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는 다양한 연애 방식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친구처럼 지내다던가. 진지하게 연인 사이로 임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러다가 헤어진 사람들도 있겠고, 다시 만나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연애를 해왔다. 


짧은 연애도, 긴 연애도 겪어본 나로선.


개인적으로, 헤어진 연인들은 다시는, 다시 만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바닥까지 보여줬고, 바닥처럼 헤어져서.


더는 더 보여줄게 없어서, 서로의 관계의 미래를 그려나가기 보다는,


다시 그 과거를 회상하게 되고,


다시 상황만 반복이 되고, 


다시 새로고침이 되어버릴 텐데, 


그 사람과 오래 함께 해온 탓인가? 계속 생각이 난다.


초콜릿처럼 달콤함은 계속 느껴지고 그 달콤함은 내 입안에 머물다 끝내 쓴맛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 길고 긴 연애를 마쳤다.


내가 진심으로 대했고, 잘해줬던 것처럼 그녀도 내게 잘해줬고 계속 관계를 이어갔었다.


단 하나의 사건만 없으면, 길고 긴 연애를 한 탓일까? 설레었던 감정은 점점 사그라들고 내가 해줬던, 해왔던 행동들은 당연한 게 되었다.


사랑하면 그런 감정들은 억누르는 게 맞을 텐데, 참아와야 했는데.


될대로 되어버린 내 마음은 끝내 깨졌다.


뭐 서운한 것도 있지만, 그냥 이렇게 끝내는 게 머리가 안 아플 것 같았고.


길고 긴 여행을 했다고 치고 그냥 이대로, 원래처럼 살아가기로 했다.


했는데.


헤어지고 이틀 뒤에 연락이 왔다.


지우라는 이름이 뜬 통화창.


나랑 사귀었던, 내 전 여자친구였다.


당황스러웠겠지, 헤어지자고 내가 무작정 말한거니까, 


어이가 없었겠지, 욕도 달게 받겠다는 심정으로 받았다.


[아- 드디어 받았네? 너가 원했던 게 이거야? 너가 원했던 사랑은 이런 거냐고!!]


 "미안해, 미안.. 나 없이도 잘 지내."


[내가 묻잖아! 너가 원했던 사랑은 짧고 다 없었던 일처럼 해? ...다시 한번만 만나보면 안돼?]


"...미안해."


[...그래 이제 네가 원했던 사랑은 끝냈으니까, 내가 원했던 사랑 해도 되지?]


"..미안 이제 연애 할 생각이 없고, 혼자 쉬고 싶어."


이대로 우리의 대화는 끝났다.


강제적인 이별 통보를 하고 우리의 관계는 여기서 끝나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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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은 끝나고 나는 회사에 출근했다.


매일 아침마다 통화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이상하리 만큼 떠올랐다. 


그래서 노래를 틀며 그 기억을 잊어버리게 했다.


이제 내 자리에 앉고 폰을 만지는데.


폰이 이상하게 발열이 되어있었다.


너무 뜨거웠다.


한번 뜨거운 물에 담가버린 듯, 뜨거운 폰을 잡고 그 화면을 바라봤다.


계속 문자가 오고 있었다.


문자는 더 이상 숫자가 늘지 않고 99+의 머무른다. 그럼에도 문자는 계속 오고 있다고 진동이 울린다.


문자에는 '다시 만나자.' '내가 미안해.' 라며 나와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경험은 좀 있었기에, 바로 차단했다.


이러면 차단했다고 알아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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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나오고 바로 집으로 와, 침대를 향해 피곤한 몸을 던졌다.


푹신함과 포근함은 날 금방 잠에 들게 했다.


이대로 밤은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보니 인기척이 느껴졌다.


집을 나와 혼자 자취방을 얻어 사는 나에게는 매우 이상했다.


나 혼자 사는 집에 다른 인기척이 느껴져서 나는 조심히 거실로 나왔다.


"아 이제 일어났어~? 요즘 늦게 일어나네~"


눈을 다시 감고 다시 떠본다, 지금 이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기에.


"여ㄱ-"


"..나가. 나가라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뭐 나랑 헤어지면 자살한다고 협박했던 년, 나랑 만나면서 2명이랑 바람 핀 년도.


많이 만나면서 또라이 같은 년들을 만났지만, 저런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좋은 만남과 끝남이 있었다.


그렇게 좋은 만남이 었었구나 생각했는데.


전혀, 


전혀 그렇게 안 굴 것 같은 지우가.


지금 그 또라이 같은 년들 보다 선을 넘었다.


적어도 그 년들은 이런 행동을 한다고만 했지 내게 직접 찾아오지는 않았는데.


내가 여태까지 생각했던 지우의 이미지랑 매우 달랐다.


이게 바닥인가? 이제 본성을 드러내는 건가? 다 숨겼던 건가. 많은 생각이 오가고.


지금의 지우 모습은 매우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입고 있던 옷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흰티에 청바지.


얼굴과 몸 만큼은 그녀보다 좋은 사람을 보지 못 했다.


뭐 말하자면 얼굴이면 얼굴 몸이면 몸이지만 그녀는 이 두 가지를 이룬 사람이다.


그 패션에 그녀의 골반과 가슴이 부각되었고.


뒷짐진 채 내게 다가와. 내게 몸을 내밀며 말한다.


"하지만 비번을 안 바꿨는데.. 아. 아- 사실 너도 내가 들어오길 바란 거지? 이런 모습이 보고 싶었던 거지? 으응?"


"..하아- 나가라고 시발련아,"


"아~ 말을 듣지 않네 역시 교육이 필요한 건가."


"뭐? 교육? 이게 교육을.. 하- 차라리 전화하던가 왜 집으로 찾아와."


"괜찮아 차근차근하면 알아듣겠지♥️"


그 말이 끝나고 그녀는 뒷짐을 풀며 내 목덜미에 칼을 들이밀었다.


영화에서만 봐왔던 장면인데. 이렇게 현실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놀란 나는 천천히 뒤로 도망가다. 문턱에 걸려 넘어졌다.


그대로 바닥에 앉게 된 나는 빌었다.


"미안해.. 미안해. 제발."


잘 흘리지도 않았던 눈물을 쥐어 짜며, 간절히 빌었다.


다양한 년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년들이 지금 이 상황보다 착했다고 느껴졌다.




시발,



시발. 시발 나는 지금 존나 후회하고 있다.


내가 왜 저년한테 내 집을 알려줬고 현관 비밀번호까지 불었을까.


지금까지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가고, 지우는 점점 내가 다가왔다.


그 동시에 나는 점점 내 방안으로 들어왔고,


결국엔 침대에 올라갔다.


"오.. 오지마. 오지말라고!"


"아- 계속 도망가지마. 죽여버린다."


살짝 화난 말투로 내게 겁박을 해온다.


"ㅇ, 아,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아직도 모르겠어? 대학교 축제 때부터 너가 나 좋아했잖아, 그래서 나한테 고백도 했잖아. 매일 밤마다 자냐고 물어보고 같이 밤 새줬잖아, 이럴 거면 왜 연락해준 건데. 이럴거면 왜 나랑 같이 밤 새준건데. 나한테 왜 그래? 제발.. 제발. 다시 만나자."


 "아.. 미안해."


"왜? 거절하는 건데? 고백은 너가 했잖아 왜? 왜? 왜? 왜? 도대체 왜?"



똑같은 물음.



똑같은 질문을 하며, 



그녀의 울분이 터진다.



"시바아알.. 왜. 갑자기 헤어지자고 말하냐고오. 십새끼야. 말이라도 해. 해줘 제발,"


"계속 이러면 경찰에 신 읍ㅇ-"


라고 말하자 입에 손이 들어와 내 말들을 막았다.


좀 전까지 간절했던 그녀의 표정은 사라지고 눈물을 흘렸다.


너무 서럽고, 증오스럽고, 진실 된, 너무나도 슬픈 울음이 내 방안에 퍼진다.


그대로 안아주고 싶었지만 아까의 행동으로 나는 주춤거리며 좀 더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눈치챘는지 내 위에 올라타 내 움직임을 막았다.


그대로 차갑고, 날카로운 날붙이를, 자신의 머리보다 높게 들어 내리 꽂았다.



-푸욱



내가 누워진 바로 왼쪽에 칼이 내리 꽂혔다.


"이런.. 내가 너무 미안해, 너가 계속 거절하니까... 아이를 만들면 거절 못하겠다. 그치?"


이 말 한마디가 내 심장을 조여온다. 이제야 실감이 된 걸까.


이 상황이 어떻게 끝날지 생각이 난 걸까.


그대로 난 그녀에게 내 몸을 내주고.


그녀에게 내 몸을 맡기고, 그녀와 실틈없은 관계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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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이 되었답니다.