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쯤에 일본어 공부한다고 번역했던건데 ㅋㅋ






악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것은 지금부터 반 년 정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밤에 자고 있으면 기묘한 꿈을 여러 번 꾸게 되었다. 꿈 속에서 꿈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꿈을 자각몽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 자각몽에서 나는 낯선 건물 안에 있었다. 
물론 그 건물에 대한 기억은 없다. 애초에 나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게 희미해져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건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반드시 누군가와 만난다. 용모는 모두 각자 다르지만 만나는 사람은 모두 여성이다. 
물론 그녀들도 희미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에 뚜렷한 모습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 쫓기면서 건물 안을 필사적으로 도망쳐다닌다…….

이런 기묘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꿈으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어 있을 때에 환청이 들리게 되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다. 
단지 그 소리는 쓸쓸한 것 같고,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 방에 있을 때만 들렸고, 밖으로 나와 있을 때는 들리지 않았으니까 딱히 신경 쓰고 있지 않았지만, 그것도 지금에 와서는 사시사철 들리기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가 되어 있다.
딱히 심령 스포트에 말한 적도 없고, 그런 쪽의 일도 하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오늘, 나는 자칭 최강의 영능력자인 친구에게 상담해서 방을 영시하게 했다. 
그러자 친구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얼굴이 새파래졌고, PC가 위험하다는 말 한 마디만 남기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PC는 3년 정도 전에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 구입한 것으로, 때때로 새로운 부품을 구입해 커스터마이즈하거나 하면서 지금도 애용하고 있다. 
그 PC가 기묘한 꿈과 환청의 원인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지금도 이렇게 PC를 사용하고 있지만 딱히 영장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은 없다. 환청도 지금은 들리지 않고 있다.

문득 마음에 드는 란을 보고 있자 어떤 사이트에 눈이 멈췄다.
칸코레……정식 명칭은 함대 콜렉션. 실제로 존재하는 함대를 의인화시킨 온라인 소셜 게임. 
2년 정도 전부터 시작했고, 반 년 전부터 전혀 플레이하고 있지 않다. 
초기에는 과금을 많이 하고 있었지만 정신이 들자 열기가 식어 조금씩 플레이하지 않게 되었고, 이윽고 완전히 방치해 그 존재조차도 잊고 있었다. 
이겼을 때에 캐릭터를 칭찬하거나, 대파해서 입거했을 때 내 착오로 생긴 피해에 사죄하거나 배려하는 말을 하거나 한 것은 약간의 흑역사다.

「함대 콜렉션인가……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리움으로 오랜만에 진수부(게임)에 착임(로그인)한다. 
그리운 화면이 표기되고 전함의 로드 화면에 바뀐 뒤, 메뉴 화면을 표시하기 위해 한 번 화면이 검게 물들었고――거기서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잃기 전에 본 것은 화면으로부터 뛰쳐나오는 무수한 손이었다.



「……헉!」

눈을 뜨고 나서 나는 황급히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본다. 전혀 모르는 세계가 시야 가득히 펼쳐져 있다.
여긴 어디야!? 나는 왜 여기에 있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혼란해지는 사고 회로. 
일단 침착하게 하기 위해 눈을 감고 심호흡을 몇 번이나 행한다. 
긴장으로 흐트러져 있던 고동도 진정되기 시작하면서, 혼란해져 있던 사고 회로도 냉정함을 되찾는다.
어쨌든 우선은 상황 분석이다. 나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짓말……이지?」

믿을 수 없다. 나는 꿈 속에 있는 걸까?
낯설다고 생각하고 있던 세계는 내 기억 안에 있었다. 나는 이 방을, 장소를 알고 있다. 
푸른 커튼이 쳐진 창문으로 보이는 낯선 항구는 물론, 푸른 카펫도, 벽에 장식된 스테인드 글라스도 본 적이 있다.
여기는 요코스카 진수부……내 진수부다. 방의 내부 장식은 내가 코디네이트한 것과 완전히 똑같다.
다시 사고 회로가 혼란해지기 시작한다. 당연하지. "게임의 세계"에 있다는 걸 알면 누구나 혼란에 빠질 거다.
그때 집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에 책상 아래로 숨는다. 약간 늦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펫이 깔린 바닥을 밟는 발소리가 가까워져온다. 아마 진수부에 있으니까 들어온 것은 함선 소녀겠지. 
그러나 그것을 확인할 용기는 나에게는 없다.
입실자는 말 없이 멈춰선다. 바로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기척. 왜 움직이지 않는 거지? 책상 저편에서 뭘 하는 거야? 
기분 나쁜 고요함에 등골에 오한이 느껴진다. 거기서 오로지 계속 참고 있자, 이윽고 기척이 멀어져가는 것을 느꼈다.
포기했나……. 그렇게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제독, 숨박꼭질하고 있는 거야?」

「우와아아아아아악!?」

책상을 들여다보는 기척의 주인에게 나는 비명을 질렀다.

「왜, 왜 그래, 제독! 유우다치가 뭔가 한 거야!?」

「뭐……? 유, 유우……다치……?」

들은 적이 있는 이름과 목소리에 냉정함을 조금씩 되찾아간다. 재차 기척의 주인이자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녀를 본다. 
붉은 눈동자에 동물 귀 같은 곱슬 금발, 하얀 머플러와 중2병 같은 차림을 하고 있는 것은 구축함인 유우다치, 정확히는 2차 개장형이 거기에 있었다.
무서워하고 있는 나를 보고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곱슬로 된 부분이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다.
일단 책상에서 나온 나는 유우다치의 머리를 살짝 어루만졌다. 
쓰다듬고 있는 손에서 전해져오는 낯간지러운 머리카락의 촉감, 그리고 체온은 여기가 현실 세계라는 걸 알려준다. 
한편 머리를 어루만져지고 있는 유우다치는 기분 좋게 웃음을 띄우고 있다. 
정말로 강아지 같은 반응에 이상한 버릇이 생겨버릴 것 같아진다.

「그런데 제독, 왜 책상 아래에 숨었어?」

「뭐!? 아니, 그건 그……, 왜일까.」

「? 그것보다 제독. 슬슬 점심 시간이니까 같이 밥 먹으러 가자! 다들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어!」

「아, 그래…….」

유우다치가 손을 잡고 이끄는 대로 나는 집무실을 뒤로 했다.
더욱 더 이유를 알 수 없게 되어간다. 확실히 유우다치 2차 개장형은 소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게임 안에서의 이야기고, 현실에서 유우다치와 아는 사이가 된 기억은 없다. 
그러나 아까 본 집무실은 확실히 내가 코디네이트한 집무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 손을 잡아끌고 있는 유우다치는 내가 키워온 유우다치일까?
역시 알 수 없다.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에 식당에 도착해 있었다.
유우다치가 문을 연다. 정오라 그런지 식당은 많은 함선 소녀들로 떠들썩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도 또한 내가 보유하고 있던 함선 소녀들뿐이다.

「Hey, 제독! 드디어 만날 수 있어서 기뻐Yo!」

제독 LOVE파 중 하나인 전함 콩고가 뛰어들어왔다. 
상냥하게 포용하는 그 손에서는 이 손을 떼어놓지 않겠다는 집념 비슷한 것이 느껴진다.

「콩고 언니, 진정하세요. 거기다 드디어 만났다고 해도 매일 같이 만나고 있었잖아요.」

「하지만 제독을 만날 수 있어서 하루나도 기뻐요!」

키리시마에 이어 하루나가 온다.
일부러 식사를 멈추면까지 와서 응석부려오는 함선 소녀에게 당황하고 있자, 옆에서 누군가가 손을 잡았다. 
시선을 향하자 정규 항공모함 중 하나인 카가의 모습이 있었다. 확실히 로그인을 멈출 때 비서함으로 설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제독, 식사하러 오셨다면 여기 빈 자리가 있습니다. 아카기 씨도 기다리고 있으니 부디 이쪽으로.」

「아, 그래……고마워, 카가.」

「……역시 기분이 고양되는군요.」

「그, 그래?」

주위에서 야유하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난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인 카가에게 손을 잡아끌려 빈 자리에 앉혀진다. 
맞은편에는 이미 폭음 폭식을 하고 있는 아카기가 있고, 그 옆에 카가가 앉는다.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주문하고 있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급양함인 마미야가 요리를 가져왔다. 
아무래도 오늘은 고등어 된장을 넣은 조림요리 정식인 것 같다. 우연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여기 가져왔습니다. 제독, 남기지 말고 드셔주세요.」

「아, 네……고맙게 먹겠습니다. 마미야 씨.」

「앞으로 매일 노력하면서 요리할게요.」

기분 좋게 주방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본 후 우선 식사를 하기로 한다.

「제독, 옆에 앉아도 돼?」

「즈이카쿠, 너무 제독을 곤란하게 하면 안 돼.」

5항전의 즈이카쿠와 쇼카쿠가 온다. 대답하는 것보다도 빨리 오른쪽 옆에 앉는 즈이카쿠. 
그런 여동생을 나무라면서도 반대쪽에 앉는 쇼카쿠. 이것에 카가가 반응했다.

「왜 제독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옆에 앉는 거지?」

「어디에 앉든 카가 씨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거기다 제독은 저와 쇼카쿠 언니가 앉아도 화내지 않았으니까요.」

「저, 저기……폐가 되나요, 제독.」

「어? 아니, 그, 난 별로 신경 쓰지 않으니까 괜찮아. 쇼카쿠.」

명백히 불쾌한 표정을 하는 카가에게 우쭐거리는 미소를 짓는 즈이카쿠. 
약간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2항전의 히류와 소류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더욱 더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런 의문은 마미야가 만든 고등어 된장을 넣은 조림요리가 잊게 했다.



식사를 끝내고 끊임없이 얽혀오는 함선 소녀들을 상대하면서 나는 다시 집무실로 돌아와 상황을 정리했다.
어느새 게임 안의 요코스카 진수부에 제독이 되어 있고, 진짜 함선 소녀들의 뜨겁고 격렬한 어프로치를 받으면 그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과연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응? 너, 너는……」

문득 기척을 느끼고 뒤돌아보자, 거기에는 에러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어딘가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있는 그녀에게 나는 말을 건다.

「이, 이봐. 무슨 일 있었어?」

「제, 제독, 도망치세요. 이대로는 제독은 두 번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어요.」

「? 무슨 소리야?」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빨리 진수부 밖으로 나와주세요, 지금이라면 아직――」

그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짧은 비명을 내면서 모습을 감추는 에러 소녀.
이어서 노크한 인물이 집무실에 들어왔다.

「어? 지금 아까 누군가와 이야기하지 않았어?」

들어온 것은 키타카미와 오오이였다.

「아니, 딱히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았어. 조금 작곡 중인 노래의 프레이즈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와, 제독. 기분 나빠요.」

「왜 프레이즈를 생각한 것만으로 기분 나쁘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거지…….」

「음~……이미지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보다 정말로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은 거야?」

「꽤나 끈질기게 캐묻는군. 그러니까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잖아.」

「정말인가요? 제독. 다음에 거짓말을 하면 후회하게 될 거예요.」

「너, 너 좀 무서워. 오오이……」

평상시와 변함없는 마이 페이스인 모습으로 접해오는 키타카미와 위압감이 흘러넘치는 미소를 띄우는 오오이. 
그런 그녀들의 눈은 기분 탓인지 빛을 잃고 검게 탁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느낌이 내 마음에 공포심을 낳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그것보다 오늘 예정은 어떻게 되어 있어? 
한가하면 연습하거나 훈련하거나 하는 게 어때? 뭐하면 내 일을 돕는 것도 괜찮은데?」

「에~, 난 서류 일은 좀~.」

「우와, 업무로 괴롭히는 겁니까? 최악이네요.」

「너희들, 당장 나가!」

키타카미와 오오이를 집무실에서 내쫓고 나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그 둘이 무슨 용무가 있어서 왔는지 결국 알 수 없었다.
하지만……에러 소녀의 모습과 말이 마음에 걸린다.

「……서둘러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제독, 잠깐 괜찮을까요.」

이번에는 아카기가 내방해왔다.

「보크사이트라면 여기에는 없어.」

「너무해! 전 딱히 음식을 먹고 싶어서 온 게 아니에요! 거기다 보크사이트라면 벌써 먹었다고요!」

「먹은 후였냐! 뭐 상관없어. 그것보다 무슨 일이야?」

「아니요. 다만, 조금 불안해져서……」

「불안? 이봐, 아카기!」

갑자기 아카기가 포옹해왔다. 꼭 껴안은 그녀의 팔은 상냥하고 따스했고,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조금씩 떨고 있었다.

「왜 그래, 아카기? 너답지 않게.」

「제독이 말하는 저답다는 건 어떤 저를 말씀하시는 거죠?」

「보크사이트의 여왕, 대식 챔피언.」

「……부정은 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저도 보통 여자라고요. 조금 상처받았어요.」

「나중에 마미야 아이스를 줄 테니까 기분 풀어.」

「먹을 것으로 낚으려고 하지 마세요! ……하, 하지만 주신다고 하면 고맙게 받겠습니다.」

역시 아카기는 대식가 캐릭터다.

「그래서, 뭐가 불안한데?」

「……또 제독이 이 진수부를 떠나버리는 건 아닌지……그런 불안이에요.」

「…………」

「제독, 전 당신을 한 사람의 이성으로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요……그렇게 말한다면 어떻게 생각하실 건가요?」

「병원에 데리고 갈까.」

뜻밖의 발언을 한 아카기에게 나는 무심코 병원에 데려갈 것처럼 되었다.
그 아카기한테서, 식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 보크사이트의 여왕한테서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왜 절 그렇게 취급하시는 거냐고요!?」

「그야 넌 꽃보다 경단 계열로 취급받고 있고, 실제로 연애에 관심이 없는 이미지가 있었으니까!」

「큭……대식가인 것이 지금은 슬프군요――하지만 정말로 사랑하고 있어요.」

「진심이냐.」

「제독은 정말로 상냥하세요. 승리를 하면 함께 기뻐하고, 손상되면 저희들을 누구보다도 신경 써주셨어요. 
대파되어서 적의 주력 함대를 눈앞에 두고도 저희들을 최우선으로 해주셨지요……그런 제독에게 연정을 품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요.」

「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그 당연한 일이 저희들에게는 매우 기뻐요.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접촉할 수 있어요…….」

흉판에 뺨을 기대오는 아카기. 그 갭의 차이에 무심코 빠져버렸다.
긍지 높은 일항전이라도 역시 아가씨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다만 지금의 아카기의 말에서 헤아리자면, 마치 화면의 저편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계속 당신과 직접 이야기하고 싶어, 접촉하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내온 것은 저만이 아니에요. 
카가 씨도 콩고 씨도, 이 진수부에 있는 모두가 제독의 사랑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통한 거겠죠. 
……후후, 이런 행복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예요.」

「아카기, 그건……」

「제독은 더 이상 저희들을 두고 어디에도 가지 말아주세요. 계속 이 진수부에 계시면서 저희들을 이끌어주세요. 
심해서함은 저희들이 한 마리도 남김없이 처리해보일게요. 그리고 평화롭게 되었을 때에는 저희들을 아내로서 맞이해주세요.」

「아, 아카기……?」

얼굴을 올려다보는 아카기. 그 눈동자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 빨려들어가버릴 것 같을 정도로 심연의 어둠처럼 탁해져 있었다.

「……이제 수련 시간이니 다녀오겠습니다.」

「아, 그래…….」

천천히 멀어지는 아카기. 그리고 상냥하고 사랑하는 여자의 얼굴을 하면서 조용히 퇴실해 갔다. 눈동자를 검게 탁해지게 한 채로…….
키타카미와 오오이, 그리고 아카기도 무언가가 이상하다.
그리고 아까 한 말을 고찰하면 역시 여기는 게임의 세계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요코스카 진수부의 제독이라고 말하는 하나의 세계. 
인간의 강한 마음은 때로는 세상의 상식을 뒤집는다고 자주 말하지만, 설마 거기에 말려들어가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현실 세계와 이 세계는 링크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러 소녀의 말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나는 이 세계에 오래 머무르고 있으면 돌아갈 수단을 완전히 잃게 된다.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다. 그녀들이 이상할 정도로 날 따르고 있는 것은 기쁘지만, 내가 있을 곳은 이 진수부가 아니다.
나는 조용히 집무실을 뒤로 했다. 
게임에서도 없었던, 왜인지 장식되어 있던 일본도――칼날을 보는 한 진짜인 것 같다――를 일단 가지고 가는 것이 좋겠지.



에러 소녀는 진수부 밖으로 나오라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그렇다 쳐도, 이대로 진수부에 있는 건 좋지 않다고 육감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어, 사령관. 어디로 가는 거야?」

제6 구축함 멤버와 우연히 마주친다. 특히 이나즈마는 가장 먼저 선택한 구축함이기도 하다. 
그 귀여운 말투에 매료된 것은 좋은 추억이다.

「이, 이나즈마구나. 잠깐 공창이나 군항을 돌아보러 가려고 생각해서 말이야.」

「그럼 이나즈마도 함께 가는 거예요!」

「나도 함께 가주지. 레이디니까.」

「아니, 단순한 순찰이니까 나 혼자로 괜찮아. 그것보다 나중에 연습을 행할 예정이니까 준비를 해둬.」

「알았어, 사령관. 하지만 약속을 내팽개치거나 하지는 말아줘.」

「알았어, 히비키……아니, 베르누이였지.」

「히비키라 불러도 돼. 나는 베르누이인 것과 동시에 사령관만의 히비키니까…….」

제6 구축함과 헤어져 그대로 밖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멀리 보이는 바깥과 진수부를 연결하는 경계선인 문. 그 문의 저편의 경치는 어딘가 희미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기로 기어들어가면 나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이봐, 어디로 갈 생각이야? 제독.」

「텐류와 타츠타냐…….」

고개만 돌려서 보니 경순양함인 텐류와 타츠타가 있었다. 그 차림에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
다른 함선 소녀들은 의장을 전개하고 있지 않았는데, 둘은 의장을 전개하고 있다. 
각자 손에 쥔 태도와 언월도가 햇빛을 받아 수상하게 빛나고 있다.

「제독인데 업무를 팽개치고 나가려고 하면 곤란하지~.」

「……급한 볼일이 생겼어. 금방 돌아올게.」

「그렇게 말하고 또 우릴 놔두고 어딘가로 갈 생각이지!?」

텐류가 격렬한 분노를 부딪치듯이 외쳤다.

「텐류, 너…….」

「알고 있어? 제독. 네가 진수부에 오지 않게 되고 나서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아주 난리였다고~? 방에 틀어박히거나, 하루종일 집무실에서 멍하니 지내거나. 그 중에는 분풀이로 물건을 부수거나 하는 아이도 있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드디어 제독이 돌아왔고, 그것을 안 모두가……우리가 어떤 심정이 되었는지 넌 상상할 수 있겠어……!」

「그건……」

「그래서 모두와 이야기했어……제독이 돌아오고 나서 만약 나가려고 하면 평생 나갈 수 없게 가둬놓자고.」

「그러니까 제독~……각오하세요~?」

무기를 쥐는 둘. 그 눈동자에는 이미 빛은 머물지 않았다.
나는 공포에 몰렸고――곧바로 냉정함을 되찾고 태도를 조용히 뽑았다.
태도를 쥔 텐류가 다가온다. 타츠타가 그 뒤를 따른다.
태도에 의한 참격, 그리고 약간 늦게 언월도에 의한 찌르기가 반복된다. 
일격으로 쓰러뜨릴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피하면 절묘한 타이밍으로 날린 제2격으로 제압하려는 거겠지. 
자매함이라는 점에서 그 콤비네이션은 정확하다.
그러나――

「흠.」

나는 그 공격을 파악하면서 간격을 둔다.

「텐류우우우우우, 타츠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태도를 쥐고 땅을 박찬다.

「이런 것으로……이 나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아아아아아아!!」

칼을 휘두른다. 물론 노리는 것은 그녀들이 아니라 몸에 걸치고 있는 의장이다. 
여자를 상대로, 그것도 함께 싸워온 소중한 동료를 다치게 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크읏!」

「싫다~양복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중파 상태가 되는 텐류와 타츠타. 
역시 단순한 태도와 인간이라는 것만으로는 대파에까지 몰아넣을 수 없다. 
그래도 상대의 전력을 충분히 없앨 수 있었다. 이 상황이라면 생각대로 공격할 수 없겠지.
나는 몸을 틀어서 문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나간다.
그 전방을 하늘에서 강습한 함재기에 의한 폭격이 막았다. 직격은 맞지 않았지만 폭염에 의한 열과 충격이 전해져 온다.
지붕을 보자 소지하고 있는 항공모함 전원이 활이나 두루마리 등을 손에 들고 서 있다.

「여기는 지나가게 할 수 없습니다.」

「카가……거기다 다들!」

「어라, 어라어라. 어디로 가려는 거지? 제독.」

「집무실은 저쪽이다.」

「무츠……나가토냐!」

「제독, 저희를 잊으시면 곤란하다고Yo!」

「히, 히에―……콩고 언니가 매우 불타오르고 있어.」

「콩고형 4자매도 등장하다니, 엄청난 난관 게임이나 마찬가지잖아…….」

뒤에서 다가오는 전함조. 거기에 맞춰 나머지 멤버가 모두 온다.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그리고 그녀들 모두의 눈동자는 어둠처럼 검게 탁해져 있다.

「제독……또 우릴 두고 어딘가로 가는 거야?」

나가토가 캐묻는다.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지 생각하고 있는데 필사적이라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이어서 다른 이들이 입을 연다.

「하루나, 매우 외로웠어요. 그러니까……제멋대로인 행동은! 하루나가! 허락하지 않겠어요!」

「제독, 나와 함께 야전……하자?」

「제독, 더는 놓지 않겠다쿠마…….」

「철저하게 몰아넣어주지…….」

마침내 지금이 되고 나서야 이해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들은 오래 방치해버린 탓에 정신이 완전히 병들어버리고 있다. 즉 얀데레화하고 있었다. 
지금의 그녀들은 제독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다소 손상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래서는 완전히 끝이다. 달아날 곳은 없다.

「제2차 공격대, 전기 발함!」

아카기의 호령과 함께 지붕 위에 있던 항공모함조가 일제히 함재기를 날렸다.
하늘을 뒤덮을 만한 대량의 함재기――스이세이의 폭격이 나를 덮쳤다.
직격은 맞고 있지 않지만, 이 폭발에 의한 충격과 엄청난 열기에 내 의식은 한순간에 날아갔다.
의식이 완전히 희미해지기 전에 보인 것은 황홀한 얼굴을 한 그녀들의 손이 뻗쳐오는 광경이었다.
아마 나는 어떤 의미로 최고의 행복을 얻겠지. 그 대가로 자유를 박탈당하겠지만.
이 진수부에서 나는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 그런 불안과 약간의 기대를 가슴에 품고 나는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