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전교 1등을 차지하는 얀순이. 그런 얀순이는 중학교 시절부터 질투와 괴롭힘의 대상이었고, 그 괴롭힘의 가운데에는 a라는 일진년이 있었어. 덩치도 크고, 몸매도 통통하고, 나쁜 시력으로 인해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언제나 화장도 안하고 머리도 대충 한 번 감고 말린 채로 등교하는 얀순이는 a를 비롯한 그 시절 중2병 여자남자아이들의 괴롭힘 대상이었지. 학교폭력에도 신고하고 담임선생님과 상의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오해가 있었으니 얀순이와 잘해보겠다 그러려고 한 의도가 아니었다 등 건성뿐인 사과와 태도 뿐이었어. 그에 대한 복수는 정말 처절하게 가해져서 내성적인 얀순이가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유서까지 쓰게 할 정도였지. 차마 딸을 위해 힘 쓰는 부모님과 자기가 끔찍이도 사랑하는 갓 태어난 늦둥이 동생에게 죄스러워서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말이야.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고등학생이 되었어.


불행히도 얀순이가 지망한 학교에는 a와 그 무리들도 있었어. 그들은 더욱 더 잔인하게도 선생님들의 눈에 보이지않는 곳에서 얀순이를 괴롭혔어. 얀순이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얀순이의 필기 노트를 찢어버리고, 교과서를 창 밖에 던지는 등등...

하지만 그럴수록 얀순이는 마음을 강하게 먹고 버텨냈지. 학교에 학폭에 대해말해도 그들이 적극적인 도움보단 자신들에게 피해 가지않게 a무리의 겉핥기식 사과만을 받으라고 얀순이에게 오히려 강요하는 것도 알았고, 대학을 잘 가서 어른이되면 a무리와는 비교도 안되게 높아질 자신의 위치를 알았기 때문이었지. 때론 고등학생이 되고도 일진 티를 벗지못한 채 자신에게 화풀이질을 하는 그것들을 아직도 현실을 깨닫지 못한채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혀산다고 동정하기까지 했지.


고등학교 2학년, 얀순이에게 좋은쪽으로도 나쁜쪽으로도 큰 영향력을 끼친 만남이 있었어. 같은 반 얀붕이와의 만남이었지. 그가 이제 수능을 준비하고싶어서 자기 공부를 할 수 있는 독서 동아리에 들어온 것이 얀순이와 첫 만남이었어. 물론 얀순이는 그가 독서부를 들어온 것에 대해 달가워하지않았어. a무리로 인해 가족 아닌 인간 자체에 환멸감을 느낀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얀붕이는 일진놀이를 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a무리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디. 몇 번 등교 이전 흡연 행위를 학주에게 걸리기도 했고, 지각도 잦고, 졸다가 급식 시간 놓치는 경우까지 허다했던 얀붕이는 얀순이에게 기피와 증오의 대상이었어. 얀붕이도 얀순이를 대충 a가 괴롭히는 불쌍하고, 공부를 존나게 잘하는 학급 어디에나 있을 법한 모범생으로 여길뿐 얀순이에게 특별한 의미를 두진않았어. 단지 자기 포함 단 둘뿐인 이 적막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목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어.


그런 두 사람의 절대 만날 일 없이 평행을 걷는 관계는 얀붕이의 성적 향상을 위한 목표가 계기가 되어 조금씩 각을 그리며 나아갔어. 1달간 서로 한 마디의 말은커녕 눈짓 인사도 없던 그들의 관계가 얀붕이가 조금 자신을 굽히며 깨지기 시작한 거야. 언제나 내신도 모의고사도 전교 1등을 차지하는 그녀에게 얀붕이는 국수영탐 공부 방법을 물어보고, 막히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어. 처음에 얀순이는 저기...하고 말 거는 얀붕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공부를 했지. 그렇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얀붕이의 성적 향상을 위한 집요함이 얀순이의 대답을 이끌어냈어. 국어는 비문학 관련 책을 많이 읽고, 기출 봐라. 수학은 개념서 보고 기출 봐라. 영어는 단어 외우고 문법보단 독해 위주로 해라. (탐구는 얀붕이가 문과 얀순이가 이과라 조언이 불가능했지만.) 푹 자고 일찍 일어나라 등등.

맞는 조언이기도하지만, 대답하기 귀찮은 얀순이가 대충 얼버무린 답변이었어. 이런 식으로 답변하면 언젠가 떨어져나가겠지라는 생각이었지. 자신한테 제대로된 공부법을 물어보는 녀석들치고 자신의 조언을 따르는 녀석은 단 하나도 없었기에 정성껏 답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경험에 의거한 것이기도 하고. 그런데 얀붕이는 정말 대학에 대한 욕망이 크기도하고, 우직한 바보라 그 조언을 그대로 실천했어. 학창시절에 쳐자다 걸리고 지각하던 얀붕이가 자신과 경쟁하여 등교 출첵을하고, 조회 시간 전까지 비문학 관련 서적을 읽어내려갔고, M사 H강사의 N모 수학 개념서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기출을 병행하는 등등... 이런 얀붕이의 모습을 보고 얀순이는 다소 놀랐으나 이내 속으로 그를 비웃었어. 미어캣처럼 동아리 시간에 그를 훔쳐본 결과 그는 책을 너무도 안 읽고 과거에 놀아서인지 비문학 관련 서적을 한 챕터를 읽는 것조차 힘들어했지. 자신이었으면 금방 이해하고 머릿속에 슥슥 정리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수학도였어. 나형 주제에 끙끙거리면서 문제를 푸는 모습은 언제나 가형에서 96~100을 왔다갔다하는 얀순이에게 한심하게 보였지. 그래도 얀순이의 얀붕이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어. 얀붕이가 가끔씩 분위기를 환기라도하듯 사적인 질문을 한 탓도 있지만 얀붕이가 그녀의 조언에 대한 태도에 마음속으론 감동을 느꼈기때문이야.노력도 없이 비법만 날먹하려는 쥐새끼에서 노력이라도 하는 멍청한 닭대가리로. 성적이 오르자 닭대가리에서 그나마 애새끼 지능은 되는 개대가리로, 아예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자 노력하면 되는 사람새끼로. 그리고 얀순이는 자신도 모르게 얀붕이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품고 있었어. 담배 냄새에 무의식적으로 코를 막고난 뒤 전자담배로 바꾸고 페브리즈를 뿌려대던 모습도, 생일이 언제냐는 질문에 답했더니 얼마 안 남았네...라며 며칠 뒤 그녀가 사고싶었던 것 중 하나를 선물해오는 모습도, 바보같지만 우직하니 얀순이의 조언을 따라나가는 모습도, 입술을 가져다대면 새빨갛게 물들 것 같은 뽀얀 피부와 잘생긴 외모도 얀순이를 흔들기엔 충분했지. 이렇게 파도 치는 감정은 얀붕이가 내뱉은 말 몇 마디에 기어코 얀순이를 얀붕이에게 푹 빠지게 만들어버렸어.


"얀순아."

"왜?" 한껏 나긋나긋해지고 유해진 목소리였어.

"너 안경말고 렌즈 끼는 거 어때? 안경 벗은 거 보니 눈 커서 렌즈 끼면 이쁘고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졸업하면 라식하거나 렌즈라도 껴봐."

"......"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은 앞뒤 문맥이 지워진 채 얀순이의 가슴 속 뇌 속에 깊이 박혀서 "이쁘다."라는 형용사로만 남겨졌어. 타인에게 언제나 멸시받고 혐오와 천대만을 무기로 삼은 그녀에게 처음으로 "좋다."라는 감정이 생긴 순간이었어. 그와 동시에 얀순이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어. 뇌속에선 미적분의 법칙도, 돌림힘도, 기하함수도, 시적 표현 대신 이쁘다 이 한 마디와 "좋다"라는 감정만이 남았어.그녀에게 새로운 목적이 더 생겼어. 대학을 잘 가는 것말고도, 얀붕이와 사랑을 나누고, 가정을 꾸리고, 자신들을 반반 닮은 아이들을 낳고싶었어. 얀붕이가 있어서 a무리의 괴롭힘을 금요일만을 기다리며 버틸 수 있었어. 


불행히도 얀순이의 꿈은 오래가지못했어. a무리와도 가까이 지내던 얀붕이가 a와 연인이 되었기때문이었어. 그것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얼마두지않고. 일진인 a무리 역시 고3의 시간과 수능에 대한 압박감은 비껴갈 수 없었는지 얀순이를 더 이상 괴롭히지않고 내심 부러워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어. 그러나 얀순이는 괴롭힘이 없어도 괴로웠어. 삶의 목표 중 하나를 잃었기때문이야. 그것도 자기를 끔찍이도 괴롭히던 a에게! 그럼에도 얀순이는 희망을 놓지않았어. 그 날이 오기 전까진.


그 날은 10월 학평을 친 금요일이었어. 모의고사가 끝난 뒤였기때문에 동아리는 없었고 얀붕이 역시 독서부 교실에 없었어. 얀순이도 모의고사 뒤엔 지친 뇌를 푹 쉬려했기에 그 날은 가방을 싸고 집으로 향했어. 그러나 얀순이는 차라리 남아서 공부를 했으면하고 느낄 정도로 크게 상처를 입고말았어. 얀붕이와 a무리의 녀석이 흡연을하면서 하던 이야기를 듣고만 거야.


"얀붕아 너 왜 얀순이랑 놀아주냐? 걔 찐따에 니 여친 샌드백 아님? ㅋㅋㅋ."

"그런 말 좀 하지마라. 걔 말은 존나 틱틱대도 나쁜 앤 아닌데. 걔가 공부법 알려줘서 성적 존나 오름."

"미친새끼 ㅋㅋㅋ 걔 좋아함? 단 둘이서 공부하는데 떡치고 오냐? a냅두고?ㅋㅋㅋㅋㅋㅋ."

"미쳤냐? 여친 냅두고? 그리고 얀순이 좀 그...불쌍하기도하잖아. 니네 무리가 존나 괴롭히고... 내가 그런 거 당했음 자살한다 ㄹㅇ. 나라도 잘해주는 게 속편할 거 같다. 얀순이가 나쁜 애도 아닌데 이유 없이 그러는 거 불쌍하지도않냐?


"불쌍하다.", "나라도 잘해주고싶다."라는 말은 얀순이가 얀붕이때문에 입은 상처에 더 큰 상처를 덧붙여서 얀순이를 완전히 넉다운 상태로 만들었어. 이전의 a와의 연애는 언젠가 헤어질 인연이겠지 하고 애써 웃으며 넘겼지만 사랑하는 얀붕이가 자신에게 품은 감정이 우정도 아닌 그저 값싼 위선과 동정이란 것은 얀순이가 처음으로 키워낸 타인에 대한 호감을 처절하게 박살냈고, a의 무리에게 당한 아픔과는 궤를 달리하는 정신적 고통이 얀순이의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어. (물론 얀붕이는 값싼 동정심에 얀순이에 접근한 것이 아니었어.불쌍하다 느낀 건 맞지민)한 사람을 좋아한 결과가 이토록 씁쓸하게 다가온 것을 부정하려고 얀순이는 그들의 반대 방향으로 뛰었어. 그리고 울었어. 사랑하는 이에 느낀 배신감에, 목적을 잃은 허망함, 상실감에. 이제 얀순이의 마음의 문은 닫히고 열리다가 다시 닫혀서 다신 열리려 하지않았어.


다음 날, 얀순이는 학교에 나오지않았어. 학교에는 아파서 나오지 못한다고 언급이 되어있었을뿐. 이기적인 교장과 담임은 그저 얀순이의 수능 성적에 영향이 가서, 학교가 sky, 의치대생을 많이 배출하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등의 고려만했지.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얀순이가 나오지않자 얀붕이는 얀순이가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어. 이제 수능까진 3주 정도 밖에 남지않았는데말야. 카톡을 하려했지만 (알 수 없음)으로 표시되는 채팅방만이 버젓이 존재했고, 전화를 걸어도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만이 들렸고, 학생부를 몰래 훔쳐봐 얻은 그녀의 부모님의 번호로 연락해봐도 미안하다, 딸이 많이 아프다라는 말 뿐이었으며, 다시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보아도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않으니...하는 기계음뿐이었어. 그녀의 집 주소라도 물어볼걸하며 후회했어.


그렇게 수능이 지나갔어. 얀붕이는 다행히도 원하는 대학에 입학을 했어. (a는 지난 날을 참회하듯 빡센 공부를 했지만 역시 누적되어온 학습량때문인지 원하는 대학에 발도 붙일 생각을 못했고.) 얀붕이는 잊지않고 자신의 스승과도 같은 얀순이에게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싶었기에 담임선생에게 조르고 또 졸라서 그녀의 집 주소를 알아내어 손 편지를 썼어. 고맙다고, 너 덕분에 목적을 이루었다고, 무슨 이유인지 연락이 안 닿아도 이 말은 꼭 하고싶었다는 등의 편지였지. 


묵묵부답인 얀순이의 소식은 수능이 끝난 뒤 졸업하느라 들른 학교 게시판에서 알 수 있었어.


주요대학/의치대 합격 축하합니다! 라고 적힌 종이에서 얀순이가 s대 의예과에 합격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여기까지가 빌드업인데 빌드업이 너무 길다 ㅈㅅㅈㅅ... 글 싸는 거 거의 안해봐서 똥글 싸네 ㅅㅂ

총 3~4편 정도로 쓸 거고 다음에 얀순이 얀붕이 a가 성인되고나서부턴 얀데레 나오게 할 예정이야

제목은 얀데레로 각성할 얀순이가 성인이 되고나서까지 갖고있던 얀붕이에 대한 배신감과 연관 지어서 저리 썼어

혹시 내가 싼 똥글에 고칠 점 같은 거 있음 말해줘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