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람항로 얀데레 팬픽 소설

메이드장 경순양함 벨파스트

비서관 경순양함 시리우스


KAN-SEN이 뭐냐면 함선을 부르는 이름임

칸코레의 칸무스 같은 것



"비서관의 변경을 신청하러 왔습니다"


지휘관실에 들어선 그녀, 벨파스트가 한 말이였다


그에 대해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소파에 앉아 있던, 아마도 화제의 중심인 비서관 시리우스였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벨파스트를 응시했다


"갑자기 왜 그래?"


귀찮은 일이 생겼군...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다


나는 작업 책상에서 시리우스와 짝을 이루듯 소파에 앉아

벨파스트에게도 앉으라며 손짓을 건넸다


벨파스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시키는 대로 소파에 앉았다


"시리우스는 로열네이비의 메이드로서 능력이 부족합니다

전쟁터에서 엄청난 전과를 올렸다고 해도, 비서관과는 또 다른 것입니다"


로열 소속 일부 함선들은 메이드로서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그런 자들을 비서함으로 놔둬야.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는 얘기를

다른 선배 지휘관들로부터 많이 들은 적이 있었다


실제로 청원을 하러 온 벨파스트는 메이드장으로서

주변을 관리할 책무를 맡고 있었다

그녀의 능력 또한 자타가 공인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한편, 그녀의 말에 우물쭈물하면서 이를 갈던 시리우스는

음... 메이드복은 입었지만, 능력에 관해선 미안하지만 낙제점이였다

전투에 있어선 매우 믿음직하지만

메이드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메이드로 일하는 벨파스트는 물론

다른 메이드들과 비교한다면, 능력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낮을 것이다


현재는 최소한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

비서관으로서의 시간의 대부분을 소파에 앉아서 보내고 있었다

옛날에야 여러가지를 시켜봤지만

몇 번이나 중요한 서류를 찢거나, 홍차를 망치는 통에

결국 두손두발 다 들고 말았다


"그래서 비서관 변경을 신청하러 왔습니다"


벨파스트는 내 옆에 섰다

긴 은발과 단정한 외모 때문에 도저히 메이드 같지 않아 보였다

마치 어딘가의 귀족 같았다

그런 그녀에게 메이드 옷이 어울리는 건, 분명 행동거지 일 것이다


"저도 열심히 하고 있다구요"


수줍으면서도, 당황한 것인지 한 손을 살짝 올리고

자신의 변호를 하는 시리우스였다

그녀 역시 미인으로 평가받는 함선이지만

메이드복이 어울린다고는 생각하진 않았다

오히려 전투복이 어떨까나...


"시리우스 씨, 당신이 노력하신다고는 하지만

평소 비서관 집무는 전혀 안하신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그건 우리 주인님이 곁에 있기만 해도 안심할 수 있다고

제게 말씀하셨기 때문이에요!"


당연하지, 적어도 서류는 무사할테니까


"비서관인 이상 서류의 정리나 연락, 스케줄의 확인

주인님의 컨디션 관리 등, 사무적인 업무는 매우 다양합니다만

당신은 그 중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아, 저는..."


그녀는 손가락을 접고 세면서 중얼거렸다


"하아..."


큰 한숨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이러다간 내 체면이 안 서겠군


"괜찮아, 벨파스트"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잇는 그녀에게 눈을 돌렸다

내가 시리어스를 옹호하는게 마음에 안드는지

순간적으로 시선이 따가워진 느낌이였다

무언의 초조함을 피부로 느꼈다


너무 성실한 것이 그녀의 결점이다

그래도 분명, 그만큼 나를 걱정해 주고 있는 거겠지


"시리우스가 비서관으로 이유는 알고 있겠지?"
 

"네, 이 함대를 둘이서 시작해, 이렇게까지 크게 만든 공적은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생각이 난다


아무 이유없이

나와 시리우스는 오직 땅과 시설만 주어진 채

이 곳의 시설을 맡게 되었다


아마 따돌림을 당한 거겟지

힘들 때가 태산 같이 많았다

하지만 그 만큼 줄거운 일도 있었다


새 함선이 새로 부임했을 때

세이렌들과의 싸움에서 이겼을 때

고민거리들을 모두 힘을 합쳐 해결했을 때

생각하자니 끝이 없었다


그 많은 일들을 하나하나 양식으로 삼으며 앞으로 나아갔고

그 결과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였다

다른 지휘관들보다 뒤지지 않을 정도의 규모가 되었다


그것은 눈앞에서 분한 듯이 노려보는 비서관이나

거기에 대항하듯 차갑게 깔보는 메이드장 같은 

함선들의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저 또한 주인님이 이곳 일에 종사하셨을 때부터 섬긴 몸

고생도 많이 하고, 행복도 늘 함께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벨파스트도 이 곳에 온지 오래되었다

여러가지 경험을 했을 것이다

눈을 깔고 미소 짓는 모습을 보니

적어도 여기 와서 싫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을 놓았다


그 얼굴을 보고

시리우스 또한 입가에 따뜻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녀 또한 여기에 깊은 연민을 품은 몸이다

이 곳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기뻐했겠지


"그러므로 불필요한 고생길은 미리 떼어놔야 합니다"


벨파스트는 꽤 강직한 말투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더 이상 화제를 돌릴 수는 없었다


그런 탓인지 시리우스의 마음도 내려 앉은 듯 했다

반항적인 눈빛은 사라지고, 어느새 주뼛주뼛하기 시작했다


"주인님

처음부터 비서관으로 있던 시리우스에 애착이 가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무 하나가 매우 방대한 양으로

현실적으로 그녀에겐 비서관 자리가 맞지 않습니다.

비서관을 더 우수한 바꿀 것으로 제안드립니다"


"뭐, 네말대로 바빠지고 있긴 한데 말야..."


흘끗 작업 책상을 둘러보았다

서류 더미가 엄청나게 쌓여있었다

함선이 늘어남에 따라, 관리해야 할 영역도 넓어졌다

사무일 자체는 모두를 생각하면 그리 어렵진 않았지만

기분만으로는 일이 끝나지 않았고, 아무래도 시간이 무지 필요했다


물론 오늘 받은 것을 훝어보고

난잡한 서류들을 정리해줄 수 있는 비서가 있다면야

효율이 좋아지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일일이 서류를 뒤지는 수고를 덜 수 있기에

적어도 나는 밤마다 서류 정리의 지옥을 맛 보지 않아도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매력적이지만...


"비서관감이라면, 누구를 말하는 것입니까?"


그저 말을 듣기만 하던, 시리우스는 왠지 그런 것을 되물었다


우수한 메이드장이 일부러 자신의 대원을 탓하러 온 것이다

대답이라니 뻔할텐데


벨파스트는 이미 생각했다는 듯이 대답했다


"외람됩니다만, 저 벨파스트가 적합하지 않을까"


"뭐야!?"


놀라는 시리어스

평소에 감정 기복이 적은 그녀였지만

메이드장 상대로는 단정치 못한 모양이였다


"그저 당신이 비서관이 되고 싶을 뿐이잖아요!"


"아니요, 현재 로열네이비, 양대 유니온, 메탈 블러드, 사쿠라와 아이리스까지

각 함선들과 비교해도, 제가 적당하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뭐 일리는 있다


벨파스트는 완벽한 메이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할 수 잇는 일도 많았고, 처리 속도 또한 빨랐다


하지만 다 좋은 것만은 아니였다

다른 함선보다 뒤쳐지는 분야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 자리에 잇는 뛰어난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는

판단력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상적인 상사이자

그녀가 메이드들을 묶어주는 근거였다


아마 시리우스도 알고 잇을 것이다


벨파스트 말고도, 비서관 자리를 노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녀보다 더 높은 능력을 가진 사람은 생각나지 않았다


벨파스트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잇는 나를 보는 동시에

흰 장갑을 끼고 잇는 손은, 테이블 위로 문질렀다


새하얀 장갑은 아주 조금이지만, 검게 더러워져 버렸다


이런, 큰일났네


"청소도 덜 된 곳에서, 오랜 시간 주인님을 방치시키다니

미지의 병이라도 걸리게 했다간, 어쩌려고 했습니까?

저는 청소 또한 잘 할 수 있습니다"


청소는 내가 했어, 조심할게

...라는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

나는 그저 무표정을 지은 채,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주인님, 늘 당신을 따르는 몸으로서, 벨파스트는 걱정입니다

이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 전 당신 곁에 있어야 합니다

기상 인사부터 취침 준비까지, 모두 저에게 맡겨 주시기 바랍니다

이 벨파스트,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온 몸을 걸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부디 이 벨파스트를 유용하게 쓰시길 바랍니다"


그 때, 내 목덜미에 손이 감겨왔다


"제발요, 달링"


다정함이란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 같은

다른 사람들이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갑작스러운 호칭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게졌다


"다...다..."


달링이 뭐야!?

갑자기 이상한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메이드장님, 너무 주인님을 곤란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시리우스는 눈 앞의 광경을 매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있는 힘껏 내 손에 감긴 벨파스트의 팔을 뿌리치며

나에게 매달리는 듯한 얼굴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랑스러운 주인님"


아까 달링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나 보군, 휴우


"저는 분명 형편없는 메이드 입니다.

그 메이드에게 엄격한 훈육을 해주실 주인 분이 필요합니다

제발... 제발...

메이드의 몸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천한 메이드에게

엄한 훈육과 벌을 주시기 바랍니다.

시리우스 만의 자랑스러운 주인님...."


그녀는 무언가를 요구하는 듯, 눈동자를 촉촉하게 뜨고 잇었다


"안돼요, 시리우스

당신이 주인님을 모시고 싶다면, 메이드로서의 기술을 연마하세요"


"자랑스러운 주인님은 그런 기술을 비서관에게 요구하지 않았어요

시리우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면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를 용서해주셨습니다.

메이드장이 생각하는 만큼, 저의 주인님은 연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매번 주인님으로부터의 지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저 시리우스는, 자랑스러운 주인님 것이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두 함선은 얼굴을 가까이 하면서,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끼어있듯이 앉아있던 나는 한심하게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움츠린 채,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 나 정말 한심하군


무슨 한 마디라도 하면, 안정되지 않으려나하며

그저 수많은 어휘로부터 열심히 문장을 만들려 하고 있었지만

내 앞의 두 함선은 그럴 시간은 없다는 듯, 무언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싸움은 얼마 안가 끝났다

벨파스트가 '그렇습니까'라고 한 발 물러서,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였다


마치 이겼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짓는 시리우스

하지만 그 여유를 보이던 표정은 금새 어두워졌다

작업 책상에 놓여잇던 찻잔을 그녀가 집어버렸으니 말이다


"시리우스, 당신이 홍차를 끓이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그러면서 컵을 입가로 가져갔다


"안돼!!

나도 모르게 외쳐버렸다

여기서 그 홍차를 마시게 할 순 없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말이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컵을 향해 뻗은 손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

내 경악 어린 얼굴을 아무 상관하지 않는 듯이 말이였다

시리우스 또한 식은땀을 흘리며,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


벨파스트는 홍차를 한 모금 머금더니

늘 여유를 보이던 표정을, 일순 고뇌에 찬 얼굴로 바꾸었다

곧바로 컵을 되돌려,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았다

책상에 다시 놓여진 컵은 유난히 강한 반향음을 울렸다


끝나버렸군

그렇게 생각하니, 손은 무력하게 늘어졌다


"시리우스, 이게 뭔가요?"


"물론 홍차입니다"


"아뇨, 홍차라는 건, 그렇게 단 것이 아닙니다"


시리우스는 정해진 시간에 홍차를 만드는 것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었다


시행 횟수가 늘어감에도 불구하고, 홍차의 맛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매우 달거나, 매우 쓸 뿐이였다


패턴은 정해져있었다

달콤하다고 말하면, 다음날은 쓴 맛이 났고

쓰다고 말하면, 다음날은 단 맛이 났다


하다못해 나는 그녀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어디냐고

자신을 속인 채, 그대로 지내기 시작했다


자신을 속이는 것은 싶지만

찻잔을 보고 한숨을 쉬는 그녀를 속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였다

...라기 보다는 적어도 나에겐 무리였다


"오늘은 단 걸 마시고 싶어서, 부탁한 거야"


그래도 발악은 해보기로 했다


"주인님, 온탕실에서 홍차를 준비하는 모습은 여러번 보았습니다

다량의 설탕을 자주 사용하는 것을 본 것도 몇 번인가 있었습니다

예의범절도 모른 채, 그저 남의 모습을 흉내내어

실패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찻잔을 자주 깨뜨리고, 청소도 대충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매번 주인님을 위해 조언을 해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티타임은 기분 전환도 겸해 필요하지만

그 과도한 당분은 몸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뭐냐... 시리우스한테는 이렇게 해달라고, 내가 부탁하는 거야"


"로얄 주최의 다과회에 참석하실 땐, 설탕을 넣지 않고 드셨잖아요"


"...잘 알고 있네"


"저보다 주인님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 대화를 가만히 듣던 시리우스가 다시 개입했다


"하지만 주인님은 그래도 드시고 계시는걸요!"
 

"그게 문제인 겁니다

상냥하신 주인님이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않고 마셔 주고 있는 겁니다

메이드로서는 물론이고, 주인님을 직접 모시는 비서관이 그래서는 안 됩니다"


과연 시리우스도 더 이상은 무리인지, 대꾸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잇었다

그런 그녀에게 어떤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나 또한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수 밖에...


벨파스트는 승리감에 도취된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

혹시 또 책망할 일이 없는지 찾는 것 같았다

책상 위의 산더미 같은 서류들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야단맞을 수 있는 건은 있지 않았다

...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도 나도 궁금하긴 해서, 책장 곁을 조금 살피었다

혹시나 벨파스트가 비서관이 된다면

책도 이름순서대로 해서, 알기 쉽게 해주려나?

그런 상상을 하는 찰나,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잇는 비서관을 보니

역시 더 이상 몰아붙이는 행위를 보긴 싫었다


몇 분 정도 지나, 정신없이 움직이던 발소리가 멈추더니

책상에 있던 찻잔을 다시 집어들었다


"이건 새 걸로 만들어 오도록 하겠습니다

주인님,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내 승낙이고 뭐고, 시리우스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찾잔을 들고 방을 나가려는 벨파스트 였다


적어도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문 앞에서 가볍게 인사하는 벨파스틀 보자, 겨우 입이 움직였다


"난 단 것이 좋단 말야..."


벨파스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한숨과 함께, 안 돼요 라고 말했다


"퍙소 마시고 잇는 홍차는 이 특출나게 단 맛과

특출나게 쓴 맛이니까요

오늘은 제가 끓인 홍차를 즐기시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그녀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두고, 문을 닫았다



벨파스트는 성실한 함선이다

언제나 동료의 생각도 해주면서

동시에 내 일 또한 걱정해주고 있는 것이였다


...아까 달링이라고 한건 일단 놓아두자

뭔가 속이 뒤틀리는 것 같은 느낌이야

다음에 다시 물어보던가 해야지


그것보다 지금은

내 앞의 눈방울을 흘리고 잇는 시리우스 엿다


시리우스 역시 성실한 함선이다

조금 어긋난 곳은 있어도, 언제나 날 염려해주고 있었다

게다가 역시 그녀에겐 특별한 마음도 있었기에

그래서 조금 걱정되는 바가 있었다


손을 뻗어, 살포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고 있었던 거겠지

메이드장인 그녀에게 울고 잇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간

무슨 소리를 듣게 될 성 싶어서...

그리고 내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적어도 사과의 말이라도 해주어야 겠지


"미안해, 말을 계속 듣게해서"


"아뇨... 무능한 메이드인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렇지 않아"


"위로하지 마세요. 주인님"


그러면서도 머리 위의 손을 놓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걱정하지마, 둘이서 열심히 하면 잘 될 거야

안된 적도 있었지만, 잘된 적이 더 많았잖아?"


"...아직도 계속 실수만 저지루는 천한 메이드를 둘 셈이세요?"


"내 옆에 계속 있어줘, 시리우스"


내 말을 끝으로 그녀의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이 또 무너져내렸다


나는 그녀의 목 언저리에 살며시 손을 감고

내 어깨에 밀어붙였다.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린, 그녀의 머리를 몇 번이나 쓰다듬어 갔다


"이 시리어스, 무슨 일이 있어도...

자랑스러운 주인님 곁에 계속 남겠습니다"


그녀는 갸날픈 목소리를 내 귓가에 속삭였다


뭔가 그리움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여기 온 지도 꽤 됐군


바로 옆에서 흐느끼는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도 똑같이 울고 있었다



낙오하여 버려진 그녀

그런 그녀가 모시는 것은 낙오된 지휘관

둘이서 영문도 모르는 가운데 노력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이렇게 아직 지휘관과 비서관으로서의 형태인채로 둘이서 나란히 있었다


...정말 이래도 좋은 것일까

머릿속에 의혹이 스쳤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하지 말자


다음은 지금 눈 앞의 메이드들을 진정시킨 후

천천히 생각하면 되니까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온 몸이 지친 느낌이야


내 방 침대인데도,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뛰어들었다


벨파스트가 보면, 분명 역정을 내겠지?


한숨과 함깨 뒤를 돌아보았다

결국 그녀는 새 홍차를 두고 곧 돌아갔다

하고 싶은 말은 분명 다 했을 것이다


시리우스도 벨파스트가 나갔음에도

오늘 일에 큰 상처를 받았는지

여느 때처럼 허리를 펴고 앞을 향한 모습은 별로 볼 수 없었고

그저 소파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기 십상이였다


비서관... 인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편지지를 꺼냈다


귀여운 봉투에 쓰여진 것은

사랑스러운 지휘관에게, 라고 쓰여져 있었다


일이 끝나고, 간단하게 서류정리를 하다가

종종 이런 편지가 발견되고 했다

아마 함선들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

때로는 오늘처럼 직접 찾아올 때도 있지만 말이다


이상한 내용이 없기를 빌며, 편지지를 꼼꼼히 뜯어

안에 있던 편지를 쭉 훑어보았다


그 내용은 기이하게도, 오늘의 상담과 같은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이건, 시리우스에게는 보여줄 수 없겠군


무거운 몸을 용케 일으켜, 책상 서랍에 넣었다

서랍 안에는 4통의 편지지가 더 있었고, 모두 내용은 비슷했다

비서관의 변경 의뢰나 

심지어 하루만이라도 비서관을 하고 싶다는 말도 있었다


......비서관인가


한숨과 함께 다섯번째 편지지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