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닷가가 하나 있다.

주말을 기해 혼자서 겨울 바다를 보러 갔고-

어째서인지 체포당했다.

경찰차에 실려, 휙휙 지나가는 야경을 보며 생각해봐도...

나 진짜 뭐 안했는데.

폰허브, 히토미를 이용했지만.

동생 문화상품권으로 블루아카 트럭 지르는 데 보태긴 했지만!

신고되지도 않았는데 그걸로 잡혀갈 리가.

"저 진짜 잘못한 거 없는데..."

"푸흐흐..."

웃어?

죄없는 시민을 연행하면서, 웃어?

아,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네.

"자신이 누굴 버렸는지, 뭘 그만뒀는지. 잘 생각해두세요. 변명거리라도 있으면 좋고."

이쯤되면 과속인 것 같은데.

경찰차는 어째서인지 나와 있는 사람이 아예 없는 외진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창문 열어도 되냐?"

"맘대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며 창문을 창문을 연 경찰.

그리고 나는 느끼게 되었다.

공기가 명확하게 느껴질 만치 달랐다.

너무나도 다르지만, 또 바닷가를 달리고 있다는 그 느낌은 같았다.

"도착했습니다."

"자, 나오세요."

아까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친절해진 태도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어째서?

최대한 구겨진 표정을 짓고 고개를 드니, 하늘색의 머리칼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야, 총 가져가야지."

그러고보니, 요즘 경찰들이 사용하는 총기가 바뀐다고 했던가?

어떤 총일까-

"샷건!?"

"엥, 샷건 처음봅니까?"

"당장 트리니티 학생 중에도 유명한 사람이 있던 걸로..."

...?

트리니티?

학생?

"뭐라고요?"

게임 '블루 아카이브'를 떠올리게 하는 말.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니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헤일로.

"어...선생님. 저 모르십니까? 발키리 공안국 ㅇㅇㅇㅇ 입니다."

"저, 저는 야토우라 어촌 마을에서 뵌..."

사람에게는 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이, 지금 전에없이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온다.

'블루 아카이브를 접은 지 얼마나 지났지?'

대강 3개월.

그러니까, 칸나를 뽑고 인연스토리를 싹 민 뒤에 2주 정도 하다가 접은 것이었다.

"아, 기억났어."

"그럼 들어가죠."

"그런데, 여긴...?"

"그, 그러니까 어떻게 된 것이냐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사라진 지 3개월.

정신적 지주가 사라진 동시에 늘어나는 업무.

미치기 직전까지 간 칸나가 포장마차에서 진짜로 술을 마시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가 사무실에서 몇몇 인원과 대치.

칸나랄 제압하려던, 그리고 지금 날 데려가고 있는 둘을 기어이 쓰러뜨린 칸나가 혼자 엎어지더니 모두 이 경찰서에 있었다.

그런 황당무계한 이야기였다.

"믿어줘야 되니?"

"도망친 주제에 안 믿을 겁니까?"

"아니, 그건..."

솔직히 할 말이 딱히 없다.

게임을 접은 시점에서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니까.

"나머지는 칸나에게 들을게."

"올라가시면 됩니다. 음, 그러니까... 조심하세요?"

조심하라니.

아무리 별명이 발키리의 광견이라지만, 그렇게 위험한 아이가 아니라는 건 알지 않나?

"들어오십쇼."

"아하하... 안녕?"

일반적인 사무실의 형태.

사무용 책상 앞에 소파와 탁자가 놓여있다.

자연스러움을 가장하며 소파에 앉기 무섭게 칸나가 입을 열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원래도 낮은 목소리지만, 그동안 소리칠 일이 많기라도 했는지 상태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응, 칸나 너는 어땠어?"

"당연하지만, 조금도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내가 사라져서 많이 바빴구나."

"아니요, '선생님이 사라져서', 그게 전부입니다 그것 하나 때문에 잘 지낼 수가 없었습니다...!"

쿵-

칸나가 갑작스레 일어난 탓에, 밀려난 의자가 벽에 부딪치며 소리를 내었다.

"칸나...?"

"선생님, 돌아와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렇게까지 네가, 너희가 원한다면. 응, 뭐든지 해줄 수 있어."

칸나는 무언가 말하려다, 이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내 맞은편의 소파에 앉았다.

"...선생님."

"응?"

"뭐든지, 라는 단어를 그렇게 쉽게 입에 담으시면 안 됩니다."

쿠당탕!

순식간에 시야가 뒤집히고, 나는 소파에 눕혀져 나를 내려다보는 칸나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언제나 이렇게 되고 말 테니까요."

이럴 거면 왜 소파에 앉은 거냐, 라는 시답잖은 항의라도 하고 싶었지만 무리였다.

칸나의 왼손이 천천히 내 얼굴로 향하고 있었고, 오른손은 이미 내 뺨을 쓰다듬고 있었기에.

말하자면 뭘 해도 이미 늦은, 그런 상황이었다.

"날 데려갈 거니?"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건 무슨 뜻일까.

어쩌면 내가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내가 직접 넘어가는 일은 필요없어질지도 모르지만.

괜히 날 불안하게 하는 것은.

"손, 부드럽네요."

"칸나는 조금 딱딱하네, 역시 노력하고 있구나."

"네, ...아, 볼은 부드러워서, 마치 떡처럼-"

천천히 내 몸을 훑어오는 눈빛.

그것이, 마치.

날 가지기 위해서는 키보토스로의 납치라도 실행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서.

불안할 수 밖에 없-

"어쩌면, 저도. 돌아가지 않아도 될지도..."

툭.

내 몸 위에 사실상 엎드려있던 칸나가 잠들어버렸다.

"괜한 걱정이었나."

애정이 무겁다던가, 그런 생각은 할 필요가-

"놓지, 않겠...니다..."

역시 있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