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 데모크











"오빠는 정말.. 최악의 남자야...."


그녀의 목소리는 병약하면서도 명확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대체 왜.. 어째서 나를 방해하지 못해 안달인건데!!"


슬픔의 흐느낌과 원망의 절규가 공존하는 비명,


눈가엔 눈물이 흥건해졌지만 증오로 가득 찬 눈동자는 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들을거야..!"

하늘을 찌를 기세로 드높아지는 분노,

"난... 윽, 콜록..콜록!"


허나 이런 와중에도 진지한 분위기를 알리 없는 그녀의 몸은 고통을 호소 할 뿐 이었다.


"화내면 더 나빠져."


"닥쳐!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정말..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내가 너를 방해하는 이유?

"난.. 꼭 성녀가 되야 하.. 콜록!"


성녀로서 선택 받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이유라 한다면..


그야....


"오빤... 정말 최악이야."



내가 너를 대신해서 죽어야 하니까.







◇◇◇





사실 난 이 곳의 사람이 아니다.


이 세상은 내가 잘 알고 있는 소설 속의 세계관,


즉 이세계 전생이라는 걸 해버리고 말았다.






이 곳에서의 난 알렌 호스티아라는 이름의 창백한 소년,





"흥.. 오빠 따위..."


그리고 지금도 내 옆에서 틱틱대는 소녀는 리나 데모크.


"두고봐, 내가 반드시 뛰어넘어서 실컷 비웃어 줄 테니까.."

내게 항상 날이 서있으며

"오빠 같은 바보가 성자가 될 바엔 내가 훨씬 더 나아!"

수시로 경멸의 말을 던져대고,

"내게 손대지마..! 쳐다도 보지 말고... 그냥... 내 인생에서 사라져...!!"

원망서린 눈 빛으로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처럼 으르렁거리는 그녀가




미래엔 성녀가 된다.



그리고 난 그 모습을 지켜 볼 수 없겠지.







소설에서의 리나는 이미 성녀가 되었있지만은


후에 밝혀지는 괴거 회상에서, 참으로 비극적인 이야기가 밝혀지게 된다.



바로 그녀가 성녀가 되게까지의 고난과 희생.


그리고 난 그 이야기의 엑스트라.


그녀의 의붓 오빠이자 같은 전쟁 고아 출신의 천민으로,





리나가 진정한 성녀로서 각성 될 수 있도록 희생되어야 하는 작가의 장기말이었다.






"자, 의식에 뽑힐 사람은 다음주에 결정 됩니다."

이 곳에선 10년에 한번 신실한 사도를 뽑아, 다음 대의 성인으로 세우는 의식을 치룬다.


"으으.. 제발..."


그리고 리나 역시 성녀가 되고픈 수 많은 신도들 중 한 명.


"이번 주 유력한 후보는.. 알렌 호스티아 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확정이라 봐도 무방하네요."


허나 그 앞엔 항상 내가 가로 막고 있었다.


"아아..! 도대체 왜!!"

알렌이란 캐릭터는 그런 놈 이었다.

리나가 성녀의 자리와 권위를 간절히 원하는 것과

자신보다는 리나에게 더 필요하다는걸 너무나 잘 알면서도


일부러 그녀가 선택 받을 수 없도록 자신이 직접 장애물이 되는 인물이다.


"으읏...!"

그녀는 자신이 간택 될 수 있도록 수 많은 노력을 하며 꾸준한 선행 역시 베풀었지만


불치병으로 시한부 꼬리표가 달린 몸은 활동함에 있어, 한계가 명확했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애를 써도




"..."

연약하지만 건강한 몸을 가진 알렌 보다는 항상 아래의 평가를 받고 있었다.



"또 오빠 때문에...."

"으읏.. 정말 싫어!!"


그러니 미울 수 밖에,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꿈과 간절한 희망이 다름 아닌 믿고 의지했던 가족 땨문에 무너지게 생겼는데.



내가 그녀였어도 알렌이 미울 것 이었다.


"... 미안."

"닥쳐, 말도 섞기 싫으니까..."


물론.... 언제까지나 진실을 모른다면 말이다.





나중에 밝혀지길, 사실 나나 리나 처럼 천민을 위한 성인의 자리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성인으로 선택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새빨간 거짓말.

그 실체는 하늘에 바칠 제물을 선발하는 희생의 룰렛이었다.



"두고 봐... 내가 꼭 선택 받을 거니까!!"


허나 그걸 알리 없는 리나는 알렌이 진정으로 자신을 방해하는지 알고 경멸한다.


"..."


하지만 알렌은 달랐다.


이 후에 밝혀지는 일기의 내용에 따르면 이 모든 사실을 훨씬 전 부터 깨닫고 있었다.


그런데 왜 자신이 선택 받을려고 하는걸까?


그것도 하나 밖에 없는 가족에게 혐오를 받으면서까지.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리나를 죽게 둘 수 없었으니까.



알렌은 자신의 유일한 가족,

비록 피로서 이어지진 않았지만 정말로 아끼는 동생이 희생되는 꼴을 볼 수 없었기에 이런 선택을 했던 것 이었다.


설령 그 길이 너무나 힘겨워서,


"난 오빠를 혐오해...!"


사랑 받고 싶은 동생에게 무시를 받으며


"... 아마 알렌 군이 선택 될 것 같습니다."

"네....정말 안타갑고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군요.."


스스로가 무덤을 향해 걸어가는 길이라는걸 잘 알면서도



리나를 지킨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덤덤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것이었다.





당연히 리나는 그가 죽기 전 까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알렌이 죽고 난 이후, 그의 서랍에서 발견된 일기와 우연히 엿들은 신부와 고아원장의 뒷 담에서 모든 진실을 깨닫게 되는데.



그 후로는... 당연히 가슴 아픈 전개 밖에 펼쳐지지 않게 된다.




다행히 그녀는 죽지 않았고, 추악한 진실을 마저 파혜칠 수 있게 되었지만은...



그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황무지에서 부터 시작하여 수도원에 거둬지고



자기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을 바라보며 지켜준 오빠를 잃었으니까.


그것도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이 아닌,


사실은 가장 소중하고 존중해야할 대상을


최후의 최후까지도 경멸과 혐오를 일삼으며 떠나보낸다.




물론 리나는 그런 절망 속에서도 신앙의 진리를 깨닫고 결과론적으론 진짜 성녀가 될 수 있었지만




이미 떠나버린 알렌은 돌아오지 못한다는 비극적인 결말로 막을 내려버린다.



그런 상실감과 뒤늦은 후회, 리나가 느끼는 감정 묘사가 너무나 상세해서 찝찝하지만 극찬을 받은 에피소드.


그러니 나 역시 그녀를 대신해서 희생되어야 한다.


왜냐고?


그래야 돌아갈 수 있으니까.


100% 확신 할 순 없었지만...  어느날『관리자』라는 자에게서 받은 편지에는 내 본명과 함께 흐름을 망가뜨리지 않는다면 희생 후 무사히 돌려보내주겠다고 했다.


다른건 몰라도 여기에선 나만이 알고 있는 현실 세계의 이름을 속삭인다면 어쩔 수 없지...



죽는다는게 꺼림직하지만... 일단 믿을 수 밖에,


소설 속 묘사에서도 그렇고 알렌은 빛과 함께 산화 되기 때문에 고통은 없어보여서 지푸라기라도 짚는 심정으로 관리자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난...



"이번 대의 성자는 바로... 알렌 형제 입니다!!"



불폼 없는 희생양으로서 선택 받았다.





◇◇◇



"알렌 군? 선택 받은걸 축하합니다."


수도원의 고아원장에게 그런 말을 건내 받았다.



"그리고 이건~ 그 기념으로 준비한 만찬입니다."


그리곤 평소엔 쳐다도 못 봤을 고급진 탁자에 보기만에도 군침이 도는 스테이크 한 접시가 놓여져 있었는데.


"편하게 드셔도 됩니다."

난 이것이 기념적인 식사가 아닌, 최후의 만찬이란걸 알고 있었다.



"......"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얌전히 고기를 썰어 입에 가져가는데.



"아, 그리고 성자가 된 당신은.. 이제 먼 곳에서 활동하게 됩니다."


"그러니 이 곳 형제자매 분들과 미리 인사를 나눠주세요."



딸그락..


수녀의 다음말에 나도 모르게 손짓이 부자연스럽게 멈춰버리고 만다.


"..."


그야 난 저 말의 진짜 의미를 알고 있으니까.




"응? 왜 그러신가요?"


"... 아무것도 아닙니다."


허나 끝까지 진실을 감춰야 하기에 다시 묵묵히 식사를 이어나간다.




드르륵 ㅡ


".... 알렌."


그 후, 과목함 속에 이어지는 식사를 마치고 묵묵했던 방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데.


"결국.. 알렌이 됐네."


서늘한 목소리가 내 뒷 덜미를 붙잡아버린다.



"리나..."


그 목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리나.


"... 단도진입적으로 말할게."


마치 할 말은 많지만 막상 하지는 않는 것 처럼,

그녀의 표정엔 거친 분노가 서려 있지만 곱씹는듯 분위기는 냉철했다.


"알렌이 선택 받은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그야 그만큼 노력했을 거니까."


또 그걸 증명하듯 말투에서 부터 그녀의 심정이 드러나 있었으니.


격한 배신감을 느껴서인지, 이젠 오빠라고도 하지 않았으며



"그래도..."


그녀의 말기엔 분함 원망이 잔뜩 실려있었고


"난 너가 죽을 만큼 미워...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자신이 패배한 것은 사실이나 그런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처절함 마저 엿 보였다.




"... 리나, ㅡ"



"더 이상 너와 할 말 따윈 없어..!!"



"그냥 내 앞에서 사라져줘.. 영원히."

"이 곳보다 훨씬 좋은 곳에서 훨씬 좋은 대접을 받으며 살란 말이야!!"



쿵 !


결국 격양된 기분을 전부 담아내지 못한 리나는.. 비명 같은 고함으로 이별을 통보한다.



"....."

그리고 난... 거세게 닫힌 낡은 나무 문을 한참을 봐라보았는데.




"..."

그 순간 마음 한편으론 공허함이 스며들어왔다.

역시... 알면서도 미움을 받는건 익숙치 않는걸까?

아니면 알렌으로 살며 그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투영된 걸까.

복답한 기분이 이마에 주름을 지게했다.




이럴 때면 소설 속 알렌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게 된다니까...


"... 괜찮아요 알렌, 떠나서도 연락 할 방법은 있으니까."

그래도...


"네.."

원래 세상으로의 귀환을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마음을 위로 할 수 있었다.




◇◇◇


터벅.. 터벅..


지금 나는 어디론가 내려가고 있다.

차갑고 음침기가 감도는 일자 복도,

눈 앞에 보이는 거라곤 밤 끝에 서있는 어둑함 뿐 이었지만 랜턴에 의지하며 재앞길을 가눌 순 있었다.


"조금 서늘하지? 워낙 엄숙하고 규율있는 장소다 보니까~"


침묵을 엄숙함으로 포장하는 수녀의 말과


"긴장말거라, 신성한 의식이지만 마음 편히 먹고."


희생을 의식이라 칭하며 앞 을 인도하는 이름 모를 신부.



"도착했구나."




그런 시답잖은 말을 들으며 한참을 걷다보니 어떤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마치 고대의 신전 대문 처럼 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그럴싸한 겉 면.



똑똑


드르르르륵....!!



신부가 가볍게 노크하자 마치 장치가 되어 있는 것 마냥 신전의 대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윽...."


칠흑 같았던 통로와는 다르게, 문이 열리자마자 스며들어오는 강한 햇 살,


깜깜한 방에 불이 켜진 것 처럼 눈살을 찌푸려 지게 된다.



"도착했단다, 여기가 바로 의식이 치뤄지는 신성한 공간... 이제 성자가 될 시간이다."



"....."


허나 강력한 섬광이 저물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웅장함이 느껴지는 신전,

실체를 알고 있으면서도 뭔가 '성스럽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장엄함이 갖춰진 공간이었다.



"오셨습니까, 신부님?"


또 그 안에는 수 많은 신도들이 후드로 얼굴을 가린체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으며


"준비는 모두 끝 났습니다, 이제 진행 할 일만 남았습니다."


그 중 한명이 조용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신부에게 상황을 전파한다.



"흐음.. 그렇군."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신도의 말을 들은 신부가 잠시 턱을 어루만지며 고민한가 싶더니, 이내 의미를 알 수 없는 손 짓과 함께 희생제를 거행한다.


"자, 알렌. 여기로 오려무나."



드디어 때가 왔다.




신주는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고 수녀는 나를 이끌며 신전의 한 가운데로 인도한다.



"..."


유독 햇 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신전의 중심,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유의미해 보이는 그림들이 그려진 원판 위에 서있었다.




"그럼... 의식을 진행하겠습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부의 진중한 목소리가 신전 안을 울리기 시작한다.




""... ㅡ! ........... ~!!""


그러자 신부의 지시에 맞춰, 수 많은 신도들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으으...."


그들의 말이 읆어질 수록 햇 빛은 더욱 강렬해지더니 이내 시야를 가릴 정도로 밝아진다.



"크흣..."



동시에 머리카락 한 올 부터 시작하여 발톱 끝 까지, 여러 이질감이 전해오기 시작한다.


뜨겁지만 동시에 따듯하고... 서슬프지만 감격스러운 아이러니한 기분이 가슴을 뚫고 북 받쳐온다.




"아......"

그 순간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최후의 시간,


손과 발을 시작으로... 내 신체들이 빛과 동화되어 바스라져 간다.



"........."



소설 속에서만 봐오던 덧 없는 희생을 막상 경험해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기분이 복잡했다.



마치 본능 처럼 스쳐나가는 여러 생각들...


정말 이대로 알렌으로서의 삶을 마칠 수 있는 걸까.


눈을 뜨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순 있는건지...

애초에 관리자의 말이 진실이긴 한걸까.


기분이 썩 좋다고 할 순 없는 생각들이 혜성 처럼 머릿 속을 지나친다.


"...."


뭐, 그래봤자 해결되는 건 없지만 말이야.


뭐가 어떻게 되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그러니 이왕 이렇게 된거, 얌전히 기다리는 수 밖에..


"하아....."


그런 생각 정리와 함께 눈을 감는다.


"..."



눈꺼풀을 닫았지만 광활한 빛으로 인해 밝은 시야가 계속 된다.



"....."


그렇게 10초... 20...초

"... 60"

정확히... 1분이 경과한 그 순간 ㅡ




"....?!"




분명히 눈을 간아도 눈 부셨던 시야가,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


그와 동시에 튀어오르게된 심장..


".. 으...."



빛이 사라졌다는건.... 곧 주변이 변했다는 뜻...


"후우.."


그렇담 과연.. 내가 눈을 뜨면 어떤 광경이 펼쳐지게 되는 걸까.


일단 정신이 뚜렷한거 보면 죽은건 아닌 것 같고...

그럼 설마.. 정말로.. 집..?

아니면 혹시.. 저승은 아니겠지....?


"....."


여러 불안정한 상상 탓에 손발을 꼼지락거리게 된다.


잠깐.. 손발..?

이제서야 눈치 챈 거지만 산화되었던 신체의 감각이 뚜렷히 돌아와 있었다.

그렇다는건.. 신체 역시 복구 되었다는건데...


"으.. 으윽..?"


반신반의 하지만 결국엔 눈을 떠야, 진실을 알 수 있었기에.. 긴장한 마음을 붙잡으며 천천히 눈을 뜬다.




"... 헛?!!"


그리고 난... 눈을 뜨자마자 보게된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어.. 어떻게..."



내가 보게된 것은 무엇이었길레 그랬던 걸까.



정말로 내가 살던 원래 세상의 모습?


아니면 사후세계 같은 다른 어딘가?





아니었다..




"ㄴ.. 너가..."


내가 본 것은 바로.. ㅡ



"오빠..!!!"


애처롭게 울며 내게 안기는 리나 였다.








◇◇◇









처음엔 오빠가 마냥 싫진 않았다.


오히려 좋아하고 있었다.


그야 전쟁에 흽쓸려, 가진 것 하나 없이 모두 잃은 내게 마지막 등불이 되어주었으니까.




하지만...



수도원에 거둬지고 나서부터 모든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내 몸은 선천적으로 병약했다.


알 수 없는 불치병에 시달려, 심할 때는 사경을 헤맬 때도 종종 있었다.


실력의 보증은 없지만 의사가 말하길... 아마 내 수명은 매우 짧을 거라고..




"그거 알고 있니? 2년 후에 성자가 될 사람을 뽑는단다."


그런 절망적인 삶에 한 줄기의 희망이 되어 준 것이 바로 '성녀'라는 관직이었다.

"성녀요..?"


고아원장님께서 말하시길... 이 곳에선 10년에 한번 다음 대의 성인을 선발한다고,


"그래~ 성녀가 되면 말이야."


동시에 성녀가 됨으로서 얻는 메리트를 듣게 되었는데.


"....!!"

그것들은 지금 내게 필요한 모든 것 이었다.




일단 성녀가 된다면 하늘의 축복을 받기에 여러 권능과 신비를 부릴 수 있으며

불멸의 건강 또한 하사 받는다고 했다.


또한 국가의 부름을 받아,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릴 수도 있으며 악으로부터 세상을 지키며 모두에게 존경 받는 신성인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불멸의 건강...


부와 명예 ㅡ



지금껏 전쟁의 기근으로 굶주리며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내게 있어, 그 누구보다도 필요한 자리였다.


마치.. 하늘이 나를 점지한 것 처럼....




그래서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으욱.. 콜록..!"

"리나.. 괜찮아?"

"으. 응..."


물론 몸은 내가 움직이는걸 격하게 반대했지만 앞만 보며 내달렸다.


"너무 무리하진마, 너가 걱정 돼..."

"... 그래도.. 너가 원한다면 언제까지고 오빠가 응원해 줄테니까...."



또 그 당시엔 오빠 역시 나를 위로해주며 내 앞길을 진심으로 격려해 주고 있었다.




"응..! 고마워, 오빠!"


그래서 그 당시엔 오빠를 미워하진 않았다.




....




그러던 어느날...



"요즘 알렌 군도 많이 봉사하더라."

알렌 오빠는 사람이 180도 달라지게 되었다.


"네...? 오빠가요..?"


어느세 부턴가.. 내 꿈을 짓밟기 시작한 그...




"오빠..?"

"..."


내가 성녀라는 자리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고 또 필요로하는지 알면서도..


"뭐라 말 좀 해봐.."


"....."


침묵으로 본심을 외면하며 계속해서 내 앞 길을 방해했다.



"아아, 분명 뜻이 있는거지..? 그치..?!"


물론 처음에는 불길한 생각을 애써 부정했다.


그야 알렌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황무지에서 부터 날 돌봐주던 오빠 였으니까.... 분명 날 위한 행동일 거라 믿어었다.



"내가.. 너를 제치고 성자가 될 거야."



하지만 아니었다.



"뭣..?! 내가 얼마나 그 자리를 필요로하는지 알잖아..?!"



그는 진심으로 나를 방해했던 것이었다.



"왜.. 갑자기 왜 그러는건데..?"


"내가 성녀가 된다면 같이 잘 살기로 했잖아.. 그땐 내가 오빠를 돌봐주겠다고 약속했잖아..."



".... 미안, 이유가 있어서 그래."

"말해도 믿지 않을 거야."



그는 끝까지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이해 못할 거라며

묵묵히 얼굴에 철판을 깔고 나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으읏.. 이대로는 안돼..."


그 때부터 오빠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애는 날 응원한다더니... 도와주겠다더니.. 

사람 좋은 척은 다 해놓고선,

이제와서 권력을 탐하는 심보가 경멸스러웠다.



"흥.. 오빠 따위..."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그를 혐오하기 시작했다.


"날 쳐다보지 말아줄레?"


"역겨워.."


시도 때도 없이 그를 욕하고



"..."


경멸 어린 눈 빛으로 째려보며


"정말 형편 없네...! 내가 병만 없었다면..!!"

모든 행동에 토를 달며 미워했다.



".... 그렇구나."



하지만 어째서인지..


"...?"


그는 오히려 그걸 바라는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내가 자신을 멀리하걸 원하는듯 했다.



"..."


정말 왜 일까..

"읏.. 그게 무슨 상관이야..."




하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난.. 오빠가 정말 싫어...!"


알렌이 내 희망을 꺼뜨리려하는건 변하지 않았기에..

"세상에서 사라져버려...!!"


오히려 그걸 바란다면 그만큼 원망하는걸 선택했다.















.....
















..... 그랬으면 안됐는데..



만약 이 모든 진실을 진작에나 알았다면은..



오빠는... 아마 내 곁에 남아있었겠지..?







◇◇◇



때는 성인이 선발되는 당일,



인정하긴 싫지만.. 예상대로 알렌이 성자로서 선택 되었다.



"더 이상 너와 할 말 따윈 없어..!!"



"그냥 내 앞에서 사라져줘.. 영원히."

"이 곳보다 훨씬 좋은 곳에서 훨씬 좋은 대접을 받으며 살란 말이야!!"


당연히 그의 대한 혐오가 폭발해버린 나는,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에게 독설을 내뱉으며 모습을 감추었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 다.. 필요 없어.."


공허함과 서글픔에 흐느끼며 잠자리에 누워있을 때 였다.


"응..? ㅡ"

시야 한 구석을 거슬리게 하는 무언가.


"이건.."


바로 알렌의 일기장이었다.

"흥.. 그래,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한번 들여다 보기라도 하자..."



그렇게 첫 페이지 피며 최초의 글을 읽기 시작하였는데.


'의식은 사실 거짓이다.'

'내가 성녀에 눈이 먼 리나를 구해야 해.'


"뭐...?"

난 그의...아니, 오빠의 일기장을 읽어갈 수록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뭐라고..? 이게 전부 사실... ㅡ"


지금까지 내가 믿고 따라던 것.


그토록 바라며 쫒았던 그 모든 바램들이 사실은....


"허헛..!"


새빨간 거짓말로 뒤덮인 기만극이었단 것을 ㅡ



"말도 안돼..."




나는 알렌 오빠의 글을 읽을 때마다 뒷 통수를 얻어 맞은듯 얼얼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야 날 방해하며 유일한 희망을 꺾으려 들던 사람이 사실...


"... 설마.. 아닐거야.."



뭣도 모르고 죽음을 자처한 나를 위기에서 꺼내준 구원자 였으니까.


"ㅎ.. 확인을 해봐야..."




허나 처음에는 오빠를 감히 의심했었다.


덜컥 ㅡ


"혹시 몰라.. 수녀님께...!"

그래서 일기장을 들고, 원장실로 향했다.


수녀님께 무언갈 들으면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고...


"알렌은.."

"오늘 낮에 왕도에서 진행한다 했으니.. 이미 제물로 희생되었을 거에요..."



"...?!!"


하지만 나를 반기는건 다름아닌...


"아아... 미친..."





"... 그렇군."

"이걸로 다시 하늘에 기도를 드릴 수 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 마저 깡그리 으깨버리는 추악한 진실이었다.



투둑..!


원장실 문 너머로 진실을 엿들은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의 힘이 빠져버리고 말았고..





"엇..?! 방금 밖에..!"

"빨리 나가봐요!"

몰려오는 후회를 느낄 틈도 없이, 그들은 인기척을 느끼고 나를 찾으려 들었다.



"헛..?!"



"... 으.. 으읏...!"

그래서 정신 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허어.. 허어.. 허어......!!!"

살아야 한다는 그 일념 하나만으로.. 수도원을 탈출했다.









"하아.. 하아.. 하아..."


죽기살기로 질주하며 뛰다보니.. 어느센가 수도원가 꽤나 멀어진 들판...


"끄읏.. 하아...!"


바빴던 다리를 멈추고, 벅차오르는 숨에 한 참이나 고통스럽게 헐떡였다.


허나 그것도 잠시...

"아아.. 오빠...."




벅차오르는 슬픔에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번엔 그에 대한 증오심이나 분노 따위로 이루어진게 아닌..


"알렌 오빠가 그랬던 이유.."

미안함과 후회로 가득 찬 절규였다.



"으읏.. 미안.."


난...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고 말았다.


오빤.. 날 방해하는 것이 아닌, 나를 구원해주고 있었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어리석었던 내가 오빠를 증오하고 욕 보였다.


"으으.. 웩..."


그런 사실을 깨닫자, 위가 말려오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날 위하고 생각해준 은인을

뭣도 모른체 경멸했으니까.



그것도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으읏.. 아앗...."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해도 모자랄 판에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모욕했다.





이젠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고 후회했다...




"흐아아아앙..."



"미.. 미안해 오빠..."


"ㄴ... 내가 성녀 자리에 집착하는 바람에.."

"ㅇ.. 오.. 오빠를 죽게 해버렸어..."




"..."

하지만 그러면 뭐하는가.. 


"끄흑.."


어차피 뒷 늦은 휘회인데..


아무 의미도 없고


달라질 것 하나 없는,


어리석은 자의 비굴한 외침이었으니...



"..."

그렇게 난.. 다시 한번 모든걸 잃게 되었다.










.....







그 후로..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내 마음은 똑같았다.




"오빠..."


여러 고난과 역경이 있었고..


절망적인 진실 속에서도 깨달음을 얻고.. 진실한 신앙의 진리를 배우며 진짜 성녀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ㅡ



"으읏..."


내 마음 속엔 절대 치유되지 않는 고름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 제발..."




바로 오빠를 잃은 상실감과

내 자신의 대한 혐오,







"눈을 뜬다면 .. 오빠를 다시 볼 수 있기를.."


푹..!


결국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결을 택했다.

"으으.. 아아.."

불쾌한 통증과 함께 흐릿해진 시야를 천천히 놓아주며..


간절히 기도했다.


저승에선 부디.. 오빠를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그에게 참회 할 수 있기를 ㅡ


"..."

그런 소원을 빌며 눈을 감았다.






"... 어엇..?"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땐, 꽤나 익숙한 공간이 나를 반겨주었다.



"응..? 잠깐 달력이..."


하지만 그런 복잡한 심경도 잠시... 내 눈을 사로 잡은 것이 있었으니..


"5.. 5년전..?!!"



바로 과거의 날짜를 가리키는 시간이었다.




"그렇담 여긴 설마...!"

그 순간... 난 이 곳이 어디인지도 깨닫고 말았다.


허름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그럴저럭 살만한 공간..


바로 알렌 오빠와 머물던 수도원이었다.


"...!"

그것 마저 알았을 땐, 본능적으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그렇다라는건..."


난.. 과거로 회귀하게 되었다.

그것도 성녀의 권능과 힘을 유지한 체로.


"설마...!!!"


그리고 곧 바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어, 급하게 어디론가로 향했다.




덜컥..!


그것은 누군가의 방 ㅡ



나를 정말로 아껴주었고


한 평생을 지켜주며 

죽는 그 순간까지도 나를 위해주었던 그의 방으로 ㅡ





"아.. 알렌 오빠...!"


문을 부술기세로 문고리를 잡아 당긴다.


"...!!"



간절히 그 이름을 부르며 방 안을 들여다보는데.


"아아...."


그곳엔 정말 ㅡ


"..."


알렌 오빠가 있었다.



"오빠!!"


방가운 마음에, 울고불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어째서인지 눈은 떠있지만 눈을 멍하게 뜨고 있는 알렌 오빠,


"ㄴ.. 너가..."


허나 나를 보자마자 당혹감을 들어내더니, 이내 눈을 휘둥그레 떠버린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아아...."

"오빠..!!"


그토록 간절했던 순간이 찾아왔는데.



"이게.. 어떻게... 난.. 분ㅁ.. ㅡ"

"흐아아앙..! 알렌 오빠..!!"

동시에 다짐했다.


"ㄹ.. 리나..?"

"오빠.. 보고 싶었어...!"


이젠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거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거야.




다신 놓아주지 않을거야.




그 동안.. 내가 섭섭하게 굴었던 만큼.. 확실히 보상할게...



이젠 내게 그럴만한 '힘'이 있으니까 ㅡ





반드시.






폰 내야되서 급하게 쓴 감이 있는건 ㅈㅅ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올리고 싶어서 최대한 빠르면서도 공들여서 썼엉


얀붕이들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사실 하스 전설런하느라 늦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