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https://arca.live/b/yandere/94383504
2화:https://arca.live/b/yandere/94470378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진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 내가 알게 된 사실은 2가지.
첫번째는 일리아가 마법약 제조 기술에 재능이 엄청나다는 것.
나도 교수님들로부터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몇 번 듣긴 했지만 일리아는 나같은 범부가 비빌 수준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약 3개를 5분 안에 만들어내는 걸까.
물론 게임 속에서도 일리아가 약물을 사용하긴 했지만 제조과정은 보지 못했기에 다른 일들처럼 누군가에게 시킨 일인 줄 알았지만 전부 직접 만든 것들이었던 모양이다.
두번째는 그녀가 전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
게임 속에선 정말 한눈에 봐도 빌런이란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말과 행동이 개차반이었지만 3개월간 그녀와 함께 다니며 지켜본 결과 그녀는 인간관계에 조금 어려움을 느꼈을 뿐 악행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이건 뭐 그냥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물론 그녀의 음악이나 음식 취향은 게임과 정확히 일치했기에 그녀는 일리아가 맞는 것이 분명하다.
이쯤되니 조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3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런 평범한 아이가 희대의 악마가 된걸까.
뭐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아니긴 하지만.
"클라렌! 왜 이제야 오는거야! 기다렸잖아!"
"미안 많이 기다렸어?"
앞서 말했듯이 그녀는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었기에 친구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었다.
물론 나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기에 나도 유일한 친구가 그녀인건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친구인 셈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생에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있다. 내 취향들의 집합체가 내 눈앞에 있는데 심지어 빌런도 아니다.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이 어디 있겠는가?
처음에는 그녀가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막을 생각이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딱히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뭐 할거야?"
"내일이 시험이잖아. 그래서 시험 공부 좀 해야지."
"뭐야, 그럼 그냥 혼자 하면 되잖아."
"우리 우등생님한테 과외 받는 거만큼 확실한 공부법이 어딨겠어?"
"흐음... 맨입으로?"
"물론 보상이 있지요. 자, 여기."
"우와! 역시 클라렌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너무 잘 안다니까!"
내가 일리아에게 선물해준 것은 레드 크리스탈.
설정상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보석이다.
정말 이런 정보가 없었다면 절대로 그녀와 친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오늘은 그녀와 시험공부를 빙자한 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뭐 겸사겸사 억제기 역할도 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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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여기서 이걸 넣어주면 반응이 더 빠르게 일어나는 거야."
"와... 너는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아는 거냐?"
"뭐... 그냥 해보니까 되던데?"
"역시 천재들은 뭐가 다르긴 하구나."
"히힛"
겉으로 보기엔 정말 건전한 두 학생들의 공부 장면이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는 일리아로 가득 차있다.
천사가 인간계에 내려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공부하자고 불러놓고 이런 생각이나 해대는 나를 비난 할 수 있겠지만 이상형을 앞에 두고 얌전히 공부만 할 수 있는 자들만이 나에게 돌을 던져라.
그때 일리아가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클라렌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
"ㅁ..뭐라고?"
잠깐만 이거 설마...
"그... 있긴 한데..."
"있다고?"
"으..응."
"누구야."
갑자기 그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내가 알던 그 일리아 사베르타로 돌아온 것 같았다.
"누구냐고."
어떻게 대답하지? 그냥 사실대로 말할까?
그건 너무 갑작스러운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말하면 뭔가가 크게 잘못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대답해. 누구야."
에라 모르겠다 시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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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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