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arca.live/b/yandere/9357397?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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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어, 오늘은 고블린을 3마리나 잡았네."




   아침부터 점심까지의 마물사냥을 끝내고 모험가 길드로 돌아오는 길에 난 그렇게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고블린은 희귀개체. 주로 동굴이나 깊은 숲속에 서식하여서 자주 마주치지 못한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일생에 고블린을 한 마리 볼까 말까한 수준이다. 그런 고블린을 난 오늘, 그것도 아침부터 점심이란 짧은 시간 안에 3마리나 잡은 것이다. 




   고블린 한 마리 자체의 전투력은 그리 쎄지 않으나 그들의 진짜 힘은 적어도 5명 이상 모여있을 때 발휘된다. 쉴새없는 게릴라식 싸움에 정신에 혼란을 주는 전투방식. 고블린은 밖에 돌아다니더라도 여러마리로 몰려다니기 때문에 더욱 효과는 배가된다. 다행히도 난 고블린을 4마리 밖에 마주치지 못했다. 잡은 건 3마리이고 1마리는 내가 한 눈을 판 사이에 깊은 숲 속으로 도망친 것 같다. 




   숲에서 왕도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기껏해야 걸어서 10~15분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쯤 사냥을 끝내면 적어도 모험가 길드에 점심시간 안에는 도착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숲을 빠져나가고 있을 때 옆쪽 수풀 너머에서 어떤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고블린 시체들을 자리에 내려놓고 무성히 자란 가지들을 쳐내며 소리의 근원지까지 다가갔다. 비명소리는 꽤 가까운 거리에서 들렸다. 혹시라도 늦으면 안될까봐 조금 속도를 올렸다.



 

   눈을 가리는 마지막 나뭇가지들을 훑어내 보니 드디어 그 목소리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리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 여성 한명과 성인 남성 여럿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실버 팽(은빛 늑대) 한 마리. 아마 아까의 소리는 틀림없이 이 여성이 낸 것이리라.  




   나는 일단 위험한 상황이라고 결론을 내린 후, 즉시 옆구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 실버 팽에게 달려들었다. 실버 팽의 가죽은 무지 단단해 일반 칼로는 기스조차 낼 수 없다. 그러기에 특수 제작된 칼날을 가진 검으로만 베어내야 한다. 다행히도 나에겐 성녀 아이시스씨가 특별히 주문제작해 준 신의 가호가 깃들어 있다는 단검이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실버 팽의 옆구리를 단검으로 내리친다. 마구잡이로 내려치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약점만 캐내어 공격하는 것이다. 실버 팽도 치명타를 입었는지 심하게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고 있다. 실버팽의 특별한 반격은 없었다. 가끔씩 앞발을 들어 나를 향해 강하게 휘두르긴 하였지만 이미 데미지를 많이 입은 상태라 별로 위협적이진 못했다. 




   몇 분후, 실버 팽이 쓰러졌다. 나도 몇 번을 실버 팽에게 단검을 찔러넣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단지 아는 것은 생각보다 실버 팽이 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도 이상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딴일에 시간을 빼앗기면 안된다. 여성의 상태가 위독하다. 




   실버 팽에게 몇 번 물어뜯긴 듯 옷은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고, 발목은 조금 돌아가 있었다. 이따금씩 토혈을 하기도 했고, 왼쪽 팔은 붙어있는게 신기할 정도로 너덜너덜해 있었다. 그보다 이 여자, 엄청난 미인이다! 성녀님과 동급, 아니 그 이상으로 아름답다.



   ...조금 붉어진 듯한 볼을 필사적으로 감춘 후, 얼른 여성을 등에 업어 왕도까지 향했다. 



   잡은 고블린들은 조금 아깝긴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출발하기 전, 급한대로 약초를 빻아 가루로 만든 후, 물에 섞어서 여성에게 먹였다. 여성은 이미 의식을 잃은 지 오래고, 회복약을 먹은 뒤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등에 업혀있는 동안 조금씩 움직이는 듯한 반응도 보였지만, 눈에 띌 만한 변화는 아니었다. 



   왕도와 숲이 가까운 탓에 아이시스씨가 있는 교회까진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여성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다행히도 아직 숨은 붙어있는 것 같았다. 무의식적인지 여성은 한쪽 팔로 내 몸을 꼭 안고 있어서 달리는데 조금 불편했지만, 시민들의 도움도 있어서 어찌저찌 교회까지 올 수 있었다. 



   교회의 문을 열고, 힘차게 성녀님의 이름을 불렀다.



   "아이시스씨!! 있으십니까!!!"



   교회 내부에 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자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수초 뒤 제일 끝쪽의 쪽방에서 먼지를 몸에 두른 성녀님이 천천히 나왔다. 



   "무슨 일이시죠?"



   아이시스씨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과 먼지를 닦으며 기지개를 킨 후, 양 볼에 살짝 미소를 띈 채 나를 맞아주었다. 전신이 더러워져 있어도 역시 그녀의 미모는 변하지 않았다.



   "사람이 다쳤어요. 당장 힐을!!"



   그녀는 '사람?'이라고 중얼거린 뒤 시선을 내 등 뒤로 향했다. 나는 그녀가 잘 보이도록 등을 돌려 여성을 아이시스씨에게 보여줬다.



   "이게...무슨"



   아이시스씨는 충격을 받은 듯,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프람씨, 얼른 환자를 이쪽에."



   아이시스씨는 내 손목을 잡고 아까 전, 그녀가 나왔던 쪽방을 가리켰다. 아마 저쪽이 치료실인 것 같다. 



   나는 업혀있는 여성을 데리고 쪽방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아이시스씨가 내 앞을 한 손으로 가로막고선 생각지도 못할 말을 내뱉었다. 



   "프람씨는 여기 계셔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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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프롤로그에 이은 본편입니다.


딱히 프롤로그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만...그래도 봐주세요... 


처음써보는 소설이라 그런지 많이 힘드네요..

   

지금은 '폭풍전야' 라는 느낌이랄까ㅎㅎ 앞으로 나올 것도 편하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