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세상은 지금 이 약물에 의해 망가져가고 있습니다."


한 교수가 강단에 서서

다른 교수들과, 경찰, 범죄심리학자들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자그마한 유리 약병 안에

찰랑거리는 다갈색 액체를 보이며.


"이 약물은, 사람의 뇌를 망가트립니다. 복용량에 따라, 단 10분 전의 일도 기억을 못 하게 만들 수 있죠."


뒤에 떠 있는 ppt에는

돈을 부쳐놓고도 물건을 받지 못했음에도, 신고를 하지 못한 남자부터 시작해서

성범죄를 당하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와

눈 앞에서 부모가 살해당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도 있었다.



"잘 쓰면 좋을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없앨 수 있어요. 하지만, 과연, 인간이 그렇게 선할까요? 국가가 그렇게 선할까요?"


열변을 토하며

경악한 청중들을 바라보며


교수는 옆의 조교수가 건네준, 반쯤 식은 커피로 목을 축였다.



"제 조교수가 연구해 온 이 자료에 따르면, 이 약물을 과용할 경우, 자신에게 소중한 기억마저 다 사라진다고 했었습니다. 이 약물은 위험합니다. 당장 배척해야 합니다!"


청중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황에 압도당해서였을까.



교수는

청중들에게 인사하고


"고맙네, 자네가 준비해 온 이 자료가 아니었으면, 오늘 강의는 하지 못했을 게야. 역시, 내게 소중한 건 자네밖에 남지 않았어."


라고 조교수에게 감사인사를 한 뒤

강단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청중들이 뻔히 지켜보는 앞에서

다시 강단으로 올라가 소리쳤다.




"여러분, 세상은 지금 이 약물에 의해 망가져가고 있습니다."


조교수는 다시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다갈색 액체를 살짝 넣어서.



p.s. 요청받아서 써옴. 메멘토가 좀 어렵긴 하네.


소재 제공 및 과거글 모음 : https://arca.live/b/yandere/8328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