던 대로 팔을 휘둘러 날아오는 촉수를 쳐냈다.


"해냈다...!"


"?!"


그녀가 날 보고 있었던건지, 내 위치로 공격이 들어간걸 보고 뻗친 촉수를 얼른 걷어내고 다시 그림자를 베어 없앴다.


상황이 끝나고 그녀가 나에게 다가왔다.

난 내 몸을 지킬 능력을 갖게 됬다고 기뻐하며 말했다.


"보셨죠? 이제 저도 제 몸은..."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니 표정이 굳게 일그러져 있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무서운 표정으로.


"니가... 기어코..."


그러고는 손바닥을 펴서 내 뺨을 후려쳤다.

맞고 잠시동안 무슨일인가 싶어서 가만히 있었다.

정신차리고 다시 고개를 드니 이어서 그녀가 손바닥을 휘둘렸다.

머리에, 뺨에, 가슴에, 어깨에, 등짝에 계속해서 내려꽂혔다.

주먹은 쥐지 않았지만 터질 듯이 아팠다.


(원래 이 사이에 며칠동안 갈구는거 들어가야하는데 능력 부족에다 생각이 안나)


"대체 왜 그러는데요!! 때리지 말고 말을 해봐요!"


그녀가 휘두르던 손바닥이 멈칫했다.

그리고 그 힘을 누르려는 듯이 주먹을 꽉 줘서 팔을 아래로 내렸다.


"니가, 니가 여러 사수들 만나고 다니던거 내가 모를줄 알았어?

일부러 날 피해다니고, 대답도 대충하고, 생각도 딴데 팔려있어.

결국 너도 아닌 척 하면서 날 이용해먹으려던... 그 개새끼들이랑 똑같아!

이번엔 널 믿었는데, 날 이렇게 배신해?!"


"그게 아니에요!"


"뭐?"


내가 소리치자 그녀가 작게 말했다.


"저번에... 커다란거 사냥할때, 제 머리위로 톱날이 스쳤잖아요.

그때 저 정말 죽는줄 알아서 무서웠단 말이에요.

그래서 내 몸만 지킬 기술만 좀 배웠어요.

내가 피할 수 없는 눈먼 공격 들어오면 잠자코 죽으란 말이에요?"


지금까지의 한을 풀 듯이 터트리듯 말했다.


"전 어차피 가만히 있을거에요. 

저한테 위험한 것만 걷어날거에요. 나서지 않을거구요.

이러면 안되는거에요?!"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몸에 힘이 풀린듯 자세와 표정을 풀었다.


"그래서...? 그래서구나..."


그리고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안해'라고 했다.

잠깐의 적막이 흐르고 그녀가 다시 입을 뗐다.


"그래... 니가 날 이용 해먹으려던게 아닌건 알겠어."


"그럼 이제 저 안괴롭히는 거죠?"


"아니. 그래도 나 화났어.

예전엔 니가 싸울 능력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하... 이렇게 될줄은 몰랐네."


"대체 왜 그러는데요?"


"후... 말해줄게.

니가 그림자한테 손을 댔으니까 이제 그림자도 널 인식해서 공격할 수 있어."


"그 말은..."


"내가 너보고 가만히 있으라는 이유가 이거였어.

접촉하지 않으면 그것들은 널 볼 수 없어."


그 말을 듣고 몇초동안 생각이 멈췄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다시 떠올랐다.

지금까지 그림자가 자신을 제대로 노리지 않은게,

오는 공격이 전부 자신을 향하지 않은 듯 빗나간게,

그녀가 나를 지키면서 싸운게 아니라 그냥 그림자가 자신을 못봐서라고.


어쩌면 그녀가 그림자를 쓰러트리는데 이만한 도움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괜히 어그로 뺏어가는 일이 없었으니까 사냥하기도 더 쉬웠겠지.


"그... 그, 그걸 먼저 알려주셨어야..."


"그냥 닥치고 있어. 나도 그것 때문에 미안해서 짜증나니까."


"미안합니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로 바닥에 앉았다. 표정은 여전히 구겨진 채로.

그리고 미간을 잡으면서 말했다.


"이제 뭐, 그림자들 사냥할때 너까지 신경쓰게 생겼어.

협회에서 나를 물량이 많은데나 전투력이 필요한데만 보내는데 어쩔꺼야?"


"...미안합니다. 밖에 할 말이 없네요."


"마음 같아서는 너 쫓아내고 싶은데, 너 하필 대체복무라며."


"네? 군인들도 사고치거나 괴롭힘당하면 자리 옮길텐데."


"넌 옮기기 힘들어. 자료가 협회 말고도 국방부에도 있어서. 사실상 내 힘으로는 불가능해. 난 단순한 사수거든."


큰일났다. 

그럼 앞으로 흔히 말하는 꼽창짓을 당하면서 지내야하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그녀가 말했다.


"후... 이 스트레스를 풀려면 널 좀 괴롭혀야 하는데 그건 싫지?"


"당연하죠..."

거기다 당신 탓도 있고.


"내 잘못도 있고 하니까 부탁 하나 들어주면 앞으로도 잘해줄게."


"뭔데요?"


"앞으로 날 주인님이라고 불러."


장난이겠지?

"주인님."


"허. 너 처음만났을 때도 그렇고 참 빠꾸없구나? 거리낌이 없어."


"까라면 까야죠 뭐."


"다시 주인님이라고 해봐."


"... 주인님."


"좋아. 넌 이제 내꺼야. 후후."


장난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취향이었던 것인가.


"... 밖에서도 주인님이라고 할까요?"


"음...  그건 보기 그러니까...

아, '누나'라고 하는건 어때?"


"네?! 제가 몇살인지 모르는거 아니죠?"


"아니, 알아. 내가 몇 살 연상이니까 누나라고 불러보렴. 저번에도 말했으면서?"


"..."

술마셨을때... 그 이후로 그게 자꾸 기억나서 이불 걷어찼었는데.


"왜 안해? 밖에서도 주인님이라고 할까?


누나라고 부르면 생긴 것 처럼 어울릴 것 같은데?"


"그거... 콤플렉스란 말이에요. 맨정신으로는..."


"요체 쓰는것 부터 그만하는게 어떨까? 자, 누나라고 해봐?"


"... 누나."


"아~ 듣기좋아. 귀여워라. 술마시고 듣고나서 얼마나 다시 듣고싶었는지."


그러면서 내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솔직히 기분나빴는데 쓰다듬으면서 떠오른 그녀의 표정이 너무 이뻐서 참았다.

결국 이것도 익숙해지겠지...


"오늘은 늦었으니까. 자고 가. 맥주사줄게."


"네?!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요?"


"닥치고."


"... 알았어요."


"주인님은?"


"... 느...즈인닝..."



... ㅎ



"그런데요. 왜 다른 사수분들은 그걸 몰랐어요?"


"내 추측이었거든. 확실하지도 않았고. 

널 관찰하면서 어느정도 확신을 가지게 됐지만."


"그럼 그걸 왜 알리지 않는거에요?"


"그걸 보고하면 분명 어떻게 알아냈나부터 시작해서 나한테 부담이 너무 커져. 확실하지도 않았고."


"그것도 당ㅅ... 주인님의 능력이나 비밀이랑 관련있는건가요?"


"맞아. 그러니까 비밀이다? 아 피곤해...

... 미안해. 내 말 잘 들어준건 네가 처음이라서, 가만히 있으면 안전할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네.

어떡해. 이젠 목숨이 노려질텐데... 미안."


"... 이런 말 하는거 보니까 취하셨나보네. 안녕히 주무세요."


"응, 잘자."



그 뒤로 고의적인 괴롭힘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그녀가 내 행방에 집착하게 되었다.


"넌 이제 그 새끼들 한테 공격받게 생겼지,

내가 없을때 니가 그림자한테 죽으면 책임은 누가져?

난 책임지기 싫거든."


그러면서 일 없을 때에도 재깍재깍 문자 보고 보내야하고,

슈퍼 가는것도 알리고, 피방가는것도 알리고, 술집은 그냥 못가게 하고.


아예 일주일 뒤에는,


"안되겠다. 너 이제부터 출근 우리집으로 해라.

아니, 아예 우리집에 와서 살아."


라고 했다.


"이게 다 너 걱정되서 하는거야. 

저번에도 내 말 안듣고 주먹질 하다 이지경까지 왔는데.

또. 내말. 안들을거야?"


그 말을 하는 그녀의 표정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내가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니 그녀가 뒤이어 말했다.


"집에만 가둬놓으려는줄 알아서 그래?

아니야. 안그럴거야. 어디든 갈 수 있어.

대신 내가 항상 붙어 다닐거야. 슈퍼를 가든, 맛집을 찾아가든, 옷을 사든.

아, 술집 가고싶으면 말해. 같이 가줄게."


"... 제 프라이버시는ㅇ..."


"방도 있어. 비는방. 내줄테니까 거기서 살아. 개인공간은 보장해줄게. 방에도 함부로 안들어갈거고. 유사시엔 내가 부수고 들어가면 되니까.

너 어차피 자취하잖아. 왜 안오려는거야?"


"안가려는게 아니라..." 


지금 당신의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라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좋아. 그럼 내일부터 옮기는거야. 오늘 집 비지? 가서 짐 싸는거 도와줄게. 내가 잘 자리 정도는 있겠지?"


"네?!"


"싫어?"


"...아뇨, 넵. 감사합니다."


솔직히 이해는 간다. 나도 죽기는 싫다.

근데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