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https://arca.live/b/yandere/9696709?target=title&keyword=%EA%B3%81%EC%97%90&p=1






이 집에 오고 나서 몇 주 


처음으로 내 방이란 것이 생겼고 처음으로 매일 같이 지내게 된 친구가 생겼다. 


내 방이 생겼지만 그곳에서 생활하진 않았다. 


요우카와 놀다 보면 내 방에 있는 시간은 자연스레 줄어들기 마련이었다. 


요우카는 항상 아침에 먼저 일어나 소꿉놀이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 날은 소꿉놀이에 내심 싫증이 났던 내가 다른 놀이를 하지 않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인형을 뺏긴 아이가 울듯 


요우카의 잘 만든 인형을 보는 듯 생기 없는 얼굴에서 눈물이 흘렀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매일 하던 놀이를 하루 거른다고 해서 이렇게 울 것까지 있나? 


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울고 있는 요우카를 달래는 게 더 먼저라 생각했다. 


"미안해... 소꿉놀이하자! 울지 마... 요우카랑 노는 게 싫증 난 게 아니니까!" 


그러자 요우카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고 다시 활짝 웃는 얼굴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료가 아빠! 내가 엄마!" 


그리곤 평소대로의 요우카와 인형으로 놀거나 같이 동화책을 읽거나 했다. 


그렇게 둘이서 놀다 보면 금방 밤이 되어 방으로 돌아가 자려고 하면 


요우카는 항상 밤은 어두워서 무섭다며 같이 자달라고 말했다.

그러면 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고  요우카는 날 곰인형을 안고 자듯 날 안고선 잠을 잤다. 


오늘도 눈을 떠보니 요우카가 누워있는 나에게 몸을 구부려 옆에서서 귓속말을 했다. 


"료, 내일부터 같이 학교에 가야한대. 료는 어떻게 생각해?"


오늘은 소꿉놀이를 하자고 먼저 말을 안하네? 란 의문도 잠시 대답을 했다.


"학교에가면 친구들도 있고 재밌지 않을까? 나는 전학 온거니까 새로 사귈 친구들도 많을거고"


확실히 요우카와 노는것도 항상 즐거웠지만 요우카가 다른 친구들과 다같이 노는 즐거움도 알아줬으면 좋겠었다.


하지만 그 날은 뭔가 이상했다 그 대답을 듣고선 요우카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소꿉놀이를 하자는 말이 아닌 아침 식사를 하자고 했다.


그리곤 평소와 같이 인형 놀이를 하거나 장난감으로 놀거나 했을 뿐이다.


무엇인가 다를것 없지만 찜찜함 떄문인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창 같이 놀던중 목이 말라 음료수를 마시러 나가려 일어났는데 요우카가 말을 걸었다.


"료, 어디가? 혹시 목마른거야?"


요우카가 기다렸다는듯 활짝 웃으며 나에게 물어보았다.


"어.. 응! 목이 좀 말라서."


방 밖으로 나가려 일어서며 말했다.


"여기 내가 마시던 주스 있어! 마실래?"


요우카는 자기가 마시던 유리컵 이라기엔 너무나도 깨끗하고 가득찼던 컵을 들이밀었다.


"어? 아, 아니야 괜찮아! 그냥 나도 가져오면 되구."


뭔가 불길하고 찜찜한 마음에 그리 말하고 뒤도는 순간


내 손목을 붙잡으며 요우카가 말했다.


"료도 나 따위가 먹던 주스는 싫은거야?"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지만 웃고있지 않다는게 느껴졌다.


내 얼굴을 쳐다보는 그 눈동자가 마치 얼음장 같았다.


"아니야! 마실게!"


대답을 듣자마자 요우카가 웃는다. 마치 봄에 꽃이 피어나듯이 생기있는 얼굴로.


그 뒤 주스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굉장히 달고 시원한 평범한 과일 주스였다. 딱히 이상한 맛이 나지 않았었다.


주스를 다 마시곤 자리에 앉자마자 요우카가 말했다.


"료 조금 쉬지 않을래?"


요우카가 말하는 쉬자는 의미는 예전 우리집에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던것이다.


"응? 그럴까?"


그냥 오늘은 요우카가 피곤해서 소꿉놀이를 하지 않은걸까? 하며 바닥에 누웠다.


이상하게도 요우카는 바로 내 옆에 누웠다. 그리고 천장을 보지도 않았다.


그저 날 보고 있을 뿐이었다.


"요우카? 왜 나를..."


물어보던 찰나 티비의 전원이 꺼지듯 눈이 감겼다.


다시 눈을 떴을땐 요우카는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었을 뿐이었다.


안절부절하던 마음에 평소대로일 뿐인 요우카의 방이 뭔가 무섭게 느껴졌다.


그냥 내 방에가서 쉬고 싶었다.


자고있던 요우카를 뒤로하고 도망치듯 내 방으로 뛰어갔다.


방문을 열었을땐 원래 있던 집에서 가져온 모든 물건들이 다 사라진 후였다.


당연하게도 책상위에 올려두었던 가족 사진들은 모두 사라져있었다.


힘든일 후엔 즐거운일이 있고 즐거운 일 뒤엔 힘든 일들이 있는지 눈물이 고였다.


허무한 마음에 그대로 서서 흘러 나오려 하는 눈물을 참고 있었다.


그러던중 방문이 열렸다.


요우카였다.


아주 잠시 였지만 얼굴을 붉히고 웃고 있던것 같았다.


"요우카? 여기 있던 물건들 다 어디갔어?"


황급히 요우카의 어깨를 잡고선 물어보았다.


"아빠가 내일 부터 학교에 갈테니까. 좋은 가구로 채워주는게 좋겠다고 정리하는 사람들을 부른다고 했었어."


요우카는 말하면서 못참겠다는 듯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치우면 안되는 물건 정도도 말 안해줬던거야?"


화가나서 좀 크게 말했던것 같다.


"방을 다 치울것 같아서 아까 료가 잠들었을떄 내가 챙겨뒀었어 사진들은."

"미안해 료.. 아마 다른 물건 중에도 선물 받았다거나 하는 물건이 있었을텐데."


웃는 얼굴로 요우카는 말을 이어나갔다.


"미.. 미안해.. 난 사진 더 이상 못.."


다 말하기도 전에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요우카는 기다렸다는 듯이 날 안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료는 씩씩한 신랑님이잖아? 나는 료한테서 떨어지거나 하지 않을거니까?"


안됐다. 불쌍하다는 말은 들어도 괜찮다는 말을 들은건 처음이여서 그랬을까. 눈에서 눈물이 더욱 멈추지 않게 되었다.


"나.. 흑... 씩씩한.. 흡.. 신랑님이 될께..!"


요우카에게 안겨서 끅끅대면서 울며 간신히 대답했다.


"료, 나는 좋은 신부님이야?"


머리를 쓰다듬으며 요우카가 말했다.


"응..! 고마워 요우카!"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울다 지쳐 요우카의 품에서 잠들었다.


그 다음날 눈을 뜨니 요우카의 방에서 일어났다.


요우카의 책상을 보니 내 가족 사진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렇게 안심하던 중 요우카가 문을 열고 교복을 들고 들어왔다.


요우카네 학교는 초등학교더라도 교복을 입는다고 했다.


요우카가 건네준 옷으로 갈아입곤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학교로 출발했다.


당연히 걸어서 갈줄 알았던 학교를 리무진은 아니였지만 굉장히 고급스런 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나는 교무실에 가서 먼저 선생님과 인사하고 배정된 반에 가야해서 요우카와 떨어지게 되었다.


떨어지기 전 나는 요우카에게 물었다


"요우카는 무슨 반이야?"


"나는 A반."


말하기 부끄러웠지만 힘을 내 요우카에게 말했다.


"나 꼭 A반에 배정 됐으면 좋겠다."


요우카는 그런 말을 할줄은 몰랐다는듯 놀랐다가 다시 평소의 웃음을 보여주며 대답했다.


"료랑 나랑은 떨어질 일은 없을거야!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에서 만난 선생님은 젊은 여자 선생님이었다.


"너가 료니? 음... 지금 요우카랑 같이 생활하고 있구나?"


선생님은 밝은 미소로 내게 물어보았다.


"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셔서 요우카네 아빠가 돌봐주신다고 하셨어요."


선생님은 조금 안타깝다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요우카랑은 친하니? 그 아이 학교에서 친구들이 말걸어도 대답하질 않고 선생님과도 대화를 잘 안한단다."


나는 두눈을 꿈뻑꿈뻑 감았다 뜨며 당황했다.


"요.. 요우카는 엄청 잘 웃고.. 또 말도 잘하는걸요?"


선생님은 잠시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료는 요우카랑 같은 A반이니까. 선생님과 함께 요우카가 다른 친구들이랑도 잘 어울릴수 있도록 도와줄래?"


나는 고민할것도 없이 즉답했다.


"네!"


선생님의 부탁 보다도 요우카와 같은 반이 되었다는게 너무나도 행복했다.


잠시뒤 수업종이 울렸고 선생님과 같이 반으로 걸어가게 되었다.


"다들 여름방학은 잘 보냈니? 숙제는 잘 했고?"


선생님이 질문을 하자마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 이야기를 했다.


"그래그래 좀 있다. 숙제 걷을거고... 오늘은 전학생이 있으니까! 모두 잘 인사해주고 적응 잘 할 수 있도록 말도 잘 걸어주고!"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니 반 아이들이 나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는지 왜 전학오게 되었는지 또는 장난스러운 질문등등.


선생님은 흥분한 애들을 진정시키곤 나에게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했다.


"제 이름은 료 입니다. XX초등학교에서 전학왔어요. 모두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좌석표를 보더니 남은 자리를 확인 하시곤 말했다.


"그래... 지금 자리 남는곳이.. 저기 요우카 옆자리에 앉으면 될것같네?"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요우카와 같은 반이 된것도 모자라 옆자리에 앉게 되다니.


애들 자리를 지나서 맨 뒤 창문가 자리에 앉아있는 요우카에게 가는 도중


"왜 오자마자 쟤랑 앉는거야.. 불쌍해.."


"나랑 앉으면 안되나?"


"전학생도 나중에 자리 바꿔달라고 하겠지?"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소리를 애써 무시하곤 요우카 옆 자리에 앉아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 정말로 같은 반이야! 정말 안떨어지게 됐네! 요우카 덕분이야!"


다른 애들이 들으라는듯 과장된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요우카가 얼마나 활발하고 웃음이 많은 애인지 아무도 모르고 말하니 조금 화가났다.


"진짜네... 료랑 같은 반에 옆자리여서 너무 기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게 부끄러운건지 책상을 보고서 말했다.


그러더니 또 아이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쟤 말할 수 있던거였어?"


"나 1학년때도 같은 반이였는데 목소리 처음 들어봐!"


"전학생이랑 친하나봐.."


"쟤 웃을수도 있었구나.."


책상에 업드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요우카의 얼굴을 보고 미소지으며 소곤소곤 말했다.


"다들 요우카에 대해서 잘 모르나봐.. 잘웃고 이쁘기도 한데.. 그치?"


그렇게 올려본 요우카는 붉은색 보다도 더 붉은색으로 얼굴이 물들어있었다.


걱정스런 마음에 다급히 물었다.


"어..? 요우카 어디 아파?"


요우카는 금세 평소대로의 표정으로 돌아와 말했다.


"아니야.. 그냥 많이 기뻐서 그랬어!"


요우카가 대답하고 난 뒤 선생님이 말했다.


"요우카와 료는 같이 살고 있으니 모두들 료에게 궁금한거나 알고 싶은건 요우카에게도 물어보렴! 대답해 줄거니?"


선생님이 요우카를 보며 조금은 자신없다는 얼굴로 물어보았다.


"네! 괜찮아요!"


평소대로 눈부시게 웃고있는 표정은 아닌 무표정에서 조금 웃는 정도였지만 선생님은 감동한것 같았다.


"정말이니? 하... 다행이다.."


선생님의 반응을 보니 이전에 정말로 아무말도 안했겠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젠 나와 같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 친구가 생기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될거라 생각했다.


요우카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 생각을 하니 저절로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